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은 왜 아내와의 잠자리를 싫어할까?
왜 나랑은 안 자냐고? 그건 너한테 물어야지”
아주 흔한 말로 ‘의무 방어전’이라고들 표현한다. 아내와의 섹스는 억지로 한다는 얘기다. 어쩌다 편한 술자리에서 ‘아내를 보고 흥분했다’고 털어놓으면, 친구들은 제3세계 동물 보듯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아내와 섹스할 때 매번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남편도 있을 것. 반면, 아내와 자기 싫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남편도 있다. 도대체 왜 싫은 걸까?
아내가 최소한 여자로는 보여야
드라마나 현실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다. 남편이 출근 전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데 아내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볼일을 보는 것. 또 아내는 볼일을 보면서 화장실 문을 떡하니 열어놓는다. 기가 막힌 남편이 뭐라고 한마디 하자, ‘화장실 둘 딸린 집으로 이사 갈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왜 말이 많냐’는 식으로 대꾸를 한다.
부부가 살다 보면 편해지는 건 당연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편은 아내를 여자로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신비감은커녕 더 이상 아내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 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도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부부들은 스와핑도 한다는데 그것도 보통 부부들 사이에서는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일일 뿐이다. 왜 부부 사이엔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욕구가 금세 사그라들고 마는 걸까? 진짜로 궁금한 마음에 남편들에게 물어봤다.
●책임전가형 아내
“오르가슴은 남자 책임이라고?”
섹스도 어차피 즐기려고 하는 게임 아닌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게임인데 왜 늘 오르가슴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나만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르가슴도 연구와 노력,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아내는 전적으로 남자가 주도하길 바란다. 상당한 압박감 속에서 관계를 갖다 보니 악순환만 계속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심지어 섹스 후 ‘별로야’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아내의 눈치만 보기 바쁜데 누가 섹스를 하고 싶겠는가. 이형철(32·PD)
“수동적인 아내, 언제까지 그럴 거야?”
남자가 무슨 섹스머신도 아니고… 아이들 일이라면 뭐든지 척척 해내는 아내지만, 왠지 잠자리에서만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집 부인들은 야한 속옷도 입고 침대에서 섹시하게 연출도 잘한다는데. 왜 그렇게 시큰둥하냐고 반응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아내는 버럭 ‘내가 무슨 술집 여자냐’하면서 오히려 화를 낸다. 한번은 섹스할 때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가 일주일 내내 과거를 추궁당했다. 조성민(36·기자)
●인내요구형 아내
“정신적으로만 사랑하라고?”
살다 보면 섹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일 때가 종종 생긴다. 아내가 생리 중일 때도 그렇고, 임신 중에도 잠자리를 갖기 힘들 때가 있다. 아내는 연애 때부터 참는 게 미덕이며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주장해 왔다. 물론 임신 중 아내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참고 기다리는 인내를 발휘하겠지만,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욕구로 인해 스스로 괴로울 때가 있다. 섹스가 꼭 삽입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섹스를 못할 때는 배설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고 배려라고 생각한다.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들… 삽입 말고도 수십 가지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김용진(37·펀드매니저)
“아직도 멀었어?”
아내와의 결혼도 이제 1년이 넘는다. 여자들은 남자와 달리 몸이 열리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프다는 얘기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건지? 얼마나 애무를 오래 해줘야 몸이 반응하는 걸까. 일 마치고 돌아와 피곤해 죽겠는데 이럴 땐 솔직히 전희 없이 곧바로 아내 몸에 들어가고 싶다.
매번 그러겠다는 것도 아니고… 너무 피곤할 때는 아내의 서비스만 받고 싶을 때도 있다. 앞으로 몇 십년을 같이 살 텐데 매번 분위기 잡고 완벽한 애무를 해주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가끔 서로의 컨디션에 맞는 전희와 섹스를 했으면 좋겠다. 최민형(28·대학원생)
●터프 돌진형 아내
“남자지만 살살 다뤄주면 좋겠어”
남자도 예민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남자도 사람인지라 아플 때가 있다. 남자 몸은 쇳덩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아주 터프한 편이다. 결혼 후 첫 경험을 나와 했고, 남자 몸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다. 하지만 젖꼭지를 애무할 때 무지막지하게 깨물 때가 있다. 고환을 세게 쥐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아내는 자신이 그러는 것처럼, 나 역시 변강쇠라도 된 듯 터프하게 다뤄주길 바란다. 자신의 스타일에 나를 맞추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어쩌다 아프다고 하면 엄살 부린다며 오히려 화를 내는 무서운 아내. 그래서 이제는 섹스도 얘기도 모두 하기 싫다. 김남수(35·웹마스터)
●노력부족형 아내
“무신경한 속옷, 짜증납니다”
뱃살이 축 처졌다느니… 코털 좀 깎으라느니… 만날 잔소리하는 아내. 하지만 정작 자신은 늘어진 브래지어와 시장표 꽃무늬 팬티를 고수한다. 섹스를 하려면 최소한 아내가 여자로 보여야 하는데, 아내의 속옷을 보면 억척 아줌마나 심지어 우리 할머니의 추억이 떠오른다. 야한 속옷까지는 아니더라도, 꽃무늬 말고 센스 있는 속옷 정도는 입어줘야…. 문용관(42·식당 운영)
아내도 바란다 “이럴 땐 남편이랑 하기 싫다!!”
“섹스 후가 더 중요해요”
남편과의 섹스가 끝나면 그 쾌감이 오랫동안 남아 있길 바란다.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편은 섹스 뒤에 담배를 피우러 확 나가버리거나 언제 사랑을 나누었는지도 모르게 금세 곯아떨어져 버린다. 섹스 후 5분만 남편이 안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게 힘든 것인가?
“당신, 변태 같아”
똑같은 체위에 똑같은 스타일로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이상한 포즈를 요구할 때 갑자기 하기 싫어진다. 어렵고 힘든 체위를 해야 오르가슴을 느끼는 건 아니다. 편안한 섹스, 오히려 여자들은 이런 기분이 들 때 더 흥분한다.
“언제까지 ‘미안해 다음에 잘할게’ 그럴 거야?”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도 짜증난다.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리는 남편. 아내가 원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힘없는 남편이, 과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거기 말고, 다른 데도 있잖아”
남편의 애무 부위는 늘 똑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만 애무할 뿐 아내가 어디를 어떻게 만져주길 바라는지엔 관심도 없다. 가슴 엉덩이만 늘 집중공략 당한다. 늘 만지는 그곳 외에 다양한 곳을 애무해보면 어떨까. 발가락도 좋고 어떤 날은 무릎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