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장갑 - 단편

-가죽장갑-



내가 전화를 받은 것은 형님과 다다미식 일식집 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시각 이었다.



‘응, 난데, 왜?…..응… 뭐…..잘 안 들려, 크게 얘기해라….’



갑자기 높아지는 언성으로 인해 앞에 마주하고 앉아있던 형님의 눈매가 떨리는 것을 나는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형님, 신사동 청강파 애들이 우리가 전에 접수했던 나이트를 쳤다는 데요?’



‘썅 놈의 새끼들. 그래, 애들은 뭐래?’



‘형님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나이트를 쳤다면 형님을 찾아 내는 것은 시간 문제고요, 여기도 위험하지 싶습니다. 뒷문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니, 주방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을 타고 이 건물의 옥상으로 가십시오. 옥상이 옆 건물과 연결 되어 있으니 놈들 눈치 못 채게 빠져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형수님께는 제가 연락해 놓겠습니다.’



나는 마음이 급했다. 방문을 열고 바깥에서 지키고 있던 아이들 중에서 문쪽에서 가장 가까이 대기하고 있는 한수에게 나는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시를 하면서 나는 문 바깥에 놓아 두었던 내 신발을 슬며시 집어 들고는 앉은 자세에서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는 형님을 대신해서 문간에 앉아 있다가 형님을 일으켜 세워 방을 나가게 하면서 대신 문쪽을 바라보면서 식탁을 마주한 채로 형님이 앉으셨던 자리에 구두발로 그냥 앉았다.



‘한수야, 내 말 잘 들어라, 청강파 애들이 청소를 시작했는가 보다. 너는 형님을 모시고 여기를 조용히 빠져 나가라. 그리고, 아이들 한테는 장비 챙겨서 여기를 지키라고 하고,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형님이 아직 여기에 계시다고 해…그리고, 흩어져 있는 애들에게 비상 때리고…’



한수는 내가 아끼는 아이다. 말수가 적고,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요새 젊은 애들 같지 않은 구식 건달패였지만 언제나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부하였기에. 한수와 주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비상계단으로 사라지는 형님을 뒤로 하면서 나는 혹시라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형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한적한 오피스텔로 피신 하시라고 당부했다. 나는 형님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횟집과 가까운 형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길게 신호음이 세 번을 넘겼을 즈음에 형수가 전화를 받았다.



‘형수님, 저 윤홉니다. 아무 말씀 마시고, 집에서 빨리 빠져 나오셔야 합니다. 몸이 무거우신 줄은 알지만 되도록 빨리 집 밖으로 나오셔서 자가용 몰지 마시고 택시를 타신 후에, 청담동의 그 오피스텔로 가십시오.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무슨 일이죠? 뭐 않 좋은 일이라도…’



‘아니 뭐 별거는 아니고요, 가까운 나와바리 에서 충돌이 좀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다른 곳에 가 계시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임신중 이신 것은 알지만 형님께서 걱정이 대단하셔서 말이지요. 집안에 있는 애들 좀 바꿔 주시겠습니까?’



‘네, 별일 없어야 할텐데….윤호씨도…… 몸조심…..하세요.’



형수는 이 와중에도 친절하게 내 걱정을 잊지 않는다.



‘헹님요, 저 석군데예.’



‘오, 석구냐? 다른 애들은 모두 이곳 횟집으로 보내고, 너는 형수님 모시고, 차 끌지 말고 택시 타고 형수님이 알려주는 오피스텔로 가라. 알았지?’



‘헹님, 와요? 무신 일인데요?’



‘형수님 옆에 계시니 길게 말할 수는 없고, 그렇게만 알아라. 너 그곳에서 바로 내려오면 사거리에 있는 월미도라는 횟집 알지? 그곳으로 애들이나 빨리 보내, 어서…’



나의 다급한 목소리와 상황을 짐작한 듯한 석구가 옆에 있던 다른 애들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렸다. 마지막으로 형수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윤호씨,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죠? 저…… 불안해요.’



‘괜찮습니다. 민방위 훈련한다 생각하시면 되죠 뭐. 허허’



나는 형수를 안심시켜야만 했다. 보스의 아내라 할지라도 불안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옆에 둘러선 부하들에게 빈틈을 보이기 십상인 것을. 석구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그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에 농지거리까지 섞어가며, 다른 애들에게 빨리 이동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이쯤하면 준비는 된 듯 싶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접어넣기 전에 전화기에 수록된 전화번호와 송수신 내역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 이었다. 그때였다. 전화기를 품에 넣고 있는 찰나에 밖에서 우지끈 쿵쾅 하는 소음과 함께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가 범벅이 되어 들려왔고 곧이어 애들의 함성과 고함소리가 들렸다. 벌써 놈들이 치고 들어오는가 보다. 갑자기 창호문이 바스러 지면서 여남은 놈들이 문 밖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와중에 나는 청강파의 넘버투 라고 불리는 흑곰이 구두발로 문지방을 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천천히 내 앞에 놓인 술을 들이키면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흑곰, 오랜 만이네.’



‘형님은 어디 계시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식탁에 한발을 걸치고 나를 꼬나 본다.



‘화장실 가셨나 보네, 늙어지면 오줌발이 약해서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잖아? 시간이 꽤 걸리네. 큰 일 보고 계시나?’



