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소리 내는 남자들

서 우러나오는 음 아가 아니더라도 여자의 간드러지는 소리로 발기를 조절한다는 남자들이 있으니 좋던 싫던 여자의 신음소리는 안하면 안되는 섹스의 의무조항 같은 거다.



아, 팔 아프다 이 남자 오늘 무척 피곤해 해서 일찍 자리에 눕혔더니 할 듯 말 듯, 사람을 건드리다 말다 한다. 뭘 좀 어떻게 해보라는 뜻이다. 피곤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은 뭘 해도 힘만 빼다 만다. 그래도 그렇지 양반 다리 하고 앉아서 벌써 30분째 팔목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같은 동작만 계속 하고 있다. 거기다가 오디오 효과까지, 이게 뭐 하는 짓이람 기를 쓰고 마지막 힘을 주더니 이내 쓰러졌다. 평소에도 말이 없는 남자지만 침대 위에서는 더더욱 여자를 외롭게 만드는 남자다. 애인과 아내의 차이가 이런 건가?



침대 위에서 신음 소리를 잘 내는 남자를 알고 있다. 침대 밖에서도 귓속말로 여자를 전율하게 한다. 문득 등뒤로 와서 귓가에 속삭이고 얼른 자리를 뜨곤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살짝 주위를 돌아보고 나서 주저 없이 널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말하며 입술을 겹쳤다. 둘만의 공간으로 달려가는 동안 거친 숨소리를 멈추지 않고, 이윽고 섹스가 시작되면 여자가 손을 대는 곳마다 다른 종류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마디로 참 말이 많은 남자다.




남녀가 섹스 시 심장 박동수는 서로 다르지 않다. 평상시 심박동 수는 분당 70회지만 오르가슴 시에는 심장의 한계치인 분당 180회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호흡은 남자가 평소의 3배로 증가하고 여자는 그 횟수가 조금 더 늘어나는 것뿐, 남녀가 숨이 가빠지는 정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의 성욕이 충동적이고 더 즉각적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게 남녀의 차이를 둘 말은 아니지 않을까. 여자는 드러내지 않는 것뿐이지 성욕의 반응은 다를 바 없다. 신음소리에 남자가 더 흥분을 한다는 법은 없다는 뜻이다. 신음 소리를 내는 남자가 얼마나 여자를 흥분시는지 알까?



육감적인 몸매의 남자가 속옷을 찢으며 웨이브치는 하반신을 브라운관에 들이대고 숨을 몰아 내쉬고 있다. 그가 무슨 노래를 하고 있는지 순간 가마득해졌다. 이 가수는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유혹하고 있잖아 아닌 듯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수많은 여인들이 중독된 듯이 그 음악을 되돌려 듣고 흥분했었다는 풍문이 있었다. 그 말 많은 남자도 여자를 사랑하는 동안 한시도 틈을 주지 않고 지껄였다. 혼자만의 신음뿐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해. 너무 좋다고 말해, 큰소리로 더 큰소리로! 여자가 민망해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소리를 해보라고 자꾸 부추긴다. 너무 좋아라고 했더니 그래 그렇게라고 하며 반응한다.



드르렁 어머나, 이 남자 코를 곤다. 잠이 든 모양이다. 같은 입에서 나오는 소린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그래 이것도 신음은 신음소리다. 식식 거리며 내 뱉는 숨소리에 어디서 드셨는지 파전 내음도 그득하다. 그렇게 맨 정신에 침대에서 보자고 해도 늘 한잔 걸치고 오는 이 남자. 사실 과거에 그 말 많던 남자가 이 남자다. 언제나 말 많던 그때로 되돌아 와줄까? 침대에서 과묵한 남자 정말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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