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의미 없는’ 외도는 없다
결혼 2년차인 어떤 부인이 결혼 후 지금까지 성관계 횟수가 열손가락 안에 든다며 병원을 찾았다. 남편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피곤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따로 상담을 해보니 그는 옛 애인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옛 애인과는 단지 섹스만 할 뿐이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외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자는 “한 두 번쯤 바람 안 피우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라고 반문한다.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이건 단지 섹스일 뿐이야, 별 의미는 없어.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해”라며 섹스와 사랑을 분리시키는 남자들이 있다. 이것은 남자에게 있어 섹스의 본질을 부인하는 말이다.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로 연결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면 그 여자가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섹스를 하지 않는 아내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단점들까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모든 것에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결국 사랑하는 마음도 없어질 뿐더러 관계 또한 좋지 않게 된다. 이것은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다른 사람은 배척해야 안정감을 찾는 우리의 뇌구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외도하는 남편이 아내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왜 외도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사례와 같이 섹스에 대한 사고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고, 과거 자신의 부모가 외도하는 것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여자를 단순히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고, 하룻밤의 외도에서부터 습관성 외도까지 이유도 방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내가 받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그 고통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고통을 겪게 된다. 구토, 설사, 속쓰림 등 단순한 위장장애에서부터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과 같은 엄청난 고통까지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배신감 때문에 극심한 분노를 느끼는데 깨어 있는 매순간 이를 곱씹게 되어 온몸이 아프기도 한다. 또 쉽게 잠도 들기 어렵기 때문에 몸이 망가진다.
그나마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진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은 서로에게 충실하기로 약속하고, 그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믿음이 깨지는 순간,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존재가 짓밟히고, 없어진 것 같은 견딜 수 없는 공허감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싫고 귀찮아져 점점 삶의 의욕을 잃어간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또는 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하면 정신분열증까지 나타난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실제로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평소 배우자를 굳게 믿었던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렇듯 외도는 부부가 살면서 배우자에게 줄 수 있는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큰 고통이 배우자의 외도다. 남에게도 줘서는 안 되는 이런 극심한 고통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따라서 외도라는 유혹이 손짓을 하면 남편들은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딴 여자에게 마음을 주면 내 아내는 죽는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