나는 태연한 듯이 바깥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흑곰이 뒤를 돌아다 보면서 아래 것들에게 화장실로 튀어 가라는 눈짓을 할 즈음에, 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상을 뒤엎어 버렸다. 그 서슬에 한발을 올려 놓고 있던 흑곰이 뒤로 휘청하는 즈음에 나는 몸을 날려 흑곰의 면상에 정통으로 발길질을 먹였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나와 형님의 만남은 지금 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룸싸롱 살해사건으로 인해 조직들이 차례차례 철퇴를 맞고 있었고, 조폭 과의 전쟁이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무슨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을 당시, 나와 형님은 그나마 몇 되지 않은 물 좋기로 소문난 강남의 한 나이트의 뒤를 봐 주고 있는 중간 조직원이었다. 웃 대가리들은 벌써 잠수를 한지 오래 였고, 그나마 표면에 나와있는 피래미들 만이 나와바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봉고차 안에는 언제라도 들고 나올 수 있도록 장비(무기)가 가득 차 있었고, 나와 형님은 품속에 회칼을 품고 다녔었다. 둥근 회칼의 손잡이로 인해 양복이 불룩해 보일 수 있었기에 나와 형님은 손에 짝 붙으면서도 양복에 넣어도 밖으로 표가 않 나도록 손잡이를 갈아서 갖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나와 형님을 가르켜 짝칼 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미 잠수했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체계를 타고 중간 보스들의 지시에 의해 틈틈히 어려운 시절을 봐 주고 있는 몇 안되는 짭새(경찰) 들에게 접대와 뽀찌(상납)를 들이 대기에 바빴고, 서서히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사업들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냄비(여자)들을 끌어다가 오토바이로 실어 나르는 보도집도 몇 개 거느리고 있었고, 단속이 심하기는 했어도 약(필로폰)을 끌어다가 하우스(비밀노름판)로 공급하면서 심심 찮게 뭉태기 돈을 위로 올려 보내기도 했다. 사실 전면에 나서서 총알받이인 행동대를 이끌고 있는 형님과 나 같은 처지는 조직의 덩어리로 볼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 이었지만 역시 소모품과 같은 성격이라 언제 칼침을 맞고 황천길로 간데도 아쉬워 하는 구섞이 없었기에 어서 빨리 자그마한 구역 이라도 이렇게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제대로 넘겨받아 손에 피 묻히는 시절에서 탈피하고픈 마음 뿐인 시절 이었다.



‘윤호야!’



‘네, 형님!’



‘너 이 생활 한지, 얼마나 됐냐?’



‘형님 모신지 벌써 10년이 다 되갑니다.’



형님은 그 당시에도 가끔씩 나와의 햇수를 곧잘 물으시곤 했었다.



서울에 무작정 상경해서 구두닦이로 시작한 어려운 서울 생활. 나는 사는 것이 그렇듯 고달픈 것인지 처음 알았다. 그 당시 지금처럼 구두 닦는 것이 허가가 없었던 시절, 나는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다방에서 닦을 구두를 애걸복걸하며, 기어이 벗겨오는 찍새 생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누가 갈라 놓았는지 그 사회에는 구역이라고 이름 붙여진 나와바리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영역이 존재 했었다. 찍새들은 조폭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살아 남으려면 다른 구역에서 거들먹 거리면서 으름짱을 놓던 다른 찍새들과 완타치로 붙어서 눌러야만 했다. 나는 그 와중에 형님을 만나게 된다.



‘야 이, 씨벌넘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주둥이를 놀려 대면서 남의 신발을 찍어가?’



나는 오늘도 다방에 들어가려던 나를 밀어 제끼는 흑곰 이라는 놈과 또 마주쳤다. 그 놈과 나와의 악연은 그때부터 여적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구가 장난이 아닌 그놈은 머리가 번개 맞은 것처럼 뻐쩍 선 대다가 색깔까지 누리끼리 해서 모두 다 흑곰 이라고 부르는 악명 높은 찍새중의 하나 였다. 그 찍새의 뒤에 서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형님이셨다. 형님을 제외하고 네 놈이서 다방에 들어가려던 내 멱살을 틀어 쥐고는 골목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나를 뒤따라 오던 다른 찍새들은 어느 사이엔가 그 놈의 폭행에 진저리가 났는지 발른지(도망친지) 오래고, 나만 뻘쭘히 서 있다가 끌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너 오늘 한번 죽어 봐. 곰한테 물리고 살아 남는 샤끼는 내가 보덜 못혔응께.’



나는 골목 안에서 구두통을 내려놓고, 흑곰과 마주 섰다. 둘러선 패거리들은 나를 한방에 때려 눕힐 것을 예상했는지, 나를 붙들지도 않고 흑곰의 일격이 기대 되는지 벽에 기대서 침을 찍찍 내뱉고만 있었고…



‘야, 흑곰, 이렇게 여럿이서 쬐끄만 저 새끼 하나 붙잡고 뭐하는 거야. 볼상 사납게 시리.’



