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성욕 그리고 타락 - 1부

"달구야.. 달구야.. 일어나"

창가에 들어오는 햇빛에 게슴츠레 눈을 뜨자 매니저의 얼굴이 보였다. 그 주위로는 그와 함께 사는, 조금은 허름한 우리 집이 보인다. 소파, TV, 냉장고, 게임기...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얘는 지금이 몇신데! 최PD님!"

아니다. 달라진 것이 하나가 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캠코더로 찍어서 작품을 냈고, 그 노력에서인지 반년전 나는 모 방송사 PD로 뽑히게 되었다.

"후... 야 어제는 어떻게 된거냐? 그 년 뺨 때린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나는 기지개를 피며 다시 한번 내 일생을 쭉 되돌아봤다. 항상 여자에게 무시당하고 천박한 취급을 받던 내가 어제는 그들을 향해 뺨을 날렸다니... 나는 감사했다. 좋은 직업의 위치에만 서면 세상 모든 여자를 나에게 굴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주체할 수 없이 흥분되게 만들었다.

"너 어제 기억 안나? 그 여자애 뺨 때린다음에 미친사람 처럼 막 웃으면서 술 퍼 마시다가 꼴깍 넘어갔자나. 너 임마 그 여자가 다른 소속사 연예인 이었어봐.. 너 어제 이후로 방송사에 발도 못 댔을 거야……."

내 매니저 원용이... 김원용. 그는 대학교 내 절친했던 친구로, 가끔은 파괴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잘 받아주었던 친구다. 물론 고맙다.

"어... 보자.... 오늘 스케줄은 딱히 없고, 어제 끝맺음 못했던 여주인공 섭외하는 것 부터 하자"

"아 그래... 그래야겠지? 어제 내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흐름을 끊은 것 같다. 이번에는 저녁시간에 그 뭐냐.. 저번에 등심 잘하던데, 그리로 가자"

"그래, 내가 예약자리 봐서 시간 알려줄게. 그 동안 술도 깰 겸, 나가서 콧속에 신선한 공기도 좀 슝슝 주입해 주고 와라"

"아하하, 말하는 거 하고는... 알았어, 조금만 나갔다 온다~"

우리 집은 2층이라 내려올 때 조심하지 않으면 떨어질 수 있어서 항상 옆에 보호대를 잡고 내려와야만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1층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고 문을 나가서 한 5분 정도 뛰자 쇼핑센터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마 오늘은 세일을 하는 날인가 보다.
문뜩 그 사이로 스치듯 굉장한 미모의 젊은 여자애가 보였다.

‘아니… 저게 누구야… 뭐야.. 부녀회장 아줌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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