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그리고 그들 - 3부

남편,그리고 그들
남편,그리고 그들3.남회장과의 만남



남회장을 만나러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박이사가 1층 현관에서 차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라서 어떻게 박이사의 얼굴을 봐야할지 망설여졌다. 술기운에 벌인 일이라고 하기에는, 하복부에서 느낀 감동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던 밤이었다. 창피한 마음이 물밀듯이 찾아왔다.



“어제는 잘 잤어요?”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는 사이 박이사가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말을 건네 왔다. 박이사의 목소리를 듣자

또 다시 그의 몸뚱이 아래에서 몸부림쳤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네, 박이사님도요?”



박이사가 오른손을 뻗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있던 내 손을 가볍게 쥐어왔다. 손을 빼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손가락의 일부가 허벅지에 살며시 내려앉는 순간, 이미 그의 물건을 받아들였던 내 몸의 감각들이 허우적거리는

이성을 밀어내 버렸다. 그렇게 박이사는 내 손을 쥐고서 남회장의 사무실까지 말없이 차를 몰았다.



약속 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남회장 사무실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박이사의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남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집을 나섰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해보았지만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아 올랐다. 입 속의 침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만약 지난밤 박이사와 리허설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차 문을 열고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이사가 몸을 기울여 뻣뻣하게 고개를 세우고 있는 내게 입을 맞춰왔는데, 그의 키스는 어제와는 달리 달콤하고 부드럽게 내 입술을 훔치고 있었다.



“제수씨!, 긴장 많이 돼요?”



“................”



“내 눈을 봐요.”



박이사의 두 손이 내 고개를 돌려 세우더니 지긋이 두 눈을 마주쳐 왔다.



“어제 우리가 했던 리허설을 떠올려 봐요. 그럼 긴장이 덜 할테니까....”



말이 끝나자 다시금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내 몸 속의 긴장감을 모두 흡입시켜 버릴 것처럼 강하고 깊게 혀를 들이 밀어왔다.



[그래 어차피 리허설까지 한 마당에 긴장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어.]



“701호로 올라가면 돼요. 여기서 기다고 있을께요”



차 안에서 박이사의 배웅을 받으며 남회장의 사무실이 있다는 7층으로 올라갔다.

회사의 어음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는 박이사의 말을 떠올렸다. 두 눈을 감고 크게 한 번

심호흡을 마친 뒤, 701호의 문을 열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직원 하나가 고개를 살짝 쳐든 채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왔다.

그녀의 외모는 한 눈에 봐도 매력적으로 생겼으며, 두 눈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색기가 흐르고 있었다.

4시에 남경식 회장님과 만나기로 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더니 이름을 물어왔다.



“김은정이라고 합니다.”

“김은정씨요?.... 아! OO테크 정지석 사장님 사모님이시죠?”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들킨 것 같은 생각에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김은정이라는 이름만 불러주면 될 일인데, 굳이 남편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회장님! 정지석씨 사모님 오셨습니다.”



인터폰을 내려놓은 그녀가 한 쪽 손을 들어 방문을 가리켰다.



“저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녀의 알듯 모를듯한 눈빛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지만, 곧장 남회장의 방으로 향했다.



미색의 가죽 쇼파가 ㄱ자로 놓여 있었고, 1인용 쇼파 뒤쪽의 책상에서 다소 체구가 작은 남자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정사장님 사모님이시라고요? 남경식이라고 합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김은정이에요”



지난 며칠 동안 상상해오던 남회장은 다소 기름진 얼굴에 탐욕스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투박할 것 같은 모습이었으나, 정중한 말투에 도시적인 세련미를 풍기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자리를

권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한 미인이십니다.”



남회장의 인사말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과거에 나를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의도로, 본 적도 없는 나를 담보로 잡아두겠다는 말을 했던 것일까?]



앉은 자세에서 비스듬히 몸을 틀어 남회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이 구두에서부터 천천히 몸을 훑으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미술관의 조각품을 감상하는 듯한 진지함을 품고 있어서, 불쾌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앉아 있는 내 모습에서 혹시라도 흠집이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들게 만들었다.



여직원이 들어와 오렌지 쥬스 두 잔을 내려놓고는 방을 나갈 때까지, 남회장의 눈빛은 진지함을 잃지 않은 채,

연신 내 몸을 훑고 있었다.



