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의 사랑 - 단편
2018.06.25 06:10
시아버지의 사랑 - 단편
좁다란 골목을 쏜살같이 달려오던 하얀색의 소형 자동차가 내 허리를 스친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생각은 어이없게도 딸 아이도 전방에 근무 중인 남편도, 그렇다고 병석에 누워 계신 친정 아버지도 아닌 내 사고를 알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실 시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차에 치인 고통보다도 상황이 주는 놀라움에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곳은 잠시 생각했던 대로 포르말린 냄새 자욱한 병원의 응급실이었고, 링거 병만이 외롭게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병원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바라보다가 겨우 생각해 낸 것도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에 갔을 딸 아이가 아니라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를 걱정하고 계실 시아버지였다.
느린 시선을 돌려 베게 옆에 놓여진 핸드백의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십수번의 신호음에도 받지 않음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긴가민가하면서 시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니 나였음을 알았는지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두어 옥타브쯤 올라간 듯 잔뜩 높아져 있다. "아버님...지금 어디세요?..집에 전화하니까 안받던데..."
이 상황에서도 나에대한 시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픈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어디긴...시장이지..."
"시장이요?..거긴 왜...."
"온다는 시간보다 서너시간이나 늦어져서...무슨 일이라도 있나하고..나와봤다...너..거기 어디냐?"
가슴이 저미는 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세상에 어떤 시아버지가 있어 이토록 며느리를 진심으로 아끼라.....
"여기...병원이예요...."
"병원?.....병원이라니?...거긴...왜?"
예상했던 대로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찢어질듯 높아졌다.
"사고 났어요...시장 갔다 오다가...."
잔뜩 놀라신 듯 아무 말도 못하고 계신 시아버지를 안심시켜드려야 했다.
"그냥...조금 다친 거 같아요...상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 오른 손의 팔꿈치에 감겨 있는 붕대를 살펴보며 말했다.
"내...바로 가마...거기...어디 병원이냐?"
올해 쉰 두살로 재작년에 계급 정년에 걸려 군에서 예편한 내 시아버지 김동진과 함께 살아온 2년여의 시간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던 듯 하다.
설상가상으로 군에서 예편하자마자 그토록이나 금슬이 좋았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셨을 때 우연의 일치인지 이곳 인근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최 전방 부대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모시게 된 2년여간의 세월...
때론 든든한 오빠처럼, 때론 자상한 남편처럼, 때론 근엄한 친정 아버지처럼 내게 살갑게 대해 주시는 시아버지...
아버지의 제복 입은 모습에 반해 군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내 남편과 시동생이었고, 나 또한 사관생도 시절의 남편이 입은 근사한 제복에 홀딱 반해 네살의 나이 차이를 속이다시피 남편에게 접근해서 우연치 않게 가진 아이를 낳을 용기를 냈던 터이고 보면 실로 운명이란 것도 어찌보면 아이러니의 연속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의 입에는 가져갈 생각도 않고 내 입에만 열심히 팝콘을 퍼 나르던 시아버지의 손가락을 무엄하게 꼬옥 깨물었을때 귀엽다는 듯 내 볼을 살짝 꼬집어주시곤 푸근하게 미소해주시던 며칠 전 영화관에서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웃음이 머금어 짐을 느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내 이마를 쓰다듬어 줌을 느끼며 나른한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눈을 슬며시 뜬 순간 잔뜩 근심어린 표정의 시아버지의 얼굴이 내 동공을 가득 메워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멋진 얼굴이 눈가와 이마에 잡힌 몇가닥의 잔주름만 뺀다면, 이제 갓 스물 아홉의 남편보다 오히려 더 젊은 듯한 얼굴이 나를 위해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음에 미안함 대신 아릿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런...나 때문에 깨었나 보구나...."
언제나처럼 매력적인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를 두드렸다.
"어머...언제 오셨어요?..."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하자 다급하게 나를 제지하시는 아버님이다.
엑스레이를 찍는 중에도 시티 촬영을 하는 중에도 시아버지는 내 곁을 굳게 지키시며 걱정어린 얼굴로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고, 나는 그런 아버님의 든든함에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여자 환자가 있는 방으로 주십시요...이왕이면...젊은 분으로...우리 며느리 말벗이라도 하게..."
1인용 병실을 주문하시던 아버님이 고개를 가로 젓는 간호사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 방밖에 여유가 없었는지 아니면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이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침이면 싱그러운 햇살이 그득 들어올 듯한 2인용의 병실에서 내 또래거나 아니라 해도 겨우 두세살 많아보이는 듯한 젊고 단아한 미를 뽐내는 여자와 벗하여 입원을 하게 되었다.
좌측 골반뼈의 골절과 좌측 엉덩이, 역시 좌측인 어깨 부위에 나 있는 타박상이 검사의 결과였고, 다친 부위의 특성상 고정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으므로 무조건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시켜야 골절 부위가 빨리 접합된다는 의사의 설명에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딸 아이야 다행스럽게도 방학을 맞았으니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아랫동서에게 맡겨도 된다고 하지만, 식사는 어찌할 것이며, 이따금씩 갈아입어야 하는 속옷은 어찌할 것인가.
아니 그 정도야 어찌어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리현상에 의한 대소변은 또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시아버지와 같이 다니던 헬스클럽에서 끈나시로 된 레오타드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스트레칭을 하곤 했던 나였지만, 작년 여름 오랜만에 가본 해변가에서 노란색의 비키니를 입고 엉덩이를 샐룩이며 시아버지를 약올렸던 무엄한 며느리였지만, 온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거울에 비춰보기에도 민망스럽기만 한 하얀색의 타이즈를 입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던 나였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 끝이 쭈삣 설 정도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아는, 둘째한테 전화 했으니 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거다..."
"네...잘됐네요...그나저나 아버님 어떻게 해요...식사도 못챙겨 드리고...죄송해요..."
"신 혜정, 입은 삐뚤어졌어도..말은 바로 하랬다..."
느닷없는 소리에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시아버지의 주먹이 내 이마를 콩 때려온다.
"솔직히 말해서...내가 너보다 밥 당번을 세배는 많이 했을 거다....하하하..."
그제서야 무슨 소린지 눈치 챈 내가 혓바닥을 삐쭉 내밀어 보였지만, 창가의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들었을까 두려워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닌게 아니라 느즈막하게 눈을 떠보면 일찌감치 딸 아이를 깨워 밥 먹여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시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머쓱한 표정으로 잘 차려진 식탁에 앉기라도 할라치면 곱게 덮어놓은 보자기를 벗기고는 금방 데워 놓은 뜨거운 국을 한대접 퍼 주시곤, 내가 민망해할까봐서인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시던 아버님이었다.
"아이...누가 들으면,,,진짠줄 알겠어요...."
무안을 감추려 눈을 흘겨보았지만 벽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딴청을 하신다.
"보호자분, 환자복 좀 입혀드리세요"
냉랭한 말과 함께 아버님께 건네진 환자복 한벌... 잠시 당황하신 듯 내 얼굴과 환자복을 번갈아보시던 아버님이 입맛을 쩝 다시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자...환자복 입어야지..."
입혀주실 요량인지 환자복을 내려놓고는 이불을 슬그머니 벗겨내신다.
"어머...아버님...어떻게...싫어요.....그냥...저 혼자 입을래요..."
물밀 듯 밀려오는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바라본 아버님이 마음이 상하신 듯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
"그럼...이따가 둘째 오면 갈아입으려무나...."
고개를 돌리신 아버님의 모습에서 처연함이 느껴짐은 딸처럼 아껴주었던 며느리의 냉정함에 대한 서운함일 듯......
아랫동서가 칭얼거리는 딸아이를 데리고 밤길을 재촉한 것은 벌써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였고, 잔뜩 놀란 탓인지 엄습하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빠듯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난 것은 새벽임을 알리는 듯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지는 시간이었다.
내 침대에 바짝 붙여진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시아버지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깨울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멍하니 누워 있었다.
하지만, 내 인내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욱씬거리는 엉덩이의 골절 부위가 주는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이 나를 압박해왔고 견디다 못한 내가 다급하고 간절하게 시아버지를 깨웠을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싶은지 벌떡 몸을 일으키시는 아버님이 새삼 안쓰러웠다.
"저...아버님..."
잔뜩 찡그린 내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시던 시아버지가 이윽고 눈치를 채신 듯 고개를 끄덕거리시더니 병실 문 밖에 있던 오줌통을 들고 들어오심에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듯 뜨거워졌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오줌보는 내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아버님이 벗겨주시는 대로 엉덩이를 치켜 올렸지만 아버님도 나도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불을 덮은 채 맨살의 엉덩이 밑에 납작한 오줌통을 대 보았지만, 생경한 시도에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는 요도였고, 육체적인 힘듬 보다는 민망함 때문에 맺혔을 아버님의 땀방울이 내 콧잔등에 떨어질 즈음까지도 시원스런 방뇨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따님을 안아서 화장실에 가세요...저도 해봐서 아는데...잘 안되거든요...."
건너편의 여자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이 쪽을 향해 조언을 해 왔고, 시아버지도 그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바지를 올려주시고는 오금에 팔을 끼워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골절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함인지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시는 시아버지의 두툼한 목덜미를 꼬옥 껴안고 있자니 이 급박한 순간에도 어릴 적 나를 안아주었던 친정아버지의 품속 마냥 아늑한 느낌이 든다.
변기 앞에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으신 아버님이 내 머리끝은 바라보며 환자복의 바지를 벗겨주시고 내가 슬그머니 변기위에 엉덩이를 걸치자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신채 민망하신 듯 헛기침을 한번 하신다.
"쪼르륵..."
시원스럽게 쏟아내는 방뇨의 기쁨보다도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물줄기 소리가 주는 무안함에 얼굴이 절로 뜨거워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앞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실소를 토할 뻔 했다.
잠자리를 위해서인지 편한 운동복 차림이신 아버님의 중심에 우뚝 솟은 텐트. 서른 셋의 젊고 아름다운 며느리가 온몸으로 연주해내는 야릇한 소음에 참기 힘들어진 탓일까...?
어쩌면 딸 아이의 팔뚝보다도 굵직하고 길 듯한 육봉이 그대로 위용을 뽐내며 이루어낸 양각이 당혹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어 지는 것은 아마도 여러번 이와 유사한 경험이 선물한 태연함 때문일 것이다.
집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야릇한 동작으로 운동을 할 때도, 청소마저도 시아버지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집안 구석구석을 걸레질 하며 엉덩이를 씰룩거릴 때에도, 내 모습을 훔쳐보던 시아버지의 중심은 얼핏 보기에도 뻔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불룩해져 있었고, 남자라고 이름지어진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나이기에 민망함이나 당황스러움보다는 어쩌면 내 몸에 그리 반응을 해 주시는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태연함을 가장하고 두루마리 휴지를 몇 장 떼어내어 사타구니에 꼬옥 댔다 떼고는 물을 내릴 때에야 아버님의 시선이 내 얼굴로 옮겨졌다. "죄송해요...아버님...."
푸욱 숙여지는 내 볼을 꼬옥 감싸쥔 아버님...
"난, 네가 내 딸이려니 생각해 왔다...이렇게 아픈 너를 보살펴 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내 신경일랑 쓰지 말고,,,민망하더라도 참도록 해라...어려워하지 말고.....저 쪽 새댁 말대로...친정아버지라고 생각하면...편할테니..그렇게 생각해 주면...더 좋고...."
밖에 들릴 새라 속삭이듯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마음씀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다.
수긍의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기분이 한결 나아지신 듯 싱긋 웃으신 아버님이 내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렸고, 그러는 바람에 내 젖가슴이 시아버지의 손바닥을 짖누름이 확연히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터라 모른 척 손을 뻗어 바지를 추스르고 다시금 굳강한 시아버지의 품에 꼬옥 안겨 침대로 돌아왔다.
"어때요? 훨씬 편하죠?"
어느새 몸을 일으킨 옆 침대의 여자가 나를 향해 밝게 웃었다.
"네....그러네요...고마워요....호호..." 생리적인 해방감이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래도..그쪽은 다행이예요...친정 아버지한테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그래요...호호..."
뜨악해 하는 시아버지에게 찡긋 눈을 감아 보인 내가 여자를 향해 어제 저녁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그쪽은...아무도 안계신가 봐요...."
"후후...이틀에 한번씩 와요...이제 거의 다 나아서...사실...보험회사하고 합의가 안돼서 못나가고 있거든요...통원치료 해도...되는데..."
