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보단

제목 : 옥보단 옥보단 1. 미앙생은 뼈대가 있는 가문의 자손이었지만 타고난 바람기 때문에 항상 문제를 일으키며 다녔다. 호색한이며 지나치게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그는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여색만을 즐 기려 하는 탓에 안주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색정을 추구하려 했다. 어느 날 그가 어린 시종 한 명만을 데리고 집을 떠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무엇인가 새롭고 놀랄 만한 자극이 없을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가 어디에 있을까. 또한 어떤 새롭고 짜릿한 방법 이 없을까에 대한 욕구심에 가득 차 있다가 훌쩍 집을 떠난 것이다. 기약도 없이 집을 떠난 미앙생은 원나라로 방향을 잡았다. 그곳에 그전부터 소문으로 들어왔던 유명한 고승이 있었는데, 그 고승에게 가면 분명히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명이 "정일"이며 호는 "고봉"이라는 고승이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매우 어진 사람으로 관직을 마다하며 불가에 귀의했다고 한다. 부모가 세상을 뜨자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미련 없이 버리고 목탁과 불경만을 푸대에 챙겨서 입산했 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고봉장로"뿐 아니라 "푸대스님"이라는 색다른 호칭을 사용해서 부르 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음양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 미앙생은 시종을 데리고 원나라의 고봉장로가 있는 심산유곡으로 찾아 들어갔다. 심산유곡은 신선들만이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는 별세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한 꽃들이 만발하 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 등이 어우러져 도저히 인간세계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변의 경치에 어린 시종도 감동하여 말했다. "도련님, 이런 곳에 사람들이 살 수 있습니까?" "그 유명한 고봉스님이 사시지 않느냐." "스님 혼자서 말입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우리 도련님도 모르시면 누가 안단 말이죠?" "이 녀석아. 낸들 처음 오는 곳인데 어찌 알 수 있단 말이냐!"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요." 시종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서 가기나 하자." "얼마나 더 가면 되는 건가요?" "글쎄다……." 미앙생은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고봉장로가 기거하고 있는 절은 산 속 매우 깊숙한 장소에 단아 하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이 깊어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 고봉장로는 늙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힘찬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절을 증축하려는지 팔뚝만큼이나 굵은 정을 왼손에 움켜잡고 오른손 으로는 힘차게 망치질을 하는 중이었다.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고 팔의 근육은 젊은이에 비해 조금도 약하거나 쇠잔해 보 이지도 않았다. 미앙생은 고봉 장로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 일을 마친 고봉장로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몸을 씻은 다음 손님을 위해 특별히 차를 끓여 내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나?" 미앙생은 예절을 차린다고 차렸지만 고봉장로의 눈에는 건방진 청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대사님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찾아왔습니다." 고봉장로는 대답대신 차를 미앙생에게 권할 뿐이었다. 아직 그가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다. "이 차는 무엇으로 끓인 것입니까, 대사님?" "운무고치라고 하는 차지." "네에." "맛은 비록 쓰지만 정력에는 대단히 좋은 걸세." 미앙생은 차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평소 정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비방 을 쓰지 않아도 여자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더 여자를 황홀경으로 몰아넣었고 자신 역시 부족함 없이 만족했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확신했다. 물론 넓은 세상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편 협한 확신이기는 했지만 미앙생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앙생은 고봉장로가 자신의 신분을 묻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묻지 않자 스스로 밝힐 수밖에 없다고 생 각했다. 매우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전혀 내색을 할 수조차 없었다. "대사님, 저는 미앙생이라는 필명을 가진 문인입니다." 고봉장로는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넌지시 물었다. "자네의 그 미앙생이라는 필명은 유명한 시에서 따온 것이지?" 고봉장로는 미앙생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그가 미앙생이라는 필명을 따온 내력까지 알아 맞추는 것 이었다. "자네는 낮보다는 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군. 안 그런가?" "……네." 그렇게 대답하면서 미앙생은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이 사람에게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을 알게 되자, 그는 반대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직선적으로 해서 고봉장로의 마음을 떠보기로 작정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남녀의 정욕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고봉장로는 미앙생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걷잡을 수 없는 정욕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어째서 부처님은 그걸 마다하셨는지요?" 그런 질문은 사실상 속세를 벗어난 스님에게는 당황스러운 것이지만 고봉장로는 조금도 어색해 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미앙생의 단순하고 무례한 질문을 조용히 나무랄 뿐이었다. "그 이유가 뭔지 자넨 아직 모르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미앙생은 고봉장로의 다음 말에 기대를 걸었다. 오늘에야말로 부처가 무엇 때문에 남녀의 정욕을 금지 시켰는지 알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봉장로의 이야기는 미앙생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것 이었다. "어제 밤은 지나갔고 오늘 밤은 아직 오지 않았네. 그렇다면 대답해 보게." "네?" "지금은 밤이 지나갔나,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무슨 말씀이신지……." 미앙생의 생각과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고봉장로는 다시 한 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행적 은 물론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행적까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이 지나면 다음에는 낮이 오기 마련이야."