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먹은 개새끼


저…여기여~”


 “어~ 많이 기다렸어요? 차가 많이 막혀서 늦었네요~ 미안해요! 내가 부탁 할려고 불러놓구~”


 “저는 커피 시켰는데요~ 차 어떤거…?”


 “저도 커피요~”


 “여기 커피한잔 더 주세요~”


 “은경이가 처음 집에 데려와서 보고는 첨이죠?”


 “하하 네~ 바깥 분이랑 애기들도 잘 있나요?”


 “네~”


커피가 나오자 홀짝이며 마신다. 처음 은경이네 집에서 본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냥 보통 아줌마보다는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밖에서 따로 보게 되니 좀 떨린다. 참 섹시하다.


“은경이한테 대충 들어서 알겠지만 제가 이번에 청담동에서 Shop을 열었는데 참 장사도 안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 하니까 은경이가 지 오빠 자랑을 하면서 만나서 얘기해보면 뭔가 돌파구를 만들어 줄 거라고 해서 이렇게 만나자고 했어요~”


이야기를 하는 입술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다고 느끼자 왠지 쑥스러워져 커피잔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예… 제가 부족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호호~ 은경이가 허풍떤건 아닐 테고 도와주시면 사례는 톡톡히 할 테니 많이 좀 도와주세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서 살림만 하던 은경이 언니가 집에 있기도 심심하고 해서 같은 문화센터에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웨딩 관련된 일을 조금 했는데 이게 생각지도 않게 짭잘하게 수입이 되는 통에 이리저리 알아보지도 않고 급하게 웨딩샵을 열어 낭패를 보는 중이었다.


“음… 우선 너무 성급하게 결정 하신거 같네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지금 생각나는 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웨딩업계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로 좀 물어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요~”


친구 웅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바쁘냐? 일도 못 하는게 바쁜 척은… 다른게 아니라 웅아~ 요새 웨딩 업계 어떠냐? 응~ 음… 시장 많이 죽었구나… 너도 힘들겠다… 하하 그냐? 음… 왜 그러냐면 친한 누나가 웨딩샵을 열었는데 잘 안 된다고 해서… 도와달라시네~ 응~ 아~ 그래? 야! 나 누나한테 빈말하는거 싫다…확실한거지? 응~ 그럼 한 달에 몇 건이나? 보통 15건 정도? 다 밀어줄 수 있어? 오케이~ 나중에 술 한잔 살게… 알았어~ 미친 새끼… 그래 들어가라~ 땡큐우~”


 “저 한두 통화만 더 하고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 일 알아봐 주시는건데~”


전화를 끊고 형래 형이랑 후배 재민이랑 통화를 마치고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음… 요새 웨딩 많이 어렵다고들 하네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저 죄송한데 담배 하니 피워도 될까요?”


 “예… 그럼요…”


하면서 재떨이를 내 쪽으로 밀어준다.


“우선 제 친구가 대형 웨딩 사이트에서 팀장을 하는데 그쪽에서 일단 한달에 한 15건 정도는 밀어드릴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마진이 좀 쎈데… 그건 제가 친구니까 잘 조정해 볼께요~ 이 건은 돈 안 되도 무조건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이트가 업계 1위 라니까… 거기 아마 샵 소개도 나갈꺼고~ 아무튼 홍보가 많이 될거에요~”


금새 얼굴에 웃음이 핀다. 눈가에 조금 주름이 있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예쁜 외모다. 은경이도 예쁘지만 언니는 뭐랄까 좀 색다른…아니 섹시하다.
왜 일까? 얼굴이 섹시한 것도 아니고, 몸매가 볼륨이…음… 볼륨은 좀 있겠다. 하지만 보자마자 꼴릴 그런 몸매는 아니다. 어쨋거나 애를 둘이나 낳은 아줌마 인데…


 “아…예~ 민기씨… 너무 고마워요~ 은경이가 진짜 남자친구 하난 잘 뒀네요~ 우리 남편은 공무원이라 그런지 인맥도 그렇고 영~ 도움이 안되던데~”


은근히 자기 남편과 비교해 가면서 아부를 해온다. 나쁘지 않다.
아줌마라도 웃는 모습이 역시 여자는 예쁜가 보다.


순간 유리 테이블 아래서 꼰 다리를 바꾸는데 눈이 간다. 두 겹으로 된 것 같은 검정 치마를 입었는데 겉은 망사로 무늬가 있고 안은 실크란제리 같은 재질이다. 해가 질 듯 말 듯 하여 창가에 앉은 우리에게 마지막 햇살이 비추는데 허벅지가 보일 정도로 섹시한 옷을 입고 왔다.