"그럼...누가..."
"시아주버님이요....후후...남편은...외국에 나가 있거든요....항해사라서....친정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어쩔 수 없이 혼자되신 아주버님이 절...돌봐주시죠...아참...인사나 해요...난...지영이에요...정지영...나이는...서른 여섯....그쪽은...?"
"어머...저보다 세살이 많네요...전..혜정이예요....신혜정...전...남편이 군인이라서...할 수 없이...여기..."
하마터면 시아버지라고 소개할 뻔한 바람에 얼른 말을 멈추고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난...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허허....우리 딸 잘 부탁합니다....
" 능청스러움은 연륜에 비례하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둘러대는 시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굵고 짙은 눈썹 아래 부리부리하게 떠져 있던 아버님의 눈이 질끈 감김에 입을 꼬옥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어머...무슨 말씀을...따님이 정말 예뻐요...호호...이런말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스물 몇살 정도로 밖에 안봤는데...아버님도...젊어보이시고....호호....혜정씨..여기 있을 동안만이라도 우리 친하게...지내요...전에 있던 환자는 할아버지라서 얼마나 심심했는지...시도 때도 없이 가스를 뿜어내고...후후...."
"호호...그래요...언니..." 싹싹하게 언니라는 호칭을 붙여주자 여자가 즐거운 듯 환하게 웃어주었다.
"자아....우리 혜정이 밥먹자.........."
"응....아빠...."
실소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 내던 아버님이 내 반응에 깜짝 놀라시는 모습이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다.
여자가 옆에 있기도 하려니와 나 또한 무슨 까닭인지 저도 모르게 떨어지는 아양을 떨어대며 다정스런 부녀 사이를 연출해 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는 듯 이따금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님의 손바닥이 너무도 정겹게 느껴짐은 웬일일까........
"아빠가 아니라, 마치 남편 같아요...연세가..."
내 식사 시중을 들어준 시아버지가 병원의 구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간 사이 건너편 여자가 한 말이다.
"쉰 둘이예요...."
"어머...그렇구나...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호호...혜정씨 아버님인걸 몰랐다면...30댄 줄 착각했을 거예요..."
그랬다. 내 시아버지 김동진은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오던 운동 덕분에 지독한 외탁의 영향인지 선이 가는 두 아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한 데다가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용모를 가지고 있어 혜정 집안과의 첫 상견례때 이제 겨우 마흔을 갓 넘긴 혜정의 막내 이모가 첫눈에 반했을 뿐만 아니라 혜정의 엄마도 공공연하게 사위보다 사돈 어른이 훨씬 좋아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던 것이다.
저녁이 될 때까지의 시간동안 네차례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고 전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시도했을 때 느껴졌던 수치에 가까운 민망함도 많이 가셔져 시아버지 앞에서 쉬야를 하면서 먼산 바라보듯 딴청을 피우시는 아버님의 얼굴을 훔쳐보곤 배시시 미소할 용기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내가 소변을 볼때마다 여지없이 굳건하게 융기를 자랑하는 중심을 훔치면서 미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저기....아버님........"
건너편 침대의 여자가 기브스한 다리를 끌다시피 화장실로 간 사이에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죄송한데...속옷...좀......"
"그, 그래.....내 가져 오마..."
예기치 못한 말이었던 듯 말까지 더듬는 시아버지였다.
"피......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그렇구나...허허..."
"제방...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맨 윗서랍에 있어요....죄송해요...심부름 시키는 것...같아서...."
하긴 내 설명이 없더라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실 터였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보여지는 시아버지의 당황 이후에는 영락없이 속옷 서랍의 흐트러짐이 있었고, 세탁기에 던지듯 넣어 둔 내 속옷에 묻어 있는 시아버지의 체취를 근 일년여 동안 느껴오지 않았는가....
건너편 여자의 보호자가 왔다. 40대 중반 쯤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는 인상이 아닌 그런 남자다. 허여멀건한 얼굴 색이 웬지 모르게 바람둥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록 이불에 감싸여져 있다곤 하지만 내 몸을 쭈욱 훑어보는 시선이 오싹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음탕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건네옴에도 고개만 끄덕여주고는 텔레비젼에 시선을 고정시켜 버렸다.
자신을 무시함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그러한지 이따금 씩 내 얼굴을 훔쳐보곤 하는 모습이 내 눈꼬리에 잡혀왔고, 그런 남자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는 여자의 앙탈과 그런 여자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두드려주는 남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내 시야에 들어옴에 기묘한 느낌을 가져야만 했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관계 아닌가...
내가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고, 그런 행동은 은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이었기에 여간 당혹 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요상한 호기심은 텔레비젼을 보는 척 하며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 남녀의 행동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내가 마침 상영되는 연속극에 푸욱 빠져 있을 것이라 단정이라도 했는지 그네들의 행동은 점입가경이었다.
슬그머니 여자의 입술을 더듬던 남자의 손가락을 꼬옥 깨무는 여자, 아프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다시금 입술을 더듬자 달래주기라도 하듯 입술을 열어 손가락을 쪼옥 빨아들이고 오물오물 부드럽게 짓깨무는 듯 하다.
여자의 엉덩이 옆에 걸터 앉은 남자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이불을 들추고 여자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역시 내 눈치를 살핀 여자가 남자를 하얗게 흘기고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남자의 허벅지를 문질렀다.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고, 여자의 도발에 참을 수 없었음인지 허벅지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앙탈하듯 여자가 남자의 중심을 툭 치곤 배시시 웃으며 슬그머니 움켜쥐곤 부드럽게 주무른다.
성에 차지 않는 듯 남자가 자신의 중심을 주무르는 여자의 손등을 덮어쥐고는 꾸욱 누르며 허리를 잔뜩 굽혀 여자에게 무엇인가 속삭였다. 숨막히는 흥분이 밀려오며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가더니 왼쪽 엉덩이에 찌릿한 고통이 느껴져 얼굴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네들은 보통의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성인 소설이나 야한 동영상에서 보아왔던 숨막히는 근친상간의 실제 모델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도리의 중심이 질척한 눈물을 흘리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져 왔다.
느릿하기는 하였으되 혼자서도 곧잘 가더니, 시아주버니의 품에 꼬옥 안겨 화장실로 가던 여자가 쑥스러운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푸욱 숙였다.
여자의 앙큼함보다는 그들이 자아내는 에로틱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려 아랫도리를 꾸욱 눌러보게 만들었다.
텔레비젼의 소음과는 상관없이 내 청각 신경은 온통 그들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로 쏠렸고, 환청인지 이따금씩 쪽쪽하는 듯한 소성이 내 귀를 자극할 때마다 어느덧 환자복 바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있는 내 손은 저절로 팬티를 사이에 두고 골짜기의 깊은 습지를 매만졌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아릿한 쾌감은 또다른 미묘한 환청을 찾아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이어졌다.
허술한 나무문 하나를 사이에 둔 터라 아마도 진한 애무만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말았을 그들이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왔을때 확연하다 싶을 정도로 빨개진 얼굴을 발견했고,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 얼른 고개를 돌려야 했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펑펑 눈물을 쏟아내곤 하는 내 음부는 생전 처음 목격한 야릇한 광경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끈적한 물을 토해내어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맡겨질 속옷이 음란하게 젖어 있음이 아버님에게 어찌 비쳐질 것인지....
건너편 여자와 남자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휠체어를 타고 바람이라도 쐬려는지 밖으로 나간 사이에 돌아온 시아버지가 쇼핑백 안에서 주섬주섬 가지각색의 속옷을 꺼내어 이불 위에 올려놓는다.
친구들이 놀릴 정도로 야한 속옷 입기를 즐겨했던 나인지라 이불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얼굴 뜨어울 정도로 야한 것 일색이었고, 민망함에 얼른 그것들을 다시 쇼핑백에 집어 넣고 쏘듯 시아버지에게 말했다.
"수건 좀...물에 적셔다 주시고...나가서 커피라도 한잔 하고 오세요...."
"응? 수건?...수건은 왜?"
"몸 좀...대충이라도 닦으려고요...."
시아버지 아니라 남편이라 하더라도 잔뜩 젖어 있는
"보지 닦으려고요"
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 말에 수긍한 듯 말 잘듣는 아이처럼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다 준 시아버지가 자리를 피해주었고, 어렵사리 팬티를 갈아입을 수 있었만 누워있는 자세에서 브래지어를 갈아 입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맨살의 상체에 환자복을 입고 누울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지의 정성스러운 간병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의사의 경고에 겁먹은 나의 조심성 때문이었는지 병원에 입원한지 보름이 지난 후의 검사 결과는 꽤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엑스레이 상으로도 골절된 뼈가 자연스럽게 접합되고 있음이 확연하다고 하니까...
그 동안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엄마들과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한차례, 아랫동서가 두어차례 다녀갔을 뿐 훈련장에 가 있다는 남편은 두세차례 전화로 안부를 물어왔을 뿐이었으니, 어찌보면 남편보다 더 미더운 시아버지였다. 머리 감겨주는 일이나 양치 시중 들어주는 일은 비교도 않될 정도로 고역이었을 화장실 볼일을 볼 때에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는 아버님이었으니, 15일간의 병원 생활 동안 내 수치스러운 부분을 낱낱히 아버님께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5일 동안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시아버지에 대한 호칭과 말투였으니, 어느 누가 보더라도 애교덩어리 딸과 자상한 아빠의 관계라고 믿을 정도라는 것이다.
"아빠, 나 커피 한잔만 타주라...."
정도는 건너편의 여자가 없을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말이 되었고,
"신 혜정, 너 환자한테 커피가 나쁘다는 거 몰라? 까불지 말고...주스 마셔..."
하는 시아버지의 말에,
"아이....그러지 말고...한잔만...주라....아빠....정 만들기 귀찮으면, 아빠 마시던거 주던가...."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할 뿐만아니라 이따금씩 이불을 덮어 주시는 시아버지의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해 줄 정도로 나와 시아버지의 행동은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기부스를 푼 건너편의 여자가 하루에 두차례씩 물리치료를 받을 때마다 여자를 내 친구처럼 생각하시던 시아버지가 여자를 부축해주곤 했는데 여자의 허리를 감싸쥔 시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볼때마다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솟구치는 나를 발견해야 했다.
시아버지가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내 침대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은밀한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던 여자였음에도 이따금씩 내 시아버지에게 떨어대는 교태에 가까운 아양과 젊디 젊은데다가 성적인 매력까지 넘쳐 흐르는 여자가 싫지 않았음인지 그 때마다 흥겨워하시는 시아버지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아빠...저 두사람 이상해..."
건너편의 여자가 한번도 어김없이 이틀에 한번씩 찾아와 자정이 될 무렵까지 제수씨의 곁을 지키곤 하는 남자와 함께 바람이라도 쐬려는 듯 외출을 했을 때 내가 넌지시 건넨 말이었다.
"응? 이상하다니? 뭐가?"
"아이...아빠는 못느꼈어?..."
"전혀 모르겠는데?..."
골똘히 생각해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아버지를 흘겨주었다.
"보통 사이가 아냐...저 사람들...아무래도 깊은 관곈거 같애..."
내 말이 가당치 않은지 시아버지가 풀썩 웃었다.
"너...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시아주버니하고 제수씨라며..."
"몇 번이나 봤는걸?"
그제서야 시아버지의 얼굴에 호기심이 잔뜩 묻어나더니 출입문을 흘낏 살피고는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슨 소리야?...그게"
"글쎄...남자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여자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하고...어떤 때는 환자복 위로 거기도 만지고..."
"에이...설마..."
아무래도 내 말이 못믿겠다는 표정이다.
"진짜야...여자가 남자 거기...만지는 것도 봤는걸...어쩐지...처음 봤을 때부터...이상하다 했어....두사람..."
마른 침을 삼키는지 시아버지의 목 울대가 크게 오르내림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나면...항상 둘이 같이 나가...나갔다가 들어올때 보면...이상한 느낌이 들고...뭔지 모르지만...들떠 있는 것 같은.....아이...왜...있잖아....그런거......틀림없어....두사람..."
시아버지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들어오는 남녀를 유심한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마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엿보기 위함인 듯 싶었다.
내가 보기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잔뜩 들뜬 듯 보였고, 어찌보면 얼굴이 붉게 물든 것으로도 보였다.