“드시지요”



쥬스 한 모금이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가슴 전체를 차갑게 식혀주었다. 그것은 극도로 긴장되어 있었던 온 몸의 신경 조직을 새롭게 각성시키는 작용을 해주었는데, 때마침 맞은편의 은빛 메탈성 벽면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내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자, 침착하자. 김은정!]



“남편 분은 안 오시나요?”

“네?”

“아!, 내가 괜한 걸 물었네요. 일어나시죠 사모님!”



갑자기 남편 얘기를 꺼내 [침착하자]라고 수없이 되뇌이고 있던 내 의식 상태를 단번에 얼음장으로 만들어

놓고는, 남회장이 일어나면서 말을 던졌다.



그리고는 출입구 건너편에 있는, 그러니까 은빛 메탈성의 거울처럼 보이는 벽면의 끝자락 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더니, 또 다른 방문을 열어 놓고는 문가에 서서 손짓과 함께 나를 불렀다.



“사모님! 들어오시지요”



남회장이 서있던 방 문 안에 발을 들여놓자, 남회장이 방 한가운데 쪽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는 철걱거리며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한복판에 놓여있는 붉은색의 헤드프레임이 없는 큰 침대였다.

킹 싸이즈 크기의 침대였다. 침대 건너편 벽 쪽에는 역시나 등받침이 없는 쇼파가 길게 놓여있었으며,

침대 앞쪽으로 두 개의 반원형 모양의 1인용 쇼파가 세팅되어 있었다.



눈동자만 돌려 방안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투명한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는 욕실 안에 스파용 욕조와 세면대

그리고 변기가 아무런 가림 장치 없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출입문의 맞은편 창가에는 거의 3/4 정도의

벽면이 흙갈색의 벽돌로 쌓여져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장식용 벽난로와 함께 행거처럼 보이는 목재 장식물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한 눈에 알기 어려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방안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있는 동안, 남회장은 침대 앞의 1인용 쇼파에 앉아서,

뻣뻣하게 선 자세로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모님! 여기 이쪽으로 와서 서 보세요”



남회장이 자신이 앉아 있는 정면의 벽 쪽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남회장이 가리키는 벽면은 온통 거울로 도배되어 있었다.



유리벽을 등지고 남회장 앞에 섰다.

그의 앞에 서자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클러치 백을 아랫배 위에 올려놓고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내 두 다리 역시 양 무릎이 살짝 닿는 느낌으로 모으며 자세를 바로 세우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면접관의 눈처럼 위아래로 훑으며 내 몸을 스캔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손가락은 언제든 내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로마 시대의 황제처럼 느릿느릿하게 내 몸 곡선을 따라 허공을 그려가고 있었다.



타의에 의해 남학생들 앞에서 누드 데생의 대상이 되어버린 여인처럼, 수치스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치스러움은 어느새 두 다리를 가볍게 떨게 만들었으며, 머리 속을 하얗게 도배하기 시작했다.



“스타일이 좋군요. 정장이 잘 어울리고, 젊으신 나이인데도 기품이 있어 보여 좋군요”



하마터면 고맙다는 말을 할 뻔했지만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며 꼼작 않고 서 있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사채업자입니다. 사모님!....그래서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평가하지

않습니다.”



남회장의 말투가 어느새 단호해지고 있었다.



“어음 만기를 연장해 주려면 사모님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해야합니다. 만약 사모님께서 제가

하고자하는 평가방법을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든 저기 저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도대체 나를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안 잡혔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저....어떻게 평가하신다는 건지.... 그리고 만약 그 평가라는 게....결과가 안 좋으면 어음 연장은

안 되는....건가요?”



“물론입니다. 사모님의 가치를 평가한 후에 한 달을 연장해줄지, 석 달을 연장해줄지,

아니면 연장이 불가능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난감해졌다. 남회장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몰라도, 결국 만기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마는 게 아닌가?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십시오. 겉으로 봐서 기본 이상은 되는 몸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겉으로 봐서?....그럼 설마 내 알몸을 평가하겠다는 뜻?]



“사모님!, 동의하신다면 시작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가시면 됩니다. 동의 하시겠습니까?”



아무리 급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동의할 수는 없었다.