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럴테지." "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네." 미앙생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고봉장로의 말이 알 것 같으면서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었다. * 고봉장로의 표정은 언뜻 위엄을 지나쳐 무섭기까지 했다. "미앙생." "네, 대사님." "자네는 지금 사악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네." 미앙생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보게나." "색이 비록 허무한 것이라 해도 저는 밤과 여인 그리고 허무를 사랑하겠습니다." 고봉장로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앙생을 쏘아볼 뿐이었다. 언뜻 고봉장로는 미앙 생의 표면과 내면에 이어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미앙생의 옛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풍겼다. "대사님." 대답이 없었다. "대사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리 역정을 내시는지요?" 고봉장로는 아예 고개를 돌려서 그를 외면했다. 미앙생은 재빨리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어차피 고봉장 로의 가르침을 꼭 받고 싶어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고봉장로가 어떤 신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미지수이긴 했지만 그의 가르침 없이도 그 동안 나름대로 충분히 즐겼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고봉장로를 향해 도전적인 말을 던졌다. "혹시 편견을 가지고 계신 쪽은 대사님이 아니십니까?" 뜻밖의 당돌한 질문에 고봉장로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거 아주 훌륭한 질문이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내심 고봉장로는 언짢아하였다. "미앙생." "네." "자네의 두뇌는 매우 명석하고 똑똑해. 그렇지만 한 가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네." "그게 무엇입니까?" "여색을 너무 밝혀. 참으로 기이한 일이야." 거기까지 말하던 고봉장로는 돌연 태도를 바꾸며 바로 주문이라도 외우는 듯한 어조로 낮고 가볍게 소 리쳤다.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세 나와라!" 고봉장로의 말이 떨어지자 느닷없이 나이든 족제비 한 마리가 안쪽에서 튀어나와서는 고봉장로에게 안 기는 것이었다. "대사님!" 깜짝 놀랐던 미앙생이 정신을 가다듬고는 족제비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족제 비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보다 족제비가 자신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처 럼 여겨졌다. 고봉장로에 의해 미앙생 자신의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세가 바로 그 족제비라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세가 족제비이며 그 족제비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으니 미앙생으로서는 정신이 나갈 만큼 놀랄 일이었다. 고봉장로의 불가사의한 능력에 미앙생은 자신의 내세와 동시에 한 곳에 있게 된 셈이었다. 무엇보다 미앙생의 그 족제비에 대한 애착심이 비할 데 없이 강렬해지는 것이었다. 전에는 본 적도 만 난 적도 없지만 한 번만 보면 무엇인가 강렬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 피붙이의 애착심 같은 것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문득 그 족제비를 자신이 갖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함부로 굴리면 누군가 해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신이 소중하게 데리고 다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대사님, 그 족제비를 저한테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하지만 고봉장로는 그 대신 족제비와 미앙생 그리고 자신의 인연에 대해 다시 기이하게 설명하기 시작 했다. "자네와 난 말일세, 이렇게 만날 인연을 맺고 있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봉장로는 다시 미앙생에게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해 경고해 주었다. "자네한테 경문을 읽어 줄 테니 잘 듣고 그 이치를 깨우치기 바라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글쎄요. 하지만 대사님은 이미 저의 장래를 알고 계신 게 아닙니까?" "듣기나 하게." 미앙생은 고봉장로의 핀잔에 입을 다물었다. 고봉장로는 족제비와 관련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미앙생." "네." "자네의 전생은 수백 년을 묵은 족제비였네." "네에." 미앙생은 감히 어떤 의문이나 반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고봉장로의 태 도가 무서운 만큼이나 엄숙한 까닭이기도 했다. "자네가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고명한 스님 때문이었어." "그 스님이 도대체 누굽니까?" "지득공이라는 스님이지." 거기까지 듣고 있던 미앙생은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강한 의문이 느껴졌다. 상대가 아무리 고봉장로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잠자코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사님, 감히 여쭙겠습니다." "무엇인가?" "제가 수천 년 묵은 족제비였다고 하셨나요?" "그랬지." "왜죠?" "왜라니 그런 질문이 어디 있나?" "그렇다면 지득공 스님이라는 분이 족제비인 저를 인간으로 환생시켜 놓았다는 말씀인가요?" "그래." "대사님께서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못 믿겠단 말인가?" "네." "정말인가?" "저는 그런 허황된 말은 절대 믿지 않습니다." 고봉장로의 얼굴에 갑자기 허무에 젖은 듯한 표정이 나타나더니 곧장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듯한 표정 으로 바뀌었다. 그는 확실히 미앙생의 모든 일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금생뿐만 아니라 내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되네. 그걸 명심하게." 고봉장로의 심각한 충고가 미앙생으로서는 못마땅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서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 으므로 젊어서 한 때에 여색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으로 제구실을 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그리고 최대한 여자를 탐닉하지 않으면 늙은 후에는 반드 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여자를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즐겁게만 해준다면 실컷 놀아보고도 싶었다. 