시아버지도 그것을 느낀 듯 나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출출한데 밖에 나가서 요기라도 하시죠...오랜만에 술도 한잔 하고...제가 모시겠습니다..."
넉살 좋은 남자가 시아버지에게 말했고, 술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였던 시아버지가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래요...아빠, 오랜만에 한잔 하세요...너무 많이 마시진 말고..호호....꼭 애기같애...마시고 싶다고 하면 될 걸 가지고...호호호호..."
내 흔쾌한 승락에 기다렸다는 듯 남자의 뒤를 따르는 시아버지가 무엄하게도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젊고, 건강하신데....마나님 너무 일찍 보내서 그렇겠다....혜정씨 아빠...."
언제나처럼 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친 여자가 말을 건넨다.
"이런말 하면 안되겠지만, 어떻게 참으실까?...한창일텐데...."
"네? 뭘요?"
"아이....그거 말야...그거....호호호호....그럴거 아냐...요즘은 70먹은 노인네도...벌떡벌떡 일어난다는데..."
그제서야 여자의 말을 알아들은 내 얼굴이 화락 달아오름이 느껴진다.
"전에..우리 아주버님 보니까...이상한 술집 여자들한테도 가고 그러는 거 같던데...."
그렇게 안쓰러워서 대줬냐?
는 소리를 목구멍 너머로 꾸욱 삼켜야 했다.
"혜정씨가 잘 해드려...외롭지 않게....."
설마하면서도 여자의 말이 마치 몸을 주어서라도 시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들려옴은 왜일까..... 금방 돌아온다던 시아버지와 남자는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야 불콰해진 얼굴이 되어 나타났고, 남자들끼리의 조촐한 잔치가 미안했던 듯 마른안주 몇개와 맥주 서너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머, 아빠...간호사 보면 어쩌려구...술을 가져와..."
질책하는 내게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댄 시아버지가 나를 향하여 눈을 찡긋거렸다.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오랜만에 접하는 맥주는 시원함을 넘어 달콤함마저 느끼게 해줄 정도로 색다른 맛이었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더니 몰래 먹는 맥주 또한 그런 모양이다.
각각의 침대에서 행여나 들킬 새라 두어컵씩 허겁지겁 들이킨 여자와 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남자들도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오랜만의 알콜 기운으로 갑작스레 찾아오는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까무룩 잠에 들었던 내가 눈을 뜬 것은 맥주를 마심으로 생긴 듯한 아릿한 요의 때문이었다.
언제나처럼 시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올려 시아버지를 찾으려던 나는 이상한 느낌에 쭈삣 움직임을 멈추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머리는 창가에 위치해 있는 그들의 침대를 향하게 되었다.
환하게 켜져 있는 가로등의 영향으로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게나마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침대 위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두남녀가 누워 있었고 이따금씩 이불이 들썩거리는 걸로 봐서 서로의 몸을 애무하고 있는 듯 싶었다.
저절로 입안에 마른침이 가득 고여왔고, 흡사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뜨거워졌으며, 심장의 고동이 급박하게 빨라짐이 느껴져 왔다. "쭙..쭙"
보지 않더라도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소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스럭... 이불이 들썩거릴 정도로 심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몸을 꼬옥 끌어안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동정을 살펴보는 여자였다.
"아이...하지마...여기서는...불안해...."
속삭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내 귀에 또렷하게 흔적을 남겼다.
이윽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
"괜찮아...잠들었는데...술까지 마셨잖아...까짓 알더라도 상관없지 뭐...낼 모레면 퇴원할거고...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뭐...그나저나...오랜만이다...이렇게 침대에서 안아보는거...."
"그래두....불안해....자기야....그냥...나가서 하자...화장실에서...응?..."
여자의 목소리에 말 그대로 불안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괜찮아...난 오히려 스릴있고..더 좋은데...뭘그래...?...후후...이런....불안하다면서...완전히...한강이네...이거...."
내 쪽에 등을 보이고 모로 누운 남자가 여자의 깊은 곳을 만지는지 찔꺽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병실 안에 울려퍼졌다.
"하악.....몰라..."
여전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여자가 자지러지듯 숨을 들이켰다.
"당신도...흥분되지?...."
"하아...몰라...난...자기 생각만 하면...거기가...아려..."
"거기?...거기가 어딜까?....."
"치잇....또그래.....응큼한 남자 같으니...."
"후후후..."
자신의 웃음소리가 다소 컸음을 느꼈는지 남자가 숨을 죽이고는 내 쪽을 바라보았고, 으슥한 어둠에 감싸여 있는지라 들킬 염려가 없음에도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가 다시 뜬 것은 부스럭거리는 소음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가 여자의 바지를 벗겨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자신의 운동복 바지를 벗더니 침대위에 몸을 눕혔고 자연스럽게 하체만 벌거벗은 여자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 안겼다.
"쪽...쪽...."
다시한번의 입맞춤... 머릿 속이 텅빈 것처럼 어지럼증이 느껴졌고,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잔뜩 힘이 들어간 사타구니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하악......."
이윽고 몸을 일으킨 남자가 다리를 활짝 열고 있는 여자의 몸 위에 자리하고 느릿하게 엎드렸을 때 여자의 가파른 신음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고, 그 상태에서 잠시 움직임을 멈춘 남자가 내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여자의 목덜미를 바짝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펌핑을 시작했다.
이불에 가려진 남자의 엉덩이가 아래로 가라앉을 때마다 여자의 입에서 충만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신음성이 흘러나왔고, 흡사 진흙밭은 걷는 듯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으응...좋아...."
"어디가.....?"
"지영이....보지....."
"얼마나....?"
"꽉채우는거...같애....자기....자지가....지영이....보지를.......꽉...채우는거...같아....아아....자기야......"
내 남편처럼 남자도 끊임없이 여자를 향해 확인하듯 물었고, 그에 대한 여자의 대답은 얼버무리고 말던 나와는 달리 직접적인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조심스럽던 움직임이 참을 수 없는 흥분감에 못이겨서인지 차츰 격한 움직임으로 변해갔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여자의 신음소리에서도 조심성이 완연하게 사그러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숨막히는 흥분감에 슬그머니 가랑이를 열고 손톱 끝으로 골짜기의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은 구슬을 어루만져주다가 슬그머니 손을 내려 질구 깊숙한 곳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지만, 여자가 느끼고 있을 충만감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아아....지영아...허억....도저히..못참겠다...."
"하아....그래...빨리...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의 조심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십여차례 철썩 거리는 살부딪히는 소리와 긴 한숨을 끝으로 긴 정적이 찾아왔다.
한참을 그대로 있던 남자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키고는 휴지 몇장을 뜯어 자신의 성기에 묻은 이물을 닦아내고 여자의 옆에 몸을 눕혔고, 그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 그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릴 때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바람에 잊고 있던 요의가 느껴져 시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슬그머니 돌린 내 눈에 띤 모습에 하마터면 헛바람을 토해낼 정도로 놀라야 했다.
오랜만의 술에 깊이 잠들었을 줄 알았던 시아버지... 반듯하게 누워있는 시아버지의 아랫도리에 커다랗게 텐트를 치고 있는 방망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바지 춤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시아버지의 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다소 거친 숨소리는 또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
시아버지는 그네들의 섹스에 흥분을 참지 못해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미 요의는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와중에도 지금 시아버지가 떠올리고 있을 여자가 누군지 궁금했고, 그것이 자신의 시아주버니와 질펀한 사랑놀음 끝에 달콤한 잠에 빠져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끝이 쭈삣할 정도로 질투심이 밀려온다.
"저기....아빠........."
시아버지에게서 들려오던 호흡 소리가 우뚝 멈췄다.
"나...오줌...."
부시럭 거리며 일어난 시아버지가 언제나처럼 나를 안아들었고, 여느 때보다도 강하게 그런 아버님의 목을 끌어안은 내 엉덩이에 딱딱한 몽둥이의 감촉이 느껴진다.
"흠흠...."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는 시아버지였지만 모르는 척 시침을 뚝 뗄 수밖에 없었다.
"어머...우리 아빠...흥분하셨나보네...호호호..."
느닷없는 내 말에 퍼뜩 놀라신 시아버지가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신다.
"거봐요...내가 말했잖아...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가벼운 내 말에도 무안하신 듯 표정을 굳히고 계신 시아버지가 여간 안쓰럽지 않았다.
"나두...혼났어....남편 없는 사람...약올리는 것두 아니구....나참...."
그제서야 내 조금 얼굴이 풀린 시아버지가 내 이마에 꽁 하는 알밤을 먹이신다.
"니가...왜 남편이 없어...."
"아야!...그렇잖아...겨우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한 남편...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뭐....남들은 깨가 쏟아질텐데...억울해...."
"하하하...이런...이러다가 우리 며느리...바람이라도 날까봐...겁나는데...."
발칙한 내 말에 어느덧 언제 그랬냐 싶게 얼굴이 풀어진 시아버지가 싱그러운 웃음을 웃었다.
"그러니까...며느리 간수...잘해요....바람...안나게...."
말해 놓고 나니 이상스럽게 들리겠다 싶어 얼굴이 뜨거워져 얼른 물을 내리자 시아버지가 나를 일으키곤 바지를 올려주시곤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을 때 짜릿한 흥분을 맛봐야 했으니... 여느 때와 달리 오금에 팔을 넣지 않고 엉덩이를 감아 쥐는 바람에 두툼한 시아버지의 손바닥이 내 엉덩이를 감싸쥔 탓에 급격하게 찾아온 야릇한 흥분은 저절로 시아버지의 목을 바짝 끌어안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나뻐...며느리 엉덩이를...어멋..."
엉덩이를 꾸욱 잡아오는 시아버지의 손길에 흠칫 놀라 탄성을 토해냈다.
"하하...우리 며느리...바람 나기 전에...간수 잘해야지....."
너스레를 떠는 시아버지를 향해 하얗게 눈을 흘겨주었다.
그 일은 시아버지와 나 사이에 또 다른 의미에서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장난을 가장하여 이따금씩 환자복 위로 내 엉덩이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잽싸게 주무르기도 하시는 시아버지를 가만히 흘겨보는 것으로 용서를 하곤 할 정도로 은밀한 행동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맨 살이 된 젖가슴이 옷깃 사이로 보여지기라도 하면,
"우리 혜정이 찌찌 보이네...."
하고 놀려대셨고,
"치....남자답게..보고 싶으면 그렇다고 할것이지...치사하게 훔쳐보기나 하고...."
하고 대꾸할 정도로 시아버지에 대한 내 행동은 스스럼이 없어졌다.
언제부터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엉덩이에 주사를 맞을 때마다 자리를 피하곤 하시던 아버님이 내 눈흘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이따금씩 식사를 남길때에는 내가 먹던 숟가락으로 남은 밥을 몽땅 비워내고 흡족한 웃음을 머금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더럽잖아...닦아서 먹어요...."
하는 내게 씨익 웃어주시곤 장난스런 표정으로 숟가락을 쪼옥 빨아드는 행동도 서슴치 않으셨다.
나 또한 시아버지가 사용했던 빨대로 음료를 마시기 일쑤였고, 더럽다거나 찜찜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른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야 틈을 얻은 남편이 씨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병원을 찾아왔고, 시아버지는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기쁘다면서도 여엉 떠나기 싫은 표정을 하면서 하루 밤이지만 내 곁은 떠났다.
성실하게 내 볼에 뽀뽀를 해준 남편이 떠나자마자 병원에 오신 시아버지가 나를 꼬옥 끌어안아주셨고, 그런 시아버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며시 대 줌으로 나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고마움을 표현해 주어야 했다.
건너편의 여자가 퇴원을 하고나서 두번째 되는 날 검사를 마친 의사가 걸어도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병원 복도 옆에 자리한 화장실에서의 샤워였고, 내가 샤워하는 수십분 동안 내 시아버지는 화장실 문 밖에서 보초를 서야 했다.
문을 열동안 꿋꿋하게 서 있는 시아버지의 등에 매달려,
"나...엉덩이 아파서 못걷겠어...무리했나봐......업어줘요...."
했을때, 잔뜩 놀라 얼른 쪼그려 앉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볼에 쪼옥 하고 뽀뽀를 해 주곤 널찍한 등에 몸을 실었다.
"호호...좋네...업히니까...아빠...나...자주 업어주라..."
깔깔거리는 내 웃음에 시아버지도 그제서야 눈치를 채신 듯 손바닥으로 내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셨다.
