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BDSM] 변태가 되는 법_경험편  

커피숍에 들어선 그녀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 다리에 핫팬츠를 입고 나왔는데,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녀 풍의 반코트로 썰렁한 차림을 만회하고 있었다. 유행과는 동떨어진 차림이었지만 꽤 예쁜 차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야설에 가까우므로 취향이 아닌 분은 [뒤로]를 눌러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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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O의 이야기]의 DVD판 표지
 
나는 그녀에게 모텔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 이때는 벌써 어느 정도의 주종관계가 형성된 뒤여서 나는 명령 하나를 내려 보기로 했다. SM문학의 고전이자 걸작인 [O의 이야기] 첫 부분에 나오는 장면을 표절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 O는 택시 안에서 명령에 의해 속옷을 벗는다. 나는 그녀에게 커피숍 화장실로 들어가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어 백에 담은 후 다시 나오라고 명령했다. 섭에게 내린 최초의 명령이었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간 지 몇 분이 지나 얼굴이 상기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 돌아왔다. 그 곤혹스런 얼굴... 섭에게 수치를 주었다는 쾌감에 온 몸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 저기요 주인님, 너무 아픈데...
- 왜?
- 핫팬츠 지퍼에 털이 찡겨서...
- ㅡ.ㅡ...
- 팬티만 다시 입으면 안 될까요.
- 어, 그래그래...

수치는커녕 단순히 아파서 붉어진 얼굴이었다. 이런 미숙함이라니, 삽입 후 정확히 5초 만에 사정하면서 끝난 허무한 첫 섹스가 생각났다. 그리하여 팬티는 입되 브래지어는 벗은 이상한 상태의 그녀와 미리 스위트룸을 예약해둔 모텔로 향했다. SMer들은 보통 판타지 속에서 자신들이 변태 취급을 받는 일반세상과는 동떨어진 비밀의 장소를 상상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 감옥을 뜻하는 던젼(Dungeon)과 유럽식 성이다. 그도 아니면 별장이나 펜트하우스 따위다. 그러나 입이 고급이면 몸이 고생한다고, 현실 속에서 그런 곳을 찾기란 재벌이 아닌 한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결론은 자취방과 모텔이다.

그래도 판타지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하려고 예약해 둔 신축 모텔의 스위트룸은 꽤 만족스러웠다. 평소에 갖고 있었던 모텔의 이미지가 바뀔 정도로 화려하고 넓었다. 숙박요금을 지불하고 빌린 임시 던젼에 단 둘이 들어서자 긴장과 기대감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나는 일단 세수를 한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몸을 숨기곤 담배 두세 대를 연속으로 폈다.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그녀는 처음 방에 들어왔던 그대로 마네킹처럼 정지한 채 서 있었다. 내가 물었다.

- 뭐해? 왜 멀뚱히 서 있어?
- 그녀의 대답이 또 다시 나를 한심하게 만들었다.
- 주인님이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아서요.

확실히 그녀는 나보다 내공이 높았다. 나는 허둥대고 있었고 그녀는 거의 종교적일 정도로 숭고한 자세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핫팬츠와 부츠 사이의 부분이 추위에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찬바람에 방치된 예쁜 나무 같았다. 그것이 날 흥분시켰다. 나는 그녀를 다시 세워둔 채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였다.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최소한 고무공처럼 제어하기 힘든 섭은 아니었고, 끈기 있게 기다릴 줄 아는 여자였다. 나는 그녀가 어떤 면에서 존경스러워졌다. 머릿속에 담아둔 계획이 흔들릴 뻔도 했었지만 내 욕망이 워낙 강했으므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나는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고 그녀는 곧 나체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게 하고, 양 손은 머리 뒤로 깍지를 끼게 했다. 그리고는 가축을 감별하듯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한참 동안 살펴봤다. 심지어 유륜에 돌기가 몇 개 인지까지도. 허벅지의 정맥이 보일 정도로 흰 피부에 작고 마른 몸매였다. 깨끗이 제모가 된 겨드랑이와 U자형의 소담스런 음모. 그리고 등 가운데에 돋아나 있는 척추 뼈마디 하나하나를 모두 보고 만지며 감상했다. 몸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푸른 핏줄 때문에 내가 내시경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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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필이었다.
 
