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스토리 - 10부
2018.08.07 22:00
봉숙이의 예전 남자친구는 같은군내에 있는 실업계학교를 다니다가 퇴학당하고 권투를 배운다며 체육관에서 살았던 동팔이 였지요.
입에서 나오는 말의 반이 욕이었지만 남자답고 털털하며 인간미 넘치는 동팔이는 봉숙이가 지금처럼 내숭을 떨거나 수줍어하질 않았습니다.
짜슥아... 참... 너나 나나 답~답~ 한 인생이다... 응? 하면서 서로 인상쓰고 마주보며 담배만 뻐끔뻐끔 피는게 전부였지요.
지금의 저오빠는 봉숙이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그냥 보기에는 연약하며 어리벙하고 순진한 그저그런 사람인데 말입니다.
봉숙이가 가지지 못한 뭔가를 채워주는 것일까요?
항상 마음속으로만 동경하는 ..... 여자다운면을 일깨워주는 것일까요?
닭살커플은 둘이서 소근소근 말하다가 에이그~, 우리 귀염둥이~..... 오빠아아아~ 하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거워 했습니다.
전축의 테이프를 몇번째 갈았고 시디도 몇번째 되돌아 가면서 호프집 마칠시간이 다가오자 봉숙이가 제게로 팔짝팔짝 뛰어왔습니다.
"복자야, 마치고 뭐할꺼야?"
"응? 집에 가야지 뭐...."
"있잖아, 오빠가 자기집에 오늘밤 아무도 없다고.... 놀러가재. 너랑 셋이서...."
"나는 가서 뭐하게?"
"한잔하면서 같이 놀자는데.... 야, 같이가자."
"......"
"야~ 가자니깐...."
솔직히 따라가서 둘이 끌어안고 노는걸 지켜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왜그런지 술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내처지를 비관하고 또 내환경을 한탄하면서 슬퍼하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그러고 싶었지요. 그런 슬픔들을 즐기고 싶었지요.
커플이 청소를 도와주는 바람에 후다닥 우리는 지하호프집을 나섰습니다.
봉숙이는 내팔과 오빠팔을 가운데서 잡고 내얼굴과 오빠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은 지나는 차도 드물었고 가게들도 문닫아 어두웠습니다.
군청공무원이었던 오빠부모님이 제사로 친척댁에 가고 없는 컴컴한 단독주택 자신의 방을 들어서며 오빠는 불을 켜고 술이담긴 비닐봉지를 양손에서 내려놓았습니다.
"우앗, 오빠 저사진 넘 야하다.... 저차는 무슨차야?"
"저사진? 차는 벤츠고 여자는 레이싱걸이야."
"몸매 예술이다~ 남잔 저렇게 젓가락 같은애 좋아하는구나."
"아냐.... 그냥 붙여논 거지, 난 봉숙이스타일이 딱좋아."
"에이구, 따먹고 싶어서 거짓말 치고있네."
"따먹긴.... 산딸기냐?"
"설마 복자가 보고 있는데서 하지는 않겠지?"
"......"
"응, 오빠? 할꺼야?"
"있다가 보고...."
"뭘 있다가? 말해봐~ 있다가 뭘 할건데?"
"......"
"있다가 뭘 할건데, 응?"
"......"
봉숙이가 얼굴을 들이밀고 호기심 가득한 장난꾸러기처럼 물어봤지만 오빠는 쑥스러워서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했습니다.
둘이서 아웅다웅 하는사이 제가 세사람 잔에 맥주를 따랐고 오빠는 서둘러 건배를 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빈병이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오빠는 집에 담아두었던 포도주까지 갖고 와서 부어주자 어느듯 취기가 올랐습니다.
"봉숙아."
"왜 오빠?"
"있잖냐, 내가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뭘?"
"저기....."
"뭔데 그래?"
"저기..... 너...."
"나 뭐?"
"너 첫경험은 누구랑 했어?"
"....."
"내가 아닌건 아는데...."
"....."
"누구야? 괜찮아. 말해봐. 나 화 안낼께."
"첫경험.....?"
"응."
"말해줄까?"
"응."
"목욕탕가서 어쩌다가 손가락으로 비벼보니깐.... 피났어."
"......"
심각하게 지켜보던 오빠가 뻘주룸해지자 봉숙이는 웃겼는지 술잔을 잡고 잔속에 술이 쏟아지도록 깔깔 웃었습니다.
"그러면 있잖니, 너 첨으로 했던 남자는 누구야?"
"왜 그러는데?"
"그냥... 알고 싶어서...."
"알아서 뭐하게? 달려가서 패줄려고?"
"그런거 아니고... 그냥.... "
봉숙이의 약점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술까지 취했으니 자기말이 어떤일을 초래할지 생각지도 못하고 방안의 분위기는 쓸쓸한 자기고백 모드로 변해갑니다.
만약 딱잡아떼고 오빠가 첨이었다면서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면 두사람은 오래 사귈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봉숙이는 벽에 기대서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는듯 하더니 담담하게 옛날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에게 얻어맞았던 이야기....
자고 있는데 밑에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떠 보니 아버지가 팬티를 벗겼더라는 이야기....
중학생때 동네친구오빠들에게 비닐하우스에서 돌림빵 당한 이야기....
공무원이었던 부모님 덕에 어려서부터 어려움 모르고 자란 오빠는 처음에는 충격이었는지 넋이나간 표정이다가 점점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처음 들었던 봉숙이의 가슴속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전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냥 콱 죽어버릴려고도 그랬어."
"....."