"아야...아파...."
시아버지의 목덜미를 꽈악 움켜쥐고 일어나듯 힘을 주자 그제서야 허허 웃으시곤 내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신다.
"왜?...어디 가려고?"
내가 몸을 일으키자 신문을 보고 계시던 시아버지가 내게로 시선을 던진다.
"오줌..."
버릇인 듯 시아버지가 신문을 치우시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오줌 마렵다며..."
"어머.....응큼도 하여라....그래...나 따라 화장실에 가려구?...세상에...며느리하구 같이 화장실에 가는 시아버지나 어디 있다구....호호호..." 놀림을 받은 시아버지의 얼굴이 벌개졌다.
"이런...이제 언제 우리 며느리 오줌 소리...들어본담...쩝....아쉽네...."
내 놀림에 대한 반격일 터였다.
"그러게 말이야....나두 아쉬워...아빠꺼 못볼거 아냐...호호..."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꼬추 말야...아빠..꼬추....맨날맨날...서있던거....호호호호..."
말문이 막혔는지 뜨악한 표정이 된 시아버지를 뒤로하고 잽싸게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한 달여 간의 병원생활 동안 내게 생긴 즐거움은 단연 시아버지와의 스스럼없는 관계였다.
어찌보면, 남편같고 애인같은 시아버지의 자상함에 흠뻑 빠져든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지만, 지금의 이 느낌, 이 즐거움을 버릴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고 시절에 첫 순결을 아낌없이 바칠 정도로 나이는 지긋했지만 사랑했던 국어선생님보다, 제복 입은 훤칠한 모습에 반해 나이차이가 꽤 남에도 과감하게 대시할 정도로 좋아했던 남편보다, 내 옆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실 시아버지가 더 좋았고, 사랑스러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탈 동안 나를 부축해주시던 시아버지가 11층에 엘이베이터가 멈추자 마자 나를 번쩍 안아들곤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주셨을 때의 행복감, 며느리가 벗어놓은 팬티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행거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편안함, 부지런히 시장에 다녀와 내가 좋아하는 해물탕을 그럴 듯하게 끓여놓고 잠시 잠에 취해있던 나를 안아 식탁 의자에 앉혀주실때의 즐거움.... 첫날 저녁, 언제 사오셨는지 퇴원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건네준 꽃다발을 안아들고 두번째의 입맞춤을 시아버지에게 선사해 드렸다.
"고마워요...아버님.....정말.....많이 고마워요..."
라는 말과 함께... 그럴듯하게 맛있는 해물탕을 안주삼아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인 내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풀쩍 식탁에 머리를 박았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침대에 곱게 눕혀지 있을 뿐만 아니라 분홍색의 잠옷까지 단정하게? 입혀져 있었다.
정신을 추스르고 거실로 나가니 식탁 위에 곱게 씌워진 보자기가 보이는 것이 아침 식사 준비까지 마치신 모양이다.
보자기를 들추니 사각으로 접혀있는 쪽지가 있었고, 그곳에는,
"많이 먹어라..나 운동간다..그리고 눈감고 옷 갈아입혔으니까 신경쓰지 말거라"
라는 글귀가 써 있음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어야 했다.
실로 오랜만에 타 보는 기차라서인지 여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즐겁기만 하다.
선글래스까지 쓴 시아버지의 팔을 꼬옥 끌어안고 앉아 빠르게 스쳐가는 풍광을 보고 있자니 소녀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개학까지는 꽤 여유가 있었지만, 밀린 숙제도 봐줘야 하는 데다가 친정 식구들과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버거울텐데 군식구 하나까지 보탠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제 26살의 나이인데도 기특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너무너무 이쁜 아랫동서였지만, 그 일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벌이가 예전만 못하여 인건비라도 줄일 요량으로 군에서 갓 제대한 남동생과 여동생, 홀로되신 친정어머니까지 어린이집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이따금씩 서울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이렇게까지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전철 역 승강장을 그득하게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숲.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기분이 된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쉴새없이 웃으며 떠드는 여학생들 뒤에 자리하자마자 나와 시아버지의 뒤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사람들. 이윽고 도착한 전철이 아가리를 열자마자 힘한번 쓰지 않았는데도 구겨지듯 전철 안으로 밀려들어가야 했고, 그 와중에서도 내 시아버지는 나를 보호하려는 듯 내 손을 꼬옥 잡고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그런 시아버지의 팔짱을 부여잡고 서 있기를 잠시, 청바지에 감싸여 있는 엉덩에 와 닿는 색다른 이질감에 와락 짜증이 밀려와 뒤를 바라보아야 했다. 중년의 점잖아 보이는 신사. 모르는 척 멀뚱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음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앞으로 돌려야 했고,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손등으로 내 엉덩이를 압박해 옴에 떨어내듯 몸을 움찔 했지만, 요지부동인 남자였다.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는지 시아버지가 나와 남자를 번갈아보며 쳐다보더니 어렵사리 당신의 앞에 공간을 확보하더니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어미 닭의 품 속에 파고든 병아리처럼 시아버지의 널찍한 가슴에 포옥 안기자 내 어깨를 꼬옥 끌어안아 주신다.
나른한 편안함이 밀려왔고, 나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아 버렸다.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의 박동소리마저 너무 정겹다.
또 다른 정거장, 또다시 밀려들어오는 사람의 파도에 시아버지와 나 시이에는 말한방울 샐 틈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바짝 밀착해야 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던 듯 부러질 듯 딱딱한 막대기 하나가 내 아랫배를 강하게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민망하신 듯 엉덩이를 뒤로 빼려는 시아버지의 노력도 부질없었고, 그런 시아버지의 움직임에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아버님의 허리를 꼬옥 부여안아 바짝 안기며 고개를 들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모습을 올려다 보았다.
"미안하구나...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궁색한 변명이 너무 재미있어 피식 실소가 머금어진다.
사람이 많아서 그게 서다니....
"피........아마 며느리 안고...이렇게 되는거 아빠 뿐일꺼야....엉큼장이..."
내 눈흘김에 멋적으신 듯 어깨를 꼬옥 끌어안아 주시고는 내 머리에 코를 묻는다.
샴푸 향이 기분 좋으신 모양인지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귓가에 선연하게 들려온다.
허리를 부여안고 있던 손을 내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탄탄한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문질러보다가 꽈악 움켜쥐자 움찔하고 몸이 굳어지시더니 마치 "떼끼"하듯 인상을 쓰시곤 허허롭게 웃으신 시아버지가 놀고 있던 한쪽 손을 아래로 내려 보복이라도 하듯 내 엉덩이를 꼬옥 쥐셨다.
"못됐어...."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흘낏 살피고는 허리를 앞으로 강하게 퉁겨주고는 하얗게 눈을 흘겨주었다.
발칙한 내 행동에 자신감이라도 생기신 걸까... 내 어깨위에 놓여있던 나머지 한손마저 아래로 내리시더니 양손으로 엉덩이의 구릉 두개를 꼬옥 움켜쥐어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야릇한 한숨을 내 귀바퀴에 쏟아내신다.
귓가에 와 닿는 따스한 입바람, 아랫배에 바짝 붙여진채 뭉개질 듯 비벼지고 있는 근사한 육봉, 엉덩이를 포근하게 감싸쥐고 이따금씩 힘주어 주무르는 손길... 아랫도리의 중심 부근의 저릿함과 함께 내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러나왔고, 나도 모르게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규칙적으로 움켜쥠으로 시아버지에게서 야릇한 흥분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안내방송 소리가 목적지에 거의 이르렀음을 알려주었지만, 내 몸을 통해 느끼고 계실 실로 오랜만의 흥분감을 깨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발그레하게 물들었을 얼굴을 들어 옆사람들을 다시금 살피고 두툼한 아버님의 입술에 옅은 갈색으로 채색한 내 입술을 꼬옥 붙여주었다.
순간 억센 힘으로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심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그 틈새를 비집고 두툼하지만 부르러운 살덩이가 내 입속을 향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라 생각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아득하게 정신이 멀어져가는 듯 어지러워 시아버지의 허리를 꽈악 부둥켜 안아야 했다.
역시 사람들이 많다는 상황이 두려웠던 것일까. 급작스레 찾아들었다가 도망치듯 사라지는 살덩이. 옆구리를 꼬옥 꼬집으며 살그머니 눈을 흘기는 것으로 시아버지의 도발을 응징했다.
지하철이 입을 열자마자 시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탈출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다시금 내 허리를 안아오는 시아버지의 손등을 꼬옥 꼬집는 것이었다.
"미쳤어...정말....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상관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든든한 아버님이기에........
어찌 생각해보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과는 달리 처음 인사드리러 찾아뵈었을 때부터 내 마음 속엔 남자로서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분가해 살면서 이따금씩 찾아뵐때도, 가뭄에 콩나듯 했지만, 우리집에 다니러 오실때도 마치 여고시절 사랑했던 선생님을 뵙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었다.
집안에서 걸레질을 칠 때도, 헬쓰에서 운동을 할때도,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거닐을 때도, 난 남편보다 시아버지께서 날 어떻게 봐 주실까에 더 신경이 쓰였고, 내 모습을 몰래몰래 훔쳐보며 목울대를 꿀꺽일때의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락없이 속옷을 흠뻑 적실 정도로 젖어들어야 했다. 택시를 타고 아랫동서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내 아랫배에는 전철에서 느꼈던 딱딱함이 고스란이 남아 있었고, 내 손아귀에는 탄탄한 엉덩이의 감촉이 살아 움직이는 듯 선연했다.
"어디 갔나?"
토요일인지라 휴무일텐데도 초인종 소리에 아무런 대꾸가 없어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게 미리 연락을 하고 오자니까..."
"쉬는 날이라서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어디 갔나 보네요...어쩌지?"
마냥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까부터 엘리베이터의 누름 단추를 누른 채 기다리고 계신 시아버지를 바라보았을 때에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누구세요?...."
"어......동서, 나야"
인터폰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어머?..형님?..."
"응....아버님도 같이...."
"잠, 잠깐만요...."
직감적으로 몹시 허둥대고 있다는 느낌이다. 목욕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한참만에야 문을 열어준 아랫동서의 얼굴이 보기 좋을 정도로 발그레했지만, 그랬기에 더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원피스의 홈웨어를 입고 있는 아랫동서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것도 같고, 화장을 한 것 같은데도 웬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뭐 하느라고 이렇게 늦어?...낮잠이라도 잔거야?..."
"네?...아...잠깐...피곤해서요...아버님...오셨어요?"
그제서야 시아버지에게 인사를 챙긴 동서가 아버님과 나를 소파로 안내했고, 어딘지 모르게 허둥거리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살짝 열어진 안방문을 슬쩍 엿보았다.
생긴 것처럼 깔끔한 흰색의 침대 시트가 보였을 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내가 어쩌면 오해했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 풀썩 웃으며 자리에 앉자 내 행동이 이상한 듯 시아버지가 유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어쩐 일로 연락도 없이....."
시원한 음료수 잔을 얹어놓은 쟁반을 들고 온 동서가 다탁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아이 데리러...그동안 애 봐주느라고 많이 힘들었지?"
"힘은요...오히려 혜지가 우리 민호 돌봐줘서 얼마나 편했는데...호호...정말...다 컸어요...혜지는..."
혜지는 내 딸래미의 이름이고, 민호는 동서의 아들래미이다.
"호호...그래?..근데 아이들은?"
"친정 엄마하고 동생이 데리고 나갔어요...오랜만에 놀이동산에 간다고.....아마 서너시쯤이면 올거에요...그래..형님은 좀 어떠세요?...다 낳으신 거예요?"
"으응....괜찮아..이제..."
"다행이다...걱정 많이 했는데..."
"아버님이 고생 많으셨지..뭐...나땜에..."
아랫동서의 커다란 눈망울이 아버님을 향해 돌려진다.
"죄송해요...제가 자주 찾았어야 하는 건데..."
"니가 뭐...놀면서 그랬니? 바쁜거 다 아는데..."