감정을 끝내고 이른바 [검사 자세]를 명령했다. 검사 자세란 플레이를 하기 전에 섭이 엉덩이를 돔의 얼굴 쪽으로 하고 허리를 숙여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을 말한다. (취향에 따라서 엎드려뻗쳐 등 다른 응용자세가 많다.)
이렇게 되면 섭의 성기와 항문이 돔의 눈앞에서 꽃처럼 만개하게 되고 이것은 일종의 검증 절차인 셈이다. 나는 얼굴을 갖다 대고 그녀의 두 구멍을 핥듯이 관찰했다. 다른 여자들처럼 음부와 항문의 거리가 무척 짧았고 그 사이에 움푹 팬 골-전문용어로는 치골-이 있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후배위 삽입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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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검사자세. 본래는 옷을 벗고 자세를 취하는 게 원칙이다.
 
항문은 분홍색을 띈 갈색이었고 음부의 세로줄은 핑크색이었다. 사실 너무나 천연색에 가까운 핑크색이어서 신선한 피조개에 칼집을 낸 것 같았다. 내가 휘파람을 불자 예닐곱 개의 항문 털이 파르르 떨렸다. 이 상황에서 나는 짓궂어야 했으므로 성감대인 치골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녀는 [흐읍!]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회초리로 그녀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붉은 줄이 순간적으로 그어졌다.

- 조용히 해.

그때쯤이었을 게다. 음부의 핑크색 세로줄이 에나멜을 칠해놓은 듯 반짝대기 시작했다. 수치와 고통이 질액을 흐르게 한 것이다. 그녀가 매저키스트라는 증거였다. 손가락을 넣었다. 제법 젖어 있었다. 나는 손가락에 묻은 질액을 그녀의 맨 엉덩이에 닦으며 다그쳤다. 음란하구나. 벌써부터 이렇게 젖다니. 그녀는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벌로 다시 그녀의 허벅지에 붉은 줄을 그었다. 그렇지만 질액은 전혀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악순환이었다. 마침 내가 미리 생각해 놓고 있던 질문이 생각났다.

클리토리스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도톰한 둔덕을 쓰다듬으며 내가 물었다. 이게 뭐지?

- 성기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초리를 휘두르며 다시 답을 요구했다.

- 생식기...

역시 틀렸다. 다시 회초리 세례. 내가 요구하는 대답이 뭔지는 그녀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건 여성의 국부를 가장 천하게 부르는 말이었다. 너는 암캐다. 암캐의 그곳을 부르는 말은 따로 있다. 나는 호통과 매질을 계속한 끝에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 보...지입니다.
- 더 크게, 또박또박.
- 보지입니다.
- 그러면 이건?
항문의 털을 간질이며 내가 물었다.
- ... 똥구멍입니다.
 
그리고서 그녀는 수치심과 고통에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나는 그녀가 불쌍한 나머지 타월로 몸을 덮어주고 한참을 안아주었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이것으로 플레이가 끝나길 원치는 않았다. 어느 정도 진정의 된 그녀의 목에 개목걸이를 채우고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이번 순서는 풋 워십(foot worship)이었다. 워십은 종교적인 숭배를 뜻하는 말이다. 풋 워십은 SM에서는 매우 흔한 테마인데 보통 [발에 대한 숭배] 정도로 번역된다. 이 숭배는 보통 혀를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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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아니란 말이지
 
그녀는 나의 발톱 열 개가 모두 번들거릴 때까지 내 발가락을 핥아야 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발등과 발목을 간질였다. 나는 발가락 사이사이도 ‘청소’할 것을 명령했다. (사실 정말로 청소할 건 없었다. 이미 깨끗이 씻은 발이었으므로.) 군살이 덕지덕지 붙은 뭉툭하고 투박한 발가락 사이를 앙증맞은 빨간 혀끝이 헤집고 다니는 걸 내려다보는 것은 흥분의 극을 달리는 일이었다. 이때쯤 내 남근은 너무 심하게 발기가 돼서 폭발할 지경이었다.