“회장님!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신다는 건지 미리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동의할지 안할지 결정할 수 있을.....”



남회장이 내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



“여자로서의 사모님의 몸과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채무자로서의 태도와 자세가 얼마나 간절한 지를

평가할 겁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리기 애매하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지만, 평가 전이든, 평가 도중이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든지 이 방을 나가시면 됩니다.”



남회장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키가 좀 작은 것을 빼고는 적어도 끔찍한 비호감의 얼굴은 아니었다.

박이사와 리허설까지 한 마당에 돌아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확실히 박이사와의 리허설이 갈등의 순간마다

도움을 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사모님?”



마지막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번의 심호흡을 한 끝에 남회장의 얼굴에서 시선을 내려

고개를 끄덕이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뒤돌아 서세요! 그리고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네?”



“뒤돌아 서시라구요. 안 들리세요?....두 번씩 말하게 하면 평가가 상당히 안 좋을겁니다. 명심하세요....

알겠습니까? 사모님?”



평가가 안 좋을 거라는 남회장의 엄중한 경고에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돌아선 채로 대답을 채근하는 듯한 남회장의 물음에 알았다고 대답을 해야 했다.



뒤돌아 본 유리 벽면은 그냥 단순히 벽에 부착된 전면 유리가 아니었다. 미닫이 문짝처럼 허리춤의 높이에

홈이 파여 있어서 양쪽으로 밀치면 쉽게 열릴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집 안방에 빌트인 되어있는 가구 겉면에 달린 거울처럼 그 뒷면에는 수납 공간이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리벽 건너편에는 조금 전 남회장과 앉아 쥬스를 마시던 공간일 것이므로, 그저 인테리어의 한 부분

쯤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그리고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다소곳이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울컥해졌다.



내 몸에 가려 남회장의 앉아 있는 모습이 반쯤도 안보였다.

그의 시선이 내 뒷모습의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몰라 불안해졌다.



“치마를 벗으세요!”



남회장의 말이 날카롭게 등 뒤에 꽂혔다. 거울 속의 내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두려움 탓이었으며,

이제 시작될 평가의 시간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수치심과 모욕감 탓이었으리라!



주위를 둘러보며 들고 있던 클러치 백을 내려놓을 곳을 찾았으나, 마땅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허리를 옆으로 조금 숙여 클러치 백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얕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허리춤의 단추를 끄르고 지퍼를 내린 다음 다시 허리와 다리를 구부려 한쪽 발을 들어 치마에서

발을 빼낸 후, 나머지 발마저 치마에서 빼내 클러치 백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서야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본의 아니게 그의 두 눈 앞에 엉덩이를 내밀며 치마를 벗는 동작이 되었으므로,

얼굴빛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남회장 앞에 서 있던 순간부터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팬티 라인을 살짝 덮은 자켓과 블라우스 아래에서 하얀색의 팬티와 힘겹게 몸뚱이를 지탱하고 있는

가녀린 두 다리가 비쳐졌다. 두 손을 모아 팬티를 가렸지만 중심부의 거뭇거뭇한 음모를 다 가리지는 못했다.



“팬티도 벗으세요!”



남회장의 말투가 어느덧 명령조로 들렸다. 지금 그만 두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이 방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치마를 벗어내던 동작과 똑같은 방식으로 팬티를

벗은 다음 다소곳한 자세로 거울 앞에 섰다.



돌이켜보면 나라는 여자가 살아온 인생은 체념과 순응의 반복이었다. 첫 임신을 지울 때도 그랬고,

남편의 청혼을 받아들일 때도 그랬으며, 지난밤 박이사의 도움을 받아들일 때 역시

결국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앞에서 체념하고, 그 뒤의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였던 인생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남회장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사채업자의 눈 앞에서 옷을 벗는 것 역시....



“이제 다리를 벌리세요!”



상의는 자켓까지 걸친 채 아랫도리만 벌거벗은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묘한 자태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제대로 눈에 담아두기도 전에 남회장의 말이 뒤이어 떨어졌다.



20센티미터 쯤 다리를 벌렸다.



“더!”



어깨 넓이만큼 더 벌렸다.



“더!”



어깨 넓이의 한배 반쯤 벌렸다. 방 안을 휘돌아다니던 에어컨의 냉기가 사타구니 안쪽과 보다 깊이 숨어 있는

꽃잎에 닿았다. 써늘한 냉기가 꽃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온 몸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끼쳐왔다.