시아버지가 사돈 총각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잠깐 찬거리를 사 온다는 아랫동서를 대신해 쌀이라도 씻을 요량으로 다용도실의 문을 열던 나는 무엇인가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안방문을 잽싸게 빠져나와 달음질 치듯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고, 순간 느꼈던 두려움 대신 찾아온 야릇한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현관문을 살피곤 도둑질하듯 살그머니 안방으로 스며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한 실내, 잔뜩 헝크러진 침대시트,
좁다란 골목을 쏜살같이 달려오던 하얀색의 소형 자동차가 내 허리를 스친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생각은 어이없게도 딸 아이도 전방에 근무 중인 남편도, 그렇다고 병석에 누워 계신 친정 아버지도 아닌 내 사고를 알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실 시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차에 치인 고통보다도 상황이 주는 놀라움에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곳은 잠시 생각했던 대로 포르말린 냄새 자욱한 병원의 응급실이었고, 링거 병만이 외롭게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병원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바라보다가 겨우 생각해 낸 것도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에 갔을 딸 아이가 아니라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를 걱정하고 계실 시아버지였다.
느린 시선을 돌려 베게 옆에 놓여진 핸드백의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십수번의 신호음에도 받지 않음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긴가민가하면서 시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니 나였음을 알았는지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두어 옥타브쯤 올라간 듯 잔뜩 높아져 있다. "아버님...지금 어디세요?..집에 전화하니까 안받던데..."
이 상황에서도 나에대한 시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픈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어디긴...시장이지..."
"시장이요?..거긴 왜...."
"온다는 시간보다 서너시간이나 늦어져서...무슨 일이라도 있나하고..나와봤다...너..거기 어디냐?"
가슴이 저미는 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세상에 어떤 시아버지가 있어 이토록 며느리를 진심으로 아끼라.....
"여기...병원이예요...."
"병원?.....병원이라니?...거긴...왜?"
예상했던 대로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찢어질듯 높아졌다.
"사고 났어요...시장 갔다 오다가...."
잔뜩 놀라신 듯 아무 말도 못하고 계신 시아버지를 안심시켜드려야 했다.
"그냥...조금 다친 거 같아요...상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 오른 손의 팔꿈치에 감겨 있는 붕대를 살펴보며 말했다.
"내...바로 가마...거기...어디 병원이냐?"
올해 쉰 두살로 재작년에 계급 정년에 걸려 군에서 예편한 내 시아버지 김동진과 함께 살아온 2년여의 시간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던 듯 하다.
설상가상으로 군에서 예편하자마자 그토록이나 금슬이 좋았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셨을 때 우연의 일치인지 이곳 인근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최 전방 부대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모시게 된 2년여간의 세월...
때론 든든한 오빠처럼, 때론 자상한 남편처럼, 때론 근엄한 친정 아버지처럼 내게 살갑게 대해 주시는 시아버지...
아버지의 제복 입은 모습에 반해 군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내 남편과 시동생이었고, 나 또한 사관생도 시절의 남편이 입은 근사한 제복에 홀딱 반해 네살의 나이 차이를 속이다시피 남편에게 접근해서 우연치 않게 가진 아이를 낳을 용기를 냈던 터이고 보면 실로 운명이란 것도 어찌보면 아이러니의 연속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의 입에는 가져갈 생각도 않고 내 입에만 열심히 팝콘을 퍼 나르던 시아버지의 손가락을 무엄하게 꼬옥 깨물었을때 귀엽다는 듯 내 볼을 살짝 꼬집어주시곤 푸근하게 미소해주시던 며칠 전 영화관에서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웃음이 머금어 짐을 느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내 이마를 쓰다듬어 줌을 느끼며 나른한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눈을 슬며시 뜬 순간 잔뜩 근심어린 표정의 시아버지의 얼굴이 내 동공을 가득 메워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멋진 얼굴이 눈가와 이마에 잡힌 몇가닥의 잔주름만 뺀다면, 이제 갓 스물 아홉의 남편보다 오히려 더 젊은 듯한 얼굴이 나를 위해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음에 미안함 대신 아릿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런...나 때문에 깨었나 보구나...."
언제나처럼 매력적인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를 두드렸다.
"어머...언제 오셨어요?..."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하자 다급하게 나를 제지하시는 아버님이다.
엑스레이를 찍는 중에도 시티 촬영을 하는 중에도 시아버지는 내 곁을 굳게 지키시며 걱정어린 얼굴로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고, 나는 그런 아버님의 든든함에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여자 환자가 있는 방으로 주십시요...이왕이면...젊은 분으로...우리 며느리 말벗이라도 하게..."
1인용 병실을 주문하시던 아버님이 고개를 가로 젓는 간호사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 방밖에 여유가 없었는지 아니면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이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침이면 싱그러운 햇살이 그득 들어올 듯한 2인용의 병실에서 내 또래거나 아니라 해도 겨우 두세살 많아보이는 듯한 젊고 단아한 미를 뽐내는 여자와 벗하여 입원을 하게 되었다.
좌측 골반뼈의 골절과 좌측 엉덩이, 역시 좌측인 어깨 부위에 나 있는 타박상이 검사의 결과였고, 다친 부위의 특성상 고정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으므로 무조건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시켜야 골절 부위가 빨리 접합된다는 의사의 설명에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딸 아이야 다행스럽게도 방학을 맞았으니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아랫동서에게 맡겨도 된다고 하지만, 식사는 어찌할 것이며, 이따금씩 갈아입어야 하는 속옷은 어찌할 것인가.
아니 그 정도야 어찌어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리현상에 의한 대소변은 또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시아버지와 같이 다니던 헬스클럽에서 끈나시로 된 레오타드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스트레칭을 하곤 했던 나였지만, 작년 여름 오랜만에 가본 해변가에서 노란색의 비키니를 입고 엉덩이를 샐룩이며 시아버지를 약올렸던 무엄한 며느리였지만, 온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거울에 비춰보기에도 민망스럽기만 한 하얀색의 타이즈를 입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던 나였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 끝이 쭈삣 설 정도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아는, 둘째한테 전화 했으니 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거다..."
"네...잘됐네요...그나저나 아버님 어떻게 해요...식사도 못챙겨 드리고...죄송해요..."
"신 혜정, 입은 삐뚤어졌어도..말은 바로 하랬다..."
느닷없는 소리에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시아버지의 주먹이 내 이마를 콩 때려온다.
"솔직히 말해서...내가 너보다 밥 당번을 세배는 많이 했을 거다....하하하..."
그제서야 무슨 소린지 눈치 챈 내가 혓바닥을 삐쭉 내밀어 보였지만, 창가의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들었을까 두려워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닌게 아니라 느즈막하게 눈을 떠보면 일찌감치 딸 아이를 깨워 밥 먹여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시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머쓱한 표정으로 잘 차려진 식탁에 앉기라도 할라치면 곱게 덮어놓은 보자기를 벗기고는 금방 데워 놓은 뜨거운 국을 한대접 퍼 주시곤, 내가 민망해할까봐서인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시던 아버님이었다.
"아이...누가 들으면,,,진짠줄 알겠어요...."
무안을 감추려 눈을 흘겨보았지만 벽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딴청을 하신다.
"보호자분, 환자복 좀 입혀드리세요"
냉랭한 말과 함께 아버님께 건네진 환자복 한벌... 잠시 당황하신 듯 내 얼굴과 환자복을 번갈아보시던 아버님이 입맛을 쩝 다시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자...환자복 입어야지..."
입혀주실 요량인지 환자복을 내려놓고는 이불을 슬그머니 벗겨내신다.
"어머...아버님...어떻게...싫어요.....그냥...저 혼자 입을래요..."
물밀 듯 밀려오는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바라본 아버님이 마음이 상하신 듯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
"그럼...이따가 둘째 오면 갈아입으려무나...."
고개를 돌리신 아버님의 모습에서 처연함이 느껴짐은 딸처럼 아껴주었던 며느리의 냉정함에 대한 서운함일 듯......
아랫동서가 칭얼거리는 딸아이를 데리고 밤길을 재촉한 것은 벌써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였고, 잔뜩 놀란 탓인지 엄습하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빠듯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난 것은 새벽임을 알리는 듯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지는 시간이었다.
내 침대에 바짝 붙여진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시아버지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깨울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멍하니 누워 있었다.
하지만, 내 인내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욱씬거리는 엉덩이의 골절 부위가 주는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이 나를 압박해왔고 견디다 못한 내가 다급하고 간절하게 시아버지를 깨웠을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싶은지 벌떡 몸을 일으키시는 아버님이 새삼 안쓰러웠다.
"저...아버님..."
잔뜩 찡그린 내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시던 시아버지가 이윽고 눈치를 채신 듯 고개를 끄덕거리시더니 병실 문 밖에 있던 오줌통을 들고 들어오심에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듯 뜨거워졌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오줌보는 내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아버님이 벗겨주시는 대로 엉덩이를 치켜 올렸지만 아버님도 나도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불을 덮은 채 맨살의 엉덩이 밑에 납작한 오줌통을 대 보았지만, 생경한 시도에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는 요도였고, 육체적인 힘듬 보다는 민망함 때문에 맺혔을 아버님의 땀방울이 내 콧잔등에 떨어질 즈음까지도 시원스런 방뇨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따님을 안아서 화장실에 가세요...저도 해봐서 아는데...잘 안되거든요...."
건너편의 여자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이 쪽을 향해 조언을 해 왔고, 시아버지도 그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바지를 올려주시고는 오금에 팔을 끼워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골절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함인지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시는 시아버지의 두툼한 목덜미를 꼬옥 껴안고 있자니 이 급박한 순간에도 어릴 적 나를 안아주었던 친정아버지의 품속 마냥 아늑한 느낌이 든다.
변기 앞에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으신 아버님이 내 머리끝은 바라보며 환자복의 바지를 벗겨주시고 내가 슬그머니 변기위에 엉덩이를 걸치자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신채 민망하신 듯 헛기침을 한번 하신다.
"쪼르륵..."
시원스럽게 쏟아내는 방뇨의 기쁨보다도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물줄기 소리가 주는 무안함에 얼굴이 절로 뜨거워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앞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실소를 토할 뻔 했다.
잠자리를 위해서인지 편한 운동복 차림이신 아버님의 중심에 우뚝 솟은 텐트. 서른 셋의 젊고 아름다운 며느리가 온몸으로 연주해내는 야릇한 소음에 참기 힘들어진 탓일까...?
어쩌면 딸 아이의 팔뚝보다도 굵직하고 길 듯한 육봉이 그대로 위용을 뽐내며 이루어낸 양각이 당혹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어 지는 것은 아마도 여러번 이와 유사한 경험이 선물한 태연함 때문일 것이다.
집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야릇한 동작으로 운동을 할 때도, 청소마저도 시아버지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집안 구석구석을 걸레질 하며 엉덩이를 씰룩거릴 때에도, 내 모습을 훔쳐보던 시아버지의 중심은 얼핏 보기에도 뻔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불룩해져 있었고, 남자라고 이름지어진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나이기에 민망함이나 당황스러움보다는 어쩌면 내 몸에 그리 반응을 해 주시는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태연함을 가장하고 두루마리 휴지를 몇 장 떼어내어 사타구니에 꼬옥 댔다 떼고는 물을 내릴 때에야 아버님의 시선이 내 얼굴로 옮겨졌다. "죄송해요...아버님...."
푸욱 숙여지는 내 볼을 꼬옥 감싸쥔 아버님...
"난, 네가 내 딸이려니 생각해 왔다...이렇게 아픈 너를 보살펴 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내 신경일랑 쓰지 말고,,,민망하더라도 참도록 해라...어려워하지 말고.....저 쪽 새댁 말대로...친정아버지라고 생각하면...편할테니..그렇게 생각해 주면...더 좋고...."
밖에 들릴 새라 속삭이듯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마음씀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다.
수긍의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기분이 한결 나아지신 듯 싱긋 웃으신 아버님이 내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렸고, 그러는 바람에 내 젖가슴이 시아버지의 손바닥을 짖누름이 확연히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터라 모른 척 손을 뻗어 바지를 추스르고 다시금 굳강한 시아버지의 품에 꼬옥 안겨 침대로 돌아왔다.
"어때요? 훨씬 편하죠?"
어느새 몸을 일으킨 옆 침대의 여자가 나를 향해 밝게 웃었다.
"네....그러네요...고마워요....호호..." 생리적인 해방감이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래도..그쪽은 다행이예요...친정 아버지한테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그래요...호호..."
뜨악해 하는 시아버지에게 찡긋 눈을 감아 보인 내가 여자를 향해 어제 저녁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그쪽은...아무도 안계신가 봐요...."
"후후...이틀에 한번씩 와요...이제 거의 다 나아서...사실...보험회사하고 합의가 안돼서 못나가고 있거든요...통원치료 해도...되는데..."