풋 워십을 끝내고 나는 개목걸이에 연결된 줄의 끝을 잡고서 스위트룸 구석구석 그녀를 개처럼 끌고 다녔다. 사운드도 중요했다. 내가 [짖어]라고 명령하면 그녀가 [멍멍]하고 개처럼 짖는 상황이 반복됐다. 내가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무릎이 아파서 순간적으로 동작이 멈춰질 때마다 회초리를 날렸다.
가학에 완전히 도취된 나머지 그녀에 대한 배려 따위는 이미 완전히 증발돼버린 후였다. 이렇게 돔이 너무 흥분하게 된 상태에서 섭의 안전을 무시하게 되는 사태를 대비해 미리 정해두는 [안전 신호]란 것이 있다. 섭이 이 신호를 보냈을 때는 이유를 막론하고 플레이를 중단하는 것이 철칙이다. 우리가 정한 안전 신호는 손가락으로 흔히 하는 OK 사인이었다. 한계점에 달한 그녀가 OK 사인을 보내는 즉시 도그플레이가 끝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무릎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사실 그때 이후로 꽤 오랫동안 그녀의 무릎은 장판처럼 반질반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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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는 나의 취약과목인 반디지. 헌 옷을 찢어 만든, 밧줄인 척 하는 넝마조각도 꼴불견이었지만 그녀를 앉혀놓고 이제껏 냉혹한 카리스마를 연기한답시고 큰소리 친 내가 매듭을 짓지 못해 쩔쩔매는 것이야말로 정말 꼴사나운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가만히 앉아 나의 어설픈 결박이 끝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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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으론 이렇게 하고 싶었단 얘기지. 
사진은 그야말로 초고수의 작품이다. 저렇게 하기, 정말 쉽지 않다.

어쨌든 양손을 등 뒤로 돌려 묶는 데 성공했다. 애초의 계획대로 원형 손거울을 꺼냈다. 그런데 젠장, 손잡이에 떡 하니 붙어있는 [아모레] 로고라니. 속으로는 이것저것 창피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녀에게 다리를 벌린 채 닭처럼 쪼그려 앉으라고 명령했다. 사실 도그 플레이의 친척 뻘인 치킨플레이란 것도 있다. 말 그대로 닭 흉내를 내는 게임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닭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문제의 아모레 거울을 바닥을 향하고 있는 그녀의 음부 밑에 갔다 댔다. 그리고 거울을 보라고 명령했다.

- 뭐가 보이지?
- 제 부끄러운 곳이요.
따귀 한 대가 날아가고서야 정답이 들려왔다.
- 제 보지와 똥구멍이요.

사실 그녀의 얼굴과 표정은 자살 직전의 위험한 여고생처럼 음침한 구석은 있었지만 온실의 화초를 연상케 하는 나름 우아하고 앳된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로 내뱉을만한 수준의 단어들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자존심을 파괴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치심에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만큼 어찌나 더 유린하고 싶던지.

그녀가 다리를 조금이라도 오므릴 때마다 회초리로 엉덩이를 가격했다. 그러면서 손으로 그녀의 음부를 벌렸다. 물론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치부를 내려다봐야 했다. 자 봐봐. 이게 네 클리토리스야. 이건 요도고. 요도가 뭔지 알지? 오줌 나오는 구멍 말이야. 더 벌려 볼까? 이건 질이네. 너 많이 느끼는구나.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한참을 괴롭힌 후 바이브레이터로 변신한 내 손이 자위-혹은 타위?-를 시작했다. 이 때 G-스팟을 찾느라 쩔쩔 맨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태다...

그녀의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사실 나나 그녀나 모텔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계속된 성적 흥분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오르가즘 행 열차에 오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프라노 톤의 새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면서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보통 여자가 오르가즘의 상승곡선을 타게 되면 몸이 활처럼 펴지며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헌데 그녀는 고개를 억지로 숙여 바닥의 거울을 봐야 했고 또 상체가 묶여 있었으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은 당연했다. 바이브레이션 중에 이를 다물고 있으라고, 윗니와 아랫니가 절대 떨어져선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빨 틈 사이로 [스---]하는 거친 숨이 계속해서 들어가고 나왔다. 신음소리 [아]와 숨소리 [스], 그리고 그녀의 질퍽한 질과 거기에 달라붙어 반복운동을 하는 손이 만들어내는 [탁탁탁]의 협주곡. 나는 결박당한 채 제한적으로 몸을 뒤틀며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악마적인 비열함을 발휘하며 감상하고 있었고 그녀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런데...

