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를 꿈꾸며(개정)2 - 16부

"이거 정말로 괜찮을까요?"

"글세 말이야. 저렇게 아니라고 하는데....... 믿어도 될는지....."



다들 한마디씩 하며 설마 하는 분위기였지만은 한영성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강 회장이 아무리 물러 터진 놈이라고 해도 그렇게 대책없이 생각없이 실권을 전부 내준다는 게 말이나 돼."

"하지만은..... 이 이사님은 말도 않돼는 소리라고......"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잖아. 그리고..... 이정도로 강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은 그런 생각 해보는 거 무리는 아닐거야. 다들 생각을 해봐. 이 이사가 언제까지 제 2인자 자리에 머물지를 말이야."



그 말에 구석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정욱의 회장직이 영원히 갈거라는 기대따위는 그들은 전혀 하지 않았다. 21살에 전문대 중퇴한 놈에게 그런 막중한 자리를 잇게 한다는 거 자체가 웃긴 일이니까. 하지만은 그 일은 이준기를 비롯한 그들은 하고야 말았다. 처음에 그들의 목적은 생존을 위해서..... 서윤이나 서진이 회장직을 이어받는다면은 자신들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룬 지금 이들에게, 아니 이준기에게는 다른 목표가 생겼다. 그것을 바로..



"그건 우리들도 잘 알죠. 하지만은 그게 언제가 될지......"

"내말이 그말이야. 뭐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는데..... 이거 이 이사가 너무 조급하게 움직이는 거 같아. 거기다가 우리들에겐 일언 반구도 없이...."



이 점이 한영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만이었다. 오늘 이준기를 찾아가서 그런 소문에 나도는것에 대해서 해명을 요구하였다. 이준기는 아니라고 호통을 치며 발뼘을 하였지만은 그것만 가지고는 이들은 납득을 할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서 상관에 대한 불신만 커졌을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회장이 휴가중인 만큼 뭔 일이야 있겠어. 돌아오고 나면은 그때 가서 공론화되거나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추진될거라고 봐."

"그럴땐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구석희의 물음에 한영성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중립을 지키거나 아니면은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거 같아. 적극적으로 나선다거나 누구 손을 들어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야."

"어째서요?"



일반적으로 이준기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염두해둔 다른 사람들은 한영성의 말에 이해가 않돼는지 의아해하였다. 그런 동료들에게 한영성은 천천히 설명을 하였다.



"만일에 이 이사가 부회장에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실권을 손에 쥔다고 해도 그렇게 순탄할거 같진 않아. 김정준 이사랑 유상민 사장 같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만 있을거 같진 않고.... 그리고 강서윤이랑 강서진의 반발도 무시할수 없어. 물러난거나 다름없지만은 그래도 어느정도 주식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조직적으로 손을 잡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은...... 한번 생각을 해봐. 어떻게 될지...."

"그도 그렇군요."

"그런 만큼..... 이 상황에서 우리들도 잘 대처를 해야해. 무턱대로 이 이사 편을 들 필요는 없어."

"하지만은..... 그렇다고 강서윤이나 서진 그들과 손을 잡을수도 없잖아요. 받아줄거 같지도 않고....."



상황을 봐가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는 식으로 준기와 결별할수 있다는 한영성의 말에 다들 공감하면서도 우려섞인 지적을 하였다. 이때까지 자신들이 이준기 밑에서 있으면서 벌인 일들이 있는 만큼 그들과 공존한다는 구상은 아무래도 현실성과 설득력이 떨어졌기에 당연하다면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은 한영성은 이들의 우려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태연스레 대꾸하였다.



"난 그 녀석들 밑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하지만은 한영성은 대답을 회피하며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만 기울일 뿐이었다.





"그 소리 정말로 확실한거야? 그런거야!!"



김정준의 물음에 조영민이 나서서 대답하였다.



"이준기 이사측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물론 이준기 이사는 말도 않되는 소리라고 부인하지만은....."

"그 소리가 이준기쪽에서 나왔는데 이준기는 아니라고 한다? 거 아리송하군. 이거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일단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은.....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니? 어떻게....."



진철수의 말에 유상민이 의아해 하며 질문을 던졌다.



