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22부

모자들의 교향곡 22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선규는 오늘따라 태수의 표정이 어둡고 근심이 서려있는것을 눈치챘다.

"태수야, 무슨일이 있니?"

"아..아니. 왜?"

"그냥. 네얼굴이 어두워 보여서 그래"

"피곤해서 그런가봐. 어제 잠을 잘 못잤었거든"

엄마와의 성행위를 사랑하는 연인들의 행위로 단정지었던 태수는 막상 선규를 보자 저도모르게 양심이 찔려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를 못했다. 선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자신이 비난받는것은 괜찮지만 엄마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었다. 이미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엄마에게 또한번의 상처를 입힐수는 없었다. 선규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니 꽤 밝게보였다.

"어제 아줌마에게 사과드렸니?"

"엉? 아, 어제일? 사과드렸지"

잠시 엄마생각을 하던 선규는 태수의 말에 흠짓했지만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집을 나가고 그게 무슨 짓이냐? 아줌마가 잠도 못주무신거 같더라"

"다음부터는 다시는 안그런다고 싹싹 빌었어"

"하여튼 부모속을 뒤집어넣고 유난한거는 알아줘야 해. 어디서 잔거야?"

"여관"

"우리같은 애들도 재워줘?"

"당연히 나이를 속였지. 여자까지 불러준다고 그러더라"

태수는 입이 벌어져서 믿기지 않는듯이 선규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가 미쳤냐? 나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와 해야지"

"잘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잘려고 하니까 옆방에서 그소리가 나더라"

"무슨 소리?"

"한밤중에 나는 소리라면 그짓밖에 더 있냐?"

그러자 태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것에 호기심이 많은 네가 아주 괴로웠겠구나"

"말도 마라. 홧김에 벽을 두들길려다 간신히 참았어. 그런걸 방해하면 실례잖아"

태수는 웃다가 문득 성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은 선규는 아직 경험이 없는데 그렇지 않은 자신은 이미 해봤다는 생각이 들자 한숨이 나왔다.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오른다고 하더니]

그런 생각을 하니 엄마에게 더 미안해졌다.

[엄마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나에게는 가장 고귀한 여자야. 절대로 성에 연관시켜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거야]

저녁에 엄마를 만날 생각을 하니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계속해서 속으로 한숨을 쉬며 태수는 선규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저녁준비를 하던 명숙은 선규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다가 그만 두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선규는 웃으면서 장미 몇송이를 들고 있었다.

"왠 꽃이야?"

"엄마 줄려고 사왔어. 엄마를 걱정시켰던게 미안해서. 받아"

결혼한 후에는 한번도 누구에게 꽃을 받아보지 못했던 명숙은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다. 어렸을때 선규가 어버이날이라고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는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녀에게 꽃을 안기는 선규를 보니 그동안의 무거웠던 마음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마냥 흐뭇하기만 했다. 선규는 미소를 짓는 엄마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응. 누구에게 꽃을 받아보기는 오래간만이네. 정말 고마워, 선규야"

"마음같아서는 한아름 사주고 싶었지만 꽃을 사봤어야지. 이렇게 비싼줄은 몰랐어.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그때 꽃집에 있는 꽃들을 다 사줄게"

명숙은 꽃의 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네마음을 충분히 아는데. 엄마는 이게 꽃 만송이보다 더 좋아"

그말에 선규는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찢어졌다.

"엄마가 좋아해서 다행이네. 어서 씻고 올게"

그러더니 엄마를 껴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음 방으로 사라졌다, 명숙은 그런 선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저렇게 행동하면 얼마나 좋아? 내마음을 풀어준다고 꽃도 사들고 오고 제법이네]

다시한번 꽃향기를 맡다가 꽃병을 찾아내서 물을 담은다음 그곳에 꽃들을 꽂았다. 그리고는 저도모르게 콧노래가 나오며 다시 마저하던 저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혜영은 하루종일 태수생각으로 몹시 괴로웠다. 자신이 태수의 인생을 망쳐놓은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했고 죽은 남편을 볼 면목도 없었다. 새벽에 배달을 나가는 태수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나가서 얘기를 해볼려고 그랬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때문에 차마 몸을 일으킬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태수에 대한 새로운 감정이 일어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애를 쓰며 일어나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단단히 마음을 잡을려고 노력했다.