형님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한발을 지그시 뒤로 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형님의 말리는 소리도 아랑곳 하질 않고 흑곰이 선방을 해왔다. 그러나, 동네에서 타고난 쌈꾼 으로 잔뼈가 굵은 나로서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몸을 옆으로 획 틀면서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비껴가는 흑곰의 당황한 표정을 슬로우 모션처럼 감상하고 있었다. 이어서 나는 흑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어 밀면서 뒤로 뺀 다리로는 다리를 확 걸어 버렸다. 공중에 붕 하니 떠서는 바닥에 그대로 털썩 나동그라지는 놈을 발로 흠신 짓이기는 와중에, 나자빠진 흑곰이 놀라왔는지 벽에 기대고 섰던 다른 세 놈이 나를 둘러쌌다. 그때까지 형님은 꼼짝 않고 나의 발길질과 날랜 동작을 찬찬히 살피고만 있었다.



‘그래, 씨발, 다 덤벼, 죽고 싶은 새끼들은 다 덤벼 봐. 사내 새끼들이 비겁하게 쪽수로 밀고 지랄 들이야…’



대개 찍새 들은 싸움을 잘 한다기 보다는 쪽수로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것이 보통 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껌 값에 불과했다. 영화에서 면상까지 태권도나 발레처럼 발을 올려 붙이는 놈들은 싸움을 못해 본 놈들이다. 발차기는 정확하고 간결하게 끊어 차면서도 절대로 허리 위로 들이대서는 안 된다. 만일 반드시 발차기가 필요할 때에는 몸을 같이 날려야지 폼을 잡으려다가는 상대가 반드시 한쪽 다리로 학같이 서있는 발목을 잡아채거나 걸어 버리는 것이 싸움판의 생리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앞에 서있는 놈의 불알을 걷어 차면서 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한 놈! 옆에서 머뭇거리는 놈에게는 턱주가리에 완펀치를 날렸다. 주먹을 쓸 때는 소리가 중요하다. 기구를 사용하는 모든 운동에는 공이 정확이 맞아서 효과를 보는 슈가 포인트 라는 곳이 있다. 주먹을 날릴 때, 이 슈가 포인트를 맞추지 못했을 때는 소리가 지랄 맞으며, 그럴 때는 별다른 충격 없이 상대가 바로 반격을 해오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래서 이때도 끊어 치면서도 정확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정확하게 턱을 올려 치듯이 내지르는 타법이 주요한 관건 이다. 두 놈! 세번 째 놈은 벌써 기가 질렸는지 두번 째 놈이 벌렁 대자로 눕기가 무섭게 한발을 뒤로 뺀다. 이때는 서둘러서는 안되고, 이름하야 접근전이 필요 하다. 뒤로 뺀 발과 앞을 지지하고 있는 발은 서로 일직선으로 서 있기 때문에 중심에 취약하다. 이때는 상체를 공격하기에 앞서서 앞 발을 기습적으로 낚아채서 중심을 흐트려 버리는 것이 열쇠다. 아니나 다를까 긴장한 놈은 앞으로 지지한 발목이 채이자, 몸이 벌써 기우뚱 한다. 이때는 바로 위에서 면상이나 등을 내리찍는 강공이 필요하다. 대개 겁을 집어먹은 놈들은 별로 강한 충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생각에 엎어져서 떼굴떼굴 구르기 마련이었고. 세 놈!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형님에게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면서 싸우자는 신호를 보냈다.



‘야, 이제 보니 몸집이 작은 것 빼곤 너, 싸움 좀 할 줄 아는 구나. 야, 이 씨발 놈들아, 저리들 가 있어. 쪽 팔리게시리…’



형님의 호령에 다른 세 명과 흑곰이 충격을 받았던 부분을 쓰다듬으면서 구섞 으로 피했다. 형님이 내 앞에서 두 팔을 들어 보이면서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나는 그 때 당시 그렇게 놀랐던 적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내 앞에 버티고 서 계신 형님의 몸에는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조금 내민 발의 뒤꿈치가 조금 들린 채로 언제라도 내 정강이를 내지를 것 같은 반동력이 눈에 들어온 것도 그렇지만, 굳게 움켜 쥔 주먹에 돌덩어리 처럼 박혀있는 정권의 크기가 나의 호흡을 앗아가기에 충분 했으니까. 만일 그 주먹으로 제대로 맞으면 황천행은 따논 당상처럼 보였다. 그래도 나는 오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형님께서 먼저 나에게 잽을 날렸다. 훅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내 코 앞까지 번개같이 밀려오는 주먹의 위세를 여실히 느끼면서 나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제법인데…’



형님은 빙긋이 웃으시면서 상체를 뒤로 트는가 싶더니만 자리에 꼼짝 않고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나의 턱을 보기 좋게 번개 같은 돌려차기로 작열 시켰다. 나는 그 때까지 형님처럼 발을 화려하게 쓰는 싸움꾼을 보질 못했다. 패거리들의 탄성과 함께 이어진 공중의 돌려차기는 나를 강타하고도 내 몸뚱아리를 바닥 저 구섞 으로 밀어버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났지만 어지러움증을 느끼면서 온 몸에는 식은 땀이 확 솟고, 무릎이 풀려 앞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내가 거꾸러지는 것을 눈치 챈 패거리들과 흑곰이 나에게 달겨 들려고 할 때, 형님이 막아섰다.



‘이, 개 좇같은 새끼들 봤나? 야 이 씨부랄 새끼들아, 다른 구역 새끼한테 얻어터진 것도 쪽 팔린데, 한 놈을 상대로 비겁 하게시리 몰매를 때려? 너희들 내 손에 한번 죽어 볼래?’