그가 고봉장로를 찾아 가르침을 받으려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여색을 탐닉하는 데에 반드시 보다 깊고 탁월한 비법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전해 내려오는 춘궁도에 나타난 갖가지 색정 어린 모습들이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고봉장로는 미앙생이 그 지독한 색욕 때문에 저지르게 될 앞으로의 일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머리 속의 생각은 물론 온몸에 가득 담겨 넘쳐날 듯한 미앙생의 색욕을 훤히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음낭에는 정액이 항상 가득 차 있고 남근은 아무 때고 뻣뻣하게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네가 만일 남의 유부녀를 범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미앙생은 대답 대신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생각에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문이었다. 말이 퍼지지만 않는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 결과는 자네 역시 자네가 저지른 것과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네. 알겠나?" 이번에도 미앙생은 별다른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아직 장가도 들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는 마 누라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식이었다.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지 자네도 알겠지?" "글쎄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걸세."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한 미앙생은 차츰 실망에 잠겨 있었다. 그 정도의 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 으리라고 생각했고 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과응보 정도는 알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남의 마누 라를 범하는 정도의 문제로 먼 원나라까지 찾아올 리도 없었을 것이다. "왜, 실망했나?"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고승께서 겨우 그 정도의 말씀을 하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정도?" "네." "자네는 어째서 내가 한 말이 그 정도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전 참으로 실망했습니다." 고봉장로의 얼굴에 우려의 표정과 함께 준엄하게 꾸짖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미앙생은 이미 체념한 상태였고 고봉장로에게 더 이상 들을만한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유부녀를 범하면 인 과응보로서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된다는 말은 누군들 못하겠나 싶었다. 미앙생은 이미 고봉장로에게 크게 실망해 고승다운 고견을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앙생 자 신이 그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인과응보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대사님?" "그렇지." "그렇다면 제가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고봉장로의 두 눈에 깊은 수심이 나타났다. 미앙생의 마음속까지도 훤히 알고 있으며 어떤 것을 질문할 것인가도 이미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와 같은 독신자가 만일 유부녀를 범하면 어떻게 됩니까?" "저런!" 고봉장로는 가볍게 탄식한 다음 미앙생의 눈빛을 조용히 살폈다. "저에겐 똑같은 일을 당할 마누라가 없지 않습니까?" "자넨 한 가지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네?" "자네가 지금은 독신이라서 그런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건 자네의 잘못된 생각이야." "어째서 그렇죠?" "머지 않아 자네도 여자를 얻게 될 테니 그렇지." "오호, 제가요?" "그래." 미앙생은 다시 한 번 고봉장로를 비웃었다. 그는 아직 장가들 마음도 없고 정해둔 신부감도 없었기 때 문이다. 미앙생을 지그시 바라보던 고봉장로는 체념했다는 듯이 가볍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자네 인과응보를 믿으려들지 않고 있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만 돌아가 보게. 나도 더 이상 자네에게 할 말이 없으니."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잘 가게." 고봉장로는 자세를 바꾸어 옆으로 돌아앉았다. 미앙생은 그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종을 불렀다. 고봉장로에게는 처음 왔을 때 정중하게 차린 예의도 이제는 나타내지 않았다. 미앙생이 투덜거리며 시종과 함께 막 나가려 할 때에 고봉장로의 근심 어린 한 마디가 그의 등을 향해 날라왔다. "미앙생, 후회할 일은 절대로 하지 말게. 이 말을 명심하게. 머지 않아 자네에게 닥칠 일이라네." "말씀대로 그렇게 하죠." 미앙생은 빈정거리며 건성으로 대답한 다음 시종을 재촉했다. "빨리 가라, 요녀석아." 하지만 그는 고봉장로의 엄숙한 충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앞날을 이미 볼 수 있는 고봉장로는 인과응보 때문에 미앙생이 머지 않아서 겪게될 일을 크게 걱정했다. 타고난 운 명 때문에 그가 이제 곧 겪게 될 갖가지의 고난과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이 어진 성품의 고봉장 로에게는 걱정과 근심이 되어 가슴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미앙생은 고봉장로의 마지막 충고를 완전히 망각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다음에도 여색을 향한 그의 욕망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왕성해져서 눈앞까지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여자들 뿐이었는데, 어떤 여자도 평범하게 바라만 보는 것 이 아니라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상상하고 살을 섞을 때에 어떤 모습일까를 그려보곤 하는 것이었다. 고봉장로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신이었던 미앙생은 계속 여 자를 생각하다 보니 매번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었고 실제로 잘못되면 크게 봉 변을 당할 위험까지도 늘 잠재했으므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색시를 얻어 적어도 지칠 줄 모르며 치솟 는 정욕을 아무 때나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누라와 함께 잠 자리를 한다고 욕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음 푹 놓고 마누라를 상대로 해서 여 색을 즐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의 변화 뿐 아니라 신랑감으로서의 미앙생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젊고 잘 생긴 청 년에다 가문도 누구한테 빠지지 않았다. 과년한 딸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선뜻 사윗감으로 맞아들 일 만한 조건이었으므로 그는 쉽게 장가를 갈 수가 있었다. 고봉장로의 경고는 이미 예전에 완전히 잊어버린 그는 여전히 정욕을 가슴 가득히 품은 채 독신의 위 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미앙생은 "옥향"이라는 여자를 선택했다. 그 처녀는 인물도 빼어나거니와 특히 호기심을 끄는 특별한 부분이 있었다. 아버지인 "철비"의 엄격한 교육과 감시를 받으며 성장한 옥향은 과년한 나이에도 불구 하고 남녀사이의 깊은 음양의 이치를 알지 못했다. 남자 역시 여자와 똑같다고만 알고 있는 순진한 여 자였다. 미앙생과의 결혼이야기가 있게 된 후에야 옥향은 비로소 부부로서의 도리, 부부의 잠자리 등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다. 전혀 성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지만 나이에 따른 본능은 이미 갖추고 있던 옥향은 아주 쉽게 그 모든 이치를 깨우쳤다. 미앙생 같은 색욕가에게 순진한 옥향이 신부가 된다는 기묘한 인연이 성립된 것이다. 