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사랑 - 10부 1장
2018.07.15 16:00
10부.(입소) 1장
8월 한 달간 우린 참 많은 시간을 같이 했다. 그녀와 난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같이 있었다. 난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그녀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 가 “한번도 안한 여자는 있어도 한번만 한 여자는 없다.” 한번 무너진 성은 걷잡을 수 없었다. 불타오르는 20대 남녀가 참고 인내하기에는 성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강했다.
우리 집에서 그녀와 같이 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육체적 관계가 수반되었다.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던 그녀도 차차 육체적 쾌락에 눈을 떠서 이젠 그녀가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수준이 되었다. 꿈같은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흐려갔다.
8월 마지막 주에 친구들과 술을 먹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영장을 주셨다.
9월 3일 13시까지 ○○신교대 입소
이런 저런 내용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날짜와 장소였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간 이였다. 난 다음날 아침 병무청에 전화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날짜가 촉박하게 나올 수 있는지 물었다. 병무청 대답은 입소하기로 한 사람이 연기해서 급하게 나온 것으로 내가 싫다면 연기해도 된다는 대답 이였다.
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연기하면 다시 언제가 될지 모른다. 정말 재수 없으면 삼근(당시 삼근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는데 1년은 전방에서 생활하고 나머지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현역도 아니고 방위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였다. 더욱이 기간은 3년이란 장구한 세월이다.)
이 나올 수도 있었다.
난 그녀에게 말하기 힘들었다. 이제 막 그녀와의 사랑을 꽃피우며 행복해 취해 있는 그녀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기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행복에 젖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될 말이기에 언제까지 안 할 수는 없었다.
입소 하루를 남기고 그녀와 난 동네 호프집에서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나지만 그날은 참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그녀는 내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말리려 했지만 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안음을 알고 말없이 지켜보았다.
술을 마시고 우린 동네 공원으로 갔다. 더 마시면 그녀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쓰려져 버릴 것 같아 공원에서 찬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공원에 와서 조금 있으니 정신이 들었다. 술기운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평소와 달리 말도 별로 없고 심각하자 불안한 눈으로 날 지켜보았다.
“저기 란.......저기 말이야.”
“왜.......자기 오늘 너무 심각하다. 무슨 일 있어.”
“란은 나에게 할 말 없어.”
“저기........있기는 한데.......다음에 말할 께”
아마도 그날 란이 다음 이야기를 했다면 난 입대를 연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란은 내 분위기에 취해 자신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나만의 고민에 빠져 다른 사람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네일 군대가?”
“..........머..........머라구.......”
“군대 간다고.”
“어.....언제........네일(?)”
“응.......네일 13시까지 들어오래”
“어디로 가은 데”
“북한산”
“정말 이야. 거짓말 이지.”
난 입소통지서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지서를 받아 보더니 한참을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고 또 읽었다. 한참을 통지서를 보던 그녀가 통지서를 조용히 나에게 전해주더니 날 한참을 주시했다.
“왜! 지금 이야기해”
“나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어. 일주일 전에 왔다는 데 나도 오일 전에 통지서를 봤어.”
“그럼 그때라도 이야기 해야지.”
“미안해 널 보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정말 나쁜 놈이다. 번번한 송별식도 못해주고.......왜 내일 훈련소 입소한 후 알려주지”
“미안해. 근데 무슨 송별식 한 달 후면 다시 나오는데 멀”
“그래도.......나 이렇게 나쁜 애인 만들면 좋아.”
“무슨 소리야 우리 란이 얼마나 좋은 애인인데”
“잠깐만. 기 달려.......집에 가면 안돼. 꼭이야”
그녀는 총총히 달려갔다. 날 공원에 두고 달려갔다. 난 속도 쓰리고 해서 앞에 있는 슈퍼에 가서 캔 맥주 사서 더 먹어 버렸다. 취하지 않음 심적으로 힘들었다.
캔 맥주 하나를 모두 먹을 때쯤 그녀가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인지 내 앞에 와서 숨을 고른다.