"그럼...누가..."
"시아주버님이요....후후...남편은...외국에 나가 있거든요....항해사라서....친정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어쩔 수 없이 혼자되신 아주버님이 절...돌봐주시죠...아참...인사나 해요...난...지영이에요...정지영...나이는...서른 여섯....그쪽은...?"
"어머...저보다 세살이 많네요...전..혜정이예요....신혜정...전...남편이 군인이라서...할 수 없이...여기..."
하마터면 시아버지라고 소개할 뻔한 바람에 얼른 말을 멈추고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난...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허허....우리 딸 잘 부탁합니다....
" 능청스러움은 연륜에 비례하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둘러대는 시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굵고 짙은 눈썹 아래 부리부리하게 떠져 있던 아버님의 눈이 질끈 감김에 입을 꼬옥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어머...무슨 말씀을...따님이 정말 예뻐요...호호...이런말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스물 몇살 정도로 밖에 안봤는데...아버님도...젊어보이시고....호호....혜정씨..여기 있을 동안만이라도 우리 친하게...지내요...전에 있던 환자는 할아버지라서 얼마나 심심했는지...시도 때도 없이 가스를 뿜어내고...후후...."
"호호...그래요...언니..." 싹싹하게 언니라는 호칭을 붙여주자 여자가 즐거운 듯 환하게 웃어주었다.
"자아....우리 혜정이 밥먹자.........."
"응....아빠...."
실소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 내던 아버님이 내 반응에 깜짝 놀라시는 모습이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다.
여자가 옆에 있기도 하려니와 나 또한 무슨 까닭인지 저도 모르게 떨어지는 아양을 떨어대며 다정스런 부녀 사이를 연출해 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는 듯 이따금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님의 손바닥이 너무도 정겹게 느껴짐은 웬일일까........
"아빠가 아니라, 마치 남편 같아요...연세가..."
내 식사 시중을 들어준 시아버지가 병원의 구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간 사이 건너편 여자가 한 말이다.
"쉰 둘이예요...."
"어머...그렇구나...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호호...혜정씨 아버님인걸 몰랐다면...30댄 줄 착각했을 거예요..."
그랬다. 내 시아버지 김동진은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오던 운동 덕분에 지독한 외탁의 영향인지 선이 가는 두 아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한 데다가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용모를 가지고 있어 혜정 집안과의 첫 상견례때 이제 겨우 마흔을 갓 넘긴 혜정의 막내 이모가 첫눈에 반했을 뿐만 아니라 혜정의 엄마도 공공연하게 사위보다 사돈 어른이 훨씬 좋아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던 것이다.
저녁이 될 때까지의 시간동안 네차례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고 전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시도했을 때 느껴졌던 수치에 가까운 민망함도 많이 가셔져 시아버지 앞에서 쉬야를 하면서 먼산 바라보듯 딴청을 피우시는 아버님의 얼굴을 훔쳐보곤 배시시 미소할 용기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내가 소변을 볼때마다 여지없이 굳건하게 융기를 자랑하는 중심을 훔치면서 미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저기....아버님........"
건너편 침대의 여자가 기브스한 다리를 끌다시피 화장실로 간 사이에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죄송한데...속옷...좀......"
"그, 그래.....내 가져 오마..."
예기치 못한 말이었던 듯 말까지 더듬는 시아버지였다.
"피......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그렇구나...허허..."
"제방...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맨 윗서랍에 있어요....죄송해요...심부름 시키는 것...같아서...."
하긴 내 설명이 없더라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실 터였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보여지는 시아버지의 당황 이후에는 영락없이 속옷 서랍의 흐트러짐이 있었고, 세탁기에 던지듯 넣어 둔 내 속옷에 묻어 있는 시아버지의 체취를 근 일년여 동안 느껴오지 않았는가....
건너편 여자의 보호자가 왔다. 40대 중반 쯤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는 인상이 아닌 그런 남자다. 허여멀건한 얼굴 색이 웬지 모르게 바람둥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록 이불에 감싸여져 있다곤 하지만 내 몸을 쭈욱 훑어보는 시선이 오싹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음탕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건네옴에도 고개만 끄덕여주고는 텔레비젼에 시선을 고정시켜 버렸다.
자신을 무시함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그러한지 이따금 씩 내 얼굴을 훔쳐보곤 하는 모습이 내 눈꼬리에 잡혀왔고, 그런 남자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는 여자의 앙탈과 그런 여자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두드려주는 남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내 시야에 들어옴에 기묘한 느낌을 가져야만 했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관계 아닌가...
내가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고, 그런 행동은 은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이었기에 여간 당혹 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요상한 호기심은 텔레비젼을 보는 척 하며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 남녀의 행동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내가 마침 상영되는 연속극에 푸욱 빠져 있을 것이라 단정이라도 했는지 그네들의 행동은 점입가경이었다.
슬그머니 여자의 입술을 더듬던 남자의 손가락을 꼬옥 깨무는 여자, 아프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다시금 입술을 더듬자 달래주기라도 하듯 입술을 열어 손가락을 쪼옥 빨아들이고 오물오물 부드럽게 짓깨무는 듯 하다.
여자의 엉덩이 옆에 걸터 앉은 남자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이불을 들추고 여자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역시 내 눈치를 살핀 여자가 남자를 하얗게 흘기고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남자의 허벅지를 문질렀다.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고, 여자의 도발에 참을 수 없었음인지 허벅지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앙탈하듯 여자가 남자의 중심을 툭 치곤 배시시 웃으며 슬그머니 움켜쥐곤 부드럽게 주무른다.
성에 차지 않는 듯 남자가 자신의 중심을 주무르는 여자의 손등을 덮어쥐고는 꾸욱 누르며 허리를 잔뜩 굽혀 여자에게 무엇인가 속삭였다. 숨막히는 흥분이 밀려오며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가더니 왼쪽 엉덩이에 찌릿한 고통이 느껴져 얼굴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네들은 보통의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성인 소설이나 야한 동영상에서 보아왔던 숨막히는 근친상간의 실제 모델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도리의 중심이 질척한 눈물을 흘리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져 왔다.
느릿하기는 하였으되 혼자서도 곧잘 가더니, 시아주버니의 품에 꼬옥 안겨 화장실로 가던 여자가 쑥스러운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푸욱 숙였다.
여자의 앙큼함보다는 그들이 자아내는 에로틱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려 아랫도리를 꾸욱 눌러보게 만들었다.
텔레비젼의 소음과는 상관없이 내 청각 신경은 온통 그들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로 쏠렸고, 환청인지 이따금씩 쪽쪽하는 듯한 소성이 내 귀를 자극할 때마다 어느덧 환자복 바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있는 내 손은 저절로 팬티를 사이에 두고 골짜기의 깊은 습지를 매만졌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아릿한 쾌감은 또다른 미묘한 환청을 찾아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이어졌다.
허술한 나무문 하나를 사이에 둔 터라 아마도 진한 애무만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말았을 그들이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왔을때 확연하다 싶을 정도로 빨개진 얼굴을 발견했고,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 얼른 고개를 돌려야 했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펑펑 눈물을 쏟아내곤 하는 내 음부는 생전 처음 목격한 야릇한 광경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끈적한 물을 토해내어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맡겨질 속옷이 음란하게 젖어 있음이 아버님에게 어찌 비쳐질 것인지....
건너편 여자와 남자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휠체어를 타고 바람이라도 쐬려는지 밖으로 나간 사이에 돌아온 시아버지가 쇼핑백 안에서 주섬주섬 가지각색의 속옷을 꺼내어 이불 위에 올려놓는다.
친구들이 놀릴 정도로 야한 속옷 입기를 즐겨했던 나인지라 이불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얼굴 뜨어울 정도로 야한 것 일색이었고, 민망함에 얼른 그것들을 다시 쇼핑백에 집어 넣고 쏘듯 시아버지에게 말했다.
"수건 좀...물에 적셔다 주시고...나가서 커피라도 한잔 하고 오세요...."
"응? 수건?...수건은 왜?"
"몸 좀...대충이라도 닦으려고요...."
시아버지 아니라 남편이라 하더라도 잔뜩 젖어 있는
"보지 닦으려고요"
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 말에 수긍한 듯 말 잘듣는 아이처럼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다 준 시아버지가 자리를 피해주었고, 어렵사리 팬티를 갈아입을 수 있었만 누워있는 자세에서 브래지어를 갈아 입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맨살의 상체에 환자복을 입고 누울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지의 정성스러운 간병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의사의 경고에 겁먹은 나의 조심성 때문이었는지 병원에 입원한지 보름이 지난 후의 검사 결과는 꽤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엑스레이 상으로도 골절된 뼈가 자연스럽게 접합되고 있음이 확연하다고 하니까...
그 동안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엄마들과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한차례, 아랫동서가 두어차례 다녀갔을 뿐 훈련장에 가 있다는 남편은 두세차례 전화로 안부를 물어왔을 뿐이었으니, 어찌보면 남편보다 더 미더운 시아버지였다. 머리 감겨주는 일이나 양치 시중 들어주는 일은 비교도 않될 정도로 고역이었을 화장실 볼일을 볼 때에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는 아버님이었으니, 15일간의 병원 생활 동안 내 수치스러운 부분을 낱낱히 아버님께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5일 동안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시아버지에 대한 호칭과 말투였으니, 어느 누가 보더라도 애교덩어리 딸과 자상한 아빠의 관계라고 믿을 정도라는 것이다.
"아빠, 나 커피 한잔만 타주라...."
정도는 건너편의 여자가 없을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말이 되었고,
"신 혜정, 너 환자한테 커피가 나쁘다는 거 몰라? 까불지 말고...주스 마셔..."
하는 시아버지의 말에,
"아이....그러지 말고...한잔만...주라....아빠....정 만들기 귀찮으면, 아빠 마시던거 주던가...."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할 뿐만아니라 이따금씩 이불을 덮어 주시는 시아버지의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해 줄 정도로 나와 시아버지의 행동은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기부스를 푼 건너편의 여자가 하루에 두차례씩 물리치료를 받을 때마다 여자를 내 친구처럼 생각하시던 시아버지가 여자를 부축해주곤 했는데 여자의 허리를 감싸쥔 시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볼때마다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솟구치는 나를 발견해야 했다.
시아버지가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내 침대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은밀한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던 여자였음에도 이따금씩 내 시아버지에게 떨어대는 교태에 가까운 아양과 젊디 젊은데다가 성적인 매력까지 넘쳐 흐르는 여자가 싫지 않았음인지 그 때마다 흥겨워하시는 시아버지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아빠...저 두사람 이상해..."
건너편의 여자가 한번도 어김없이 이틀에 한번씩 찾아와 자정이 될 무렵까지 제수씨의 곁을 지키곤 하는 남자와 함께 바람이라도 쐬려는 듯 외출을 했을 때 내가 넌지시 건넨 말이었다.
"응? 이상하다니? 뭐가?"
"아이...아빠는 못느꼈어?..."
"전혀 모르겠는데?..."
골똘히 생각해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아버지를 흘겨주었다.
"보통 사이가 아냐...저 사람들...아무래도 깊은 관곈거 같애..."
내 말이 가당치 않은지 시아버지가 풀썩 웃었다.
"너...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시아주버니하고 제수씨라며..."
"몇 번이나 봤는걸?"
그제서야 시아버지의 얼굴에 호기심이 잔뜩 묻어나더니 출입문을 흘낏 살피고는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슨 소리야?...그게"
"글쎄...남자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여자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하고...어떤 때는 환자복 위로 거기도 만지고..."
"에이...설마..."
아무래도 내 말이 못믿겠다는 표정이다.
"진짜야...여자가 남자 거기...만지는 것도 봤는걸...어쩐지...처음 봤을 때부터...이상하다 했어....두사람..."
마른 침을 삼키는지 시아버지의 목 울대가 크게 오르내림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나면...항상 둘이 같이 나가...나갔다가 들어올때 보면...이상한 느낌이 들고...뭔지 모르지만...들떠 있는 것 같은.....아이...왜...있잖아....그런거......틀림없어....두사람..."
시아버지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들어오는 남녀를 유심한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마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엿보기 위함인 듯 싶었다.
내가 보기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잔뜩 들뜬 듯 보였고, 어찌보면 얼굴이 붉게 물든 것으로도 보였다.