"부회장 임명 안이 이준기가 지금 추진하는 거라면은 그 측근들도 동조해야 정상이지요. 그런데 지금 그 일로 그들 내부에서 적지 않게 술렁이고 있다 이겁니다. 그리고 이준기는 말도 않되는 뜬 소문이라고 일축을 하고 있고요."

"그거야 아무래도 주변의 이목이 있고 대 놓고 추진하기 그러니까 그러는게 아닌가?"



확실히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기에는 이준기 이사의 경력이나 연륜으로 봤을때는 무리임은 분명하기에 진철수도 그 점에서는 납득이 갔다. 하지만은 그것만 가지고는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들에 대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이준기 이사가 그 일을 추진한다면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최 측근들이랑은 그 일을 상의해야 정상이지요. 하지만은 제가 알아본봐에 의하면은 한영성 차장도 그 일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반대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들도 그 문제를 가지고 적지 않은 설전을 벌이고 있고요."

"그렇다면은 이준기 혼자서.....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면은...... 예를 들자면은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으로 그렇게 했다면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은...... 하지만은 그 만한 일을 벌이는데 이 이사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벌인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도 그렇군."



진철수의 말에 유상민은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정준의 생각은 달랐다.



"마지막에 자네가 한말, 은밀하게 비밀리에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쪽이 어쩌면은 정답일수 있어."

"예? 그게 뭔 소립니까? 이사님"



다들 김정준쪽으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하지만은 김정준은 그들의 의아한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문제는..... 이 이사의 부회장 임명안이 공론화 되고 성사되었을때의 문제지. 걱정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게 아닌가."

"그야..... 그렇지만은......."

"일단은 그들의 움직임을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어. 지금 그들이 그 문제로 가지고 적지 않게 술렁이고 있다니..... 이 기회에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접근할수 있을지 몰라. 않그래."



다들 김정준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써는 그 소문은 일단 뜬 소문으로 치부해 버리도록 하고..... 각자들 내부 정리에 최선을 다해줬으면은 하네. 뭔 말인지 잘 알지."

"예. 이사님."



진철수, 조영민, 장건영이 동시에 대답하였다. 하지만은 유상민의 표정은 왠지 덜떠름한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뜬 소문으로 보긴 그렇지 않은가.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 날리 없잖아."

"그 얘긴..... 이쯤에서 끝내도록 해."



성질이 불같은 김정준의 질책에 유상민은 더는 아무말 할수 없었다. 그날의 회의가 끝나고 다들 돌아갔다. 하지만은 유상민은 남아서 김정준과 설전을 벌였다.



"아까 한말...... 이 이사가 은밀하게 독자적으로 추진하는게 정답이라고 말한거 뭔 뜻이야?"



아무래도 그 말이 왠지 석연치 않았던지 유상민이 김정준에게 재차 물었다.



"지금 정욱이랑 이 이사를 이어주는 것이 뭐라고 생각을 해"



그 말에 유상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거야...... 서윤이랑 서진이에 대한 방패막이 필요해서....."

"틀렸어."

"그럼 뭔가?"



서윤과 서진에 대한 견제라는 상호간의 이해 관계에 의해서 밀월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김정준이 그게 아니라고 단언하자 유상민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이 이사의 큰딸이야."



이전 회장이 생존해 있을때는 명목상 형수라는 호칭을 했지만은 이제는 그것을 가급적 자제하는 김정준이었다. 병윤이죽었기에 상관없어졌기때문이기도 하지만은 무엇보다 그 꼴사나운 이준기의 여식이라는 사실 때문에 선뜻 내키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게 뭔소리야? 그게 이거랑 뭔 상관이 있어서....."



유상민이 의아해 하자 김정준은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난 정욱이 성격을 잘 알아. 욕심이 전혀 없고 순수한 애지. 그런 그애가 매형들과 형들을 상대로 법정에서 소송까지 벌인 것을 한번 생각을 해봐. 물론 그 녀석도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의 상황을 인식을 한거지. 그리고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처하였고 이준기랑 손을 잡은거지. 하지만은....... 그렇게 되게 결정적으로 만든게 과연 누구라고 생각을 해"



그제서야 유상민은 김정준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를 할수 있었다. 이준기와 정욱을 연결을 해준 고리 역할을 하는 존재가 그제서야 자신의 뇌리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그럴수 있겠어."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군. 그렇다면은 아까 내가 한 말이 뭔뜻인지 이쯤에서 어느정도 감을 잡을수 있지 않을까?"