수치심이 극도로 치솟으며 얼굴 뿐만 아니라, 몸의 중심부조차도 뜨겁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남회장의 두 눈이 내 몸의 어디를 감상하고 있는지 몰라 불안감마저 커져갔다.

겨우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힘을 줘서 내 몸의 비부를 감추고자 했지만, 두 다리가 벌어진 상태에서는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없었다. 떨리고 있는 두 다리마저 남회장의 눈 속에서 감상되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멸감마저 찾아들고 있었다.



남회장을 만나러 오기 전에 수도 없이 상상해보던 그와의 잠자리는 적어도 이렇게 시작되지는 않았었다.

그저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오는 그를 이불 속에 누워 기다리고 있으면 될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끔직한 수치심을 안겨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남회장이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바로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멈춰지자 두 눈을 제외한 내 신체의

모든 감각 기관들이 함께 멈춰버리는 것처럼 또 다시 긴장감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남회장이 등 뒤에서 두 손을 뻗어 겨우 음모를 가리고 있던 내 두 손을 양 옆으로 내려놓았다.

거울 속에서 나는 속절없이 음모와 함께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다리를 남회장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남회장이 내 머리에 코를 갖다 대며 냄새를 맡은 후, 자켓을 벗겨 치마와 팬티를 내려놓은 핸드백 위로

‘툭’하고 던졌다. 거울 속에서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이미 내 눈빛은 그의 눈빛에 맞설만한 것이 못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거울의 윗부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천장의 조명 기구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의미없는 발견일 뿐이었다. 그의 손에 의해 블라우스의 단추들이 하나 둘씩 끌러졌고, 마침내 블라우스마저

벗겨져 나갈 때도, 그리고 브래지어 호크가 끌러진 후 양 팔에서 브래지어 라인이 벗겨질 때도,

나는 그저 거울 속에 비쳐지는 조명기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슴이 예쁘군요.”



남회장이 벌겨 벗겨진 젖가슴을 아래에서 손바닥으로 살며시 떠받치며 입을 열었다. 그의 다음 행동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있던 순간, 갑자기 남회장이 뒤돌아서서 거울 벽의 반대편 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벽난로 옆에 세워져있던 행거처럼 생긴 목재 기구를 끌어 왔다.



“사모님! 이런 물건 처음 보시죠?”



H자 모양의 목재 장식품이었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양쪽의 기둥 사이를 두꺼운 목판이 가로지르며

명치 높이에서 걸쳐져 있었으며, 세로로 걸쳐져 있는 목판의 가운데는 대략 15센티미터 정도로 반원 형태의

둥근 홈이 파져 있었고, 그 홈을 중심으로 양쪽의 3,40 센티미터 밖으로 가운데의 홈보다

훨씬 작은 홈이 하나씩 파져있었다.



“이게....뭐....에요?”



“여기 양쪽의 작은 홈에 손목을 올리고, 가운데 큰 홈 쪽으로는 허리를 숙여 고개를 걸치면 됩니다.”



남회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내려 반원의 홈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때 한쪽 받침다리 옆에 걸쳐져 있는

목판, 그러니까 내 명치 높이를 가로지르며 걸쳐있는 목판과 똑같은 모양의 또 다른 목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깜짝 놀라 남회장을 쳐다봤다.



“이, 이거는....혹시....”



남회장이 내 한쪽 손을 들어 작은 홈 위에 올려놓고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을 되받았다.



“네! 사모님이 짐작하는 게 맞을 겁니다. 여기, 여기에 손목과 머리를 고정시킨 후 본격적인 평가가

시작될 겁니다.”



“네? 뭐라구요?”



무슨 말을 해야 되겠는데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를 않았다. 기막힌 정도가 아니라,

남회장이라는 사람의 어떤 변태적인 취향이 짐작되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여기 이방을 다녀간 사모님들이 총 6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 4명은 끝까지 평가를

받으셨고, 나머지 2명은 바로 지금 단계에서 평가 받기를 거부하시고 이 방을 나갔습니다.

물론 2명의 사모님들의 남편 회사는 모두 부도 처리 됐고, 집들은 모두 경매처리 됐었습니다.”



