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SM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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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숙소에서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
(사진 공개는 그녀의 동의를 구한 것이다.)

가자, 태국으로

나는 요즘 한 여성을 만나고 있고, 그녀와 본격적인 D/s 관계는 아니지만 우리의 관계에 SM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 칼럼에서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었다. (저번에는 그녀와 애널조교 플레이를 한 이야기도 했다.) 얼마 전 나는 그녀와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태국에서도 SM 라이프는 이어졌으니, 이번에는 두 편에 걸쳐 태국에서의 SM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사실 비행기에 오르기 며칠 전까지, 여행에 관해 계획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 때 우리는 종로의 한 모텔에서 뒹굴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여름 휴가를 며칠 앞두고 있었는데, 특별한 계획 없이 이 모텔 저 모텔을 들락거리는 걸로 휴가를 보내는 대신 어딘가로 떠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즉시 태국을 생각해냈다. '태국은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이야기도 있잖은가.

모텔방에 비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으로 여행정보를 알아보다가 성수기임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의 항공권을 발견, 생각할 것도 없이 해당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티켓을 예약했다. 우리는 뭔가를 질러버렸다는 만족감에 겨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어떤 물품을 준비해 가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준비 기간은 며칠밖에 없었던 데 비해 준비물은 은근히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콘돔'이었다.

불타는 남녀사이라면 당연히 콘돔은 충분히 준비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평소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콘돔을 쓰곤 했다. 내가 대단한 정력가라서가 아니다. SM엔 일반적인 섹스보다 콘돔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지난편에 썼던 것과 같이 애널 플레이를 한다고 하자. 애널 딜도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씌우는 것이 좋은데(딜도 뿐 아니라 모든 명랑완구와 기구들은 콘돔을 씌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질에 들어갔던 것을 항문에 넣는 것은 상관 없지만 항문에 한 번 들어갔던 것을 질에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따라서 애널 딜도를 질과 항문에 수차례 넣다 빼기 위해서는 적어도 콘돔을 두 개 이상 갈아 끼워야 한다.

또한 섭을 반디지 해 놓고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음부를 공략한다고 해 보자. 이 바이브레이터에도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음부와 직접 맞닿거나 질 속에 들어가는 진동부분을 손으로 주무르거나 온갖 것이 들어있는 가방 속에서 꺼내 바로 여성의 몸 속으로 찔러 넣으면 감염의 위험이 있다. 당연히 콘돔을 씌워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데, 이 때 콘돔까지 질 안에 쏙 들어가면 상황이 난감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의 삽입 섹스에도 콘돔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섹스가 포함된 한 번의 SM 플레이를 할 때 최소한 3개 정도의 콘돔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콘돔을 확보하기로 했다. 태국 현지에서도 조달할 수 있긴 하지만 대량구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는 데다가 태국의 콘돔 값은 한국보다 싸지 않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사기도 하고 얻기도 하서 콘돔을 모았고 다음 사진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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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각자 구해온 콘돔을 숙소 침대에 뿌려놓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여행의 첫 이정표는 콘돔으로.

콘돔 이야기는 이 정도 하기로 하고, 이제 여행 이야기를 해 보자. 태국이 여행의 시작과 끝이라면, 태국 여행의 시작과 끝은 방콕이며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방콕 북서부의 타논 카오산(카오산로드)이다. 카오산 지역은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찾는 여행의 주요 거점 중 하나다. 우리 역시 태국 여행의 스타트를 카오산로드에서 끊었다. 처음 찾은 숙소에서 짐을 풀고나서 우리에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바로 개목걸이에 관한 것이었다.

태국에서 SM 하기

나는 여행 전날 애완용품 도매점을 찾아 그녀의 목에 채울 중형견(犬)용 개목걸이를 하나 샀다. 그런데 막상 태국에 도착해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산 개목걸이가 그녀의 목에 너무 컸다는 것이다. 나는 준비해 간 등산용 칼로 가죽줄에 금속제 고리가 들어갈 구멍 하나를 뚫어보려고 애를 썼으나 헛수고였다. 그 개목걸이를 추천했던 애완용품점 주인의 말만 귓가에 맴돌 뿐이었다.

- 명품입니다. 엄청 질기고 좋은 가죽이에요. 절대 찢어지거나 상하지 않습니다.

