스킨십의 끝판왕  

스킨십의 끝판왕              img #1

영화 [아메리칸 셰프]

스킨십이 자유로운 나라는 많습니다. 가까운 중국에 가면 대낮에도 공원과 버스 정류장에서 부둥켜 안고 있는 커플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자기 일이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서양으로 가면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스킨십을 나누는 남녀를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그런 나라들 중에서 최고로 스킨십이 뜨거운 나라는 단연 이탈리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탈리아를 가보기 전에는 프랑스나 브라질 같은 나라가 최고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탈리아에 다녀와 보니 도저히 이 사람들을 당할 나라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던 무렵, 파리에서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비행 시간은 약 2시간 전후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활주로에서 이륙을 한 후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제 자리 뒤쪽에서 남녀가 입맞추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 정열적이고 긴 키스를 나누는 커플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속으로 ‘부러우면 지는거다!’ 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릴 즈음에는 입에서 욕지기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커플이 2시간 내내 키스를 하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후, 밀라노 어느 길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서 있는 커플을 보았습니다. 저는 문득 저 커플은 얼마나 저러고 있을 지 궁금해서 지켜 보았습니다. 1시간 반 후, 아직도 부둥켜 안고 ‘서 있는’ 커플을 뒤로하고 찬바람에 얼은 몸을 녹이러 결국 호텔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밀라노에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 대합실에서 4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공항은 벤치가 많지 않아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다행이 1시간 만에 빈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제 옆에는 한 커플이 앉아 있었는데, 밀라노를 떠나는 남자친구를 여자친구가 배웅 나온 모양이었습니다. 역시나, 두 사람은 진한 스킨십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앉아서 시작한 스킨십이 끝이 날 때는 거의 누운 상태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커플이 무려 3시간동안 키스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젠 나름 이태리 사람들에게 적응이 되어서 눈쌀을 찌푸리지는 않고,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돼뇌일 뿐이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입맞춤 소리를 세 시간 정도 들으면… 정말 힘이 듭니다. 괜히 흥분이 되거든요. 

비행기 시간이 되어 탑승구를 찾아 줄을 섰더니, 중년 부부가 각각 한 손에 아이를 안고 탑승 대기줄에 서 있었습니다. 15분 정도 줄을 서 있는 동안 이 중년 부부의 입술은 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울가는 직항이 없어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이번엔 앞, 뒤 좌석 모두 커플이 앉아 있더군요. 서라운드 4채널로 2시간 내내 입맞추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리에 도착해서 서울행 비행기를 탈 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절대! 커플이 되기 전에는 이탈리아에 돌아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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