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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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P.S 파트너> 중

2012년에 개봉한 '나의 P.S 파트너'란 영화가 나름 성공을 거두고 햇수로 2년이 지난 현재. 이제는 시들시들 할 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 자체가 끌린 것은 아니라 폰섹스에 대해 살짝 궁금했고 비교적 현실적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접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난 폰섹스에 대해 굉장히 회의감이 많은 사람이었다. 끌리는 상대방과 만나 직접적인 교감을 나누며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하는 것이 섹스지 폰섹스는 뭔가 친구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의도 자체가 불순하고 변태적이며 비겁해 보였다. 결정적으로, 적어도 나는 제 정신에  육성으로 “너의 가슴을 탐하고 은밀한 곳을 마구 취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할만큼 그렇게 뻔뻔하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난 그 편견을 깨버리는 경험을 한번 했다. 

최근에 술집에서 (술도 못하는데 어떻게 맨 정신으로 연락처를 딴 건지도 모르겠다.) 분위기가 섹시했던 여자와 썸을 유지하며 뭔가 서로 발칙한 상상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다가 결국 사건이 벌어졌다. 새벽 야심한 시각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던 우리는 결국 성취향까지 묻는 사태로 번지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판타지의 성교를 텍스트로 빠르게 주고받았다. 그 도중 서로 신체적인 흥분을 느꼈고, 나는 썸녀의 몸을 맘껏 범하는 상상까지 하며 온 몸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자위를 했느냐 안했느냐의 여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한 유익한(?) 대화를 나눈 다음날 우리는 내 인생에서 꼽을 만한 핫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음성을 통한 폰섹스는 아니지만 이렇듯 텍스트를 통한 폰섹스를 하고 나서 폰섹스에 대한 편견이 바뀌게 되었다. 폰섹스가 그 자체로 성행위로서의 성취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섹스로 이어지기 위한 촉매제 역할은 톡톡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폰섹스 라는 것이 일반 섹스보다는 비용이 덜 들고, 게다가 장거리 커플들이 애용 할 수 있어 굉장한 성 문화라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다. 몸을 취할 수 없으면 그 느낌이라도 탐하고 싶은 게 사람 욕심 아니던가?

텍스트를 통한 폰섹스, 음성을 통한 폰섹스 각자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음성을 통한 폰섹스는 숨결과 대화를 간접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만족을 할 수 있지만, 파트너의 목소리가 영 아니라면 꺼려진다는 단점이 있고, 텍스트를 통한 폰섹스는 필자와 같이 음성으로서 음란한 말을 나누는 것이 뭔가 간지러운 사람들에게는 신체를 나누는 일반 섹스와는 별개로 무한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침대 위에서 음란한 말을 하며 사랑을 나누고 싶어도 상대방의 반응이 두려워 망설이는 사람이나, 폰섹스 자체가 판타지인 사람에게는 분명 무한한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또 요즘에는 비주얼까지 더한 영상 통화까지 가능해 폰섹스도 진화하고 있다. 아 물론 타오르는 성욕에 앞서서 성별조차도 모르는 이와 영상 폰섹스를 하다가 낚이는 이는 없도록 하자.

인간은 전화를 하면서 섹스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음란한 통화를 하면서 자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이번 주 주말은 연인이나 혹 파트너와 핫한 섹스도 좋겠지만, 인간만이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성 문화, 폰섹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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