[아직 성인도 아닌 애를 더이상 혼란스럽게 만들면 안돼. 그애도 자기인생이 따로 있는데 내욕심때문에 뺏을수는 없어]

가슴속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으로 심란한 마음을 주체못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태수가 들어왔다. 혜영은 얼굴을 들다가 아들을 보고 아무말없이 앉아있었고 태수도 문앞에서 그녀를 어두운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둘은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가 혜영이 먼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기에 앉아봐"

태수가 천천히 다가와서 앉자 혜영은 그를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어서 시선을 다른곳으로 옮겼다. 한동안 적막이 흐른뒤에 혜영은 이윽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일은 내잘못이야. 내가 뭔가에 쒸였었나봐. 너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어"

"......."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래야 되는데 내가 그런 기회를 너에게서 빼앗아서 그저 미안할 뿐이야. 네가 나를 탓한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이 주책없는 엄마를 용서해다오.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거야"

태수는 그에게 용서를 비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는 잘못이 없어요. 저한테도 책임이 있으니 엄마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야. 아직 어린 너를 혼란스럽게 만든 내가 잘못이야. 어른인 내가 너를 옳은길로 이끌었어야 하는데. 어떡하다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겠다. 나는 네엄마라는 자격이 없어"

고개를 떨구는 엄마를 바라보던 태수는 가슴속에 품고있던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사랑해요"

그말에 혜영은 고개를 들고 약간 상기되어 있는 태수를 쳐다보았다.

"엄마로서뿐만 아니라 여자로서도요"

혜영은 벌여졌던 입을 다물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태수를 설득했다.

"그..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저한테는 엄마밖에 없어요. 죽을때까지 엄마와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나..나는 네엄마야.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살수 없어"

"엄마가 원하시면 어제밤과 같은 일을 안해도 되요. 그저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서로 안아주며 살면 되잖아요"

"커서 네짝을 찾아야지. 어떻게 엄마가 네여자가 될수 있니? 내가 너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그래. 크면 다 잊게되고 네여자가 될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타날거야"

"다른 여자는 필요없어요. 엄마만 있으면 되요"

"태수야, 제발 내말을 들어라. 응?"

혜영은 막무가내인 태수를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지를 몰라 어쩔줄을 몰랐다.

"엄마도 다른 남자는 필요없고 저만 있으면 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그게....."

태수의 말을 들으면서 혜영의 마음한구석은 크게 흔들렸으나 더이상 아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모질게 먹고 간절하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태수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너를 아들로서만 생각해. 나에게 남자는 네아버지뿐이야"

그러자 태수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혜영은 말을 계속 했다.

"네가 나를 위해주는 마음은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들을 남자로 생각할순 없어"

안면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아들을 보며 찢어지는 가슴으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동안 너를 네아버지로 착각했었던 거야. 너에게 상처를 줘서 너무 미안해. 나를 그저 엄마로만 생각해줘"

태수는 가슴이 산산조각나며 매우 슬퍼져서 도저히 엄마앞에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지금의 엄마는 다정다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예전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않는 엄마였다. 비틀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난 태수는 그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엄마를 보며 뒷걸음질을 해서 책방을 나가버렸다. 힘들게 마음과 표정을 굳게 하고있었던 혜영은 책방문이 다시 닫히자 그만 책상에 엎드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태수에게 상처를 준 자신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더군다나 그녀가 먼저 저지른 일이기때문에 몹시 죄책감이 들었다. 생각같아서는 태수의 청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흑흑. 태수야, 정말 미안해. 우리들은 이루어질수없는 운명이야. 나중에 엄마로서 너에게 더욱 잘해줘서 네가 상처받은걸 갚아줄게]

