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쉐프 같았다
2019.12.02 12:49
영화 [SLUMS OF BEVERLY HILLS]
“쇠고기를 쓰는 애들도 있지만, 나는 육질이 유연한 돼지고기가 더 좋아. 심지는 최대한 딱딱해야 오래 쓸 수 있어. 호박은 전혀 무른 기가 없는 젊고 가느다란 걸로. 그 위에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둘둘 마는 거야. 뭐든 정성이 중요해. 두껍게 해서 한 번만 대강 말고 나면 금새 못 쓰게 돼. 감동도 덜하고…. 얇게 저며서 여러 번 말 수록 좋은데, 그게 또… 너무 얇으면 딱딱할 수 있거든. 실제 남자 피부처럼. 그걸 손가락으로 집었을 때 딸려 나오는 피부의 두께를 생각해봐. 이것도 딱 그 정도가 적당해. 그 정도 두께로 취향에 따라 두 바퀴에서 세 바퀴 정도로 마는 거야.”
자칭 딜도 제조 전문가, 노르웨이 출신의 M 양… 호박과 돼지고기를 조합해서 만든 페니스 모형에 사뭇 정성 어린 손길로 콘돔을 씌우며 그녀는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이제 거의 다 됐어. 물을 끓여서 살짝 식힌 다음 따끈하다 싶을 때 담그는 거야. 한 2~3분 정도? 딜도가 덥혀지는 동안 가만 있으면 안돼. 그 때 시작하는 거지. 몸을 달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잖아? 다 준비해 놓고 시작하면 딱 필요할 때쯤 딜도가 식는다고. 적당히 말랑하고 딱딱한 감촉도 중요하지만, 체온과 흡사한 온도가 사실 가장 중요한 관건이야.”
혼자 있을 때는 끼니도 라면이나 식은 밥으로 대충 때우는 나로서는 그녀의 바지런함이 존경스럽기 짝이 없다. 귀찮아서 팬티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 하는 누구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성이다.
“매번 이렇게 하니?” 라고 묻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노! 노! 매번 이렇게 하기는 힘들지.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재료도 필요하고… 그냥 플라스틱 딜도랑 바이브레이터로 때울 때도 있어. 근데 왠지 나는 기성품을 쓴다는 게 별로야. 좀 클래식하게 하고 싶을 때는 힘이 들어도 100% 수동으로 하기도 해.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샤워와 동시에 수압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하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멋진 마스터베이션을 하려고 노력하지. 내 몸을 최대한 호강시켜 주는 날이랄까? 섹스로 대체될 때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더라고. 여자가 뭘 좋아하는 지 아무리 말 해줘도 남자들은 잘 못 알아듣거든. 억지로 가르치느니 혼자 제대로 하는 게 더 나아. 은은한 촛불과 달콤한 코코넛 향… 나긋나긋한 재즈… 그리고 와인 한잔만 있으면 혼자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거기다 내 사이즈에 딱 맞는 최고급 육질의 딜도가 있으니 전혀 아쉬울 게 없지.”
그녀의 말을 듣다 보니, 한 달에 한번은 자신을 위해서 꼭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식사를 했다는 엄앵란 여사의 말이 떠올랐다. 호박에 고기를 마는 그녀를 보며 변태 같다고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한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나를 여자 취급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스스로를 방치하기 보다, 나라도 내 몸을 어루만지고 기쁘게 해 주었어야 했다.
저녁식사에도 그냥 이팅 서퍼(EATING SUPPER)가 있고, 다이닝(DINING) 이 있듯이, 섹스나 마스터베이션에도 단지 허기를 때우는 오르가슴 지향형이 있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미식가 형이 있다. 매일 저녁 멋진 다이닝을 즐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정성을 다해 맛있는 섹스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파트너가 없어도 괜찮다. 우리에겐 M양이 전수해 준 맛있는 딜도 레시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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