관습과 관례에 따라 미앙생과 옥향의 결혼식은 모든 이웃과 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이루어졌다. 신랑과 신부는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청년과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미모의 옥향은 둘도 없는 한 쌍의 원앙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부터 옥향과 있을 색정만을 생각하고 있던 미앙생은 옥향의 은밀한 것들이 궁금했 다. 빨리 식이 끝나 신방에서의 첫날밤을 멋있게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신랑신부, 어머님께 절!" 식순에 따라 순서가 진행될 때에도 미앙생은 계속 그 생각이었다. 아직 사내가 뭔지 모르는 옥향이었기 에 더욱 마음이 조급했다. "신랑, 장인어른께 헌배!" 장인께 절할 때에도 미앙생의 생각은 여전했다. 왜 모든 일들이 빨리 지나가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모두 준비한 음식을 먹을 때에도 미앙생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저렇게 예쁜 마누라를 얻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미앙생의 친구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북적거렸다. "오늘 밤은 신방에서 우리끼리 신나게 놀자구." 미앙생은 벌써부터 성화가 대단했다. 친구들과 축하객만 아니면 곧장 신방으로 직행하고 싶었다. 미앙생의 조급한 마음을 알 리 없는 친구들은 옥향을 둘러싸고 술을 권하는 등 요란스러웠다. "신부는 이걸 쭈욱 단 한 번에 마셔야 합니다." "이걸 어떻게……." 옥향은 얼굴을 붉혔다. 술을 마셔본 일도 없으려니와 신방에서 있게 될 일들 때문에 마음은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북적대고 있을 때 옥향의 아버지인 철비가 조용히 들어섰다. 이날은 미앙생의 어린 시종까지도 공연히 들뜬 모습이었다. 나이는 어려도 그런 주인을 모시다보니 옥 향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상세하게는 아니지만 미앙생이 아리따운 옥향과 단둘이 발가벗고 어떤 행 동을 하리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두 밖으로 나가라." 철비의 갑작스러운 호령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철비는 어느 때보다 엄숙해서 무섭게까지 보이는 표정으로 태산처럼 버티고 앉아 있었다. "나가라니까 뭣들 해!"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어대던 축하객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철비의 위엄에 비실비실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왜 저러시지?" "글세 말야. 뭐가 잘못 됐나?" "무섭다. 나가자!" 모두 철비의 눈치를 살피며 도망치듯 나가고 신랑인 미앙생과 신부 옥향도 당황했다. 즐거운 결혼식 피로연에 불쑥 나타나 신부의 아버지가 축하객을 쫓아내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미앙생, 자네만 여기 남게. 할 말이 있으니." 미앙생은 더욱 당황했다. 아닌 게 아니라 뭐가 단단히 잘못됐나 싶었다. 혹시 색욕 때문에 그런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에 더욱 두려웠다. 이윽고 옥향을 포함해서 모두가 나간 다음 철비는 자신이 손수 문을 안에서 닫았다. 고봉장로의 인과응보를 코웃음쳤던 미앙생에게 바로 문제의 "인과응보"의 업보가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 미앙생은 긴장된 마음으로 장인과 마주 앉았다. 감히 무엇 때문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보게." "네, 장인어른." "자네는 오늘부터 내 사위가 됐고 또 우리 옥향이의 하늘같은 남편일세. 내 말이 맞지?" "그럼요, 장인어른." 미앙생은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내가 자네한테 미리 분명히 다짐해 둘 일이 있네." "네에." "난 자네가 시문에 능해서 미앙생이라는 필명을 가졌고 또 성품도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 "네에." "그래서 내가 사위로 맞아들인 거지. 아니었으면 꽃 같은 우리 옥향이를 주지 않았을 걸세.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나?" 미앙생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어린아이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무슨 다짐인가 싶었다. 고봉장로 같 은 고승한테서도 배울 게 없다고 자신하는 판국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을 뿐이었다.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하게." "네." "첫째, 내가 가장 멀리하는 것은 간음일세. 그것이야말로 모든 악의 근본임이 분명해. 그래서 나는 첩을 두고 사는 자를 제일 미워하면서 살아왔네." 미앙생은 다시 궁금해졌다. 성스러운 결혼식 첫날 간음이니 첩이니 하는 말이 대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그 점을 특별히 유의해 주기 바라네." "걱정 마십시오, 장인어른." 그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솔직히 옥향과 결혼하기로 한 다음 이날까지 간음이나 첩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네 혹시 나를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나?" "네?" "아직 모르고 있군. 사람들은 모두들 나를 "쇠문 선생"이라고 부르고 있네." "네?" 미앙생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쇠문 선생이라면 우선 쇠붙이를 연상하게 된다. 쇠로 만 든 문. 즉 앞뒤가 꽉 막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철비의 다음 말은 역시 그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 이유를 내가 말해 주지. 날 쇠문 선생이라고들 부르는 것은, 내가 내 가족에 대해 그만큼 엄격하기 때문일세." "네에." 미앙생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 사항을 시인했다. 앞으로 또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쇠 문 선생 철비는 놀랄 만한 말을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 밖 창문 틈에서는 시종이 외눈을 한 채 엿보며 귀를 기울이려고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이 결혼식 첫날 신부의 아버지한테 쫓겨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잘 듣게." "네." "내 딸 옥향이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이 열 살 때부터 이미 외간남자를 멀리하면서 이날까지 살아왔네. 자네가 첫 남자야. 난 파리라도 수놈은 우리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네." 미앙생은 다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세상에 파리 수놈이 처녀를 겁탈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옥향의 순결도 중요하지만 파리 제깐 놈이 보이지도 않는 물건으로 감히 어떡할 수 있으랴 싶은 것이 다. 창문 틈으로 그 말을 엿듣던 시종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서 우리 도련님이 따님께 장가든 거지 뭐겠어요." 시종은 계속 지껄였다. "그러니 따님은 인과응보인가 뭔가 그런 거 당할 리가 없다구요." 그는 고봉장로의 말도 들었었던 것이다. 도련님이 고봉장로 같은 높은 양반께 당당하게 나갈 때는 공연 히 신이 났었기 때문에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철비는 한결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넌지시 말했다. "남녀사이의 일은 인륜지 대사이니 내 딸과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기 바라네." 그 부분까지는 별다른 무엇이 없었다. 