"근데 오기 같은것도 생겨.... 복수심은 아니더라도, 서글프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오기...."
"....."
"오빠, 변하면 안돼."
".... 변하긴...."
오빠의 다짐의 목소리는 힘이 축빠져있었습니다. 평소에 봉숙의 옷차림이나 행동으로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란것은 느끼고 있는바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이 혼란스러운것 같았습니다.
세명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봉숙이는 고개를 숙이고 맥주뚜껑을 만지작거리면서 괜히 이야기를 꺼낸것 같은 후회가 드는것 같았습니다.
슬며시 눈치를 보더니 무릎걸음을 걸어 오빠의 곁으로 가서 손을 잡고 어깨를 품에 맡겼지요.
"침대로 가...."
"응? 나아직 준비 안됐는데.... 좀 있다가..."
"....."
전 모른척 돌아앉아서 남아있는 오징어다리를 줏어다가 입에넣고 테레비를 켰습니다.
고맙게도 담배가 몇개비 남았더군요.
오빠는 봉숙을 끌어안고 얼굴을 틀어서 입을 맞추며 깊은 키스를 나누었습니다. 두혀는 입속에서 엉켰고 손으로 봉숙의 한쪽가슴을 쥐었습니다.
거부하지않는 봉숙은 자신의 처참한 과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동정받길 원하는 몸짓인듯,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신경써주고 관심가져주길 원하는 바램같은 건지도 모르지요.
오빠가 두손을 잡고 침대로 끌어가자 봉숙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내숭을 떨더니 이내 침대로 따라가 옷입은채로 이불을 끌어안았습니다.
다시 침대위에서 둘은 하나가 되어 애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복자 보는데.... 아... 부끄럽게...."
"......"
얇은 이불을 뒤집어 쓴채 뒤적뒤적거리며 오빠는 옷을 벗겼습니다.
킥킥킥 유난히 간지러워하는 봉숙이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등뒤로 바지와 윗옷을 내려 놓는 소리가 들립니다.
솔직하게 전 테레비에 눈을 떼지 않았지만 뭘보고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등뒤에서 들리는 들썩 거리는 소리에 온신경이 쓰였습니다.
혼자 담배를 빼물으며 화가 좀 나기도 했지만 뭐.... 아깐 서늘한 분위기더니 오빠가 봉숙이를 받아주는 것같고 다시 다정해진것 같은 두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른척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오빠는 숨소리가 거칠어졌습니다.
쩝쩝대면서 가슴을 입으로 빠는 소리, 손으로 몸을 쓸다가 젖을 움켜쥐는 소리와 그럴때마다 봉숙이가 조용하고 낮게 으응~ 하면서 앓는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주르륵 팬티를 끌어내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오빠, 다 보겠네, 거기 이불좀 덮어...."
"괜찮아, 복자가 착해서 이해해줄거야."
"오빠, 잠깐만... 천천히... 세게넣지마.... 아..."
잠시 둘은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침대가 삐걱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철썩철썩 거리며 오빠가 엉덩이를 밀어붙이는 소리가 점점 뚜렷해지자 봉숙이의 낮은 신음소리도 점점 커지고 연달아 들립니다.
괜히 저도 가슴이 콩딱콩딱 뛰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오빠는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허벅다리를 끌어안고 헐떡거리더니 잠시 숨을 고르며 아래 누워있는 봉숙이 옆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근데...."
"아.... 왜? 오빠"
"근데 그때.... 좋았니?"
"그때? 언제?"
"돌림빵 당할때."
"....."
".....응?"
"갑자기 그런소릴 왜 하는거야?"
"기분 좋았냐구?"
"싫지, 당연히 싫었지....그걸 말이라고 해?"
"정말?"
"......"
봉숙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습니다. 눈물은 양쪽으로 흘러내립니다. 소리내지 않으려 하지만 가슴속에서 복받치는 설움에 어눌한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아.... 씨.... 알았어. 울지마."
봉숙이가 우는게 더 성감을 자극하는지 아까보다 힘있게 질퍽대는 소리가 납니다. 봉숙이를 위에서 덮쳐 끌어안고 헐떡거리더니 마침내 짜릿한 순간에서 경직된듯 꼼짝않고 있다가 흘러나온 정액의 미끈한 느낌으로 몇번더 밀어넣어보고 눈물에 젖어있는 봉숙이 옆에 축늘어져 누웠습니다.
새벽 선선한 공기가 상쾌했습니다.
봉숙이와 전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았습니다.
한참 모래를 발로 헤집어보다가 봉숙이가 힘없는 목소리를 꺼냈습니다.
"한판 싸울때는 ..... 맷집하나면 되는거고...."
"...."
"우정은..... 의리 하나면 되는건데...."
"...."
"사랑은 .... 사랑은 사랑하는맘 하나면 되는줄 알았거든...."
"...."
"근데 사랑은 말야.... 거짓말도 해야되나봐."
"...."
"왜 오빠한테 바보같이 진실대로 말하고 말았을까....?"
"...."
해가 뜨려는지 멀리 어둠이 물러가면서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문배달 오토바이가 요란한소리를 내면서 달려갔습니다.
전 땀과 습한 새벽공기에 젖어 흐트러진 봉숙이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겨줬습니다.
한동안 봉숙이와 친하게 지냈지만 큰도시에 돈벌러 떠나면서 우리는 헤어졌어요.
가끔 보고 싶네요.
씩씩하던 그 표정도 남자앞에서 내숭떨때는 귀여운 웃음을 짓곤 했는데... 그립습니다.
지금은 아픔을 보듬어줄 가슴넓은 남자를 만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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