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바람 끼
2019.06.28 12:49
영화 <가시>
고등학생 때였다. 남 17세, 여 18세. 둘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어린데도 대담한 섹스를 즐겼고, 너무나도 혈기왕성할 때라 항상 불타는 섹스가 연속되었다. 그리고 어리고 순진했던 그 둘은 미래를 약속하게 된다.
"우리 졸업하면 결혼해서 너 닮은 아이, 나 닮은 아이 여럿 낳고 알콩달콩 잘 살자."
순수했던 시절이어서 가능했던 약속이었다. 그리고 1년 후 여자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너 요즘 수상해! 변한 것 같앙!"
"나... 사실... 다른 여자가 생겼어..."
역시 육감은 무시하지 못했다. 진짜였다. 울고불고 매달리며 무릎까지 꿇으며 내가 더 잘하겠노라며 붙잡았다. 남자는 매정했다. 바람난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여자가 끔찍이도 챙겼던 X동생이었다. 그 둘은 너무나도 뻔뻔하게 사랑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여자는 졸업했고, 그 남자를 잊고 열심히 살았다.
그 후 여자는 본인을 잘 따르던 후배들에 의해 그 남자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언니~ 그 남자애 또 딴 년이랑 바람났대요. 더 웃긴 건 바람난 상대가 X동생의 절친이래요."
그 후로도 그 남자는 바람녀1, 바람녀2, 바람녀3까지 만들고 홀연히 입대를 했다. 그러고 7년이 지난 며칠 전, 남자와 여자는 우연히 만나게 됐다. 여자는 친구들과 생일파티가 있어 술을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남자 역시 그 장소에 있었다.
"마셔라 마셔라 x2 술이 들어간다. 쮹쮹쮹쮹 x 2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내 어깨를 봐 탈골 됐자낭
아 탈골 탈골 탈골 탈골~"
어느덧 새벽 3시, 술집이 마감하며 2차를 가기 위해 술집을 나왔다. 여자가 택시를 잡아탄 순간 남자가 뒤에 따라 탔고 택시는 문이 닫히고 출발했다. 그리고는 우여곡절 끝에 남자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어색했다. 잘 지냈느냐 안부를 물었다. 7년간 못 봤던 사이여서 여자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 남자가 말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여자의 귀엔 삐- 소리가 들렸다.
뭐랄까? 한 대 맞은 기분이랄까? 어이가 없었다. 여자는 말했다.
"네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이야... 네가 준 상처를 내가 어떻게 어렵게 지우고 살아온 지 알아?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
이러쿵저러쿵 지난 날의 감정들을 쏟아내며 여자는 울었다. 10년 동안 맺힌 응어리를 풀어냈다. 그 뒤로 많은 대화를 했지만, 술이 기억을 지웠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고 여자는 그 집에서 빠져나왔다.
2주 후 그 남자는 22살의 어린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여자는 또 속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자의 바람기는 쉽게 고칠 수 없나 봅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울고 웃고 했던 때가 살짝 그리워지기도 해요.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이 모든 것은 바람 같은 거니까요. 살다보니 참 이 사람 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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