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도 뜨거울 수 있을까  

화장실에서도 뜨거울 수 있을까              img #1
영화 [이별계약]
 
한 TV 프로그램에서 남녀 패널들을 대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장소, 하기 싫은 장소에 대해 조사했었다. 다른 순위들은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자들이 하기 싫은 장소 1위는 단연 '화장실'이었다. 일단 화장실 하면 뭔가 냄새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고, 두 번째는 누군가 들어올까 또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일 것 같다.
 
남자들은 그러나 화장실에서의 섹스를 꿈꾼다. 아니 어릴 때 그랬던 것 같다. 뭔가 필이 확 꽂혔을 때 망설이지 말고 주변의 가까운 화장실로 손을 잡고 뛰어들어가 급하게 상대의 팬티만 내린 채로 뒤로 돌려 후배위로 미친 듯이 펌핑하는 그 상상. 상대는 신음이 빠져나올까 봐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속으로 삼키는 그 음탕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남자를 더 자극하는 것 같다.
 
꽤 오래전에 작은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 당시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남자 3명, 여자 3명의 친구끼리 가끔 클럽을 정기적으로 가는 모임을 만들었었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닌 그냥 편하게 친구들끼리 하는 술자리를 클럽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는 정도의 모임이었으며, 말 그대로 썸 보다는 친구 관계가 더 어울리는 그런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중 나에게 관심을 조금씩 보이는 한 친구가 있었다. 살짝 통통한 듯 글래머러스한 외모에 말을 조곤조곤 차분하게 하는 친구였으며 눈화장을 예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친구였다. 어느 정도의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그 친구도 적극적이지는 않았고, 나 역시 한창 순진했을 때인지라 딱히 작업하거나 자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술이라는 게 역사를 만드는 것 같다. 3번 정도쯤 클럽을 같이 간 날 그 친구는 1차에서 술을 꽤 마신 상태였고, 나 역시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술을 좀 마시게 되었다. 친구들끼리 우르르 갔지만, 어쩌다 보니 둘이서만 따로 떨어져 나와 눈빛과 스킨십을 나누며 춤을 추고 있었으며 사람들이 보든 말든 나의 그곳을 엉덩이에 밀착한 채로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탐하며 간간히 목덜미와 귓불을 나의 부드러운 혀끝으로 맛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난 그녀의 손을 잡고 무작정 화장실로 이끌었다. 아마 여자 화장실을 아니었으리라. 그랬다면 들어가다가 귓 방망이를 맞았을 듯. 그곳은 지금의 홍대나 강남클럽처럼 대형클럽이 아닌 2층에 위치한 작은 바와 클럽을 함께 하는 소형 클럽이었다. 그래서 화장실도 매우 작았던 것으로 기억하며 남자화장실은 변기 한 칸. 그리고 오픈된 소변기 하나와 세면대 정도가 있는 그런 작은 화장실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갔을 때 그곳에 누가 있었었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무작정 그녀의 손을 이끌고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그녀를 벽에 밀친 채로 혀를 뽑아 먹을 듯이 키스하며, 오른손으로는 가슴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파여있는 티셔츠를 입었으며 그 위로 살짝 드러난 풍만한 가슴이 춤을 추는 내내 나를 자극하였기 때문이었다. 한 손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큰 가슴이었으며, 어느새 입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유두를 미친 듯이 빨고 있었다.
 
이제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청바지 단추만 푼 채로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보지는 내 손가락과 함께 점점 더 젖어가고 있었다. 작은 신음을 내지 않으려는 채 그녀는 스스로 입을 막았고, 밖에서 문소리나 누가 들어오는 기척이 날 때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움직이지 않고 정적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고, 이미 늦은 것을 체념한 듯 서로 천천히 섹스란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눈을 마주 보면서 서로에게 몸을 허락한다는 듯한 무언의 합의 하였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같이 움직였다. 청바지를 무릎까지만 내리고 그녀는 뒤로 돌아서 변기의 높은 곳을 잡았고 무릎은 뚜껑이 덮인 곳에 가지런히 모아서 음탕하게 젖어있는 엉덩이를 내 쪽으로 돌려 섰다. 그리고선 애절한 눈빛으로 어서 넣어달라고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눈빛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가장 자극되어 하는 자세를 취한 채 나를 보는 그 표정과 느낌. 그곳이 화장실이란 것은 잊어버린 듯했다. 그냥 섹스에 취해 감정에 취해 아직도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순간이 되었다.
 
뜨겁게 섹스하고 밖에 아무도 없을 조용해진 틈을 타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그사이에 우리를 찾고 있었으며, 우린 술에 취해서 편의점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대고 넘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 화장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문 앞에서 대화를 한참 하다가 나간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냥 그때는 짜릿했다는 것밖에는. 본능에 이끌렸다는 것밖에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장소 1위일지라도, 평소에 하고 싶지 않은 장소와 시간일지라도, 상대방과의 짜릿한 그 무언가를 넘어 서게 되면 장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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