줄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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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 반디지는 무척 어려운 기술이다. 로프 반디지에 자신이 없거나
능숙하지 못한 SMer들은 구속용 도구를 구입해 사용한다.

 
내가 만든 넝마 줄은 너무 조잡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내 손의 바이브레이션도 그녀의 신음소리도 뚝 끊겼다. 그 뜨악함과 뻘쭘함이라니. 신이시여, 소돔과 고모라를 이렇게 벌주시는군요. 그런데 이 때 그녀는 마더 테레사같은 행동으로 나를 구원했다. 갑자기 양 손을 등 뒤로 돌려 깍지를 끼더니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주인님. 제 천한 보지를 더 괴롭혀 주세요.

그녀는 그토록 입에 담기 꺼려하던 단어까지 써가며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오르가즘에 도달했고 내가 원했던 ‘여자사정’ 까지는 아니지만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흐른 질액이 손바닥을 적시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거울에도 몇 방울이 떨어졌다. 핑크색 내음순이 외음순 밖으로 날개처럼 부풀어 올랐고 색깔은 선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날갯짓에 해당하는 그, 축 쳐진 경련. 그녀는 자신의 빨간 날개처럼 탈진해 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생각해 보니 모텔에 와서 그때껏 한 번도 쉬지 않고 괴롭힘을 당한 그녀였다. 그녀의 상태가 걱정되긴 했지만 안전신호인 OK 사인이 없었으므로 나는 계속 가혹해질 권리가 있었다. 먼저 ‘허락 없이 함부로 바닥에 쓰러진 죄’를 추궁해 매질을 했고 거울에 묻은 자신의 질액을 엎드려 핥아먹게 했다. [네가 흘린 더러운 거니까 네 몸으로 직접 없애.]

현실의 그녀가 거울 속의 그녀와 프렌치 키스를 하는 것이 보였다. 혀가 거울에서 떨어질 때마다 둘 사이로 거미줄처럼 투명하고 길게, 끊어지지 않은 침 줄기가 늘어졌다. 욕정에 못이긴 두 레즈비언의 키스를 보는 것 같았다. 온 몸이 비지땀에 젖어 있었다.

‘양치를 시켜야겠구나. 샤워도 해야 하겠는걸.’

하지만 그 전에 관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관장(enema)이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관장액을 사용할 수도 있고 커피 관장을 할 수도 있고 그냥 맹물을 쓸 수도 있지만 나는 제멋대로 모텔에 비치되어 있는 녹차 티백을 우려낸 물을 쓰기로 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냥 내 마음이었다. 사실 녹차가 부작용을 유발할 리도 없었고. 뜨거운 녹차에 찬 물을 섞어 제조한 미적지근한 관장액을 관장기에 부었다. 초심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100ml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어느 SM 커뮤니티 사이트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real BDSM] 변태가 되는 법_경험편              img #8 
1리터 용량의 초대형 관장기와 일반 관장기.
1리터라니, 사람 죽이려고 만든 물건이다.

 
그녀를 침대 위에서 엎드린 채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허공에 치켜들게 했다. 다시 개봉박두 된 두 구멍. 질의 입구는 많이 진정된 상태였지만 이번엔 항문의 차례였다. 촘촘한 주름들이 하나의 점을 향해 몰려든 형상이었다. 긴장된 채 꼭 막혀 있는, 사람의 손에 포획된 연체동물. 항문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그 작고 타이트한, 예쁘장한 엉덩이 사이에 부끄럽게 숨어 있는 모습이라니. 미리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교범을 통해 항문에 대한 기본지식을 익힌 것이 다행이었다. 항문은 무작정 공략하면 다치기 십상이며, 세균감염의 위험도 높다. 항문을 우악스럽게 다뤘다간 당분간 지속되는 배설의 고통을 넘어 병까지 생길 수 있다. 항문은 부드럽고 집요하게 다뤄야 한다.