한참을 울면서 태수가 받은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랬다. 태수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를 않자 혜영은 책방을 정리했다. 어린 마음에 받은 상처이어서 쉽게 잊기가 힘들거라 생각하고 그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받는 실연의 상처를 자신이 아들에게 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의 말을 듣고 극심한 충격을 먹은 태수는 책방을 나와서 발걸음을 옮기다가 혼자 집에 돌아갈 엄마가 걱정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다시 엄마를 볼 용기가 안나서 멀리 떨어진 바깥에서 서있었다. 이윽고 책방을 나와 셔터를 내리는 엄마를 보고는 얼른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지켜보기만 했다.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태수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가 힘들거라는걸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마음한구석에는 어느정도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엄마의 말을 들으니 그저 눈앞만 캄캄해지고 세상이 끝난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살고싶은 의욕도 나지 않았다. 엄마가 버스에 오르자 그도 얼른 뒤를 따라 타서 그녀와 멀리 떨어져 사람들속에 몸을 숨겼다. 몰래 엄마의 얼굴을 훔쳐 보니 매우 어두워 보였다. 엄마가 그를 거절했다고 해서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섭섭했다. 더군다나 혼자있는 그녀를 보고있으니 너무나 조그맣고 약하게 보여서 엄마의 몸이 흔들릴때마다 달려가서 잡아주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그녀의 뒤를 몰래 밟으며 쓸쓸하게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조금만 건들여도 쉽게 무너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될거 같았다. 천천히 걸어가는 엄마를 보니 지난 이틀동안 그녀를 업어주던 생각이 나서 엄마의 체취가 그리워졌다. 이제는 더이상 엄마와 그렇게 할수없다고 생각하자 저도모르게 슬퍼졌다. 엄마가 이윽고 집에 들어가자 태수는 아파트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자신도 들어가야하나 했으나 지금 들어가면 엄마가 불편해 할것 같아서 이따가 그녀가 잠든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다음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엄마가 자신을 아버지로 착각하든 말든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안삼아 엄마가 외로움을 잊을수만 있다면 태수도 만족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한번도 남자로 여기지 않았다는것이 슬프고 섭섭했다.

[엄마에게는 내가 단지 아들이었나봐. 그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여자로 생각했었는데. 엄마한테는 그게 힘드시나?]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몸을 일으켜서 큰길로 나가보았다.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쌀쌀한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는 커플들이 많이 있었다. 태수는 그들을 바라보며 엄마와 그를 그려보았다. 그렇게 하니 마음만 더 아파올뿐이었다.

[엄마가 싫으시다면 더이상 연연해 하지 말자. 엄마가 불편해 하시면 나도 좋을게 없잖아?]

그렇게 다짐을 해도 엄마에 대한 애정을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오래간만에 나온 밤거리는 신기했다,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연인들을 보며 그도 엄마와 밤거리를 테이트하고 싶은 마음이 은연중에 생겨났다. 문을 닫은 가게들안에 진열된 물건들을 아무생각없이 구경하며 태수는 그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혜영은 방안에서 시계를 바라보며 태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밤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애가 아니라서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상처를 많이 받았나봐]

아들을 생각하면 그저 미안함만 생겨서 애인이 되주는것만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초조하게 계속 시계를 보면서 자신때문에 상처받은 태수가 그저 무사히만 돌아와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태수가 자신을 여자로 여겨주기를 바랬었던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막상 그의 고백을 받고서 거절해야 했던것이 그녀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생각없이 행동했던 자신이 오로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정신없는 여자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으니]

그러나 태수의 고백을 받았을때는 그녀의 가슴이 저도모르게 떨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태수와 죽은 남편이 점점 명확하게 구분되어져 갔다. 그러면서 태수가 그녀를 끔직히 생각한다는 명숙이의 말이 떠오르며 아들과 가졌던 달콤했던 시간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저려오고 태수에 대한 애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혜영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그런 감정을 애써 지웠다.

[안돼. 또 태수를 혼란스럽게 해서 상처를 줄수는 없어]

한숨을 쉬는데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태수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혜영은 곧바로 달려나가서 태수를 보고싶었지만 오늘밤만은 서로 떨어져 있는것이 낫겠다싶어 방안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태수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조금 열고 바라보았다. 저 방안에 상처받은 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쓰라려졌으나 그냥 문을 다시 닫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있으니 옆에 빈자리가 자꾸만 느껴졌다. 그동안 태수와 같이 잠을 잤던 시간을 생각하니 혜영의 가슴에서는 은연중에 행복감이 스며들었다. 태수가 옆에 있어서 외로움을 잊고 있었던것은 사실이었다. 몸을 뒤적거리며 생각해보니 그녀말대로 옆에 남자가 있다면 그사람이 태수이기를 바랬다. 무심코 어제밤 이시간에 그와 사랑을 나눴던걸 기억하니 그녀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행위를 하면서 태수가 그녀를 매우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다루고 있다는것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아직도 태수가 그녀를 애무해주던 손길이 느껴져 저도모르게 경련을 일으켰다.