염려할 것도 우려할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미앙생의 마음을 느긋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연히 긴장했다 싶어진 미앙생에가 기대하지 못했던 문제가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철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우리 가문에는 남들과는 또 다른 규칙이 있네." "네?" "규칙"이라는 말부터 왠지 평범하게 들리지 않았다. 어감이 벌써 수상쩍었다. 철비는 점잖은 입인데도 가문의 규칙을 강조하기 위해 직설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그 일은 매우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문의 규칙에 따르면 어떤 때에는 육체 관계를 삼가도록 되어 있네." 그 말에 대해서만큼은 미앙생이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에게 있어서 육체관계야말로 가장 관심사 인 탓이었다. "장인어른, 그게 어떤 때를 말씀하시는 거죠?" 원래 철비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어서 항상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건 매우 특수한 때를 말하는 걸세." 미앙생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첫째, 신과 조상님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그리고 어른들의 생신날과 명절 때……." 미앙생이 어느덧 암산으로 날짜를 세기 시작한 가운데 철비는 소위 금욕일을 줄지어 나열했다. 一. 초하루와 보름날 一. 비오는 날 一. 24절기 一. 조상의 기일 그것뿐이 아니다. 한 마디로 기가 막혔다. "또 한가지 엄중히 당부할 말이 있네." "또 있습니까?" "내가 제시한 날 외에는 자네가 자유롭게 내 딸과 살을 섞어도 좋지만, 다만 대낮에는 절대 안되네. 그 건 아주 추잡한 일이야. 내 말을 꼭 명심하게." 철비가 제시한 날들을 이미 세어 본 미앙생은 기운이 빠져 할 말이 없어졌다. "간단한 일이니 잘 기억해서 실수 없도록 하게." 철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보다 아주 당연한 듯이 덧붙였다. "끝으로 건강에 해로운 일이니 더운 날에도 그걸 하면 안돼. 알겠나?" "그럼 1년 동안에 겨우 열흘밖에?" 미앙생은 볼멘소리를 냈다. 말도 안 된다 싶었다. 예쁘고 순진한 색시를 얻은 이유가 무엇인가. 색욕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65 일 가운데 가문의 규칙에서 허락된 날짜는 겨우 10일 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령 그 10일 동안이나마 낮에 해도 상관없다면 약간 낫겠지만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싶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무엇 때문에 장가를 들었나 싶었다. 더구나 예쁜 마누라를 항상 곁에 두고 그리고 마음대로 할 권리를 가진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가문의 규칙이란 굴레가 그걸 엄금하는 것이었다. 끝까지 창밖에서 듣고 있던 시종조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히는 아직 모르지만 뭔가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해도 되고 하면 안 되는 데에 대한 시종의 판단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도련님에게 그건 좀 너무 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지만 미앙생의 색욕에 대한 욕구를 나름대로 시종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보게. 옥향이 기다릴테니." "그러죠." 미앙생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장인어른의 앞에서 물러났다. * 가문의 엄격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미앙생은 드디어 첫날밤을 치루게 되었다. 그가 옥향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굉장한 것이어서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많은 여자와 관계 를 가진 그였지만 그야말로 숫처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올릴 때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옥향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었다. 그렇게 예쁜 옥향이 내 것이며 마음대로 껴안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부풀었다. 남자와 여자가 비록 결혼해서 한 몸이 되었다고 해도 고집스럽게 성교를 추잡한 것으로 여기는 가문이 었지만, 의무적으로 마련된 신방의 분위기는 매우 그럴 듯했다. 침상에는 수줍은 색깔의 최고급 천으로 특별히 짜여진 커튼이 하늘거리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남녀의 은밀한 욕정을 부추기는 분위기였다. 미앙생도 잠시 철비가 엄명한 가문의 규칙을 잊고 새신부인 옥향의 자태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온갖 조 건과 분위기 등이 그에게는 옥향의 몸을 안고 그녀의 육체를 탐닉하는 것에만 유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준비한 색채도 현란한 옥구슬 반지를 옥향에게 끼워 주면서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옥향, 그대는 정말 아름답소." 옥향을 침상에 앉힌 그는 먼저 그 밑에 앉아 예쁜 발을 만져 주었다. 처음 외간남자의 손이 피부에 닿 자, 옥향은 가슴이 설레면서도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꼈다. 그 손이 점차 위로 올라오며 정갱이와 무릎에서 다시 허벅지를 거쳐 배로 그리고 가슴을 넌지시 거쳐 얼굴로 올라왔다. 원래 애무나 그와 비슷한 행위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미앙생이었기 때문에 대충 예의상 그 렇게 옥향의 전신을 한 차례 훑어 올라갔을 뿐이라, 더 이상 주무르거나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는 옥향의 보드라운 얼굴을 가만히 만지며 낮게 속삭였다. "남녀간의 정사는 가장 즐거운 일이라오, 옥향."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조용히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손끝부터 머리끝까지에서 그 조심스러운 떨림이 분 명히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좀 아프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말아요." "많이……아픈가요?" 비로소 입을 연 옥향의 두 눈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담겨진 게 분명히 보였다. 미앙생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해 주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럼요?" "곧 쾌감이 느껴질 거요." "쾌감이 뭐죠?" "그건 느껴 보면 알아요. 당신이 직접 말이오.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면 모든 이치를 금방 깨 우칠 거요." 옥향의 얼굴에 나타났던 두려움과 호기심의 빛이 갑자기 체념으로 바뀌었다. 미앙생의 간단한 설명만으 로는 그녀를 더 이상 현혹시키거나 끌어들일 수 없었던 탓이다. "서방님." "말해 봐요." 옥향은 머뭇거리다 말문을 열었다. "전……정사는 추한 것이라고 배웠어요." "무슨 그런 말을." "하지만 상관없어요." "무슨?" "서방님과 혼례도 올렸으니 고통스러워도 참겠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뭐요?" "참을 테니까 그 대신 되도록 빨리 끝내세요. 알았죠?" 미앙생은 어이가 없었다. 그 일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여자는 난생 처음이었다. 몸을 파는 여자들 중에 드물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여자가 있다고는 들었다. 대개는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쾌감을 느끼며 절정에 도달하는 반응으로 손님의 기분을 돋구어 준다고 했다. 