"그, 그건!!"



그말에 유상민의 안색이 파래졌다. 그를 보면서 김정준은 침통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꼭 사내에서 공론화 시켜가면서 무리수를 쓸 필요는 없다고 봐. 정욱이 곁에는 그 딸이 새어머니로 눌러 앉아 있고..... 정욱이는 극진히 받들고 있어. 이 것을 잘만 이용한다면은 부회장 임명은 어쩌면은 꿈도 아니지."



그제서야 유상민의 머릿속에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정선을 통해서 이준기 이사의 부회장직 임명을 정욱에게 권하고 정욱은 심사숙고를 해서 조만간에 발표를 한다면은.......

내막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회장이 고된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이준기 이사에게 전적으로 모든 권한을 사실 상 양도를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준기는 싫다고 하고 정욱은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임명하려고 떼를 쓸것이고....... 그렇게 된다면은 주변의 반대나 부정적인 시선에서 이준기는 자유로워질수 있고 목적을 이룰수 있다.



"그, 그렇다면은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큰일이잖아."

"아!! 내 말은 어디까진 추측일뿐이야. 아직 섣불리 사실이라고 단정지을만한것도 없어."

"하지만은............."

"우선은 정욱이 돌아오고 나면은 그때 가서 얘기를 해보자고. 어쨌거나 장식물에 지나진 않지만은 칼자루는 그 녀석에게 있잖아. 않그래."

"그렇지. 그래."



대충 얘기를 그렇게 끝냈지만은 김정준 역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3살 차이밖에 않나지만은 그래도 정욱이 정선을 어머니로 생각을 하고 얼마나 떠받들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이름뿐이긴 하지만은 그래도 어머니라는 그 이점으로 인해서 정욱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으며 그런 부분을 이준기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암담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

"미안하다니.... 당치도 않아. 오빠. 오빠라면은 언제든지 대환영이야."



정욱은 처음 입는 일본 전통 의상이 약간 거북한 듯 걸음부터가 어정쩡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며 윤주는 웃으며 말하였다.



"불편하면은 다른 것으로 갈아 입어."

"아니 됐어. 이렇게 입는 것도 재미있네."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충 둘러댔다. 정원을 산책하는 동안 두 사람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윤주는 일본으로 입국한후 정식으로 일본인으로 귀화를 한 상태였고 이마니시 히나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토루와 결혼식을 올려서 지금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고 하였다.



"그랬구나. 축하해. 이거 나도 바빠서 너한테 소식 한자 전할 시간도 없었어."

"그럴수도 있지. 너무 마음 쓰지마. 오빠."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이렇게 잘 지내는 니 모습을 보니까 마음 편하네."

"여긴 얼마동안 있을거야? 오빠."

"보름 정도...... 신세졌으면은 하는데....."

"신세라니...당치도 않아. 내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내."



윤주의 호의에 정욱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윤주는 이 사람이 상당히 힘들어 하고 적지 않게 괴로워 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런 그가 안스러운지 윤주는 정욱의 품에 안겼다. 그런 윤주의 행동에 정욱은 깜짝 놀랐다.



"왜 이러는 거야? 너......"

"힘들면 말해. 얼마든지 나누어 짊어줄테니까. 오빠 곁에는 내가 있어.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나처럼 얼마든지 오빠에게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을거야."

"..........."



그 말에 정욱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 하였다. 고개를 내리니 자신을 올려다 보는 윤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윤주가 정욱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고마워."



정욱은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윤주의 입에 입을 맞췄다. 윤주는 자연스럽게 정욱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정원에서 그렇게 윤주와 정욱은 한동안 짧은 키스를 연달아서 서로 주고 받았다.



그날 저녁 토루가 돌아왔다. 토루는 정욱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거..... 정말로 오랜만이군."

"그간 별고 없으셨고요."

"별고라니.... 잘 지내기만 하는 구만..... 거기다가....."