[태수가 애인이라면 참 좋을텐데]

그러다가 문득 제정신이 든 혜영은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태수는 단지 내아들이야! 아들!]

그러나 태수를 생각하는 애틋한 감정은 좀처럼 떠나가지가 않았고 머리속에는 이상하게 카펜터스의 "Close To You"가 들려왔다.



세수를 하던 명숙은 문잡이가 돌아가다가 멈추는 소리가 나자 순간 가슴이 철렁해져서 황급히 문을 열었다.

"미..미안해. 자꾸 나도모르게 문을 잠그네"

눈살이 찌푸러졌던 선규는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세수하는거야?"

"응"

이제는 선규가 눈살을 조금이라도 찌푸리거나 갑자기 말을 안하면 왠지모르게 또 토라졌나 해서 겁이 덜컹 났다. 그런데 선규가 옆에서 옷을 모두 벗기 시작하자 명숙은 기겁을 했다.

"지..지금 뭐하는 거야?"

"샤워할려고. 하면 안돼?"

"아..아니야. 어서 해"

선규가 모두 옷을 벗자 명숙은 곁눈질로 아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혹시 딴짓을 할까해서 불안도 되었고 저도모르게 성장한 아들의 알몸에 대해서 호기심도 들었다.

"엄마, 나좀 봐봐"

명숙이 고개를 돌리니 선규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그녀앞에 우뚝 서있었다. 아들의 나체를 바라보니 부끄러움이 들어서 명숙은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

"아..아니"

"나 많이 컸지?"

"으..응"

약간 마른 선규의 몸은 그런데로 보기가 좋았다. 명숙은 밑에 데롱데롱 매달려있는 선규의 성기를 보지않을려고 애를 쓰며 자신이 고통속에서 낳은 아들의 몸을 감상했다. 이렇게 자란 아들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기까지 했다. 선규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그의 가슴에 갖다대었다.

"만져봐. 엄마의 아들이 궁금하지 않아?"

선규가 그녀를 잡은 손을 놓자 명숙은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아들의 맨살을 만졌다. 처음에는 그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었는데 차차 시간이 지나며 지금 만자고 있는 몸이 자신의 배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신기함이 들어서 매끈한 살결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선규는 그런 그녀를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았다.

"엄마가 만져보고 싶은데가 있으면 다 만져봐도 돼"

그러자 퍼득 정신이 든 명숙은 홍조를 띄우며 얼른 선규를 욕조로 밀어넣었다.

"빨리 샤워해.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

"알았어, 알았어"

웃으면서 욕조안으로 들어가던 선규는 돌아서서 그녀를 꼭 껴안았다. 명숙은 아들이 알몸으로 그녀를 껴안자 기분이 이상했으나 그가 감기걸릴까봐 얼른 두팔로 감싸안았다.

"감기걸린다니까. 어서 씻어"

"그냥 엄마품안이 따뜻하고 좋아서 그래. 이대로 잠시만 있어줘"

그말을 듣고 별안간 모성애가 생긴 명숙은 선규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한동안 아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는데 그녀의 복부에 밀착되어있던 성기가 힘이 들어가며 꿈틀거렸다. 불안감을 느낀 명숙에게 선규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아까 사준 장미보다 엄마가 훨씬 더 예뻐"

그리고는 포옹을 풀고 욕조안으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명숙은 귀신에 홀린듯 멍하니 샤워하는 선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전에도 선규는 그녀가 예쁘다고 종종 말을 했었지만 요즘은 성인이 말하는것처럼 들려서 기분이 묘하기만 했다. 그런데 물줄기속에서 선규의 음성이 들려왔다.

"엄마, 잠옷과 속옷을 갖다줄래?"

"알았어"

화장실을 나갈려고 하는데 선규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

"엄마"

"왜?"

선규는 샤워커튼을 약간만 열고 물에 젖은 얼굴을 내밀었다.

"엄마는 잠옷이 그거밖에 없어?"

"엉? 그게 무슨 말이야?"

명숙은 무슨말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했다.