“힘들게 어디 갔다 와”
“학....학.....학.......혹시.....학학.....몰라서”
“야.....숨이나 고르고 이야기해.”
“음...학학...아.......혹시 몰라서 지영이 집에 두고 다니던 거야. 네가 이런 엉뚱한 일을 벌 릴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입대하면 이상한 약만 준다며 그래서 너 입대하면 주리고 그전에 준비한 거야. 통지서가 나올 때가 지났는데 말도 안하고 자기가 오늘처럼 엉뚱하게 말할 것 같아. 미리 지영이 집에 두고 다녔어. 우리 집은 일산이니 급하게 찾아올 수 없어서”
“허허........참”
“그리고 내일 아침에 우리 집에 와! 내가 아침밥 만들어 놓을 께. 그러니까 밥 먹지 말고 와 알았지.”
“알았어.”
“그럼 시간이 늦어 나 들어간다. 내일 꼭 와. 그냥 가면 혼나 알았지.”
난 그녀를 버스정거장에 바라다 주고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이미 두 형을 군대에 보낸 경험이 있어 네가 군대 간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당연히 가야 할 곳이라 생각하시고 잘 다녀오라는 한마디가 끝이다.
아침에 그녀의 집에 가니 식사를 만들어 두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밥을 다 먹을 동안 행복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내가 밥을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우자 만족한 듯이 웃더니 나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밖에 나와서 그녀는 미용실로 날 인도했다.
“그냥 군대 들어가서 해도 돼.”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자기 머리 깍은 모습 본 사람 아직 없지.”
“머 볼 깨 있다고”
“호호호호.......보고 싶어.”
머리가 밀려 나갔다.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를 만져보니 참 민망했다. 안 그래도 긴 얼굴인데 머리를 밀어버리고 나니 가관이다.
그녀는 내 반짝이는 머리를 보더니 머가 좋은지 깔깔대며 웃었고, 난 민망함에 머리만 박박 글었다.
북한산 ○○사단 신병교육대.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 엇다. 아직은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오거나 혹은 친구들과 같이 왔다. 나처럼 연인과 둘만 온 친구는 없었다. 우린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쪽으로 갔다.
“긴장되지”
“조금 긴장돼”
“머 먹고 싶은 거 없어. 저기 들어가면 맘대로 먹지도 못하니까 먹고 싶은 거 지금 이야기해”
“왜 네가 사 주려고”
“그럼 자기가 먹고 싶다는 데”
“그럼 맥주나 먹자.”
“술 먹고 들어가게”
“긴장 푸는데 맥주가 최고야.”
우린 동내 가계에서 맥주를 사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93년 그해는 유난히도 더욱 날이 계속되었다. 9월인데도 열대야가 지속되고 30년 만에 이렇게 높은 기온은 처음이라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고 있었다. 맥주가 들어가자 신원했다.
“자기야. 자기 긴장되는데 확 날아갈 만한 소식 알려줄까?”
“무슨 소리야.”
“아마 이말 들으면 긴장 같은 거 날아가 버릴 거야.”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어”
“나.......임신하거 같아.”
먹고 있던 맥주가 목에 걸렸다. “카~~카” 동공이 커지고 긴장하고 있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군대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그녀 말대로 삽시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임신”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테스터기로 체크해 보니 양성 반응이 나왔어.”
“어........언제.”
“몇 칠 됐어. 자기에게 말하려고 했는데........자기도 고민 많은 거 같아서........지금이야기 하는 거야.”
“병원은 가본 거야.”
“아직 무서워서 못 갔어. 자기한테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오늘 입대해 바리는 거 있지. 자기 못 됐어.”
“어.......왜 지금 이야기하는 거야.”
“화났어.”
“나 보고 어떻게 하라고........정말 대책 없는 커플이내. 우리 둘 다 정말 대책 없다.”
“쇼킹하지. 나도 자기 말 듣고 쇼킹했는데”
“놀라 돌아가시겠다. 어떻게 할 꺼 야.”
“자기 시간 됐다. 들어가야지.”
