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과거, 물을까 묻을까?  

애인의 과거, 물을까 묻을까?              img #1
영화 <레쓰링>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연인이 상대의 과거를 알고 싶어 안달일 것이다. 일부는 그걸 실행으로 옮기기도 한다. 감언이설로 살살 꾀어보기도 하고, 신경질적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세우기도 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애인의 과거 행적을 알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애인의 과거는 흔히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된다. 자칫 호기심으로 상자를 열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걸 보면 어딘가 닮긴 닮았다. 조그마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 성숙하지 못한 행위는 추한 '집착'으로 발전하고 당신들의 연애를 뿌리부터 갉아먹어 병들게 한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하지만 그 과거가 당신들의 연애에 긍정적인 자양분이 될지는 의문이다. 애인의 과거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궁금해하지도 말라. 듣고 나서 부랴부랴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찾아 헤매지도 말라. 호기심이라는 녀석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억누르는 게 상책이다. 명심하라. 호기심에 따르는 출혈은 생각보다 꽤 크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날아오는 애인의 질문에 쉬이 포획 당하지 말라. 무방비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낸 한 마디가 핑크빛이었던 당신의 연애를 순식간에 먹색으로 바꾸고, '이별'의 그림자를 드리울지도 모른다.
 
"자기는 몇 명이랑 만나봤어?" 

궁금하다. 이건 정말 궁금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모태솔로'가 아니고서야,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나눴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모태솔로'라 한들 짝사랑에 그쳤든 첫사랑 한 명쯤 없을 리 없다. 10대, 20대 초반이 아니고서야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과 연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부끄러워할 과거가 아니다. 

그런데 연인 사이에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혹시, 자기는 몇 명이랑 만나봤어?"라는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은 연락하는지, 스킨쉽은 어느 단계까지 갔는지, 나보다 잘났는지, 단둘이 여행은 가봤는지 등으로 말다툼 무한 루프가 가능하다. 자신의 과거는 추억이고, 상대방의 과거는 불순함이 되는 믿기 힘든 황당한 상황은 연인 간에 자주 발생한다. 과거 애인의 존재는 정말 모를수록 좋다. 

"혹시 클럽 같은 데도 가봤어?" 

소싯적 경험을 영웅담처럼 늘어놓길 좋아하는 이들이 걸려드는 것이 '부비트랩'이다.  클럽, 무도회장, 유흥업소 등 수위도 다양하다. "혹시 OO에도 가봤어?"로 무심한 듯 건넨 미끼를 덥석 물고 나면 어쩌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친구 생일 파티 때문에로 시작해서 '이제는 정말 안 가.'로 끝나는 길고 긴 변명은 무용지물이다. 

이런 식으로 노출된 당신의 경험 한 조각이 상대방 친구들의 술자리 안줏거리로 올라간 순간, 부풀고 부풀어 올라 어느덧 '문란한 사람'으로 규정돼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된 뒤에는 당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고, 꼬리를 무는 의심 횟수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뭐 어때, 요즘 다 하는데. 어디 했어?" 

과거에 비해 성형이 대중화되면서, 성형에 대한 의식이 달라졌다. '눈이랑 코는 기본, 그 정도는 수술도 아닌 시술 등의 이야기가 카페에서도 자연스레 들려온다. 성형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 프로그램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그런데 '성형'이 곁에 있는 내 애인에 적용됐을 경우엔 그 잣대가 유독 엄격해지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얼굴에 칼을 댔더라도, 내 애인은 절대 아닐 거라 굳게 믿는 이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술 부위를 간파하는데 유달리 취약한 남자들은 짐작이 아닌 확신인 경우가 많아서 자신들의 확신이 산산이 무너졌을 때 충격 여파가 크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의 애인이 성형수술에 대해 너그러움을 내비치며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의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놓더라도, "넌 어디 어디 했어?"라는 천진난만한 물음에 고해성사하듯 모든 수술 부위, 수술법, 비용까지 친절하게 털어놓는 것은 꾹 참아주길. 그 답변은 구분이 힘든 과거 사진과 함께 넣어두고 적절한 시기를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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