일단 단순히 가학적인 재미를 위해 항문 주변의 몇 안 되는 털들을 차례차례 뽑았다. 매끄러워진 항문은 더 귀여웠다. 양 손을 뒤로 뻗어 자신의 양쪽 엉덩이를 벌리게끔 명령한 한 후 오일을 꼼꼼히 발랐다. 번들거리는 항문을, 겉면이 윤활유 처리된 콘돔을 끼운 손가락으로 애무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음부도 다시 애액에 젖기 시작했다. 조그만 항문은 자극을 받을 때마다 손으로 건드린 말미잘처럼 펴지고 접히고를 반복했다. 재밌는 광경이었다. 그러다가 불시에 손가락 한 마디를 쑥 밀어 넣자 긴장한 괄약근이 손가락을 꽉 물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애완용으로 키우는 조그만 하등동물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었다. 왜 SMer들이 왜 항문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손가락 고문이 계속되면서 항문은 마약에 취한 듯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가운데의 점이 아주 미세한 구멍으로 변했다. 그 구멍에 관장기의 꼭지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관장액을 주입하고 10여 초가 흐르자 그녀의 두 손이 엉덩이를 터질듯이 움켜잡았다. 그 고통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 소아과에 가서 치욕의 관장을 당해 본 적이 있다. 관장액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대장은 이질감에 몸부림친다. 그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변의는 웬만한 매질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항문과 배변의 모습을 보인다는 수치심, 그리고 아랫배의 격렬한 고통이 관장을 SM 플레이의 단골손님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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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을 테마로 한 일본의 포르노 사진. 모델은 아이카 미우라(aika miura)

나는 그녀를 세워놓고 그녀가 느끼는 고통을 간접적으로 감상했다. 꽉 쥐여진 주먹, 찡그린 얼굴, 오므라져 있는 발가락들, 단단히 닫혀 있는 엉덩이, 힘을 준 채 떨고 있는 아랫배. 가히 편집증적인 관찰이었다. 그 작고 흰 몸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런 경직은 변태인 나에게는 아름다운 행위예술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녀가 화장실에 갈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태연함을 가장한 채 그녀의 유방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가슴이 작은 편이어서 밑으로 쳐지지도 않았고 탄력도 좋았다.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길 때마다 유방이 순두부처럼 출렁거리다가 다시 원상 복귀했다. 그녀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나는 손가락에 눈물을 찍어 다시 유두를 튕겼다.

그러나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가 OK사인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개목걸이 줄을 잡고 그녀를 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에 앉혔다. 그리고 부우욱--- 소리와 함께 여자가 배설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지켜봤다. 좌악, 하며 배설물이 변기에 떨어졌다. 힘차게 떨어지던 폭포수가 끊기자 물처럼 묽은 잔변이 조로록, 하고 조금씩 떨어졌다. 그녀가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하얀 아랫배에 옴팡지게 박힌 배꼽이 실룩거렸다. 변의의 고통에 억눌려있던 수치심이 고개를 들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이런 게 관장의 매력인가 보다고, 나는 생각했다. 관장이 끝난 후의 항문은 불그스름하게 상기되어 국화빵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개목걸이를 풀어주고 함께 샤워를 했다. 실은 샤워라기보다는 내가 그녀를 구석구석 씻기는 것이었다. 마치 물건마냥. 그리고 그녀에게 내 몸의 비누칠을 명령했다. 바디샴푸를 흠뻑 머금은 부드러운 두 손이 내 겨드랑이, 남근, 고환, 남근과 고환 사이, 항문, 발가락 사이 등을 정성스레 미끄러져 지나갔다. 흑과 백의 조합이었다. 희고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내 빽빽한 음모와 거뭇한 성기 주변을 숭배하듯이 터치하는 미묘한 뉘앙스의 광경은 구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샤워가 끝나갈 때쯤 그녀가 소변보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부터 한 번도 소변을 본 적이 없다. 항문이 뱃속의 내용물을 쏟아낼 때에도 그것만큼은 참으라고 했기 때문이다.(이거 사실 매우 힘든 일이다. 여자들은 더 힘들겠지.)