"그냥 엄마가 입는 잠옷이 노티나서 그래. 언제나 엄마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거든"

선규의 황당한 말에 명숙은 그저 기가 막히기만 했다. 이혼한 이후 누구에게 예쁘게 보일 필요가 없었던 그녀였다. 그저 흠이 안잡일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하게 옷을 입고 다녔다. 더군다나 잘때는 누구도 보지않기 때문에 무엇을 입든 신경을 한번도 써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들이 그녀가 입는 옷에 트집을 잡아서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뭘 입기를 바라는데?"

"그 왜 있잖아? 뭐라 그러드라?"

선규는 단어가 생각않나는지 한참동안 이마를 찌푸리다가 이내 얼굴을 피며 말했다.

"슬립말이야. 그런거 없어?"

명숙은 은근히 화가 났다.

[요놈이 나를 뭘로 보는거야? 내가 지마누라야? 꼭 애아빠를 닮았네]

선규아빠도 결혼생활때는 그녀에게 이거 입어봐라 저거 입어봐라 하면서 요구했었다. 명숙은 그러는게 짜증이 나서 귀찮아 했었다. 마치 자신이 인형이 되어 남의 눈을 기쁘게 해줄려고 그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선규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없어"

"그래? 왜 그런게 없어? 옆에 누가 없어서 그래?"

명숙은 얼굴이 벌개져서 선규를 노려보았다.

"그건 네가 상관할바가 아니잖아?"

"왜 내가 상관할바가 아니야? 그럼 엄마는 내가 무엇을 입는지 신경도 안써?"

"내가 네속옷까지 신경써야되니?"

"꼭 그런거는 아니지만 그럴수도 있지. 안그래?"

태연스럽게 말하는 선규를 보고 명숙은 복장이 터지는것 같았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달콤하게 행동하던 아이가 이런식으로 약을 올리니까 할말이 안나왔다. 선규는 다시 머리를 커튼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럼 아무거나 예쁜걸로 입어"

화를 못참고 명숙은 커튼을 확 열었다. 그러자 물줄기들이 욕조밖으로 튀어나오며 선규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들의 몸을 보니까 또 보고싶어?"

"너 정말....."

"화내지 말고 보고싶으면 마음대로 봐"

명숙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면서 장난기가 가득담긴 선규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커튼을 닫았다.

[내가 저놈하고 상대하는게 바보지]

그러면서 화장실을 나갈려고 하는데 선규의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엄마, 꼭 예쁜거 입어"

명숙은 선규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옷들을 화장실에 갖다놓은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다음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잠옷을 꺼낼려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자기말을 안들어줬다고 또 삐질텐데. 도대체 뭘 입으라는 거야? 잠자는데 아무거나 편한거 입고자면 됐지]

한숨을 쉬며 옷장을 열어 옷들을 찾다가 우연히 저번에 숨겨두었던 포르노테이프와 야한 책들이 나왔다. 선규에게 압수한 이후 버릴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들을 보다가 타부에서 주인공인 엄마가 슬립을 입고 아들과 정사를 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하여튼 음란물이 애를 망쳐놓네]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옷을 찾아보니 마땅히 입을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깊숙한 곳에서 작은 옷상자가 나왔다. 열어보니 선규아빠가 사준 잠옷이었다. 선규아빠는 그녀에게 몇번 잠옷과 속옷을 사주었는데 전부 이상하고 야해서 그녀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혼한뒤로 그에 대한 기억들을 잊어버릴려고 모두 버렸었다. 그런데 이것만은 버리지를 않았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사준 잠옷이어서 그런지 이것만은 보통 잠옷이었다. 선규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걸 입기로 했다.

[그잠옷과 다른거니 그냥 넘어가겠지]

선규의 잠옷과 같은 바지와 윗저고리로 되어 있는 옷을 입고 거울앞에 섰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잠옷은 그녀의 몸에 맞았다. 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니 한심하고 기가 막혔다.

[내가 왜 아들한테 예쁘게 보일려고 이래야 하는거야? 아까처럼 꽃사들고 와서 착하게 굴면 얼마나 좋아? 꼭 잘나가다가 옆길로 샌다니까]

그러는데 노크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며 잠옷을 입은 선규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별로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밖에 없어?"

"응"

"할수없네. 그래도 항상 입는 잠옷보다는 낫다"

명숙은 자신을 마네킹처럼 보는 선규가 얄미웠으나 그나마 화를 안내서 다행이었다. 선규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참 착해"

"뭐가?"