아기가 있는 방으로 토루는 시선을 돌리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윤주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떠날줄 몰랐다.

곧 윤주는 저녁상을 차렸다. 귀한 손님이 왔다며 솜씨를 부려가며 갖가지 별미들을 만들어서 대접하였다. 그날 저녁 이마니시 가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곳에 방문한 것이 그 이유때문이었군."



토루는 정욱을 바라보자니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녁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정욱이 은밀하게 얘기를 하였으면은 한다는 부탁에 토루는 뭔가 짚히는 것이 있어서 저택에 은밀한 별실로 정욱을 데려왔다. 그리고 정욱으로부터 듣게되는 얘기들에 토루는 경악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말을 할수도 있죠. 어쨌던 들어주셨으면은 합니다. 부탁 드립니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크진 않을까. 그정도의......."

"실행 단계에서는 그쪽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제대로 행한다면야 들킬 위험도 적고...."

"내말은 그게 아니야. 자네 신변을 말하는 거야."

"신변이라뇨?"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말투에 토루는 낯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그정도의 일을 추진을 하고 실행을 한다면은 자네 상대가 어느정도인지 대충 알만해. 결코 호락 호락하진 않을거라고 봐. 그런 그들을 상대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각오를 해야 해. 그 과정에서 자네 목숨이 위태로울수 있다 그말이야."



토루의 걱정 섞인 말에 정욱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정도로 지능적이고 만만치 않은 놈들은 아니니까요. 설령 제 목숨이 위태롭다고 해도...... 제 몸은 제가 지킬수 있습니다. 그런 걱정은 일단 접어두시죠"



정욱의 낙관적인 대답에 토루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심하였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럼..... 자네 부탁대로 하지. 재단의 중역들이랑 상의를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일이니까 몇일 정도의 시간은 걸릴걸세."

"들어주신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 받으세요."



토루가 허락하자 정욱은 미리 준비했던 투툼한 서류 파일들을 건내주었다.



"최대한 보안에 신경써주셨으면은 합니다. 이번 일이 성공하려면은 그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추가적인 자료들을 보내드리는 것은 그안에 계획서가 있으니까 참고해주셨으면은 합니다."



거기까지만 말하고 정욱은 자리를 떴다. 정욱이 별실에서 사라지자 홀로 남은 토루는 정욱이 건내준 서류파일들을 하나 하나 검토하였다.



"기가 막히군."



그들 내용들을 천천히 훑어보던 토루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였다.



"누구시죠?"



별실에서 나오는 정욱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정욱은 그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처음보는데..... 왜 그곳에서 나오시는 거죠?"

"저...... 그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랑 얼굴을 마주치게 되자 정욱은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물음에 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왠일인지 모르지만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정욱이 수상한지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서 의심 가닥한 시선으로 정욱을 바라봤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갈수 있는 사람은 몇분 않되는데....."

"저..... 그, 그게...."



의심 가득한 그녀의 시선, 하지만은 뭔 이유때문인지 도통 말을 잇지 못하는 정욱, 그런 어정쩡하고 어색한 자리는 곧 토루가 나옴으로 해서 깨어졌다.



"무슨 일이야. 치카"

"이 사람 누구죠? 처음 보는데....."

"응, 내 손님이야.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 여기로 온건데....."

"그런가요?"

"그만 들어가보게. 피곤하지 않은가"



토루의 권유에 정욱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대답을 하였다.



"아.. 예. 그럼....."



그리고는 그 자리를 떴다. 그러면서도 가끔 돌아서면서 이쪽을 바라보기를 여러번 반복하였다. 그런 정욱을 보면서 토루는 치카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저 친구..... 반응이.... 혹시 너한테......"

"뭔 소리예요. 이 밤중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정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방금전의 그 치카 라고 불린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를 여러차례..... 하지만은 그때마다 자신의 뇌리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녀랑 빼다 박은 듯한 또다른 전라의 여인이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 미지의 세계에서 만났고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그녀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동안 가슴속에 묻어두고 지냈던 그 신천지에서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정욱으로써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시간이요 추억들이었다.

한동안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그런 시간을 떠올릴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 정욱은 그때의 일들을 떠올렸다. 방금전에 만났던 그녀를 통해서.......