마지막 플레이였다. 바로 개처럼 소변보기. 그녀는 화장실 바닥에 개처럼 엎드리고 한 쪽 다리를 들어 욕조 모서리에 걸쳤다. 수챗구멍을 조준한 자세였다. 급하다는 소변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 저, 빤히 보고 계시니까 부끄러워서...

나는 괜찮다고 달랬고 한 참 후에나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 무지개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면 더 보기 좋았을 테지만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피곤했는지 노란 색의 소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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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배설]은 SM의 대표적인 테마 중 하나다.
사진은 일본 SMer의 플레이 모습.

배설물을 씻겨내면서 샤워는 끝났고 나는 침대 위에서 그녀를 오랫동안 안고 쓰다듬어주었다. 아마 이마에 한 백 번은 키스를 한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매너, 내지는 센스라고 보면 된다. 엄하게 다그친 후에 따듯하게 달래주는 돔이 인기가 많다. 당시의 나는 그런 개념 없이 그냥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그랬던 거지만.

그리고 우리는 아주 정상적인 섹스를 했다. 물론 관계의 특성상 체위에 대한 선택권 따위에서 내가 더 이기적인 섹스를 할 수 있었지만. 하루 종일 발기되어 몸부림치던 내 남근은 드디어 정액사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숙원을 풀었다. 다시 샤워를 하고 밖을 나서니 이미 깜깜한 새벽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현실에 비상착륙한 느낌이었다. 술 취한 대학생들이 보도블럭에 앉아 주정을 부리고 있는 신천 거리로 돌아왔다. 우리는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걷다가 평범한 술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술에 취한 그녀는 나를 주인님 대신 오빠라고 불렀다.

- 오빠, 되게 재밌었어요.
- 음... 나의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에 복종하는 게?
- 그게 아니라, 실수투성이지만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 그랬구나...ㅡ.ㅡ

절대자가 되려던 나는 귀여운 바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 모텔 방에서 충분히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절대성은 두 사람이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지배자가 될 만한 인간으로 인정 받아야만 돔이든 주인이든 될 수가 있다. 덧붙여 그녀로부터, 섭은 돔이 SM 척척박사나 능숙한 반디지 아티스트, 닳고 닳은 경험자라고 해서 더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대부분의 섭은 초보건 고수건 상관없이 돔의 기질을 갖고 있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원한다.

그녀가 고백한 베스트 명장면은 거울을 이용한 플레이였다. 최악의 장면은 역시 끊어진 넝마 줄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뒤풀이는 무척 재미있었다. 죽은 듯 산 듯 말하고 움직이던 그녀가 생기 넘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은 신기하고 유쾌했다. 그녀의 말 중에 가장 생각나는 대목이 바로 회초리 자국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그날 엉덩이와 허벅지에 가득 그려진 회초리 자국을 며칠을 두고 감상할 것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따끔거리는 것도 자극적이지만 힘들거나 권태로울 때마다 거울에 매 자국을 비춰보면 기분전환이 된다나... 날이 지날수록 푸른색→보라색→검은색으로 변색돼가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단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옷으로 가려진 폭력의 흔적이 남들 눈에 혹시 띄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흥분된다고 한다. 그녀도 내추럴 본 변태였다.

 
[real BDSM] 변태가 되는 법_경험편              img #11 
스팽킹의 흔적
 
어설프고 촌스러운 나의 첫 플레이 경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긴 하루를 보낸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한 마리의 변태로 완성됐다. 이제 나는 완제품이다, 침대에 누워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가 2001년 늦가을이었다. 참고로 그 후로 오랫동안, 어머니는 화장을 하실 때마다 그 베스트 명장면에 등장한 아모레 손거울을 쓰셨다. 그냥 모텔에서 버릴 걸 그랬나 보다.

PS. 써 놓고 보니 글이 너무 길군요. 여기 등장한 [그녀]와 저의 대사들은 모두 기억에 근거에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잡다한 상황들이 있었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순서대로 모아 연결했습니다. 다음에 쓸 내용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처럼 늦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B급 야설을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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