‘아무리 웨딩일을 한다지만 저건 좀 너무 야한거 아닌가? 아줌마가~’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 그리고 제 선배랑 후배가 따로따로 스튜디오를 하는데 웨딩을 안 하지만 요새 거기도 불황이라 가끔은 웨딩을 한다고 하네요~ 그쪽에서도 아마 한 달에 5건 정도는 오더를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는 원래 웨딩을 하는 스튜디오가 아니라서 아마 퀼리티 있는 사람들만 촬영을 할 테니 소문 조금만 나면 도움이 되실 거에요~”


입이 찢어진다. 웃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끄덕이면서 내 입술에서 한마디라도 더 듣겠다는 듯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
확 덤벼들어 키스라도 하고 싶다.
여자친구 언니! 나랑은 10살도 넘게 차이가 나지만 지금 밖에서 본 그녀는 당장에라도 꼬셔서 따먹고 싶을 정도로 섹시한 여자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안되지~ 은경이 언닌데~ 아 왜 나 만나러 오면서 옷을 저렇게 입고 와가지고선 사람 꼴리게…’


 “샵 에서 머리 하시는 분이랑 메이크업 하시는 분은 실력이 좀 있나요?”


 “네? 그게… 저도 그것 때문에 많이 속상하네요~ 고객이랑 싸우질 않나… 제가 보기엔 실력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콧대만 쎄서 급여도 다른데 보다 많이 나가는 것 같아요~ 어디 아시는 분이라도 계세요?”


 “음… 제가 뭐 이쪽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금새 반응이 나오는 순진한 아줌마다.


“알아볼 수는 있겠죠~ 잠시만요”


하고서는 광고를 하는 영희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이내 끊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예전에 몇 번 잠자리를 했던 미용사가 있긴 한데… 뭐 쿨한 사이긴 하지만 연락을 해도 되는지 잠시 망설이는데 은미(은경이 언니의 이름)씨가 다리를 다시 바꿔 꼬고 앉으며


“저도 담배 하나 피워도…”


 “아 예… 피우세요~”


그녀가 담배를 피우려 담배를 무는데 섹시하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에라 모르겠다. 이쁜년 떡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오~ 오빠 왠일이셔~ 저번에는 나만 남겨두고 도망가더니~”


 “야야~ 미안하다. 그날은 니가 술먹고 하도 주정을 해서… 대신 니 친구 불러줬자나~”


 “왠일이야 진짜? 오늘 한잔 할까?”


 “아 먼저… 뭐좀 물어보자… 니 주위에 실력 빵빵한 헤어랑 메이크업 하는 친구나 선배들 좀 없냐?”


 “나 있자나~ 히히”


 “야 농담하지 말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의외로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페이와 대우를 대충 물어보고는 다시 전화 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희애가 정말 실력은 누구에게 지지 않는 걸 알지만 내심 망설여 진다.


“뭐래요? 한데요?”


 “저… 그게 아니구요~ 솔직하게 말할 테니 은경이한테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네? 뭔데요? 예전에 만나던 여자에요?”


 “아…뭐 꼭 그런건 아니구요~”


사귀지는 않았고 예전에 서로 외로울 때 섹스 파트너로 같이 잠자리를 몇 번 했던 사이라고 솔직히 이실직고를 하니 의외로 웃으며 쿨 하게 대답해준다.


“에이~ 지금은 안 만난다면서요~ 그게 뭐 흠인가? 그래도 은경이가 알게 되면 기분 나쁘겠다. 근데 뭐 괜찮지 않나요? 저만 입다물면 알게 될 일이 없을 텐데”


역시 돈이 좋다. 은경이 몰래 은미씨랑 비밀이 하나 생겼다. 기분이 묘하다.
다시 전화를 해서 언제 출근 할 수 있는 지와 페이를 정확하게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고 서로 통화를 하게 해줬다.


“아… 그럼 오늘 시간 되요? 말 나온 김에 한번 보는게 좋겠는데… 술 한잔 하든가요~”


엥? 둘이 잠깐의 통화에서도 죽이 맞았는지 금새 술 약속을 잡아 버린다. 그리고는 한참 통화를 더 한다. 집이 어디냐는 둥… 뭐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다.
전화가 온다.


영희다. 광고주랑 있어서 못 받았다며 미안해 하는 녀석에게 이러이러한 일로 소개해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냐고 물었는데 의외로 딱 좋은 사람이 있고 조만간 그만두고 웨딩 샵에서 조용하게 근무하고 싶다는 친구를 소개해 준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으니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무슨 전화냐고 묻는 것처럼 빤히 보고 있다.