"미유님은 지금 어떻게 지내실까."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은 정욱은 그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한 유일한 여자가 바로 그녀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몸을 내주었고 어린 딸들까지 자신에게 내준것도 그녀가 아닌가.

그들 모녀들이랑 지냈던 두달동안의 시간이 떠올랐다. 번갈아가며 그녀들과 살을 맞대며 지내던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자 정욱의 성기가 불끈 솟아 올랐다.



"정말로 원없이 이걸 사용하였지. 흐흐흐"



솟아오른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며 정욱은 그렇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동안 그곳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다가 정욱은 곧 잠을 청하였다.



다음날 정욱은 윤주로부터 어제 마주친 그녀랑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소개할께요. 이쪽은 이마니시 치카...... 남편의 먼 친척이에요. 한국으로 치면은 5촌 조카뻘이되고요."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정욱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소개를 하는 정욱을 보면서 윤주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출근하는 남편으로부터 어제밤의 일들을 얘기를 하며 아무래도 정욱이 치카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여겨진다면서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라고 하였고 그렇게 실행에 옮긴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대로 정욱은 치카를 대하면서 왠지 모르게 흥분하며 긴장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런 정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윤주로써는 그게 뭘 의미를 하는지 쉽게 결론 지을수가 있었다.



"이런...... 차를 준비하는거 깜빡했네. 얼른 준비할께요. 그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윤주는 자리를 떴다.

윤주가 떠나자 한동안 두사람 사이에서는 적막감만이 맴돌았다. 정욱은 정욱대로 그녀를 대하노라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고 치카는 처음 대하는 상대이니 만큼 먼저 얘기하기 껄끄럽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다가 그런 적막을 먼저 깨뜨린 것은 치카쪽이었다.



"제가 무서운가요?"

"예?"



갑자기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정욱은 놀라 되물었다.



"그쪽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저를 바로 보기 두려워하는 거 같아서요. 제 느낌이 틀렸나요?"

"아..... 아니요. 맞습니다. 제대로 보신거네요."



마치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거 같은 상대의 말에 정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이 맞다고 하였다. 상대가 그렇다고 하자 치카는 더욱 호기심이 짙어졌다.



"저의 어디가 그렇게 무서운가요?"



그 말에 정욱은 상대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을 바로 잡기 위해 얼른 말을 이었다.



"그쪽이 그렇다가 아니라...... 사실은 당신이 제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와 너무 닮아서.... 그래서 그런겁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해서..... 바로 바라보기 약간 뭣해서요."

"그랬군요. 그런데 그 분이 누구길래 그쪽이 그렇게 어쩔줄 몰라하는 거죠?"

"..........."



그 말에 정욱은 아무말도 못하였다. 사실 그녀를 떠올리면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왠지 모를 죄책감이니까 말이다. 그녀랑 깊고 진한 시간을 보냈는데 자신은 무정하게 그녀 곁을 떠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그들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것 같았기에.....

정욱이 아무 말 없자 치카는 자신이 뭔가 이 사람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고 단정짓고는 화제를 돌렸다.



"뭐 그 얘긴 그만두고......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제가 좋은데 안내를 해드릴까요. 이를테면은...... 아!! 온천에 한번 가보지 않을래요."

"그, 그러죠."



그녀의 제안에 정욱은 얼떨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그러자 치카는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정욱을 재촉을 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던 윤주는 창가를 통해서 그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오빠는 연상의 여인이 좋은가봐. 그런데...... 7살위는 너무 많은거 아냐"



내심 좋은 쪽으로 이어졌으면은 하는 바램을 하면서도 윤주는 왠지 걱정이 되기까지 하였다.



"이런 곳이 있다니?"



치카의 안내를 받고 들어선 숲속, 그곳에서 보게된 온천의 모습에 정욱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울창한 수풀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위에는 햇빛이 간간히 내리쬐며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온천은 처음이신가봐요."

"예."

"들어가볼까요. 보는 것 못지 않게 직접 온천욕 해보는 것도 아주 좋아요."

"그러죠."



치카는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탈의실로 정욱을 안내하였다.



"저?"



