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떠난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2019.08.30 00:49
영화 <밤과 낮>
취미가 독서인 나는 정기적으로 독서토론을 한다. 그 독서 모임의 가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만나고, 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만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 공유와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어 참 좋다.
새로운 여자가 있었다. 그 분은 나이가 20대 중반 이었고, 또 미술을 전공했다. 우린 독서 토론을 마치고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뒤풀이는 한 조금한 맥주 집에서 했는데, 마침 그녀와 나는 같이 앉게 되었다. 나는 이런 저런 얘기 중에 그녀가 오르가즘에 빨리 도달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라면 나와 섹스를 해도 좋을 거 같다.’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새벽 두시였다. 그래서 사람들도 다 나갈 채비를 끝내고 나와 그녀도 나갈 준비를 끝냈다.
"모텔을 가셔야 하지 않나요?"
그녀가 대뜸 물었고,
"그... 그래야죠."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텔이 어디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사람들이 나를 챙긴다며, 차를 태워 준 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자식들은 왜 훼방을 놓는거지ㅠ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다른 무리에 휩싸였고, 나와는 멀어졌다. 나는 사람들의 호의를 뿌리치고 그녀를 따라갔다. 막 출발하려는 택시에 가까스로 올라탈 수 있었다.
그녀의 집은 마포였고, 그 택시는 마포를 향했다. 나는 그녀한테 야한 말을 했고, '나는 당신과 재밌게 섹스를 하고 싶다'고 암묵적 신호를 보냈다. 모텔로 가고 싶다는 말은 못 하고, 그녀가 아까 자꾸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녀는 아까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하품을 했고 졸린 기색을 보이며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았다. 택시가 마포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그녀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나는 그녀가 소개한 사우나에서 머물렀다.
이미 떠난 배는 다시 오지 않았다. 나는 닭 쫒던 고양이가 된 것이다. 그녀와의 섹스가 그렇게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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