“아 광고하는 친구녀석한테 메이크업 할 친구 좀 소개해 달랬더니 의외로 쉽게 섭외가 되었네요~ 광고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면 실력은 믿어도 될 거에요~ 제 친구한테 신세를 진 일이 많은 친구라니까 뭐 맘에 안든 다고 바로 그만두고 이러진 않을 거에요~ 아까 그 친구도 지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애니까 걱정 마세요~”


 “어쩌면 전화 몇 통화로… 민기씨 능력 너무 좋네요~ 은경이가 복 받았네~ 듬직하고 잘생겼지… 거기다 능력까지~ 그런데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해요?”


아부가 지나치다. 뭐 나쁠건 없다. 은미씨가 집에 가서 이야기를 그대로 해준다면 은경이가 언니네서 얹혀 사는데 조금이라도 떳떳해 질 것이고, 은경이는 나한테 더 잘할 테니~


“무슨요~ 너무 띄워 주시네요~ 근데 이게 다가 아니니까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일단 마이너스는 안 나도록 제가 오더를 드렸는데 기왕지사 샵 까지 차리셨는데 돈 많이 버셔야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여기서 차 마시고~ 샵을 한번 보러 갔으면 합니다. 차 가져 오셨죠?”


 “네~”


 “나중에 제가 뒤따라 갈 테니 얘기 끝나면 바로 가시죠~ 아무튼 대략 적으로 설명 드리면 이렇습니다. 제가 연결시켜 드리는 고객을 밑천 삼아서 입소문을 타게 해야 해요~ 홈페이지니 광고니…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이쪽 바닥은 입소문이 제일 중요할거 같습니다. 아까 웨딩 업체에서 일한다는 제 친구의 얘기도 그렇고요~ 홈페이지 있으세요?”


 “아뇨~ 아직…”


부끄럽다는 양 얼굴을 내려 깔면서도 내 눈은 계속 응시를 한다. 귀엽다. 당장이라도 떡을 한판 치고 싶을 정도다.


“그건 제가 주위 사람 모아서 만들어 드릴께요~ 중요한건 샵의 크기가 아니라 퀼리티에요~ 오는 손님부터 시작해서 헤어나 메이크업 아트스트를 좋은 사람~ 특히 서비스 마인드를 당장 은미씨부터 바꾸시고 럭셔리한 샵들이 하는 서비스보다 한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돈 있고 얼굴 좀 알려졌다고 하는 것들한테 먹히니까요~”


끄덕이며 경청을 한다. 이래저래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뒤 커피숍을 나와서 은미씨 샵으로 가 보았다.
역시나… 꼴이 말이 아닌 데다가 소품들도 중저가의 것이다.
게다가 매장에 있는 종업원도 모두 서비스 마인드는 제로이다.


30분 정도 둘러보고 키피한잔 하자고 나와 근처의 커피숍에서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중에 시간 나시면 럭셔리 헤어샵이나 메이크업 샙을 다녀와 보세요~ 어떻게 해주는지… 저런 종업원들 가지고는 절대 승부 안 납니다. 게다가 인테리어 돈은 많이 들여서 하신거 같은데 컨셉도 부족하고 특히 사용하는 제품이나 소품… 이런게 약한거 같아요~ 제가 도와드리는 김에 자세하게 도와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아유~ 저야 감사하죠~ 근데 이렇게 폐를 끼쳐서…”


 “그럼 나중에 이쁘다고 뽀뽀나 해주세요~ 하하”


 “어머~ 그건 돈두 안 드는 건데 얼마든지 해드리죠~ 호호”


은근히 농을 던져 보았는데 역시 아줌마는 아줌마다.
이미 완벽하게 내 말에 집중을 하고 있는 데다 은경이 남자친구라서 그런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게 눈에서 읽혀진다.


“우선 가게 보증금이 얼마죠? 인테리어는 얼마주고 하셨어요? 초기 비용으로 소품비랑 집기비는요?”


 “하나씩 물어 보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호호~ 그거 다 정리한게 있는데 잠시만요”


하더니 백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뒤적뒤적 하더니 이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여준다. 내가 고개를 왼쪽으로 꺽어 보려고 하니


“보기 불편하신거 같은데 잠깐 옆자리로 갈께요~”


하더니 후다닥 일어나 옆자리에 앉는다. 향수 냄새와 화장품 샴푸냄세…등이 한꺼번에 밀려와 코를 간지럽힌다. 좋은 냄새다.


“여기…보시면 가게 보증금은 얼마 안되요~ XXXX원 이고요~ 인테리어는 돈 많이 들었어요~ XXXX들었구… 집기랑 소품두 나름 비싼걸로 한거 같은데… 비용두 XXXX나 들여서 한거라…”


 “안됩니다. 비싼걸로 해서는 답이 안나와요… 작더라도 대부분 최고급으로 바꿔야 하겠어요… 저 죄송한데 여유자금 얼마나 있으세요?”


