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플레이보이
2019.10.11 00:49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중
섹스를 하게 되고 성을 알고 남자를 알게 되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성의 문화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애정표현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섹스 말고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랑의 표현
사랑을 받고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알던 섹스였지만 원나잇과 분륜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는 그런 세상
소비성 재미 다음날 뜨거운 태양과 함께 타버리는 것
오로지 욕구 분출만이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는 것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
한때 나에게 섹스는 성스러움과 더러움
매우 극단적으로 밖에 생각하질 못했다.
내 지금 섹파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와 나는 만난 지 2년이 넘었다. 나랑 그는 섹스 하는 날이 아니면 연락할 일이 없다. 그가 평소에 무얼 하던 내가 평소에 무얼 하건 마음 쓰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나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존재다.
애초에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 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난 아직 어리고 더 상처받아도 되고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하니까. 섹파 따위 필요 없었다.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사랑을 나누면 되기에.
그는 나이가 많고 약았다. 마음을 다 주지 않고도 사랑하는 법을 알고 마음이 닳고 닳아 순수한 열정 따위 없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으며 상처받지 않는 법도 안다.
그럼에도 뜨거운 섹스를 원한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였다. 그는 계속 나를 찾았고 나는 너무 심심할 때만 그를 찾아주었다. 나를 노리개로 생각할 수도 있겠고 이용만 하려 든다 생각들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한번도 자존심이 상하질 않았다.
섹스를 위한 시답잖은 가식 알아보는 게 내 전문인데? 엔조이 경험이 몇 번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를 찾아가면 그는 나를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준다. 여자 경험이 많다고 해서 아는 스킬이 많다고 해서 오래하고 능숙하다 해서 다 플레이보이가 아니다. 내가 지금 만나는 그가 진짜 플레이보이다. 정확히 무엇인지 집어낼 순 없지만 관계할 때의 예의가 굉장히 바르다.
그의 섹스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는 나의 상태를 본다. 거칠고 뜨겁고 더러운 욕망이 한데 뒤섞일 때도 있고 사랑처럼… 사랑할 때도 있다. 하루 종일 너무 힘들고 지쳐 울음조차 안 나오는 그런 날 그가 날 찾았지만 도무지 섹스 할 기분이 아니었다. 밤새 누군가에게 안겨있고 싶은 날… 그냥 억지로 한번하고 안겨서 잠들 생각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는 나를 위로했다.
섹스로 내가 여자임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고 모든걸 잊게 해주는 그런 섹스를 그는 진짜 완벽한 플레이보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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