일부 형편없는 창녀 만이 돈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돈부터 받고, 일단 방에 들어가면 홀딱 벗고 다리를 쩍 벌리고 누우면서 빨리 끝내 요, 라고 재촉한다는 것이다. 옥향은 첫 관계를 치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철비 가문의 여자들은 모두 그런 식이었던 게 분명했다. 첫 관계를 갖기 위해 우선 두 가지 특별한 약물이 준비됐다. 한 가지는 국부마취용으로 사용하는 액체라고 했지만 실상은 남근이 부드럽게 음문에 들어갈 수 있도 록 표면과 입구에 바르는 윤활유였다. 아직 신부가 스스로 분비액을 내보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슬기로운 준비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한 가지는 진통제였다. 그것은 사실 그대로 진통제였다. 난생 처음 남근을 받아들인 음문에 필경은 상처가 생기면 거기에 바르도록 준비한 것이다. 두 가지의 약물 외에 또 한 가지가 있었다. 메추리알보다 약간 큰 것으로 옥향이 입에 물고 있기 위한 것이었다. 첫 관계를 갖는 신부가 아픔을 참 지 못해 비명소리를 내거나 실수로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재갈 같은 것이었다. 남녀간의 정사를 추잡하게 여기면서도 나름대로 슬기롭게 준비를 완전히 갖춘 셈이었다. 또 한 가지 있었다. 첫 관계를 가질 때의 자세가 매우 특이했다. 남자로부터 애무 받고 또 애무해 주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몸을 합치는 방식이 아니라 여자는 일방적으 로 음문을 열고 남자를 받아들이는 완전한 피동식이었다. 교육을 이렇게 받은 이들 가문에서는 성관계를 추잡하게 여기므로 이때 생기는 만족감 따위는 중요시 하지 않았다. 옥향은 하반신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침상에서 엉덩이를 걸치는 식으로 올라앉았다. 두 다리는 각각 천장에서 늘어진 명주 헝겊 끈으로 발목을 묶어 공중에 들리게 했다. 두 다리가 한껏 벌려진 상태라 음문도 최대한 벌어지게 만든 자세였다. 두 손은 머리 뒤로 돌려 침상의 모서리를 붙잡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진 것이다. 재갈이라고 하지만 입 을 완전히 틀어막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말은 할 수 있었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두 다리를 크게 열어 공중에 띄운 옥향은 배운 순서에 따라 첫 번째 요구를 했다. "이 마취약을 그곳에 발라 주세요." 그런 일은 난생 처음인 미앙생은 얼빠진 사람처럼 그녀의 요구대로 묵묵히 따랐다. 그녀가 내미는 약병을 받아 들고는 끈끈한 액체 같은 것을 옥향의 음문에 발랐다. 이런 엉뚱한 방법 때 문에 그는 별로 흥분을 느끼지 못했다. 원래 그대로라면 옥향의 음문을 그렇게 태연하게 만질 수 없었 을 것이다. 난생 처음 드러난 처녀의 비단결 같이 보드라운 치모를 헤치며 그 속살을 손가락으로 문질러가며 약을 발랐다. 옥향 역시 긴장 때문인지 남자의 손가락이 가장 민감한 부분에 닿는 대도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 듯 한 모습이었다. "다 발랐어요?" "그래요." "그리고 일이 끝난 다음에는 빨리 진통제를 주세요." "알았소." "그럼 어서 시작하세요." 옥향은 단단히 각오하며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기다렸다. 어리둥절하면서도 기가 막힌 미앙생은 무릎으로 기어 다가갔다. 하지만 거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옥향의 요구대로 형식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의 남근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평소나 다름없는 크기를 유지할 뿐이었다. 그런 상태로는 도저히 옥향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어서요." 옥향은 눈을 감은 채 재촉했지만 미앙생은 침상에서 내려가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남근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벽 쪽을 보고 서서 자신의 남근에 자극을 가했다. 어떤 경우에 반응을 보이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묘한 물건인 그것은 이리 치고 저리 때리며 약간 주무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평소의 두 배도 넘게 불끈 치솟는 것이다. "빨리요, 뭘 하시는 거죠?" 아무 것도 모르는 옥향은 열심히 남근을 세우는 중인 미앙생을 재촉했다. 그녀의 생각은 한 가지 뿐이 었다. 한 시라도 빨리 남편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고 그녀는 그 아픔을 견디기만 하면 끝난다고 생 각했다. 그 다음의 일은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서둘지 말아요." 미앙생은 아직 준비가 끝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냥 넣기만 하는데 뭘 꾸물대는 거죠?" "알았어요." 비로소 준비가 끝난 미앙생은 한 손으로 그것을 받쳐들고 다시 침상으로 다가갔다. 상대가 반항은커녕 재촉하며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자연히 일은 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편리한 자세에서 미앙생은 거침없이 치솟은 남근을 옥향의 음문으로 밀어 넣었다. 약물을 바른 덕 분에 조금도 지체없이 미끄러져 속 깊이 들어가 박혔다. "아……아파요!" 옥향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윤활유를 발랐지만 난생 처음 몸 속에 이물질이 들어와 꽉 채우며 아픔을 주었다. "조금만 참아요." "다 된 건가요?" "이제 곧 쾌감을 느끼게 될 테니 기다려봐요." "빨리 끝내세요." "알았어요." 미앙생은 매우 당연하게 행동했다. 좀더 자세를 편하게 잡으며 아랫도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옥향은 전신을 꿰뚫는 듯한 고통 때문 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넣기만 하라는데 미앙생이 넣고도 다시 빼지 않고 율동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그만 견딜 수 없 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탓이었다. 미앙생이 막 힘차게 밀어붙이며 몸을 옆으로 비트는 순간이었다. 견딜 수 없이 아파진 옥향이 발로 그의 어깨를 힘껏 걷어찼다. 미앙생은 무방비 상태여서 뒤로 벌렁 나 가 떨어졌다. "왜 걷어차는 거요?" 옥향은 그가 따지는 것은 문제도 아니란 듯이 잔뜩 찡그린 채 재촉했다. "아파요! 빨리 진통제나 줘요, 어서요!" 그쯤 되니 미앙생도 어이가 없다기보다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는 약간 사납게 말하며 다시 옥향에게로 다가섰다. "뭐가 안 끝나요?" "더 해야 해." "넣었잖아요?" "그건 시작일 뿐이야." "난 몰라요." "뭐라구?" "어쨌든 한 번 넣었으니 제할 바는 다했어요. 그러니 난 몰라요." 미앙생은 기가 막혔다. "어이가 없군." "아파요. 어서 진통제요!" 옥향은 미앙생의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이봐, 옥향. 왜 그렇게 어리석지?" "내가 어리석어요? 금방 들쑤셔서 넣고는." "아직 피도 안 나왔어." "피?" 옥향은 깜짝 놀랐다. "내 거기서 피가 나와요?" "그게 아니고, 첫 관계 때에는 출혈이 있기 마련이야." "세상에!" 재빨리 눈을 떴던 옥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루바닥에 온통 피가 흘렀는데도 안 나왔단 말예요?" 그녀는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진 피를 분명히 보았다. 미앙생이 걷어차며 나가떨어졌던 곳까지 상당한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미앙생은 엉겁결에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 역시 깜짝 놀랐다.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내 반지에 무슨 피가 이렇게 많이 묻어 있지?" 옥향도 다시 놀랐다. 