탈의실로 들어온 정욱은 같이 들어오는 그녀를 보고 의아해 하였다. 그러다가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는 그녀를 보고 놀랐다.



"뭘 그렇게 처다보세요?"



얼굴이 시뻘개져 있는 정욱을 보고 치카는 재미있다는 듯 처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스레 옷을 벗었다. 하나 하나 그녀를 감싸던 옷들이 떨어져 나가자 정욱은 그녀의 속살들을 볼수가 있었다.

한동안 그녀가 옷을 벗는 모습을 바라보던 정욱은 곧 자신도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 안에 준비되어 있던 타올로 자신의 하반신을 대충 둘러맸다. 치카도 그렇게 대충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매고는 그곳을 나왔다. 두사람은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궜다.

온천욕을 하면서 정욱은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눌수 있었다. 치카는 현재 28살이고 일찍이 결혼을 했다가 상처해서 홀로 지내며 직장을 다닌다는 사실 등을 알수가 있었다.



"히나의 이전 연인이었나요?"

"아, 아니요? 연인은 아니에요. 단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일뿐이죠."



윤주(히나)의 소개에 의하면은 이 여자는 토루의 5촌 조카뻘이라는데 토루의 부인을 그렇게 아무런 호칭 없이 이름만 불러대는 것이 순간 황당하였지만은 이내 그러려니 하였다. 생각을 해보니 일본에서는 4촌이내의 혈족에 한해서 이런 저런 호칭을 갖고 있을뿐 그 이상을 벗어나면은 그런 것이 생략된다는 사실을 떠올릴수 있었다.



"그런데 아까 말하던 그녀는 도데체 누군가요?"

"예?"

"제가 그쪽이 알고 있는 그 누군가랑 많이 닮았다면서요? 그 상대가 누구죠?"

"그, 그건....."



정욱은 순간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않잡혔다. 그 일들은 남에게 발설하기 힘든 일이고 또 상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수 없었다.



"말하기 어려우면은 하지 않아도 돼요. 뭐 대충 어느정도 알수 있으니까요."

"예?"



치카는 정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을 깊히 사랑하셨고 그녀라는 존재가 당신 마음 한구석에 깊게 자리 잡고 있어요."

"사랑하고 있다고요? 제가요?"

"예."



치카의 단정적인 말에 정욱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 자신은 그녀들을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한적이 없었기에.......



"아직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갖지 못하시는거 같군요. 뭐 그 나이때라면은 그럴수 있죠. 사랑에 대해서 깊히 알고 그것을 만끽하기에는 이를수 있으니까요."

"어째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말하시는 군요?"



정욱은 의심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한때 당신과 비슷한 시절이 있었죠. 그래봤자 몇 년 전이지만은..... 그때의 저랑 지금의 당신이 하도 닯아서요."

"그런가요?"

"그녀랑 남녀간의 사랑을 나눴으면서 당신은 그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한거 맞죠?"

"어떻게...... 아시죠?"



정욱은 서서히 그녀와의 대화에 말려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저는 사주를 볼줄 알아요. 그 분야에 타고난 소질이 있어요. 지금의 당신에게서 그것을 알수가 있어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은 척보면은 안다고 해야 하나요"

"흐흣"



그녀의 표현에 정욱은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주로 점을 잘보거나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과신할 수단으로 표현하는 것치고는 약간 어색해 보이는 말이기에......

그러자 정욱은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번 봐주세요. 저의 그것을요."

"어떤 것을 봐드릴까요? 사업운? 아니면은 연애운?"

"딴 것은 다 필요없고......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서 말해줬으면은 해요. 그거면은 충분해요."

"그러죠."



치카가 다가와서 정욱의 손금을 보기 시작하였다. 정욱은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였다. 지금 이 이 여자가 보고자 하는 것은 자신과 미유와의 일이다.

잠시동안이지만은 잊지 못할 추억을 자신과 그녀는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는 헤어졌고.....

지금 그녀는 옆에 없지만은 왠지 모를 그녀와의 보이지 않은 끈이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치카에게 그것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처음 당신과 인연을 맺은 그분이랑은 그것으로 끝이에요."

"끝이라고요? 뭔 소리죠?"

"그것까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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