그러자, 패거리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형님 앞에 머리를 숙였다. 나도 할 수 없이 몸을 추스리면서 형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자는 말이 없기에…고개를 다들 숙이고 있었지만 바닥을 보고 있는 흑곰은 입술을 문 채로 독기어린 시선을 땅바닥에 꽂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형님은 무릎을 꿇고 있는 흑곰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 차면서 소리쳤다.



‘흑곰 너 이새끼, 앞으로 내 눈앞에 얼씬 거리면 국물도 없이 다리를 쪼사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흑곰이 일어서면서 형님을 한번 째려 보는 것 같더니만 다른 놈들을 이끌고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형님은 나에게 일어나라고 말했다.



‘하도 네 놈이 싸움을 잘 한다기에 내가 따라 나와 봤는데 소문이 틀리진 않구나. 그래 어디에서 찍새 노릇하고 있냐?’



형님은 나에게 그 곳은 벌이도 시원 찮으니 자기 밑에 와서 행동대로 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당시 행동대라고 하면 조직의 하부 말단으로서 위에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되는 고달픈 자리였다. 이른바 총알받이…하지만 능력이 출중하면 나름대로의 출세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가난한 처지에 그 권유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로 나는 형님을 위로 모시면서 조직의 행동대로 들어갔다. 그게 형님과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형님은 언제나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가죽장갑을 끼셨다. 그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윤호야, 피는 이 장갑이 받아 마셔도 충분하지 않겠냐? 구지 내 주먹에 피를 묻힐 생각이 없다.’



형님은 나에게 출동할 때에는 언제나 쇠파이프를 들고 가라고 일러 주셨다. 야구배트를 들고 가는 애들이 많았지만 야구배트는 보기에 가벼워 보여도 몇 번 후두르고 나면 기운이 빠져서 손목이 부실한 놈들은 무기를 놓치고 앉아서 허둥대기 마련 이라면서. 나는 형님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온갖 싸움판에서 화려한 동작으로 상대 아이들을 거꾸러 뜨리는 그 발차기에 매료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은 싸움이 끝나고 깨진 머리통이나, 부러진 팔등을 추스리기에 바빴지만 언제나 형님은 남보다 겁나게 싸워댔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사지로 본부에 복귀해서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형님은 남들보다 빨리 주목을 받았고, 조직이 범죄와의 전쟁으로 그 규모를 축소해가는 와중에도 나이트 클럽의 관리를 맡게 되는 놀라운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형님은 그런 중에도 나를 달고 다니는 것을 잊지 않으셨고, 나 또한 남들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형님과 함께 윗선 으로 전진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창 나이트의 물이 달아오르는 11시 즈음에 불심검문이 들이닥쳤다. 사전에 연락이 없이 들이 닥친 것으로 보아 일제단속은 아닌 것 같았다. 알고 지내던 짭새의 모습도 보이질 않아서 우리는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들이닥친 경찰은 홀에 있던 사람들을 자리에 모두 앉히고 민증을 까라고 호령했다. 신분증이 없다는 사람들을 골라 다른 쪽 구섞 으로 몰아가는데, 그 뒤를 느릿느릿 따라 가던 어리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나에게 찰싹 달라 붙었다. 메니져의 명찰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사정하는 얼굴로 나즈막 하게 말했다.



‘오빠, 저 좀 살려 주세요. 저 고등학생 이거던요. 저 집에서 알면 죽어요.’



그때 느즈막히 헐레벌떡 하면서 우리와 잘 알고 지내는 김 형사가 들어섰다. 나에게 눈짓을 하면서 자기도 몰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썅눔의 새끼! 받아 쳐먹을 것은 다 받아 쳐 먹으면서 이럴 때 전화라도 해주면 손가락이 비틀어 지기나 하남! 나는 내 옆에 찰싹 붙은 여자 애를 끌다시피 하면서 김 형사 곁으로 다가갔다.



‘김 형사님, 어떻게 된 거에요?’



‘나도 몰랐 다니깐 두루. 상부에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이 년은 뭐야?’



나는 잔말말고 김 형사 더러 이 여자 애 좀 어떻게 빼달라고 부탁했다. 김 형사는 눈을 찡긋하더니 그 여자 애를 데리고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데려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자기 딸 인양, 데리고 간 여자 애를 나무라면서 혼내는 것이었다. 그 여자 애는 고개를 숙이고 우는 것처럼 보였는데 힐끔 하면서 옆에 서있는 나를 보면서 앙증맞은 미소를 사람들 안보이게 날렸다. 고년 참! 나중에 들은 얘기이지만 김 형사는 그 여자애가 자신의 집 나간 조카인데 원수도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이런 곳에서 찾게 되었다면서 자기가 따로 불러서 혼을 내겠다고 해서 그 팀장이 예우 차원에서 데리고 나가라고 했더 라는 말을 형수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형수와 나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 날 이후로 형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공부는 뒷전으로 나이트에 뻔질나게 출근부에 도장을 찍어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면이 터진 나와 형수는 가까와 졌고, 한가할 때에는 형님과 나, 형수 이렇게 셋이서 사무실에 마련된 밀실에 들어 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형수는 우리가 조폭 이라는 사실에 게의치 않았다. 재수하라는 집안의 당부도 마다한 채, 허구 헌날 나이트에 와서 죽 때리는 그녀를 대하는 나나 형님은 싱싱한 형수의 매력에 싫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은 하는 편이었다. 대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위해 여자를 사귀는 법이 없다. 그저 불문율처럼 동거를 밥 먹듯이 했지만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는, 서릿발 같은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같은 조직원의 생활에 있어서, 평범하게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으니까. 게다가 몸을 담고 있는 나이트에서 일하는 호스테스들은 꿰차고 살림을 차려주는 특이한 경우 이외에는 절대로 건드리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바깥 세상과 연결된 형수와 같은 신분은 우리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신선함을 공급해 주는 선녀 같은 존재였었다.



