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BDSM] 내 남자친구는 변태 - 요즘 만나는 그녀의 이야기 2  

[real BDSM] 내 남자친구는 변태 - 요즘 만나는 그녀의 이야기 2              img #1

다시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다. 지난 편에 밝혔듯 남로당의 원로당원으로 변태 남자친구를 사귀며 서서히 변태가 되어가는 처자이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변태이기 때문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상세하게 디벼보겠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혹이라도 괜찮은 남자를 만났는데 남자의 성적 취향이 의심스러워서 작업을 걸까말까 망설이는 여성동지가 있다면 참고할 점이 있을 거다. 그럼 시작한다.


> 변태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장점은 일단 내숭을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테면 침대와 변기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고 방음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 볼일을 볼때도 그렇다. 이전 같았으면 그 소리를 감추기 위해 괜히 세면대나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지구의 수자원 고갈현상에 대해 괜한 죄책감을 느끼곤 했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남자친구가 따라오니까..(-_-;) 숨길래도 숨길 수가 없다. 필독씨가 따라와서 한다는 소리는 이런 거다.

'예전 섭한테는 소변을 볼 때도 트레이닝을 시켰는데, 변기에 앉아서 다리를 벌리게 하고 티스푼을 대놓고 한번에 티스푼 하나씩만 싸고 멈추게 하는 거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계속 질을 조이는 운동을 하게 되니까 질근육이 매우 튼튼해져.'

여자친구가 중년이 되어 요실금으로 고생할까봐 미리미리 걱정해주는 남자친구의 마음은 매우 갸륵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케겔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최단기간에 누릴 수 있는 장본인인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뻔뻔하다. 내가 보란듯이 단번에 쉬야를 해버리면 남자친구님께서 샤워기로 뒷물을 해주는데(틀림없이 이러면서 즐기는 거다 -_-;;).. 예전의 비변태 남자친구들과는 느낄 수 없었던 동물적인 애정이 솟아난다.

남자친구가 변태라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나의 실험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는 점이다. 나는 섹스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대해서도 굉장한 호기심쟁이다. 태국여행을 갔을 때도 나의 호기심 때문에 필독 씨는 죽을만큼 시고 짠 과일, 혀가 녹을 것처럼 매운 노점상 소시지, 사악한 모양의 벌레튀김 따위를 먹는 위기에 처했었다. 필독 씨는 벌레 튀김을 먹을 때는 사약이라도 받는 것처럼 억지로 삼켰지만 섹스에서의 실험에서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선다.

예전에 칼럼에서 보신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변태남자를 사귀기 전에도 애널섹스를 꼭 해보고 싶었다. 애널섹스가 뭐 그리 변태적인 거라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비변태 파트너들은

'멀쩡한 질이 있는데 왜 똥꼬에=_=?'

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남자가 그렇게 나오는데 굳이 하자고 우길만큼 담대하진 못해서 애널의 오묘한 신비를 논하는 체험담을 읽으며 군침만 삼켰더랬다.

변태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고서 나는 애널용 기구를 사버렸다. 여튼 나는 그걸 가지고 필독씨를 만났다. 물론 기구를 삽입하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 잘 보이지도 않는데 거울 놓고 낑낑거리는 거 좀 웃기자나..-_-; 그리고 이런 일은 공범이 있어야 더 재미나는 법 아닌가.. 어쨌든 남자친구님은 상처 하나 없이 소프트한 애널플레이를 마쳤고 덕분에 이후로는 애널을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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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좋더라. 음훼훼~
 

은밀한 탐구정신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에스엠-섹스 관련 지식이 많다는 것도 변태 남자친구의 장점이라 하겠다.

예전에 나는 얼음으로 자위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좀 겁나기도 하고(역시 잘 안 보이는 곳인데 거울 놓고 하기도 싫고.. -_-;;) 자취방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냄새 나는 얼음으로 해보기도 좀 그랬다.(아는 사람은 알텐데.. 먹기도 싫은 얼음을 거기다가 어떻게 넣나 -_-;;)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남친님께 했더니(나도 내숭이고 뭐고 이제 없는 거다) 얼음을 이용한 플레이를 할 때의 주의사항을 구구절절 읊어주더라. 얼음을 질에 넣으면 동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 얼음이 녹으면서 단면이 날카로워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 등등등이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안전하게 내가 해주께!'