자신의 음문에서 그토록 많은 피가 나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앙생을 통해 출혈에 대해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옥향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피가 어디서 났는지였다. 똑바로 앞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 미앙생의 남근이 보였다. 바로 거기였다. 남근은 피로 물들어 있고 거기서 뚝뚝 떨어지는 중이었다. "거기예요." "거기?" "그 반지에 당신 물건이 긁힌 거라구요!" 다른 곳도 아니고 남근이다.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이며 더럽고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서 아기 가 되는 정액이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에 귀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데서 피가 나온다는 생각에 놀라서 소리친 것이다. "내 거기?" 자신의 아랫도리를 반사적으로 내려다보던 미앙생 역시 깜짝 놀라며 외마디 소리를 냈다. "피!" 겁이 많을 뿐 아니라 어떤 남자보다도 남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만일 잘 못된다면 살아있어도 살아갈 낙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던 것이다. "까무라칠 것 같아!" 그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아이처럼 소리쳤다. "아앗!" 비명소리도 내질렀다. 그는 정신없이 의자에 가서 다리를 쩍 벌리고 걸터앉았다. "그 진통제를 좀 빨리 발라 줘요!" 옥향 역시 생각하거나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진통제를 들고 달려갔다. 방금 자신의 음문에 들어갔다 나 온 기세가 아직 꺼지지 않아 제법 불끈 치솟은 미앙생의 남근을 움켜쥐고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것은 하나의 물건일 뿐이었다. 다리나 팔과 같을 뿐 그게 남근이라는 생각 은 전혀 하지 못했다. 상처난 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약을 바르며 이리저리 쥐고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이었다. 너무 모 르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숫처녀가 제아무리 용감하다 해도 사내의 남근을 그런 식으로 주무를 수는 없을 터였 다. 그것뿐이 아니다. 다시 웃지 못할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제목 : 옥보단 2 미앙생의 남근에 약을 발라 주는 소동에 그만 옥향은 입에 물고 있던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어머!" 그녀는 외마디 비명 외에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목구멍이 넓은 탓인지 메추리알보다 약간 큰 것이 넘어가서 목구멍 중간쯤에 딱 걸려버린 것이었다. 그대로 놔둔다면 옥향은 숨이 막혀 죽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말도 못하고 새파랗게 질려서는 연신 손 짓을 했다. 어떻게 좀 꺼내 보라는 애원이었다. "이걸 어쩌지?" 미앙생도 몹시 당황했다. 목에 밤톨만한 눈깔사탕이 걸려 죽은 사람이 있다던 이야기가 하필이면 그럴 때 떠오른 것이었다. 옥향은 자신이 지금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버둥거렸고 미앙생은 남근에 상처가 났다는 것도 잊었다. 옥향은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더욱 진땀을 흘렸다. 똑같이 쩔쩔매던 미앙생의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그는 어둠 속에서 불빛을 만난 듯이 기뻐하며 서둘러 움직였다. "이렇게 해 봐요." 옥향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뭐냐고 물었다.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 알았죠?" 옥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 앉을 테니까 이렇게 이리로……." 이윽고 두 사람은 희한한 자세가 되었다. 미앙생은 다리를 벌린 채 침상에 걸터앉고 그 가운데로 옥향 이 다리를 쩍 벌린 채 발 쪽으로 해서 들어선 모습이었다. 옥향은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하반신을, 앉은 미앙생의 하반신에 얹었다. 두 다리로 깊숙이 미앙생의 허 리를 껴안고 있는 격이었다. 미앙생은 등을 굽히며 두 손으로 옥향의 잔등을 툭툭 두들겼다. 물건이 목에 걸렸을 때 엎드리게 해서 등을 치면 다시 나온다는 말을 들었던 탓이었다. 아기일 경우 거꾸로 들어야 되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필이면 옥향의 음문이 미앙생의 남근과 완전히 포개진 상태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등을 계속 두드렸지만 옥향의 목에 걸린 물건은 얼른 나와 주지 않았다. 미앙생은 계속 엉덩이를 들썩 이며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남근과 음문이 부딪히고 비벼지는 일도 계속되고 있었다. 한참 후 겨우 목에 걸렸던 물건이 입안으로 나왔을 때였다. 한시름 놓던 미앙생은 불현듯이 깨달았다. 그렇게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드러내고 음문을 자신의 남근에 얹어 놓고 있는 옥향의 모습이 갑자기 시야에 들어왔다. "이젠 됐어요." 옥향은 다시 말을 했다. "아니오, 아직." 미앙생은 재빨리 말했다. "이렇게 입으로 나왔는데요?" 옥향은 그렇게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렸다. "아서요, 옥향! 그러다간 또 넘어가요!" 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잠깐 기다려 봐요.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미앙생에게는 금방 변화가 나타났다. 어떤 것보다 빠른 효과였다. 옥향의 은밀한 부 분에 맞닿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금방 남근이 반응을 나타낸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야 돼요." "왜죠?" "지금 일어서면 목으로 다시 넘어가게 돼요." "그럼요?" "등을 더 두드려야 해요." "그럼 빨리 하세요." "잠깐, 우선 이렇게……." 그는 두 손으로 옥향의 하반신을 움직였다. 겁에 질린 옥향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 기회를 이 용해서 미앙생은 신속한 동작으로 자신의 남근을 그녀의 음문 속에 깊숙이 넣는데 성공했다. "아얏! 왜 또 이러는 거예요!" 옥향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몸을 빼려 했지만 뜻대로 될 리 없었다. 미앙생이 그녀의 둔부를 뒤에서 지 그시 내려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게 아니오." "넣었잖아요?" "저절로 들어갔어요." "그럼 어서 빼요!"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요." "뭐죠?" "등을 더 두드려야 다시는 그게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요. 또 넘어가도 좋겠소?" "안돼요." "그럼 가만히 있어요." 미앙생은 남근에 생긴 상처도 잊은 듯이 웃었다. 옥향은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보지 못했다. 다만 그녀 는 맨 처음보다 훨씬 아픔이 덜했기 때문에 미앙생의 말을 더 이상 거역하지 않았다. 미앙생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들썩 몸을 쳐들며 옥향의 등을 한번 치고는 다시 방아를 찧듯이 그녀의 둔부를 밑으로 눌렀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동작이 몇 번 반복된 다음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에는 옥향 편에서 몸을 들썩였다. 미앙생이 들썩하며 등을 치는 것에 맞추어 그녀는 엎드린 채로 하반신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이었다. 옥향이 그토록 빨리 남녀의 정사를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제 미앙생이 움직여 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이 서둘러 움직였다. 