‘윤호야, 현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형님, 그게 무슨 말씀 이세요? 현아야 어린앤데요 뭐.’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형님은 심각한 어조로 얘기를 계속했다.



‘나 불현듯, 현아 같은 여자라면 결혼이라도 해서 데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었어.’



나는 의외였다. 형님이 어리디 어린, 되어봐야 대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을 현아를 마음속에 두고서 저렇듯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러나, 나도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기는 매한가지 였다. 어서 자라서 좇 맛을 알 때쯤 되면 잡아먹든가 아니면 같이 살자고 옆구리를 찔러 볼 참이었기에 나 또한 형님의 돌출적인 발언에 놀라기는 마찬가지 였다.



‘형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한번 대쉬해 보시지 그러세요.’



‘글쎄, 현아네 식구들이 가만히 있겠어? 명색이 조폭 나부랭이에게 곱게 키운 딸을 선선히 내주겠느냐 이거지.’



딴은 그랬다. 우리네 에게는 조폭 생활이 밥벌이자,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지만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는 추악한 범법자 였고, 게다가 결혼 상대자로서 사위로 인정하기에 우리의 존재는 이야기 꺼내기 조차 껄끄러운 벌레 같은 위치 였기에…



‘현아씨에게 말은 해 보셨어요?’



혹시라도 형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어린 그녀에게 씨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형님은 의외라는 듯이 웃으면서 나에게 대꾸하셨다.



‘씨는 무슨 씨? 얘기는 얼마 전에 했지. 현아는 잠시 더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고…’



‘그럼 됐네요. 그냥 모시고 오셔서 살면 되지 뭐가 걱정이세요. 직업이 어쨌건 간에 잘사는 모습만 보여주면 앞으로야 달라지질 않겠습니까?’



‘그럴까?’



형님은 자신이 없으신 모양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새로이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강남의 청강파 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시기였다. 그들은 하우스를 통해 끌어 모은 재력으로 강남 일대의 나이트 클럽에 약을 대고 있는 조직이었다. 이제는 약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뭉칫돈으로 정치자금도 대고, 기어이 나와바리 싸움에 끼어 들려고 행동대들을 보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던 시기였다. 그래도 청강파는 우리 조직의 연륜을 알고는 있는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소소한 다툼은 있었을 지언정, 바로 맞대놓고 전쟁을 선포한 적은 이번처럼 일찍이 없었다. 형님은 여러 가지 일들로 심사가 편치 않았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얘기를 나눈 후에 예고도 없이 형수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신혼 여행도 없었고, 그저 형님의 거처에서 시작한 신접 살림에 아랫것들은 선물을 사다 나르기 바빴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참이나 어렸지만 중간 보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형님의 오른 팔로써 나는 깍듯이 그녀를 형수로 대해야만이 형님의 위선이 설 것 같았기에…형님의 동거가 꽤 된 시점에서 어느 날 저녁, 형수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형님이 나를 찾으신다는 전갈이었다. 밤 늦은 12시에 나를 찾으시는 것이 의외였고, 형수가 전화를 해서 나는 한 걸음에 형님을 찾아 뵈었다.



‘윤호 왔냐?’



‘네 형님, 많이 드셨나 보네요?’



형님은 평소와 다르게 흠뻑 취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다른 게 아니고, 윤호,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말씀만 하세요.’



형님은 형수에게 방안에서 그것을 가져 오라고 하신다. 형수는 거실에 술상을 마주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을 갖고 와서는 내민다. 그것은 형님의 가죽장갑 이었다.



‘형님, 이걸 왜, 저에게?’



‘이건 내 분신 같은 것이지, 오랜 세월 나랑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 했구, 이제는 너에게 주마.’



‘그래도 그렇지요, 형님이 손을 놓지 않으신 다음에야 제가 어떻게…’



‘그래 손을 놓을 작정이야. 우리 현아를 위해서도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



형님은 이제 보스의 최고 위치에 오르는 것만을 남겨두고 계셨다. 그런데 은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형님의 보스 추대는 이른바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의미를 띄게 하기 위해서 중간 보스끼리 상의 된 결과 였다. 보스로서 추대 되기 전에 그 역량을 마지막으로 보여야만 하는 마지막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이 부상하는 청강파의 콧대를 눌러주는 작업이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강남의 또 다른 노란 자위, 그들이 접수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그 나이트를 쳐서 접수하는 일이었다. 형님은 그 일을 나에게 맡기시는 것이었고…



‘너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내가 안쓰럽다. 그렇지만 나도 보스의 위치에 오르면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마. 너의 손에 피 묻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것을…’