SM용 개목걸이는 섭의 목에 딱 맞아야 하는데 낭패였다. 이래서야 개목걸이가 주는 구속감을 살릴 수 없었다. 등산용 칼을 들고 구멍을 뚫어보려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한 채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목에 맞지 않는 헐렁한 개목걸이를 착용한 채였다. 참고로 그녀는 여행 기간 내내 안에서나 밖에서나 개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이 차림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호텔숙박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이 아닌 한 태국의 여행지에는 미국과 유럽의 히피들이 충분히 득실거린다. 이소룡 추종자쯤으로 보이는 백인들이 한자 문신을 새긴 상반신을 내놓고 길거리에서 봉술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개목걸이 쯤이야.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고 번화가에서 떨어진 한산한 길을 걷다가 운 좋게도 가죽 세공을 하는 노점 상인을 발견했다. 영어를 아무리 잘 한다 해도 문제는 발음이다(물론 우리가 영어를 그리 잘 하지도 못했다). 상인은 태국식 발음으로, 우리는 콩글리시 발음으로 서로 한참을 헤맨 끝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그녀의 개목걸이에 구멍 하나를 더 뚫어주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확실히 가죽세공사는 전문가였다. 내가 수십여분 간이나 낑낑대던 것을 1, 2분만에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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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개목걸이를 손보고 있는 카오산로드의 가죽세공사.
(사진이 많이 흔들렸으니 고개를 흔들며 보시라.)

그런데 현지인들이 외국인들의 지갑을 꺼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카오산로드에서 그는 짧은 영어로 '구멍 하나일 뿐'이라 말하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려 했다. 선량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밀었던 지폐를 손으로 밀어내니 마음이 마구 따뜻해지는 것이 아닌가. 미담이라면 미담이지만 그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우리가 변태인지를 알았다면 그는 돈을 받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어쨌든 태국에서의 SM은 잘 풀려가는 듯했다.

이삼일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하루 정도 쉬자 여독이 풀리면서 슬슬 SM 플레이가 하고 싶어졌다. 그 때 우리는 카오산로드와 인접해 있지만 훨씬 조용한 거리에 있는, 여행자용 숙소에 묵고 있었다. 목조주택을 개조한 2층 숙소였고 우리의 방은 2층에 있었다. 여행자들도 붐비는 이런 숙박업소에서, 그것도 방음이 허술한 나무로 된 건물에서 격렬한 SM 플레이를 한다면 누군가가 알아챌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 욕망에 들끓고 있었던 우리는 SM을 감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어차피 외국인들인데 무슨 일 있을라구, 하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위험한 오산이었지만 그 때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절하며 '벌을 내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플레이의 시작을 알렸다. 일단은 맨손 스팽킹으로 시작했다. 나는 스팽킹을 할 때 맨손을 선호하는데, 첫째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아닌 사람의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상처 자국도 남지 않고 피부 건강에도 안전하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아파서 이외로 효과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손에 부딪히며 물결치는 맨살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나서 그녀의 목에 개목걸이를 채워 사슬을 연결했다. 사슬을 당기며 그녀의 얼굴을 내 신체 곳곳-발, 성기, 성기 주변과 항문-에 갖다 댔다. 혀로 애무하라는 뜻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끌려가는 곳을 열심히 핥았다. 확실히 개목걸이는 SM에 편리한 기본 아이템이다. 게다가 짤랑거리는 사슬 소리에 SMer들은 자극받게 마련이다.

나는 가죽 허리띠로 그녀의 등과 허리께를 내려치면서 이런 저런 명령을 내렸다. - 고환과 남근 사이를 혀로 핥아올려라, 항문을 혀끝으로 꾹꾹 눌러라. 하는 식의 명령이었다. 여행짐을 꾸리면서 채찍 따위를 따로 챙기기가 주체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채찍질에 적합한 혁대를 챙겨갔다. 어차피 허리에 차고 다니는 것이니 일석이조였다. 채찍질에 적합한 혁대란 가죽으로 되어 있으면서 평평하고 부드러우며 형태가 단순한 것을 말한다. 금속제 장식이 있거나 스티치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은 피부를 상하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 풍의 가볍고 딱딱한 재질의 것도 좋지 않은데 오히려 더 아프고, 상처도 잘 난다.

그리고는 그녀를 엎드리게 한 뒤 양손을 침대의 철제 헤드에 묶어 고정시켰다. 나에겐 언제나 고난이도인 반디지였다. 하지만 단촐한 여행짐에 반디지용 면로프나 마로프를 추가하기는 어려웠다. 이 때 등장한 반디지 재료가 또 가관인데, 바로 반바지의 허리 부분 라인에서 빼낸 허리 고정용 끈이었다. 그래도 면으로 된 비교적 안전한 용품(?)이었고 짧지만 기본적인 반디지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없이 그녀의 양손을 결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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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이 결박된 모습. 짧은 줄이었기 때문에 철제 헤드를 이용했다.

