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섹스해요
2019.08.31 00:49
영화 <엑스 마키나>
지난 주에 본 감동적인 야동의 클라이막스를 혼자서 떠올리고 있던 오후. 문득 시간이 지나 내가 중년이 된다면 어떤 섹스를 하게 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잡스는 문득 대박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는데 지랄 맞은 관음증인지 뭔지 나는 그런 뜬금포를 터뜨렸다.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까 미래의 이야기다. SF(Science Fiction)소설을 좋아하는 필자이긴 한데, SF-야설은 듣도 보도 못했고, 그나마 나오는 이야기래 봤자 미래를 배경으로 한 뒤치기 정도 수준이니 말이다. 다음 세기에도 뒤치기나 하고 있을 거면 너무 재미가 없다. 좀 더 진일보한, 인류 기술의 정수가 담긴 섹스를 하게 될 날이 곧 찾아오지 않을까? 어때, 이제 좀 구미가 당기는가?
미래를 알고자 하거든 과거를 보라. 조선시대에 돌쇠와 마님이 무슨 식으로 떡을 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략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다. 흥부가 자식 열 한명을 낳을 동안 남성상위만 했을 리가 없다. 그때라고 여성상위나 뒤치기가 없었으랴, 방자전 같은 영화에서 체위까지 고증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일단 춘향이가 위아래앞뒤 다양하게 자세를 잡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섹스의 버전은 오리지널 타입인 것 같다.
그렇다고 섹스의 발전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건 또 아니다. 산업 발달로 피임의 기술이 발전하고 또 자유로운 섹스의 길이 열리면서 섹스는 세상 만만리 개방되기 시작했다. 섹스 문화도 하나의 정상적인 패러다임으로 인정되면서 자위 기구라던가 섹스 보조 용품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동네마다 핑크핑크한 러브샵 하나쯤 다 있잖아? 여자들도 마땅히 그런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우리 고추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면 이젠 미래를 내다볼 차례다. 나는 가까운 미래와 좀 더 먼 미래라는 두 측면으로 나눠서 상상해 볼까 한다. 일단 첫 번째로 현재 차세대 기술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증강현실(增强現實)에 섹스를 도입해보자. 안경을 쓰면 안경 렌즈 너머로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세계가 겹쳐서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아무도 없는 쓰레기 같은 내 방에 훈남/훈녀를 소환하여 자유자재(?)로 같이 놀아보자. 생각만 해도 피가 아랫도리로 몰릴 지경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덕성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로 불법이 되겠지만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 정도 해킹 기술쯤 분명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두 번째로 볼 근미래적인 섹스는 자위 기구에 있다. 스스로 움직여서 자극을 주는 물품은 지금도 시중에 판매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전신을 애무해주거나 사정까지 시원하게 도와주는 기구는 찾을 수 없다. 물론 그런 어마어마한 기구를 만드는데 투자할 미친 놈도 없거니와 성공한다 하더라도 개념 출타한 가격대와 거부감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래에 필요한 건 기술력보다는 더욱 개방된 성의식과 돈이 썩어나는 미친 놈 한 명이다.
이제 조금 먼 미래를 생각해 보자. 내 똘똘이가 일어서는 한 한 번은 꼭 해 보고 눈 감고 싶은 미래의 섹스 말이다. 일단 섹스의 무대는 증강현실에서 더 진보한 가상 현실로 옮겨갈 것이다. 증강현실은 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는 없는데, 가상 현실로 들어간 우리 의식은 보고 만지고 씹고 맛보고 모두 가능하다. 몸은 놔둔 채 의식만 가상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매트릭스같은 영화가 예가 되겠다. 그곳에서 이상형을 소환하여 자유자재로 놀아보자. 의지의 한국인은 해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굳이 섹스를 하지 않아도 마약과 같은 쾌락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깊은 쾌락을 위해 팔뚝에 벌집을 내놓거나 아니면 늦은 밤 꽉 막힌 침대 위를 찾아다녀야 된다. 그러나 먼 미래에는 뇌의 쾌락중추를 자유자재로 흥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어 손에 손 잡고 극락 세계로 단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순식간에 오르가즘을 몇 번이나 경험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효율성은 없을 것이다. 부디 내 짧은 명이 다하기 전에 실현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오랜만에 돌아와 글을 써보는데, 지저분한 내용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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