나는 이렇고 저렇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형님의 이런 간절한 부탁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지상명령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나는 대답을 하고 걱정 마시라고 하고는 집을 나왔다. 나는 그 시간 부로 아이들에게 비상을 때렸다. 어서 형님을 보스의 위치로 올려 놓고 싶은 심정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도 형님의 장갑을 끼고 벌리는 이번 작업이 피를 보게 되는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 더 컸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었기에…준비는 만 이틀이 걸렸다. 아이들을 시켜 내부의 구조물에 대한 숙지를 시키고 공격조와 방어조, 지원조를 가르고, 신속하게 속전속결로 접수하는 체제로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하고 모두들 나의 신호를 기다리면서 날을 보냈다. 그러나, 청강파 에는 나와 형님 사이에 오랜 악연을 갖고 있는 흑곰이 넘버투로 버티고 있었다. 왠만한 정보망에도 흑곰의 소재가 파악되고 있질 않아서 공격 시간을 가늠 할 수가 없었다. 나이트의 주변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에게 연락이 왔다. 호랑이 굴에 호랑이가 없었다. 흑곰은 지금 싸이판의 카지노에 있다는 정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명령했다.



‘자, 가자! 형님을 위해서 한 판 멋들어지게 돌려보자. 합!’



나는 기합소리를 내면서 형님이 주신 가죽장갑을 꼈다.다른 것과 다르게 뻑뻑하다 못해 딱딱한 느낌까지 오는 그 장갑, 피가 말라 붙어 굳어져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나이트에는 우리의 소식에 귀가 어두웠는지 몇 명의 양아치 새끼들만이 버티고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나이트의 사무실을 치고 들어가니 전무라는 총 책임자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청강파 보스의 처남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져간 약정서에 싸인 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모두 자른 후에 고기밥으로 줘 버린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너무도 쉽게 끝난 접수작업. 나는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모두 끝났습니다.’



형님은 나를 보고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들에게 나이트를 잘 지키고 있으라고 하고는 형님 댁으로 향했다. 집안에는 형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술을 자주 드시질 않던 형님께서 거실에 술을 한상 가득 차려 놓으시고 직접 현관문을 열어 주셨다.



‘형수님은?’



‘응, 방에 있어. 곧 나올거야’



나는 거실에 앉기 전에 형님의 반가운 포옹을 먼저 맞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형님께 받은 가죽장갑을 돌려 드렸다. 형님은 아니라면서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으란다. 찜찜하기는 했지만 나는 다시 받아 들고는 주머니 곱게 넣었다. 형님은 내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술을 따라 주셨다. 빈속에 들이키는 양주는 생각보다 독했다. 대개 작업에 들어갈 때는 끼니를 거르는 것이 기본이었다. 밥을 먹고 작업에 들어가면 곧장 지치기 쉽고, 긴장이 풀려 되도 않게 도망갈 구섞만 찾게 된다는 형님의 경험때문 이기도 했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면서 형수가 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다소곳이 다가와서는 내 옆에 앉는데 보니 온 몸이 비치는 망사로 된 나이트 가운을 입었는데 속에는 야시시한 속내의만이 보였고, 젖꼭지와 보지 털의 거뭇한 부분까지 망사를 통해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나는 할말을 잊고 있었다.



‘놀랬냐?’



‘네, 형님.’



나는 바로 쳐다 보기도 뭣하고 해서 멀거니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불끈 하면서 서버린 내 좇대는 방금 전의 긴장된 싸움 한판도 잊은 듯이 벌떡거렸다.



‘오늘에서야 큰 형님으로부터 수고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보스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 줄 몰랐다. 내가 직접 싸우는 게 더 속 편한데 말이야. 술 한잔 더 하지. 여보 뭐해?’



황송 스럽게도 형수가 나에게 술을 따라 준다. 나는 안 볼 수도 없고, 나를 향해 지그시 열려있는 나이트 까운 사이로 보이는 맨 살과 유방, 그리고, 가녀린 보지 털이 시선을 어지럽히고 있어서인지 술 잔을 잡은 손 끝이 떨려왔다.



‘윤호야!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 준 것 같아도 말하지 않은 한가지가 있어. 뭔지 알겠냐?’



나는 짐작이 가질 않았다. 사우나도 같이 하고, 식성에서부터 잠버릇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형님의 말씀은 믿기가 어려웠지만 나는 잠자코 형수가 따라준 술을 벌컥 들이키면서 식도를 찌르듯이 타고 내려가는 양주의 독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 마시고 있었다.



‘나 사실은 임포 란다. 현아가 임신이 안되어서 병원에 같이 갔었는데 내가 겉만 멀쩡했지 무정자증 이라나 뭐라나. 씨 없는 수박이라고 들어봤지? 내가 그 꼴이야. 허허허’



형님의 웃음소리가 공허 로왔다.



‘내가 조직 생활에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벌어진 싸움 판에서 나는 발을 특히 잘 쓰는 어떤 녀석에게 불알을 걷어 차인 적이 있었지. 감기조차 걸릴 줄 모르던 나였는데 그 날 이후, 열이 엄청 오르면서 불알이 뚱뚱 부은 채, 사경을 헤매다 일어 났는데, 그 때 아마도 고환을 다쳤었는 가봐. 그게 못내 괘씸해서 나는 누구 보다 걸출한 발차기를 오래도록 연마했었지. 속으로는 불알이 고장 나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남들을 패고 올라서야 만 했던 내 삶에 대한 하늘의 응징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님은 너무 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계셨다.