꽤나 선심쓰는 투였지만 나보다는 그가 더 많이 하고싶어 했으리라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독자들이 안다.-_-;; 지난번에는 나랑 얼음놀이한 이야기도 썼는데 말이다. 여튼 덕분에 내 손에 물한방울 안뭍히고 즐거웠으니까 나로서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에스엠에 대해서 친절한 일대일 강의를 듣기도 한다. 첫 에스엠을 하고 나서는 스팽킹 잘 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가 말하는 '굿 스팽킹'은 상처가 지속되지 않고 자극적이며 다양한 것이다. 손목의 스냅을 어떻게 이용하면 피부 표면이 아프고 자국이 크게 남지만 어떻게 다르게 하면 통증이 깊게 전달된다고 한다. 채찍을 쓸 때도 빠르게 스냅을 줘서 떼면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자국이 남고 내리치듯이 누르면 막대기로 맞는 것 같은 얼얼한 느낌을 준다. 내가 어디가서 누굴 때릴 것도 아니고...(뭐 해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_=;) 솔직히 나한테야 들으나 마나한 이야기지만 때리기 기술을 설명할 때의 남친님은 '나 잘 하지~ 오늘도 좋았지~'라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귀엽게 듣고 있다.


>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변태남자친구 자랑이었다. '언니동생들 지나가다 참한 변태남자를 발견하거들랑 꼬추크기만 확인하고 바로 낚아채세요.' 라는 이야기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그렇게 녹녹한 일 아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변태남자친구 흉도 좀 봐야겠다.

지난번에 우리의 첫번째 플레이 이야기에서 했듯이 내가 보기에 필독씨는 도구에 대한 집착이나 페티시 같은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에스엠 용품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할때도 심드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으른 귀차니스트다. 그런 걸 챙겨들고 다닐만한 위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에스엠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에스엠 자체보다 그런 도구에 대한 페티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자 혼자 몸으로 그런 걸 장만하려니 카드값의 압박에 허리가 휜다.(어차피 같이 쓸 건데..-_-;) 기왕 변태를 만날 거면 돈 많은 변태를 만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덧붙이고 싶다. 에스엠 이거 은근히 돈이 많이 든다. 우리 커플은 변태필독의 글값이 많이많이 올라서 생활이 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 음훼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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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로 함 놀아봤음 좋겠다...


그리고 필독씨는 꽤나 몽상가인데 에스엠적인 상상력에 대해서는 정말 되도 않는 상상을 해댄다. 한번은 나에 대한 에스엠적 상상을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를 납치해서 차 트렁크에 싣고 강원도 산골에 있는 별장으로 가는 거야.(물론 그런 별장 같은 건 없다.) 별장 지하실에는 던전을 꾸며야지. 큰 새장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넣어서 사육하는 거야.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날개 없는 새를 한 마리 키우는 거지. 노래를 부르게 하고 알을 낳게 할거야. 매일 나는 그 알을 먹을 거고.'

'무슨 알을 낳아?'

'질에서 달걀을 하나씩 꺼내는 거야. 트레이닝 해줄게.' (왜 해주는 거야. 사실은 니가 하고싶은 거자나... ;ㅅ;)

'밥은 줄거야?'

'당연하지. 씨리얼하고 우유. 따로따로. 새는 섞어먹지 않으니까.'


에라 이 변태야.. 사람이 씨리얼하고 우유만 먹고 어떻게 사냐. ㅜ 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아침으로 씨리얼을 먹었는데 목에서 턱턱 걸리더라.

여튼 비현실적인 상상은 에세머들의 공통인 것 같다. 뭐 보통 사람들도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기는 한다. '로또에 일등으로 당첨되면...' 이런 상상도 절대 현실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에스엠의 상상력은 바로 성적인 흥분으로 넘어가게 되고 흥분하니까 그걸 어떻게든 현실에서 실현하려고 하는데 이게 좀 곤란하다.

필독씨는 '날개 없는 새가 알을 낳는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에 정말로 달걀을 준비해왔다. 이 게으른 남자가 뭔가 준비했다는 걸로 나는 일단 긴장했다.