시아버지도 그것을 느낀 듯 나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출출한데 밖에 나가서 요기라도 하시죠...오랜만에 술도 한잔 하고...제가 모시겠습니다..."
넉살 좋은 남자가 시아버지에게 말했고, 술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였던 시아버지가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래요...아빠, 오랜만에 한잔 하세요...너무 많이 마시진 말고..호호....꼭 애기같애...마시고 싶다고 하면 될 걸 가지고...호호호호..."
내 흔쾌한 승락에 기다렸다는 듯 남자의 뒤를 따르는 시아버지가 무엄하게도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젊고, 건강하신데....마나님 너무 일찍 보내서 그렇겠다....혜정씨 아빠...."
언제나처럼 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친 여자가 말을 건넨다.
"이런말 하면 안되겠지만, 어떻게 참으실까?...한창일텐데...."
"네? 뭘요?"
"아이....그거 말야...그거....호호호호....그럴거 아냐...요즘은 70먹은 노인네도...벌떡벌떡 일어난다는데..."
그제서야 여자의 말을 알아들은 내 얼굴이 화락 달아오름이 느껴진다.
"전에..우리 아주버님 보니까...이상한 술집 여자들한테도 가고 그러는 거 같던데...."
그렇게 안쓰러워서 대줬냐?
는 소리를 목구멍 너머로 꾸욱 삼켜야 했다.
"혜정씨가 잘 해드려...외롭지 않게....."
설마하면서도 여자의 말이 마치 몸을 주어서라도 시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들려옴은 왜일까..... 금방 돌아온다던 시아버지와 남자는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야 불콰해진 얼굴이 되어 나타났고, 남자들끼리의 조촐한 잔치가 미안했던 듯 마른안주 몇개와 맥주 서너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머, 아빠...간호사 보면 어쩌려구...술을 가져와..."
질책하는 내게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댄 시아버지가 나를 향하여 눈을 찡긋거렸다.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오랜만에 접하는 맥주는 시원함을 넘어 달콤함마저 느끼게 해줄 정도로 색다른 맛이었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더니 몰래 먹는 맥주 또한 그런 모양이다.
각각의 침대에서 행여나 들킬 새라 두어컵씩 허겁지겁 들이킨 여자와 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남자들도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오랜만의 알콜 기운으로 갑작스레 찾아오는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까무룩 잠에 들었던 내가 눈을 뜬 것은 맥주를 마심으로 생긴 듯한 아릿한 요의 때문이었다.
언제나처럼 시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올려 시아버지를 찾으려던 나는 이상한 느낌에 쭈삣 움직임을 멈추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머리는 창가에 위치해 있는 그들의 침대를 향하게 되었다.
환하게 켜져 있는 가로등의 영향으로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게나마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침대 위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두남녀가 누워 있었고 이따금씩 이불이 들썩거리는 걸로 봐서 서로의 몸을 애무하고 있는 듯 싶었다.
저절로 입안에 마른침이 가득 고여왔고, 흡사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뜨거워졌으며, 심장의 고동이 급박하게 빨라짐이 느껴져 왔다. "쭙..쭙"
보지 않더라도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소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스럭... 이불이 들썩거릴 정도로 심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몸을 꼬옥 끌어안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동정을 살펴보는 여자였다.
"아이...하지마...여기서는...불안해...."
속삭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내 귀에 또렷하게 흔적을 남겼다.
이윽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
"괜찮아...잠들었는데...술까지 마셨잖아...까짓 알더라도 상관없지 뭐...낼 모레면 퇴원할거고...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뭐...그나저나...오랜만이다...이렇게 침대에서 안아보는거...."
"그래두....불안해....자기야....그냥...나가서 하자...화장실에서...응?..."
여자의 목소리에 말 그대로 불안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괜찮아...난 오히려 스릴있고..더 좋은데...뭘그래...?...후후...이런....불안하다면서...완전히...한강이네...이거...."
내 쪽에 등을 보이고 모로 누운 남자가 여자의 깊은 곳을 만지는지 찔꺽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병실 안에 울려퍼졌다.
"하악.....몰라..."
여전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여자가 자지러지듯 숨을 들이켰다.
"당신도...흥분되지?...."
"하아...몰라...난...자기 생각만 하면...거기가...아려..."
"거기?...거기가 어딜까?....."
"치잇....또그래.....응큼한 남자 같으니...."
"후후후..."
자신의 웃음소리가 다소 컸음을 느꼈는지 남자가 숨을 죽이고는 내 쪽을 바라보았고, 으슥한 어둠에 감싸여 있는지라 들킬 염려가 없음에도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가 다시 뜬 것은 부스럭거리는 소음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가 여자의 바지를 벗겨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자신의 운동복 바지를 벗더니 침대위에 몸을 눕혔고 자연스럽게 하체만 벌거벗은 여자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 안겼다.
"쪽...쪽...."
다시한번의 입맞춤... 머릿 속이 텅빈 것처럼 어지럼증이 느껴졌고,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잔뜩 힘이 들어간 사타구니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하악......."
이윽고 몸을 일으킨 남자가 다리를 활짝 열고 있는 여자의 몸 위에 자리하고 느릿하게 엎드렸을 때 여자의 가파른 신음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고, 그 상태에서 잠시 움직임을 멈춘 남자가 내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여자의 목덜미를 바짝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펌핑을 시작했다.
이불에 가려진 남자의 엉덩이가 아래로 가라앉을 때마다 여자의 입에서 충만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신음성이 흘러나왔고, 흡사 진흙밭은 걷는 듯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으응...좋아...."
"어디가.....?"
"지영이....보지....."
"얼마나....?"
"꽉채우는거...같애....자기....자지가....지영이....보지를.......꽉...채우는거...같아....아아....자기야......"
내 남편처럼 남자도 끊임없이 여자를 향해 확인하듯 물었고, 그에 대한 여자의 대답은 얼버무리고 말던 나와는 달리 직접적인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조심스럽던 움직임이 참을 수 없는 흥분감에 못이겨서인지 차츰 격한 움직임으로 변해갔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여자의 신음소리에서도 조심성이 완연하게 사그러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숨막히는 흥분감에 슬그머니 가랑이를 열고 손톱 끝으로 골짜기의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은 구슬을 어루만져주다가 슬그머니 손을 내려 질구 깊숙한 곳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지만, 여자가 느끼고 있을 충만감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아아....지영아...허억....도저히..못참겠다...."
"하아....그래...빨리...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의 조심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십여차례 철썩 거리는 살부딪히는 소리와 긴 한숨을 끝으로 긴 정적이 찾아왔다.
한참을 그대로 있던 남자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키고는 휴지 몇장을 뜯어 자신의 성기에 묻은 이물을 닦아내고 여자의 옆에 몸을 눕혔고, 그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 그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릴 때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바람에 잊고 있던 요의가 느껴져 시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슬그머니 돌린 내 눈에 띤 모습에 하마터면 헛바람을 토해낼 정도로 놀라야 했다.
오랜만의 술에 깊이 잠들었을 줄 알았던 시아버지... 반듯하게 누워있는 시아버지의 아랫도리에 커다랗게 텐트를 치고 있는 방망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바지 춤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시아버지의 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다소 거친 숨소리는 또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
시아버지는 그네들의 섹스에 흥분을 참지 못해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미 요의는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와중에도 지금 시아버지가 떠올리고 있을 여자가 누군지 궁금했고, 그것이 자신의 시아주버니와 질펀한 사랑놀음 끝에 달콤한 잠에 빠져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끝이 쭈삣할 정도로 질투심이 밀려온다.
"저기....아빠........."
시아버지에게서 들려오던 호흡 소리가 우뚝 멈췄다.
"나...오줌...."
부시럭 거리며 일어난 시아버지가 언제나처럼 나를 안아들었고, 여느 때보다도 강하게 그런 아버님의 목을 끌어안은 내 엉덩이에 딱딱한 몽둥이의 감촉이 느껴진다.
"흠흠...."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는 시아버지였지만 모르는 척 시침을 뚝 뗄 수밖에 없었다.
"어머...우리 아빠...흥분하셨나보네...호호호..."
느닷없는 내 말에 퍼뜩 놀라신 시아버지가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신다.
"거봐요...내가 말했잖아...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가벼운 내 말에도 무안하신 듯 표정을 굳히고 계신 시아버지가 여간 안쓰럽지 않았다.
"나두...혼났어....남편 없는 사람...약올리는 것두 아니구....나참...."
그제서야 내 조금 얼굴이 풀린 시아버지가 내 이마에 꽁 하는 알밤을 먹이신다.
"니가...왜 남편이 없어...."
"아야!...그렇잖아...겨우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한 남편...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뭐....남들은 깨가 쏟아질텐데...억울해...."
"하하하...이런...이러다가 우리 며느리...바람이라도 날까봐...겁나는데...."
발칙한 내 말에 어느덧 언제 그랬냐 싶게 얼굴이 풀어진 시아버지가 싱그러운 웃음을 웃었다.
"그러니까...며느리 간수...잘해요....바람...안나게...."
말해 놓고 나니 이상스럽게 들리겠다 싶어 얼굴이 뜨거워져 얼른 물을 내리자 시아버지가 나를 일으키곤 바지를 올려주시곤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을 때 짜릿한 흥분을 맛봐야 했으니... 여느 때와 달리 오금에 팔을 넣지 않고 엉덩이를 감아 쥐는 바람에 두툼한 시아버지의 손바닥이 내 엉덩이를 감싸쥔 탓에 급격하게 찾아온 야릇한 흥분은 저절로 시아버지의 목을 바짝 끌어안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나뻐...며느리 엉덩이를...어멋..."
엉덩이를 꾸욱 잡아오는 시아버지의 손길에 흠칫 놀라 탄성을 토해냈다.
"하하...우리 며느리...바람 나기 전에...간수 잘해야지....."
너스레를 떠는 시아버지를 향해 하얗게 눈을 흘겨주었다.
그 일은 시아버지와 나 사이에 또 다른 의미에서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장난을 가장하여 이따금씩 환자복 위로 내 엉덩이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잽싸게 주무르기도 하시는 시아버지를 가만히 흘겨보는 것으로 용서를 하곤 할 정도로 은밀한 행동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맨 살이 된 젖가슴이 옷깃 사이로 보여지기라도 하면,
"우리 혜정이 찌찌 보이네...."
하고 놀려대셨고,
"치....남자답게..보고 싶으면 그렇다고 할것이지...치사하게 훔쳐보기나 하고...."
하고 대꾸할 정도로 시아버지에 대한 내 행동은 스스럼이 없어졌다.
언제부터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엉덩이에 주사를 맞을 때마다 자리를 피하곤 하시던 아버님이 내 눈흘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이따금씩 식사를 남길때에는 내가 먹던 숟가락으로 남은 밥을 몽땅 비워내고 흡족한 웃음을 머금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더럽잖아...닦아서 먹어요...."
하는 내게 씨익 웃어주시곤 장난스런 표정으로 숟가락을 쪼옥 빨아드는 행동도 서슴치 않으셨다.
나 또한 시아버지가 사용했던 빨대로 음료를 마시기 일쑤였고, 더럽다거나 찜찜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른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야 틈을 얻은 남편이 씨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병원을 찾아왔고, 시아버지는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기쁘다면서도 여엉 떠나기 싫은 표정을 하면서 하루 밤이지만 내 곁은 떠났다.
성실하게 내 볼에 뽀뽀를 해준 남편이 떠나자마자 병원에 오신 시아버지가 나를 꼬옥 끌어안아주셨고, 그런 시아버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며시 대 줌으로 나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고마움을 표현해 주어야 했다.
건너편의 여자가 퇴원을 하고나서 두번째 되는 날 검사를 마친 의사가 걸어도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병원 복도 옆에 자리한 화장실에서의 샤워였고, 내가 샤워하는 수십분 동안 내 시아버지는 화장실 문 밖에서 보초를 서야 했다.
문을 열동안 꿋꿋하게 서 있는 시아버지의 등에 매달려,
"나...엉덩이 아파서 못걷겠어...무리했나봐......업어줘요...."
했을때, 잔뜩 놀라 얼른 쪼그려 앉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볼에 쪼옥 하고 뽀뽀를 해 주곤 널찍한 등에 몸을 실었다.
"호호...좋네...업히니까...아빠...나...자주 업어주라..."
깔깔거리는 내 웃음에 시아버지도 그제서야 눈치를 채신 듯 손바닥으로 내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셨다.
"아야...아파...."