‘더 이상, 현아를 저렇게 내버려 둘 수만은 없질 않겠냐고 다짐하면서도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다. 자존심도 있고, 결혼한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아랫것들 보기도 민망하고, 그래서 말인데, 막말로 네 씨나 한 번 빌려주지 않으련? 너라면 난 괜찮다.’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오래도록 모셔오던 형님의 아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인간 말종인 조폭 이지만 나름대로의 기본은 지키고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형님!’



‘괜찮아! 너랑 나 사이에 무쉰, 그리고 우리 둘, 아니 셋만 알고 있으면 된다. 현아까지…’



형수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 앉았다. 형님이 지그시 형수의 곁에 오시더니 형수의 까운을 벗겨낸다. 곧 이어 드러나는 형수의 나신은 정말 놀라왔다. 그저 어리게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보아오던 그 몸매가 아니었다. 여인네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형수는 이제 더 이상 오래 전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녀가 아니었기에…



‘윤호씨, 미안해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질 못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온 몸은 땀에 절어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질 않았다. 형님이 뒤에서 형수의 목과 어깨에 입을 맞추고 있는 사이에 벌거벗고 있는 나의 몸을 이내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형수의 복장으로 인해 벌떡 서버린 내 좇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고, 형수는 그 좇을 가벼이 주무른다. 조폭 들은 학교에(교도소) 가면 칫솔 자루를 끊어내고 갈아서 구슬을 만들고 그 구슬로 마취도 않한 채, 면도칼 보다 더 날카롭게 연마한 칫솔 자루로 비밀스럽게 좇에 구슬을 박는다. 그녀는 형님과 다르게 곳곳에 박혀있는 구슬의 울퉁불퉁한 결을 신기한 듯이 쓰다듬으면서 서서히 고개를 내 좇으로 가져온다. 그와 동시에 뒤로 들려지는 그녀의 희뿌연 엉덩이가 눈 앞에 가득차고…형님은 그녀의 뒤로 벌려져 들려있는 엉덩이를 붙들고 한참을 쩝쩝 거리며 보지를 탐한다. 그녀는 틈틈이 내 좇을 빨다 말고 뒤를 돌아다 보면서 형님과 눈을 맞추면서 미소를 교환하고…남편의 불임이 죄는 아닐 지언정, 젊은 아내에게 씨앗을 뿌려주지 못하는 형님의 심정을 위로라도 하듯이 그녀는 입으로는 내 좇을 빨아 주면서 나를 황홀하게 하고 뒤로는 고개를 돌려 미소를 보내어 자칫 상해 있을 형님의 심사를 보듬기 까질 한다. 나는 그녀의 야한 브레지어 사이로 드러난 젖을 살며시 쥐어 보았다. 평소에 허락 없이 만졌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땅 속에 파묻힐 행동이지만 형님의 허락이 가져다 준 평안한 마음은 나에게 과감한 행위의 부추킴을 일어나게 한다. 그녀의 연분홍 빛 젖꼭지가 내 손 끝에서 발딱 설 때 즈음에 그녀는 뒤를 돌아다 보는 것을 잠시 잊고 끙하는 신음을 좇을 물고 있는 입 사이로 토해냈다. 형님이 먼저 그녀가 내 좇을 빨고 있는 사이에 뒷치기로 그녀의 보지에 좇 질을 시작했다. 몸이 밀리면서 내 좇을 물고있는 그녀의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앞 뒤로 흔들리면서 나도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그녀의 오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형님의 거봉이 그녀의 보지를 사정없이 벌리면서 좇을 치밀 때 마다 그녀의 상체는 내 좇 위로 안겨오고, 그래도 그녀는 끝끝내 내 좇을 물고 놓아 주지 않는다. 척척 거리는 그녀의 보지와 형님의 마찰음만이 들렸지만 나는 안 봐도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멀리서도 물결 치듯 율동 하는 그녀의 둔부가 말해 주듯이 형님은 나에 대한 질투와 신뢰의 골짜기 사이에서 끓어오르는 자기 혐오를 그렇게 격렬한 좇질로 대신하고 계셨다. 이어서 형님은 나를 위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남자의 좇물을 받기 전에 먼저 손도장이라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허접 하게 먼저 거나한 오르가즘과 함께 그녀의 보지에 장쾌한 사정의 대미를 장식하신다. 그 느낌의 말미를 즐길 사이도 없이 그녀는 남편에게 들이 밀었던 보지를 나에게 들이댄다. 물컹한 느낌을 보니 아직 형님의 좇물이 보지 안에서 흥건히 노닐고 있는 가 보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잡고 조져 앉는 자세로 내 좇대 위에 봉투를 씌우듯이 들러 앉는다. 형님의 굵기 못지 않게 나의 좇대 위에 박혀 있는 구슬들로 인해 그녀의 보지는 평소보다 더욱 넓게 찢어질 듯이 벌려지고, 내 위에 스스럼 없이 박혀 내려오고…나는 그녀의 몸을 붙들지도 못하고 뒤로 두 팔을 기댄 채로 내 위에서 몸을 구스르고 있는 그녀를 실눈을 뜨고 감상하고만 있다. 씨는 내돌릴 지언정 다른 여자들처럼 쾌락에 몸을 떨면서 내 자신이 몸을 던져가며, 그녀에게 들러 붙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내 몸 위에서 보지를 흔들어 대면서도 형님을 불러 일으켜 세운 뒤에 사정으로 인해 늘어진 좇을 다시 입안에 베어 문다. 보지를 내려 앉힐 때 마다 좇대에 박힌 구슬이 그녀의 보지 속살을 긁어 내리는지 흡흡하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도 내내 늘어진 형님의 좇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해야 되는 것처럼 그녀는 열심히 형님의 좇을 빨아 재꼈다. 형님의 좇은 다시 거대하게 발기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이 맴돌았다. 형님은 그녀의 머리를 붙들고 입안이 헤지게 라도 할 것 처럼 좇을 밀어댔다. 그녀는 눈을 감고 구역질을 참아내면서 까지 그 좇 끝을 목구멍까지 이끌고 있었고, 밑으로는 휘돌리는 허리로 보짓살이 뭉그러질 판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그 풍만한 둔부를 나의 넓적다리를 향해 쳐대기 시작했다. 보지의 쪼임에 더하여 나의 넓적다리를 쳐대는 그 무게로 인해 나는 다리가 마비되어 가는 듯한 느낌과 아울러 온 다리를 경직 시키며 지져 대는 것 같은 사정의 쾌감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비명 같은 신음을 토해냈다. 사정은 길고도 긴 세레나데 같이 나의 아랫도리와 그녀를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목적을 달성하고, 내가 싸 놓은 좇물이 흐르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그녀는 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등을 대고 발랑 누워서 다리를 벌린다. 형님이 마무리를 하실 모양이다. 형님은 끙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 위로 신속하게 몸을 포갰다. 나는 뒤에 앉아서 그녀의 보지를 둥그렇게 벌려가면서 쑤셔대는 형님의 좇질을 감탄의 눈초리로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좇이 들어 갔다 나오는 순간마다, 아까 싸놓은 형님과 내 좇물이 같이 뭉글뭉글 삐져 나오고 그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 채, 가쁜 호흡을 뒤로 하며, 허리가 한자나 휘어져 버렸다. 형님도 온통 땀을 흘린 채 그녀의 위로 널부러지고, 세 사람은 형님의 마무리로 인해 흡족한 섹스를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서로를 바라다 보면서 미소를 보냈다. 나는 조용히 두 사람을 남겨 놓고 집을 나왔다. 그로부터 형수는 임신을 하고 정확히 8개월 후에 청강파 새끼들이 쳐 들어 온 것이 바로 오늘 이었다.