"내가 다른걸로 입어달라고 한다고 진짜로 그렇게 하고"

"......"

"그래서 엄마를 안좋아할수가 없다니까"

명숙은 속으로 일어나는 화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아주 지엄마를 가지고 노네]

"엄마"

"왜?"

"옷걸이가 좋아서 그런지 뭘 입어도 예쁘다"

선규의 말을 듣고 명숙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을 약올리면서 이상하게 행동하다가 갑자기 그녀를 비행기 태우는 선규의 의도를 알수가 없어 그녀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화가 나있던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잘자, 엄마"

뜻밖의 선규의 말에 명숙은 입이 벌어졌다. 오늘 꽃을 사왔고 잠옷도 다른걸로 입으라고 해서 같이 자는줄로 알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규가 잘자라는 말을 하자 뒤통수를 뭔가에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호..혼자 잘거야?"

그러자 선규는 뜻밖이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이 자고싶어?"

"그..그런게 아니라....."

"그럼 뭐야?"

"네..네가 다른 잠옷을 입으라고 그..그랬잖아"

"나는 그냥 엄마의 예쁜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건데"

"......"

명숙이 말을 못하고 그저 선규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 그는 크게 인심을 쓴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가 그렇게 원한다면 같이 자줘야지. 어디서 잘까?"

말을 듣고보니 이상했다. 마치 그녀가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느낌이었다.

[이상하다. 말이 왜 이렇게 됐지?]

"엄마?"

부드럽게 말하는 선규의 소리를 듣고 명숙은 저도모르게 흠짓 놀랬다.

"어디서 자고싶어?"

"그..그냥 네..네가 원하는 방에서....."

"그럼 어제는 내방에서 잤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잘까?"

"마..마음대로 해"

"알았어. 베개 가지고 올게"

선규가 나가자 명숙은 귀신에 홀린듯한 기분이 들어서 계속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떡해서든지 선규와 같이 자는것을 피할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옷을 다른걸로 입고 그를 불러들인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선규가 베개를 들고 들어왔다.

"내가 또 벽쪽에서 자?"

"그..그래"

선규가 침대위에 눕자 명숙은 불을 끄고 안경을 벗은다음 그의 옆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서 어둠속을 응시하고 있으니 이틀전에 선규와 싸웠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무척이나 불편했었는데 지금은 어제 그와 같이 자서 그런지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되었다. 그러고있는데 갑자기 선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안아줘"

명숙이 다가가니 선규는 어느새 그녀에게 등을 돌리며 누워있었다. 또 선규가 기분이 안좋아졌나해서 얼른 그의 등을 얼싸안아 주었다.

"바짝 안아줘"

그녀는 아무말없이 선규가 원하는대로 가슴을 그의 등에 밀착시키면서 끌어안았다. 그러자 선규는 그의 가슴위에 올라온 그녀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엄마가 안아주면 기분이 너무 좋아. 항상 나만 안아줘야 돼"

"알았어"

명숙은 요즘따라 행동과 기분이 돌변하는 선규가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도 이런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부쩍 심해진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 선규가 신문배달을 나가면서 약국에서 한말이 생각났다.

"선규야"

"응?"

"아까 약국에서 한말이 무슨 뜻이야?"

"무슨말?"

"남자손님을 조심하라는 말"

"엄마가 너무 예뻐 보여서 남자손님이 딴마음을 품을까봐 친절하게 하지말라는 소리야"

"그런일이 날까봐 불안해?"

"좀 그래. 절대로 다른 남자와 바람피지마"

심각하게 말하는 선규때문에 명숙은 저도모르게 움찔했다.

"나를 잘알면서 왜 그래? 내가 그럴거 같애?"

"엄마는 아빠가 바람필거라고 생각했었어?"

"아니. 못했었어"

선규의 말이 옳았다.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숙은 자신을 애인이나 배우자로 여기는듯이 말하는 선규가 마음에 걸렸다.

"엄마가 네아내처럼 생각돼?"

"아니. 엄마겸 애인으로 생각해. 아무도 없는 나한테는 엄마라도 있어야 되잖아. 엄마는 나를 그냥 아들로서만 생각해?"

"응"

그말에 선규가 그녀쪽으로 돌아눕자 명숙은 그가 화를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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