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에게도 봄날은 오는가  

섹스에 관해 황홀~한 이야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미가 떨어지는 이야기겠지만, 나는 요즘 허지웅이다. 허지웅이 뭐냐? 그건 내가 남친과 나눠 본 성욕의 상태이다. 우리는 성욕의 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한다.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마녀사냥을 가끔 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충 어떠한 기준으로 나누는지 짐작이 갔을 테다. 무성욕자 코스프레를 하는 허지웅은 우리의 대화에서는 실제로 사마천과 같은 무성욕인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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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마녀사냥 

그리고 성시경은 보통의 평균적인 성욕이 있는 상태, 그리고 신동엽은 완전히 충만한 성욕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완전한 허지웅이다. 요즘이 아니라, 최소 2년 들어서 허지웅인 상태이다. 가끔은 성시경일 때도 있지만, 신동엽이 되어 본 적은 극히 손에 꼽을 만큼 나는 성욕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본인은 정말 괜찮다. 불과 20대 초반만 해도 섹스 없이 못 살았다면, 중반이 된 지금은 그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여자다. 그렇지만 애인이 있는 나에게 허지웅과 같은 상태는 그다지 달갑지 만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열정적이고 격정적으로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러나 수녀(水女) 소리 듣는 내가 애액이 잘 나오지 않아 러브젤을 구입하고, 흥분하려고 술의 힘을 빌리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실제로 그다지 큰 수확은 없었다.) 그와 섹스한지가 좀 되었다- 싶으면 어느 정도 기간을 맞추며 섹스를 해 오던 나를 보고선, 남자친구가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 입장을 생각해주며 해준 이야기라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 미안했다. 

그렇게 섹스리스 커플로 지낸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쯤, 남자친구가 진지하게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운을 뗐다. 우리가 만약에 계속 이러한 상태로 지속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여태까지는 그냥 성욕이 없구나,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실제로 내가 이런 상태로 30대가 되고, 40대가 된다면 얼마나 나의 인생이 퍽퍽할지를 생각해 본 결과,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만약 서른이 될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 되면 클리닉을 방문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대답했다. 그렇게 내뱉고 나니 왠지 슬퍼졌다. 한 때는 성욕에 충만해서 주체하지 못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성욕이 생기지 않아 클리닉을 방문해야 한다니. 고작 25살에 클리닉을 방문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물론, 내가 허지웅인 이유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는 바이다. 이유는 스트레스와 체력저하로 볼 수 있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체력 저하인 것 같다. 우선, 하루가 너무 피곤하다. 20살과 21살은 다르다고, 한 살 한 살을 먹을 때마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내 체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더 이상 술 마시고 수다 떨며 밤을 새지도, 클럽에서 춤을 추며 새벽을 맞이하지도 못한다. 12시가 되면 수면제를 먹은 것 마냥 침대에서 쓰러져버린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피곤하니 당연히 성적인 욕구는 둘째다. 그리고 이런 상태는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여버린다.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하루하루가 행복한데도 말을 듣지 않는 몸뚱아리 때문에 나는 최고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도대체 언제쯤 허지웅에게도 봄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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