날개 없는 새........... 문학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나라는 거다. 필독씨는 그걸 질안에 넣었다가 내가 힘을 주면서 그걸 낳고.. ;ㅅ; 내가 알을 낳으면 그걸 먹겠단다...... orz.. 내가 알에서 태어난 인간도 아니고 울 어머니도 나를 사람으로 낳으셨는데 내가 왜 알을 낳아.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변태남자친구는 이런저런 말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새가 되는 상상을 해봐. 새장 속에 갖혀 있는데 몸 속에 네가 아닌 다른 존재가 들어있는 거야. 너무 무거워서 날아오를 수가 없어. 그걸 낳아버리면 너는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거야.'

말은 아주 그럴싸하다. ;ㅅ; 매우 그럴 듯한데.. 계란을 그걸 어떻게 질에 넣냐구.... 흑흑흑.....

필독씨는 지난 플레이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콘돔을 씌워서 넣을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꺼낼 수 있다. 충분히 흥분한 상태에서 삽입하면 아프지 않다. 페니스 굵기랑 별 차이 없다.(자기께 달걀만한 굵기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달걀은 타원형이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적다. 등등의 말을 했지만 나는 끝까지 거부했다.

인간적인 존엄 같은 건 뭐 이미 포기했다.(강아지 흉내도 내봤는데 개나 새나.-_-;;;) 너무 커서 싫다고 표면적인 이유를 댔지만 사실 그게 대왕란도 아니었고 편의점에서 파는 쪼그라든 훈제달걀이라 죽을만큼 큰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걸(그러니까 내가 낳은 걸) 먹겠다는 대목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튼 타협안을 찾았는데 그건 에그-바이브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달걀 모양이니까 바이브를 질에 넣었다가 힘을 주어서 빼라는 것. 일단 사이즈도 만만했고 아무리 변태라도 바이브를 먹을 리는 없을 테니까-_-;; 안심하고 플레이를 했다. 문제는 변태남친이 그걸 낳고 난 뒤에 '꼬끼오'소리를 내라고 주문한 것이었다.

'날개 없는 새라면서 왜 닭이야!'

'날지 못한다는 뜻이지. 닭도 못 날잖아.'

말렸구나.............. 졸지에 나는 닭으로 전락해서 알을 낳고 꼬끼오 소리를 내지르게 된 것이다. OTL 말빨에 말려서 결국 하자는 대로 했다. 쪼그려 앉아서 알낳기=_=;; 바이브를 밀어내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역시 문제는 꼬끼오~였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나. '멍멍'은 귀엽기라도 하지 '꼬끼오'는 정말 닭 같은 짓 아닌가. 그래도 나는 가금류답지 않은 목소리로 그 말을 했다. 하고 났더니...........

존나 썰렁해졌다.

시키는데로 해줬으면 두손 모아서 받아들고 입이라도 맞추던가 아님 박수라도 치든가 해야지 그냥 멀뚱하니 보고만 있는 것이다.

플레이가 끝난 뒤에 필독씨는 그것이 에세머들 사이에서는 '치킨플레이'라고 하는 것이고 '도그플레이'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뻘쭘한 짓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썰렁해질 거 알았어?'

'응.'

'전에도 그랬어?'

'응. 꼬끼오 하고 나면 엄청 썰렁해지지.'

'근데 왜 시켰어?'

'이번엔 안 썰렁할 줄 알았지.'

OTL.... 내가 하늘같이 믿고 몸을 맡겼던 변태 남자친구의 실체는 이런 것이었다. 그는 변태대마왕도 아니고 만물박사도 아니었다. 단지 여러가지를 실험해보고 있는 평범한 에세머였다. 에스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누구에게도 없다.

어쨌든 이 실험을 계기로 그놈의 새장 타령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결혼하면 혼수 1호는 새장이라는 둥 하는 뻘소리를 아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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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의 로망이다.