“머라구”
정말 이다. 이제 들어가야 될 시간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훈련소 문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8월 한 달간 우린 참 많은 시간을 같이 했다. 그녀와 난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같이 있었다. 난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그녀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 가 “한번도 안한 여자는 있어도 한번만 한 여자는 없다.” 한번 무너진 성은 걷잡을 수 없었다. 불타오르는 20대 남녀가 참고 인내하기에는 성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강했다.
우리 집에서 그녀와 같이 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육체적 관계가 수반되었다.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던 그녀도 차차 육체적 쾌락에 눈을 떠서 이젠 그녀가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수준이 되었다. 꿈같은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흐려갔다.
8월 마지막 주에 친구들과 술을 먹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영장을 주셨다.
9월 3일 13시까지 ○○신교대 입소
이런 저런 내용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날짜와 장소였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간 이였다. 난 다음날 아침 병무청에 전화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날짜가 촉박하게 나올 수 있는지 물었다. 병무청 대답은 입소하기로 한 사람이 연기해서 급하게 나온 것으로 내가 싫다면 연기해도 된다는 대답 이였다.
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연기하면 다시 언제가 될지 모른다. 정말 재수 없으면 삼근(당시 삼근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는데 1년은 전방에서 생활하고 나머지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현역도 아니고 방위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였다. 더욱이 기간은 3년이란 장구한 세월이다.)
이 나올 수도 있었다.
난 그녀에게 말하기 힘들었다. 이제 막 그녀와의 사랑을 꽃피우며 행복해 취해 있는 그녀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기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행복에 젖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될 말이기에 언제까지 안 할 수는 없었다.
입소 하루를 남기고 그녀와 난 동네 호프집에서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나지만 그날은 참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그녀는 내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말리려 했지만 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안음을 알고 말없이 지켜보았다.
술을 마시고 우린 동네 공원으로 갔다. 더 마시면 그녀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쓰려져 버릴 것 같아 공원에서 찬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공원에 와서 조금 있으니 정신이 들었다. 술기운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평소와 달리 말도 별로 없고 심각하자 불안한 눈으로 날 지켜보았다.
“저기 란.......저기 말이야.”
“왜.......자기 오늘 너무 심각하다. 무슨 일 있어.”
“란은 나에게 할 말 없어.”
“저기........있기는 한데.......다음에 말할 께”
아마도 그날 란이 다음 이야기를 했다면 난 입대를 연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란은 내 분위기에 취해 자신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나만의 고민에 빠져 다른 사람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네일 군대가?”
“..........머..........머라구.......”
“군대 간다고.”
“어.....언제........네일(?)”
“응.......네일 13시까지 들어오래”
“어디로 가은 데”
“북한산”
“정말 이야. 거짓말 이지.”
난 입소통지서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지서를 받아 보더니 한참을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고 또 읽었다. 한참을 통지서를 보던 그녀가 통지서를 조용히 나에게 전해주더니 날 한참을 주시했다.
“왜! 지금 이야기해”
“나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어. 일주일 전에 왔다는 데 나도 오일 전에 통지서를 봤어.”
“그럼 그때라도 이야기 해야지.”
“미안해 널 보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정말 나쁜 놈이다. 번번한 송별식도 못해주고.......왜 내일 훈련소 입소한 후 알려주지”
“미안해. 근데 무슨 송별식 한 달 후면 다시 나오는데 멀”
“그래도.......나 이렇게 나쁜 애인 만들면 좋아.”
“무슨 소리야 우리 란이 얼마나 좋은 애인인데”
“잠깐만. 기 달려.......집에 가면 안돼. 꼭이야”
그녀는 총총히 달려갔다. 날 공원에 두고 달려갔다. 난 속도 쓰리고 해서 앞에 있는 슈퍼에 가서 캔 맥주 사서 더 먹어 버렸다. 취하지 않음 심적으로 힘들었다.
캔 맥주 하나를 모두 먹을 때쯤 그녀가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인지 내 앞에 와서 숨을 고른다.
“힘들게 어디 갔다 와”
“학....학.....학.......혹시.....학학.....몰라서”
“야.....숨이나 고르고 이야기해.”