나는 널 부러진 흑곰의 목을 발로 짓이기면서 둘러선 놈들에게 매서운 눈매로 꼬나 보았다. 조직 세계에서 나의 싸움판에 대한 얘기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조무래기들이 감히 쉽사리 덤빌 수 있는 겨를은 없어 보였다. 나는 몸을 날리면서 손에 쥔 쇠 젖가락을 고쳐 쥐고는 발 밑에서 버둥대는 흑곰의 목동맥에 깊이 박아 버렸다. 그 때였다. 잠잠 하던 것 같은 바깥에서 다시금 왁지지껄 하는 소음이 들리면서 애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 소리는 한수의 목소리 였다. 돌아가다가 아마도 형님이 내 걱정에 돌려 보내신 것 같았다. 경상도 욕에 걸걸한 목소리를 보니 석구 놈도 왔는가 싶다. 내 앞에서 설레발을 치던 놈들이 서로 눈치만 보다가 홀 쪽을 힐끔 바라다 보는 것 같더니만 이내 주방쪽으로 튀었다. 나는 이미 피를 뿌리면서 쓰러져 있는 흑곰을 뒤로 하고 홀로 걸어 나갔다. 장비를 챙겨 들고 뛰어 들어와 청강파 놈들을 아작을 낸 것은 우리 애들이었다. 몇 놈과 들러 붙어 있는데 곧바로 싸움은 끝날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벌써 횟집의 문 밖에는 우리의 지원조가 속속 장비를 챙겨 들고 뛰어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한수야, 형님은 어디 계시냐?’



하는 말과 함께 내 등 뒤로 뜨끔한 통증이 허리를 타고 배를 관통하고 있었다.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형---니--임!’



나를 향해 걸어오던 한수가 야구 방망이로 달려 오면서 내려치는 데 보니 나의 뒤에는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흑곰이 있었다. 흑곰은 한수의 일격에 머리통의 한 쪽이 으스러진 채, 뒤로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이더니 구역질이 밀려왔다. 눈 앞에 오바이트를 하듯이 터져 나오는 검은 핏덩이. 나는 흑곰이 휘두른 칼에 배때기를 찔렸는가 보다. 나는 한수의 몸에 쓰러졌다.



‘한수야, 형님을 부탁한다. 형수님께는 흑곰… 때문에 멀리…. 잠수 탔다고…. 말씀 드리고…’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 해져 왔다. 저승길을 흑곰과 같이 가니 외롭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산소에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외롭긴 마찬가지 였다. 한수와 석구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주머니 안에 있는 가죽장갑을 손으로 꼭 쥐어 보았다. 이렇게 가고 마는 것이 인생인 것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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