남친님이 남친놈으로 보이는 순간은 이것 말고도 있었다. 반디지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내가 어렵사리 면로프를 구했다. 애견용품점을 돌아다니며 '고양이용 스크래치 끈 있나요?'라는 말을 수십번은 한것같다. 스크래치 끈은 고양이가 발톱으로 가구를 긁어서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다리 같은 데에 감아주는 건데 면으로 되어있고 굵기가 얇고 부드러워서 반디지용으로 좋다고 한다.(라고 말만 하고 구해올 생각은 안 한다.) 그런데 애견용품점에서는 요즘은 간편한 스크래치 보드가 대세라고 한다. 여튼 여기저기 뒤지고 뒤져서 마침내 좋은 면로프를 구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준비해간 면로프를 꺼내놓자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 줄 알았던 남자가 어째서인지 의기소침해지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필독씨 손은 고양이 손이었다. 정교하고 섬세한 반디지 아트 같은 것은 고사하고 단순하게 8자 매듭을 돌려묶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섭의 역할을 플레이하면서

'주인님아 -_-; 왼쪽 끈은 아래로 내리구여 오른쪽을 위로 올려서 한바퀴 돌린 뒤에 반매듭 지으세염.'

라고 말해줄수도 없고...... 흑흑흑...

플레이가 끝난 뒤에 어설픈 반디지에 대해 점잖게 나무랐더니 필독씨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교본을 찾아보기까지 했지만 반디지는 너무 어려워.'라고 털어놓았다. 생각해보니 이 남자의 신발 중에는 끈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운동화끈은 묶을 줄 알지?'라고 묻자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어렸을 때부터 운동화끈 묶기는 넘 어려웠어.'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그 교본이란 것은 일본책이었는데 나는 일어는 모르지만 그림만 봐도 어떻게 하는지 알겠더라. 내가 딱히 손재주가 좋은 건 아니다. 그림 설명이 아주 잘 되어있었다. 필독씨의 일어실력은 확인해볼 길이 없지만 책에 손때도 간간하게 묻은 것이 열심히 공부를 하긴 한 모양이다. 칼럼에서 봐도 반디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았다. 로프는 어떤 게 좋고 묶을 때는 어째야 하고... 그런데 이론만 빠삭했지 타고난 고양이손이라 반디지를 못한다.-_-;;; (그러고보면 새장에 대한 환타지 같은 것도 단단하게 묶어놓을 자신이 없으니까 가둬두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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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해보고싶단 말이다.....

> 에스엠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완전히 에스엠인 관계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단순히 섹스만 놓고 보자면 반반의 비율이다. 에스엠 절반 노말섹스 절반. 필독씨는 에스엠의 비율을 높여가려고 시도하는 것 같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에스엠에 거부감이 들거나 해서는 아니다. 일단 현실적인 이유로 에스엠은 너무 번거롭다. 준비할 것도 많고 전희도 길어지고 스팽킹과 가벼운 수치플레이만으로 한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게다가 필독씨는 음식을 먹는 속도 빼고는 모든 것이 느리다. 에스엠은 특히나 천천히 천천히 해나가는지라 에스엠 플레이로 시작해서 섹스까지 하는데 서너시간은 필요하다. 그래서 기진맥진 침대에 늘어지다 보면 대실이 숙박으로 연장되고... ㅜ ㅜ; 나는 생활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에스엠의 비율을 높일 생각은 없다. 주중엔 노말섹스 주말엔 에스엠 라이프.

그리고 나는 변태남자친구와의 평범한 섹스도 무척 좋아한다. 그가 나를 강아지라고 부르고 개처럼 끌고다니고 이것저것 명령하고 잘못을 꾸짖고 때리고 하는 것도 즐기고는 있지만, 따듯하게 안아주고 이마에 키스하고 온몸을 애무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섹스하는 것도 즐겁다. 그리고 나는 노말섹스의 즐거움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너무 자극적인 것만 먹다 보면 입맛 버리고 속 버린다고 생각한다.

에세머이든 섹스파트너이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자극이나 쾌락만은 아닐 거다. 따듯하게 안아주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기꺼이 함께 술을 마시고 어울려서 노래를 부르고 하는 일들.. 그리고 연애의 여러가지 요소는 그 사람의 성적인 취향이 변태이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변태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필독씨는 매듭묶는 걸로도 쩔쩔매는 변태지만 세상에 완벽한 남자친구가 없는 것처럼 완벽한 변태돔도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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