남회장의 설명이 조금 더 계속되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자 여기 위에 올려놓겠습니까, 아니면 나가시겠습니까?”라고 대답을 강요하던 마지막 순간에 정신이 들어왔다.



“잠시만요....잠시만 생각할 시간 좀....”



남회장이 가져온 목재 장식물은 유럽의 중세 시대에서나 있을 법했던 단두대 같은 것이었다.

내 두 손과 목이 반원의 홈이 파여진 목판 위에 올려지면, 다른 목판 하나가 그 위에서 목과 손목에 칼을

채우듯이 내려질 것이고, 내 몸뚱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거의 90도로 굽혀진 채,

목의 윗 부분은 거울 벽면 쪽으로, 목의 아랫 부분은 남회장이 앉아 있는 쇼파 쪽으로 향해질 것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 내가 어떤 자세로 남회장에게 농락당하게 될지 머리 속에 그려졌다.

얼이 나간 채로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남회장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계속 이런 식으로 망설일 거면 그냥 돌아가십시오. 반드시 사모님을 평가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여기 옷 입으시고 돌아가십시오.”



남회장이 바닥에 놓여 있던 옷 하나를 목재 장식물 위에 걸쳐 놓고는 아주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는 진짜로 내 몸에 대한 평가를 그만둘 기세였다.



“아니요....할께요....하겠다고요.”



더 이상 알몸인 것이 수치스럽거나 창피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보다 더한 일을 겪는다 해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남편의 얼굴이 아닌 박이사의 얼굴이 떠올라서 당황스러워졌다. 분명 남편 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수모를 겪고 있는데 도대체 왜 박이사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일까?



거울 속에는 온통 찡그러져 있는 얼굴과 두 손 만이 목판을 뚫고 비쳐지고 있었다.

비참한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목판에 가려 내 뒤에서 벌려진 엉덩이와 꽃잎을 감상하고 있을

남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도 안 되었다. 두 다리의 경련과 함께 등허리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남회장이 뒤로 다가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남회장의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점점 중심부로 향해오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특별하게 기교를 부리지는 않고 있었으나, 마침내 사타구니 안쪽에서부터 꽃잎과 항문을

쓰다듬는 순간에는 소름끼치는 전율감에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악!”



남회장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 부분에서부터 소음순을 가르며 질 입구 쪽으로 아주 느린 속도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질입구에 도달해서는 손가락 하나를 쑤욱하고 들이밀었다.



“허윽!”



그의 손가락에 러브젤을 발랐는지, 혹은 그의 침을 묻혔는지는 몰라도, 손가락이 매끄럽게 미끌어져 들어왔다.

설마 내 몸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고 있던 분비물 때문에 매끄럽게 삽입된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해보았지만, 솔직히 자신할 수는 없었다.

그저 내 몸의 분비물이 그의 침입을 맞이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남회장이 삽입된 자신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내 질 벽을 사방으로 밀어내던 어느 순간,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고는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질벽을 찔러대며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사모님! 여기에 힘을 줘보세요. 사모님 보지 속의 쪼임을 평가하는 거니까, 집중해서 잘 하세요.

중요한 평가항목입니다.”



이미 두 다리가 넓게 벌려진 채 후들거릴 정도로 힘이 빠져있기 때문이었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남회장의 요구에 따를 마음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그의 요구와 명령에 그저 따랐을 뿐이라고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그의 요구대로 질 속의 수축과 팽창을 시켜야 하는 것은 내 마음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몸은 그의 요구대로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마음만은 그에게 열어주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곳의 쪼임이 전혀 안 느껴지면, 사모님을 더 이상 평가할 만한 가치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보지 속살에 힘을 집중해 보세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더 이상 평가할 가치가 없다니요?”



“사모님이 보지 속을 쪼일 수 없다면 나는 사모님을 그 즉시 돌려보낼 겁니다.

그러니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주세요.”



“아, 아니, 그러는 법이 어딨어요? 말도 안돼요. 말도....”



“평가의 기준과 방법은 내가 세웁니다. 그게 싫으면 돌아가시라고요. 몇 번을 얘기해줘야 합니까?”