점차 어쩔 줄 모르며 둔부를 들었다 내렸다 하더니 알 수 없는 소리를 연신 중얼거렸다. 덕분에 미앙생은 신경 쓰지 않고 옥 향과 첫 관계를 멋지게 가질 수 있었다. * 가문의 규칙이 엄격했지만 남녀의 정사란 오묘한 이치였다. 미앙생의 적극적인 가르침과 더불어 옥향의 본능은 나날이 눈을 떴다. 실상은 그녀에게도 타고난 남색 기질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옥향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미앙생을 명실공히 남편 으로, 즉 육체적인 면을 포함시킨 남편으로 존경했다. 한가한 오후. 마침 집안에는 미앙생과 옥향뿐이었다. 항상 기회를 엿보던 미앙생은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가문의 규칙 때문에 몇 날 되지 않는 성교가능일 말고 낮시간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낮에 그걸 한다면 밤과 상관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는 조용한 밤에서 옥향과 단둘이 호젓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가 사용한 일종의 미끼는 타고난 그림 솜씨였다. 시문 외에 그림 그리는 솜씨도 뛰어난 그였다. "서방님은 과연 당대 제일의 화가예요." 옥향은 미앙생이 방금 그린 그림을 격찬했다. "그 정도까지야. 그냥 좀 그릴 뿐이요." "아니에요, 서방님. 정말 대단한 솜씨예요." 그림과 관련해서 미앙생은 이미 준비한 것이 있었다. 그가 준비한 것은 "조맹후"라는 유명한 화가가 유 작으로 남긴 일종의 춘궁도였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교접을 다양한 체위로 표현한 것이었다. 남녀의 정사가 다시없는 환락과 황홀의 세계로 나타나 있었다. 조금도 외설스럽다거나 추잡한 면이 없 고 오히려 경지에 도달한 인간최대의 행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옥향." "네, 서방님." "내가 진짜 그림을 당신께 보여 주려고 준비했소." 옥향도 철비에게 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학문이 뛰어났다. 그녀는 학식이 풍부할 뿐 아니라 붓글씨 솜씨도 뛰어났다. "이 그림책을 알아보겠소?" 옥향은 역시 금방 그린 이의 이름과 가치를 알아보았다. "알겠어요." "그렇소?" "조맹후의 진품이군요." 물론 그 책에 있는 내용은 아직 옥향이 모르고 있었다. "이런 그림이라면 보기 전에 먼저 목욕재개부터 해야겠군요." 그녀는 유명한 화가의 진품을 그런 식으로 존중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소. ……자, 그럼 봅시다." 미앙생은 옥향의 표정을 살핀 다음 그림책을 펼쳤다. 당연히 첫 장면부터 풍자적으로 그려놓은 남녀의 정사장면이 나타났다. 풍자적이긴 해도 너무 노골적인 그림이었다. 남녀가 나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다. 여인은 알몸이고 남자는 아랫도리만 드러냈다. 그렇게 선 자세 로 기묘한 방법을 사용해 정사를 즐기는 광경이었다. 남자보다는 황홀경에 도취되어 있는 여인의 표정 과 자태가 매우 강조된 그림이었다. 멋모르며 그림 감상을 위해 들여다보던 옥향은 양미간을 찡그렸다. "징그러워!" "이 그림이?" "그래요. 조맹후라는 유명한 분께서 이런 그림을 그리시다니!" 짐짓 피하려는 듯하면서도 옥향은 시선을 계속 그림에 두고 있었다. 결혼하기 전 같으면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지 알 수 없겠지만, 확실히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이 그림이 징그럽다니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군." "어째서요?" 옥향은 미앙생을 바라보면서도 다시 그림 쪽을 힐끔거렸다. "이건 성인의 가르침이오." "이게요?" "그리고 수태하고 아이를 기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 미앙생은 침착하고 진지하면서도 일면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자, 이것도 봐요." 두 번째 그림은 더욱 기묘한 표현의 춘궁도였다. 역시 남녀의 특별한 정사장면이었다. 특히 여인의 자세가 그랬다. 여인은 발가벗은 채 위아래로 가로지 른 철봉 같은 것에 매달린 모습이다. 두 손으로 왼쪽 가로막대기를 움켜잡았고 하체는 아래쪽 가로막대 기에 둔부를 걸친 모습이다. 여인의 음문은 자연스럽게 가로막대기에 걸친 채 한껏 벌어져 있었고 그 앞에 하반신을 벗은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남근이 여인의 음문 입구에 버티고 서 있어서 금방 깊숙이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조맹후의 춘궁도에는 한결같이 남자의 상반신을 벗기지 않았다. 필경 남자의 윗몸에는 특별히 강조할 게 없고 오직 하반신의 남근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옥향은 더욱 양미간을 찡그렸다. "어쩜 이럴 수가……." "얼마나 멋진 장면이오?" "아무리 그렇지만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성인의 가르침이오. 따라서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소." "네에?" 미앙생은 옥향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어째서 우리가 이런 걸 하면 안되지?" "너무했어요." "이것도 봐요, 옥향." "에그머니나!" 세 번째 그림을 보던 옥향은 낮게 비명소리까지 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앞의 두 그림도 그랬지만 세 번째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정숙한 여인 같으면 당장 도망칠 일이었다. 당 장은 도망쳤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정말 그렇게도 정사를 할 수 있을지 몸달아 할 광경인 것이었다. 여전히 남자는 하반신만을 벗은 채 서 있고 그곳은 그네 앞이었다. 여인은 그네를 탄 모습으로 역시 알 몸이었다. 그네에 걸터앉아 줄을 단단히 움켜잡고 한껏 다리를 벌렸다. 비록 선명하게는 아니지만 그 다리 사이에 서 있는 사내의 남근이 여인의 음문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 다. 장면에서 표현된 것은 황홀경에 빠진 여인의 표정과 자태였다. 더할 수 없이 황홀한 자태로 그네 줄을 부여잡은 채 온몸으로 정욕의 만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낮에 정원에서?" 옥향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집에도 정원에 그네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이지. 얼마나 색다른 기분이겠소?" "말도 안돼요." 그녀는 펄쩍 뛰었다. 그녀에게 남녀사이의 정사란 밤에, 그것도 침상에서만 은밀하게 치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앙생은 그녀가 이미 마음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겉으로는 펄쩍 뛰고 있지만 마음 과 몸은 끌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숨결이 약간 가빠지고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 있는 것이었다. "남들이 그러는데 우리라고 못할 거 없지 않소?" "정원에서 대낮에요?" 옥향은 아예 손가락으로 그 그림을 짚고 있었다. "물론이지." 잠깐 생각한 미앙생은 옥향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설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춘궁도에 나타난 그 모습 그대로 옥향과 즐기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윽고 그는 결정적인 말로 옥향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이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오." "네?" "못할 사람도 있소." "그게 누군데요?" "꼭 두 가지 종류의 부부가 있을 것이오." "어떤 부부죠?" 옥향은 간간이 그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주 못 생긴 남편과 너무 아름다운 색시요." "또 한가지 종류는?" "그 반대지. 아주 잘 생긴 남편과 세상에서 둘도 없게 추녀로 생긴 색시일거요."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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