시아버지의 목덜미를 꽈악 움켜쥐고 일어나듯 힘을 주자 그제서야 허허 웃으시곤 내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신다.
"왜?...어디 가려고?"
내가 몸을 일으키자 신문을 보고 계시던 시아버지가 내게로 시선을 던진다.
"오줌..."
버릇인 듯 시아버지가 신문을 치우시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오줌 마렵다며..."
"어머.....응큼도 하여라....그래...나 따라 화장실에 가려구?...세상에...며느리하구 같이 화장실에 가는 시아버지나 어디 있다구....호호호..." 놀림을 받은 시아버지의 얼굴이 벌개졌다.
"이런...이제 언제 우리 며느리 오줌 소리...들어본담...쩝....아쉽네...."
내 놀림에 대한 반격일 터였다.
"그러게 말이야....나두 아쉬워...아빠꺼 못볼거 아냐...호호..."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꼬추 말야...아빠..꼬추....맨날맨날...서있던거....호호호호..."
말문이 막혔는지 뜨악한 표정이 된 시아버지를 뒤로하고 잽싸게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한 달여 간의 병원생활 동안 내게 생긴 즐거움은 단연 시아버지와의 스스럼없는 관계였다.
어찌보면, 남편같고 애인같은 시아버지의 자상함에 흠뻑 빠져든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지만, 지금의 이 느낌, 이 즐거움을 버릴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고 시절에 첫 순결을 아낌없이 바칠 정도로 나이는 지긋했지만 사랑했던 국어선생님보다, 제복 입은 훤칠한 모습에 반해 나이차이가 꽤 남에도 과감하게 대시할 정도로 좋아했던 남편보다, 내 옆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실 시아버지가 더 좋았고, 사랑스러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탈 동안 나를 부축해주시던 시아버지가 11층에 엘이베이터가 멈추자 마자 나를 번쩍 안아들곤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주셨을 때의 행복감, 며느리가 벗어놓은 팬티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행거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편안함, 부지런히 시장에 다녀와 내가 좋아하는 해물탕을 그럴 듯하게 끓여놓고 잠시 잠에 취해있던 나를 안아 식탁 의자에 앉혀주실때의 즐거움.... 첫날 저녁, 언제 사오셨는지 퇴원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건네준 꽃다발을 안아들고 두번째의 입맞춤을 시아버지에게 선사해 드렸다.
"고마워요...아버님.....정말.....많이 고마워요..."
라는 말과 함께... 그럴듯하게 맛있는 해물탕을 안주삼아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인 내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풀쩍 식탁에 머리를 박았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침대에 곱게 눕혀지 있을 뿐만 아니라 분홍색의 잠옷까지 단정하게? 입혀져 있었다.
정신을 추스르고 거실로 나가니 식탁 위에 곱게 씌워진 보자기가 보이는 것이 아침 식사 준비까지 마치신 모양이다.
보자기를 들추니 사각으로 접혀있는 쪽지가 있었고, 그곳에는,
"많이 먹어라..나 운동간다..그리고 눈감고 옷 갈아입혔으니까 신경쓰지 말거라"
라는 글귀가 써 있음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어야 했다.
실로 오랜만에 타 보는 기차라서인지 여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즐겁기만 하다.
선글래스까지 쓴 시아버지의 팔을 꼬옥 끌어안고 앉아 빠르게 스쳐가는 풍광을 보고 있자니 소녀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개학까지는 꽤 여유가 있었지만, 밀린 숙제도 봐줘야 하는 데다가 친정 식구들과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버거울텐데 군식구 하나까지 보탠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제 26살의 나이인데도 기특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너무너무 이쁜 아랫동서였지만, 그 일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벌이가 예전만 못하여 인건비라도 줄일 요량으로 군에서 갓 제대한 남동생과 여동생, 홀로되신 친정어머니까지 어린이집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이따금씩 서울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이렇게까지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전철 역 승강장을 그득하게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숲.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기분이 된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쉴새없이 웃으며 떠드는 여학생들 뒤에 자리하자마자 나와 시아버지의 뒤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사람들. 이윽고 도착한 전철이 아가리를 열자마자 힘한번 쓰지 않았는데도 구겨지듯 전철 안으로 밀려들어가야 했고, 그 와중에서도 내 시아버지는 나를 보호하려는 듯 내 손을 꼬옥 잡고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그런 시아버지의 팔짱을 부여잡고 서 있기를 잠시, 청바지에 감싸여 있는 엉덩에 와 닿는 색다른 이질감에 와락 짜증이 밀려와 뒤를 바라보아야 했다. 중년의 점잖아 보이는 신사. 모르는 척 멀뚱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음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앞으로 돌려야 했고,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손등으로 내 엉덩이를 압박해 옴에 떨어내듯 몸을 움찔 했지만, 요지부동인 남자였다.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는지 시아버지가 나와 남자를 번갈아보며 쳐다보더니 어렵사리 당신의 앞에 공간을 확보하더니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어미 닭의 품 속에 파고든 병아리처럼 시아버지의 널찍한 가슴에 포옥 안기자 내 어깨를 꼬옥 끌어안아 주신다.
나른한 편안함이 밀려왔고, 나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아 버렸다.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의 박동소리마저 너무 정겹다.
또 다른 정거장, 또다시 밀려들어오는 사람의 파도에 시아버지와 나 시이에는 말한방울 샐 틈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바짝 밀착해야 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던 듯 부러질 듯 딱딱한 막대기 하나가 내 아랫배를 강하게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민망하신 듯 엉덩이를 뒤로 빼려는 시아버지의 노력도 부질없었고, 그런 시아버지의 움직임에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아버님의 허리를 꼬옥 부여안아 바짝 안기며 고개를 들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모습을 올려다 보았다.
"미안하구나...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궁색한 변명이 너무 재미있어 피식 실소가 머금어진다.
사람이 많아서 그게 서다니....
"피........아마 며느리 안고...이렇게 되는거 아빠 뿐일꺼야....엉큼장이..."
내 눈흘김에 멋적으신 듯 어깨를 꼬옥 끌어안아 주시고는 내 머리에 코를 묻는다.
샴푸 향이 기분 좋으신 모양인지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귓가에 선연하게 들려온다.
허리를 부여안고 있던 손을 내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탄탄한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문질러보다가 꽈악 움켜쥐자 움찔하고 몸이 굳어지시더니 마치 "떼끼"하듯 인상을 쓰시곤 허허롭게 웃으신 시아버지가 놀고 있던 한쪽 손을 아래로 내려 보복이라도 하듯 내 엉덩이를 꼬옥 쥐셨다.
"못됐어...."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흘낏 살피고는 허리를 앞으로 강하게 퉁겨주고는 하얗게 눈을 흘겨주었다.
발칙한 내 행동에 자신감이라도 생기신 걸까... 내 어깨위에 놓여있던 나머지 한손마저 아래로 내리시더니 양손으로 엉덩이의 구릉 두개를 꼬옥 움켜쥐어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야릇한 한숨을 내 귀바퀴에 쏟아내신다.
귓가에 와 닿는 따스한 입바람, 아랫배에 바짝 붙여진채 뭉개질 듯 비벼지고 있는 근사한 육봉, 엉덩이를 포근하게 감싸쥐고 이따금씩 힘주어 주무르는 손길... 아랫도리의 중심 부근의 저릿함과 함께 내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러나왔고, 나도 모르게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규칙적으로 움켜쥠으로 시아버지에게서 야릇한 흥분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안내방송 소리가 목적지에 거의 이르렀음을 알려주었지만, 내 몸을 통해 느끼고 계실 실로 오랜만의 흥분감을 깨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발그레하게 물들었을 얼굴을 들어 옆사람들을 다시금 살피고 두툼한 아버님의 입술에 옅은 갈색으로 채색한 내 입술을 꼬옥 붙여주었다.
순간 억센 힘으로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심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그 틈새를 비집고 두툼하지만 부르러운 살덩이가 내 입속을 향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라 생각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아득하게 정신이 멀어져가는 듯 어지러워 시아버지의 허리를 꽈악 부둥켜 안아야 했다.
역시 사람들이 많다는 상황이 두려웠던 것일까. 급작스레 찾아들었다가 도망치듯 사라지는 살덩이. 옆구리를 꼬옥 꼬집으며 살그머니 눈을 흘기는 것으로 시아버지의 도발을 응징했다.
지하철이 입을 열자마자 시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탈출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다시금 내 허리를 안아오는 시아버지의 손등을 꼬옥 꼬집는 것이었다.
"미쳤어...정말....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상관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든든한 아버님이기에........
어찌 생각해보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과는 달리 처음 인사드리러 찾아뵈었을 때부터 내 마음 속엔 남자로서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분가해 살면서 이따금씩 찾아뵐때도, 가뭄에 콩나듯 했지만, 우리집에 다니러 오실때도 마치 여고시절 사랑했던 선생님을 뵙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었다.
집안에서 걸레질을 칠 때도, 헬쓰에서 운동을 할때도,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거닐을 때도, 난 남편보다 시아버지께서 날 어떻게 봐 주실까에 더 신경이 쓰였고, 내 모습을 몰래몰래 훔쳐보며 목울대를 꿀꺽일때의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락없이 속옷을 흠뻑 적실 정도로 젖어들어야 했다. 택시를 타고 아랫동서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내 아랫배에는 전철에서 느꼈던 딱딱함이 고스란이 남아 있었고, 내 손아귀에는 탄탄한 엉덩이의 감촉이 살아 움직이는 듯 선연했다.
"어디 갔나?"
토요일인지라 휴무일텐데도 초인종 소리에 아무런 대꾸가 없어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게 미리 연락을 하고 오자니까..."
"쉬는 날이라서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어디 갔나 보네요...어쩌지?"
마냥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까부터 엘리베이터의 누름 단추를 누른 채 기다리고 계신 시아버지를 바라보았을 때에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누구세요?...."
"어......동서, 나야"
인터폰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어머?..형님?..."
"응....아버님도 같이...."
"잠, 잠깐만요...."
직감적으로 몹시 허둥대고 있다는 느낌이다. 목욕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한참만에야 문을 열어준 아랫동서의 얼굴이 보기 좋을 정도로 발그레했지만, 그랬기에 더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원피스의 홈웨어를 입고 있는 아랫동서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것도 같고, 화장을 한 것 같은데도 웬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뭐 하느라고 이렇게 늦어?...낮잠이라도 잔거야?..."
"네?...아...잠깐...피곤해서요...아버님...오셨어요?"
그제서야 시아버지에게 인사를 챙긴 동서가 아버님과 나를 소파로 안내했고, 어딘지 모르게 허둥거리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살짝 열어진 안방문을 슬쩍 엿보았다.
생긴 것처럼 깔끔한 흰색의 침대 시트가 보였을 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내가 어쩌면 오해했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 풀썩 웃으며 자리에 앉자 내 행동이 이상한 듯 시아버지가 유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어쩐 일로 연락도 없이....."
시원한 음료수 잔을 얹어놓은 쟁반을 들고 온 동서가 다탁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아이 데리러...그동안 애 봐주느라고 많이 힘들었지?"
"힘은요...오히려 혜지가 우리 민호 돌봐줘서 얼마나 편했는데...호호...정말...다 컸어요...혜지는..."
혜지는 내 딸래미의 이름이고, 민호는 동서의 아들래미이다.
"호호...그래?..근데 아이들은?"
"친정 엄마하고 동생이 데리고 나갔어요...오랜만에 놀이동산에 간다고.....아마 서너시쯤이면 올거에요...그래..형님은 좀 어떠세요?...다 낳으신 거예요?"
"으응....괜찮아..이제..."
"다행이다...걱정 많이 했는데..."
"아버님이 고생 많으셨지..뭐...나땜에..."
아랫동서의 커다란 눈망울이 아버님을 향해 돌려진다.
"죄송해요...제가 자주 찾았어야 하는 건데..."
"니가 뭐...놀면서 그랬니? 바쁜거 다 아는데..."
시아버지가 사돈 총각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잠깐 찬거리를 사 온다는 아랫동서를 대신해 쌀이라도 씻을 요량으로 다용도실의 문을 열던 나는 무엇인가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안방문을 잽싸게 빠져나와 달음질 치듯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고, 순간 느꼈던 두려움 대신 찾아온 야릇한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현관문을 살피곤 도둑질하듯 살그머니 안방으로 스며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한 실내, 잔뜩 헝크러진 침대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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