 “한 XXXX 쁜인데… 그것도 구할 수 있을지 …”


낭패라는 표정이다. 구원해달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너 따먹게 해주면 내가 도와줄께’
라는 말이 하고 싶지만…


 “은경이 한테는 역시 비밀로 하고요~ 돈은 제가 어떻게 하든 마련해 볼 테니 일단 직원들 모두 짜르고… 예약 받은거 있으세요?”


 “아뇨~”


 “그럼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세요~ 인테리어는 제가 좀 볼 줄 알고 아는 업자도 있으니 최대한 싸게 하면 되고, 미용 재료나 집기는 모두 중고로 일단 파세요~ 업자는 아마 제가 소개해주는 사람들이 잘 알거에요~ 그리구 그 친구들 한테 도움을 받아서 최고로 좋은 집기로 중고라도 전부 최고로 도배를 하세요~ 다시 개업한다고 생각하세요~ 물어보지 않아도 아마 지금 중저가로 쇼부 보실 생각으로 가격도 어정쩡 할 텐데… 제 말대로 가게를 확 바꾸고 제가 소개해드린 고객들한테는 그만큼 받아도 됩니다. 그러면서 거기가 비싸다!! 최고다!! 라는 인식이 생기면 평생 한번 결혼하고, 요새 된장녀들 많잖아요~ 여자들은 이런거 아끼는거 쪽팔려 하니까…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아~ 네네”


연신 네..네…로 맞장구와 호응을 해주면서 경청한다.
귀에 익숙한 노랫소리에 은미씨가 전화기를 꺼내 든다.
희애인가 보다 퇴근을 했는데 어디서 만날지 결정하는 모양이다.


“저 소개해준 희애씬데 민기씨두 약속 없으면 같이 한잔 하시면… 저는 희애씨 첨보기두 하구~”


은근히 조르는 눈치다.


“저는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일찍 마치고 합류 할 테니 두 분이서 드시고 계세요~”


 “진짜 오시는거죠? 안 오시면 안 되요~? 약속…”


하면서 새끼 손가락을 걸어 오는데 참… 뭐랄까? 떨린다. 은경이 언니의 손을 잡는다는 사실에 긴장되어 금새 손에 땀에 벤다.


“하하 꼭 갈께요~! 무슨 약속은….”


 “해주세요~ 네? 올거면 해줘두 되잖아요~”


하는데 의외로 귀여운 면이 많이 있는 여자다. 웃으며 못이기는 척 세끼 손가락을 걸고 얼른 손을 빼서 일어나 헤어져 압구정에서 회사 상사를 만났다.
지는 중요한 얘기라고 해서 나갔지만 정작 중요한 얘기는 없었다.
심심했나 보다. 그보다 빨리 자리를 털고 합류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은경이 언니를 어떻게 해본다기 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의외로 자리가 길어진다. 밥 먹자더니 술 마시러 올 때부터 알아챘지만~
상사니까 또 내가 재롱을 떨어야 하는게 짜증난다.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전화가 온다.


“아~ 왜 안오세요~ 희애씨랑 꼐속 기다리는데~”
 ‘야 인간아~ 너 왜 안 오냐? 도망쳤냐? 나 다 들었다~ 울 언니 너 여친 언니라메?’


멀리서 희애가 소리치는게 다 들린다. 둘 다 얼큰하게 취한 것 같다.
‘이런 젠장~ 비밀로 하자고 했더니… 믿으라더니… 믿긴…개뿔…’


 “아…저 지금 중요한 분이랑 얘기 중이어서요~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갈께요! 죄송합니다.”


하고 끊자마자 홍이사도 전화가 온다.


“어~ 우리 애기 어디야?”


 ‘나 참… 느끼한 새끼… 지가 지금 나이가 몇 갠데…’
약속을 잡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바로 헤어져 은미씨랑 한잔 할 수 있겠다.


약속이 잡혔는지


“이팀장 미안해서 어쩌지? 나 급한 약속이 생겼는데… 우리 그만 일어나자”


 ‘아싸…’


바로 헤어져 전화를 하니 근처에 있는 고기집이다. 걸어가도 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택시를 탓다. 빨리 가고 싶다. 은미씨를 빨리 보고 싶다.


“많이 드셨어요? 아유~ 이게 도대체 몇 병이야? 둘이 이걸 다 마신거야?”


소주가 3병이 비었고 4병째를 마시는 중이다. 그래도 다행히 4병째는 3분에 1 정도만 마신거 같다.


“아… 왜 이제 오세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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