남회장이 버럭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불만을 드러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마침내 남회장의 요구대로 질 속을 수축시키려 힘을 주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회장의 말처럼 정신을 집중해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질 속에 가득 채워진 정액을 밀어내던 기억과 질 근육의 수축 작용으로

템포의 위치를 잡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의 중심부 쪽으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오! 사모님! 좋아요. 조금만 더 힘을 줘봐요.... 그렇지! 그렇게....”



질 근육의 수축이 정점으로 치달아가면서 남회장의 삽입된 손가락의 윤곽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더....자! 그대로 힘을 주고 멈춰봐요. 힘을 빼면 안 됩니다.”



질 속을 한껏 수축시킨 상태를 유지시킨 채, 남회장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중심부 안쪽에 신경을 집중시키기 위해 남회장이 숫자를 세는 동안, 숨을 멈추고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텨내야 했다.

더 이상 힘을 모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거친 숨을 내쉬며 두 다리의 힘을 풀었다.



“하악~~~하아~!~~~하악~~~”



“사모님! 정말 대단한 보지를 갖고 계십니다. 이렇게 강한 힘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쪼을 수 있는 보지는

처음입니다. 아! 정말 훌륭한 보지에요!”



남회장이 연신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저 빈 말은 아닌 듯이 느껴졌다. 겨우 들숨과 날숨이 규칙적으로

돌아오고 있던 순간,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따르릉~~~~따르릉~~~~”



내 휴대폰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남회장의 휴대폰 소리도 아니었다 쇼파 근처에 놓여있던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였다.



“어! 무슨 일이야?”



“------------”



“그래? 흐음~~ 그럼 접견실로 안내해. 내가 알아서 나갈 테니까! ”



누가 사무실을 방문한 모양이었다. 끝은 아니라도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있는 동안 남회장이 얼굴만 내밀고 있는 앞쪽으로 오더니, 앵두만한 크기의 구슬이

대여섯 개 쯤 꿰어져있는 줄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새로 나온 일제 바이브레이터라는 겁니다. 성능이 아주 좋다고 그러더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사모님의 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흐흐흐!”



남회장이 느닷없이 음흉한 웃음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누구 온 거 아니에요? 나가 보셔야 하잖아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좀 풀어주세요. 네? .... 회장님!”



“흐흐! 누가 오긴 왔죠.”



남회장의 대답이 왠지 불안하게 만드는가 싶던 순간, 항문과 질 속으로 방금 보여 주었던 구슬들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항문 속에 몇 개를 넣었는지 질 속으로는 몇 개를 넣었는지 분간이 안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앞 쪽으로 돌아와 잔뜩 긴장한 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내 얼굴을 쳐들고는

매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상황 참 재미있어 졌습니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두 구멍 모두에서 구슬이 빠져나오면 안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겁니다. 명심하세요. 사모님! 알았지요?”



“아, 안돼요! 너무 허리가 아파요. 좀 쉬게 해주세요.”



그러나 나의 애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남회장은 나의 애처로운 부탁에 아랑곳 않고 냉정하게 일어나

유리 벽면을 양쪽으로 밀어제치기 시작했다. 유리벽이 열려지자 남회장의 사무 공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던 그 순간, 항문과 질 속에 들어와 있는 구슬들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남회장은 내게 이 방은 방음이 잘 되어 있으니 마음껏 소리 지르며 즐기고 있으라는

말을 던져 놓고는 방을 나갔다.



남회장이 그의 1인용 쇼파에 앉고 잠시 뒤에 방문이 열리더니 여직원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여직원 뒤로

한 명의 남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그레이 빛깔의 양복에 흰 외이셔츠와 짙은 갈색의 넥타이를 맨 그 남자의

얼굴이 내 눈에 박혀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두 손과 머리를 목판에서 빼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뒤로 몸을

제겼다. 너무 세고 빠르게 몸을 뒤로 제겨버린 탓에 무거운 목재의 기구 전체가 들썩거렸을 정도였다.



저절로 비명을 내지를 뻔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만에 하나라도 저 바깥에서 들어오고 있는 남자가 듣게 할 수는 없었다. 미친듯이 몸부림을 치며

목판에 끼인 두 손과 목을 빼내려 했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자가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서로의 눈이 마주친 거 같았는데

그는 고개를 돌려 남회장을 바라보며 인사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남자는 어제 부산으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내 남편이었다.

인기 야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