“음...학학...아.......혹시 몰라서 지영이 집에 두고 다니던 거야. 네가 이런 엉뚱한 일을 벌 릴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입대하면 이상한 약만 준다며 그래서 너 입대하면 주리고 그전에 준비한 거야. 통지서가 나올 때가 지났는데 말도 안하고 자기가 오늘처럼 엉뚱하게 말할 것 같아. 미리 지영이 집에 두고 다녔어. 우리 집은 일산이니 급하게 찾아올 수 없어서”
“허허........참”
“그리고 내일 아침에 우리 집에 와! 내가 아침밥 만들어 놓을 께. 그러니까 밥 먹지 말고 와 알았지.”
“알았어.”
“그럼 시간이 늦어 나 들어간다. 내일 꼭 와. 그냥 가면 혼나 알았지.”
난 그녀를 버스정거장에 바라다 주고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이미 두 형을 군대에 보낸 경험이 있어 네가 군대 간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당연히 가야 할 곳이라 생각하시고 잘 다녀오라는 한마디가 끝이다.
아침에 그녀의 집에 가니 식사를 만들어 두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밥을 다 먹을 동안 행복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내가 밥을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우자 만족한 듯이 웃더니 나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밖에 나와서 그녀는 미용실로 날 인도했다.
“그냥 군대 들어가서 해도 돼.”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자기 머리 깍은 모습 본 사람 아직 없지.”
“머 볼 깨 있다고”
“호호호호.......보고 싶어.”
머리가 밀려 나갔다.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를 만져보니 참 민망했다. 안 그래도 긴 얼굴인데 머리를 밀어버리고 나니 가관이다.
그녀는 내 반짝이는 머리를 보더니 머가 좋은지 깔깔대며 웃었고, 난 민망함에 머리만 박박 글었다.
북한산 ○○사단 신병교육대.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 엇다. 아직은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오거나 혹은 친구들과 같이 왔다. 나처럼 연인과 둘만 온 친구는 없었다. 우린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쪽으로 갔다.
“긴장되지”
“조금 긴장돼”
“머 먹고 싶은 거 없어. 저기 들어가면 맘대로 먹지도 못하니까 먹고 싶은 거 지금 이야기해”
“왜 네가 사 주려고”
“그럼 자기가 먹고 싶다는 데”
“그럼 맥주나 먹자.”
“술 먹고 들어가게”
“긴장 푸는데 맥주가 최고야.”
우린 동내 가계에서 맥주를 사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93년 그해는 유난히도 더욱 날이 계속되었다. 9월인데도 열대야가 지속되고 30년 만에 이렇게 높은 기온은 처음이라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고 있었다. 맥주가 들어가자 신원했다.
“자기야. 자기 긴장되는데 확 날아갈 만한 소식 알려줄까?”
“무슨 소리야.”
“아마 이말 들으면 긴장 같은 거 날아가 버릴 거야.”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어”
“나.......임신하거 같아.”
먹고 있던 맥주가 목에 걸렸다. “카~~카” 동공이 커지고 긴장하고 있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군대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그녀 말대로 삽시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임신”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테스터기로 체크해 보니 양성 반응이 나왔어.”
“어........언제.”
“몇 칠 됐어. 자기에게 말하려고 했는데........자기도 고민 많은 거 같아서........지금이야기 하는 거야.”
“병원은 가본 거야.”
“아직 무서워서 못 갔어. 자기한테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오늘 입대해 바리는 거 있지. 자기 못 됐어.”
“어.......왜 지금 이야기하는 거야.”
“화났어.”
“나 보고 어떻게 하라고........정말 대책 없는 커플이내. 우리 둘 다 정말 대책 없다.”
“쇼킹하지. 나도 자기 말 듣고 쇼킹했는데”
“놀라 돌아가시겠다. 어떻게 할 꺼 야.”
“자기 시간 됐다. 들어가야지.”
“머라구”
정말 이다. 이제 들어가야 될 시간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훈련소 문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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