위 사진에 담긴 장면의 상태에서 다시 스팽킹을 했고 이번엔 강도를 좀 더 높여 그녀의 등과 얼굴, 허벅지와 발이 새빨갛게 물들게 했다. 이 때 한 대 맞을 때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이라고 외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후배위 삽입을 시도했다. 남근과 음부의 위치와 각도가 그리 편하지 않은 자세였기 때문에 무리 없는 삽입을 위해서 질액이 충분히 분비되었는지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세로로 갈라진 그녀의 음부 틈새를 훑었다. 미끈하고 반투명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충분한 양이었다. 나는 그것을 그녀의 항문에 발랐다. 그녀로 하여금 수치감을 느끼게 하고 항문섹스의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게끔 하려는 행동이었다. 나의 귀두를 그녀의 질 입구에 맞춰 갔다 댔다. 그리고 엉덩이에 힘을 실어 성기를 천천히 밀어넣었다.

- 으으윽.

불편한 자세 때문에 질 안이 조여져 있던 그녀가 고통이 섞인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개목걸이에 연결된 체인을 잡아당기며 엄살부리지 말라며 다그쳤다. 그리고 두 세 번의 삽입운동을 하고 있는 찰나...

SM 현장에 들이닥친 나체의 백인 남자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는 골목길이 내다보이는 베란다가 딸려 있었는데, 베란다 쪽으로 통하는 문이 끼이익 하고 열리더니 알몸의 백인 남성 두 명이 우리의 방에 난입한 것이었다!

녀석들이 괴성을 질러대는 통에 나는 순간적으로 얼이 빠졌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우리의 방 문을 열고 들어와 저희들끼리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껄이며 침대를 두드리고 낄낄대는 두 명의 백인 남성, 게다가 그들은 옷을 벗은 채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발기되어 있던 나의 남근이 다시 작아지는 데는 1초면 충분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그녀는 알몸으로 엎드린 채 침대에 묶여 있었다. 내가 나서서 무슨 행동이든 취해야 했다. 일단 그녀의 몸 속으로 삽입해 들어간 성기를 빼고 녀석들과 대치했다.

나는 어지간한 백인들 보다 키가 크고 덩치도 큰 편이다. 이곳에서 만난 백인 여행자들 중에서 나보다 큰 녀석은 많지 않았고 이때 우리 방에 침입한 녀석들은 나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겁내지 않았다. 침입자들은 도리어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웃어대었다.

이 때 내가 얼떨결에 했던 첫 마디는 정말이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 What is your name?

녀석들은 당연히 대답이 없었다. 마침 플레이 중의 그녀를 찍던 사진기가 내 손에 들려 있었는데, 나는 황급히 녀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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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침입자들...

침입자들의 정체는 옆 방에 묵고 있는 미국인 부부의 두 쌍둥이 아들녀석들이었다. 이 방과 우리의 방은 베란다가 연결되어 있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녀석들이었는데, 정말이지 대책 없이 까부는 녀석들이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 묶여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나는 우리의 방을 헤집고 뛰어다니는 이 녀석들을 쫒아내느라고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녀석들은 엎드려 있는 그녀의 몸을 마구 뛰어넘으며 도망쳤다.

그렇게 애를 써도 안 사라지던 녀석들은 옆 방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Come on!' 한 마디에 쪼르르 달려나갔다. 나쁜 넘들...

문을 걸어 잠그고 나니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어쨌든 플레이는 계속해야 했다. 수직낙하한 성감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그녀는 아까만큼의 매를 한 번 더 맞아야 했다. 그리고 다시 삽입. 그렇게 플레이에 이은 섹스가 어렵게 끝났다. 오르가즘 후 필로우 토킹을 하다가 문득 창밖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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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고 있다.

쌍둥이 중 한 녀석이 심각한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녀석이니까 우리가 뭘 했는지 이해하진 않았겠지. 제발 이해하지 말아다오. 오늘 칼럼의 결론은, 태국에서의 SM은 다사다난했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태국의 대표적인 환락가 팟퐁의 SM 클럽 방문기를 올려볼 생각이다. 자 그럼,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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