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레즈비언 길들이기

레즈비언 길들이기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학교 동아리에서다. 내가 속한 동아리는 남들이 순수문학 동아리라 알고 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교환하거나 토론을 하는 동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어다보면 결코 ‘순수문학’이란 거창한 말이 어울리지 않는 그냥 평범한 동아리에 불과하다. 책을 읽고 토론하기 보다는 학교 이야기나 선배이야기 등 일상적인 대화를 즐기고 모두 어울려서 술 마시고 젊음을 공유하는 그냥 그런 평범한 동아리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학교에 복학한지도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2학년을 마치고 입대했기에 3학년으로 복학했지만 2년의 군 생활과 1년여의 공백기동안 머리는 녹이 쓸었고 군대 가기 전에 2년 동안 배운 것들은 머릿속에서 가물거려서 복학하고 6개월 동안은 무뎌진 감각을 회복하고 옛날 기억을 짜내느라 정신없이 공부에만 전념했다. 자연히 입대 전에 활동했던 동아리에는 가볼 기회조차 없었다.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공부에만 전념하며 한 학기를 보내고 보니 이젠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이 되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때 생각난 곳이 동아리다. 2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나는 동아리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5명의 여자가 한참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선 날 보더니 처음에는 의아한 시선으로 보았지만 곧 한 여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내가 입대하기 전에 같이 활동했던 여자 후배로 내가 없는 동안 4학년이 되어 동아리 회장을 맞고 있었다.

“어~ 선배........반가워요. 왜 그동안 연락도 없었어요.”
“선아구나.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제대했어요. 학교는 복학했어요.”
“제대한지 8개월 정도 됐고, 학교도 복학했어.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졸업한거야.”
“여자 선배들이야 대부분 졸업했죠. 남자선배들은 군대갔거나 군대가려고 휴학 중이죠. 참~ 너희들도 인사해. 우리 동아리 선배님이야.”
“안녕하세요.”

선아라는 후배와 같이 있던 후배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선아야. 그런데 남자들은 없냐.”
“호호호~ 이상하게 요즘은 남자후배들이 잘 안 들어와요. 그나마 가입한 새내기들도 잘 활동하지 않아요.”
“하긴 전에도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많았지. 요즘도 여전한 모양이네.”
“또 같지요. 뭐~ 참~ 연희선배 이야기 들었어요. 얼마 전에 결혼했어요.”

난 쓰게 웃고 말았다. 

‘김연희’ 

그녀는 나는 연인사이였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많은 동아리 선배로 내가 군대가기 전까지 나와 남들이 흔히 말하는 CC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났고 나와 헤어졌다. 고무신 바꿔 신은 거지만 난 그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하할 일이네. 생각보다 빨리 갔네.”
“남자집안에서 서두르니까 언니는 싫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밀어붙인 모양이에요.”
“그래...............고맙다. 소식 전해줘서........야~ 답답한데 나가자. 내가 한잔 살게.”
“정말...........역시 선배야. 야~ 모두 나가자. 우리 선배 기분파야. 제대로 물주하나 생겼다.”
“쩝~ 내가 물주로 보이냐. 난 가난한 복학생이야. 너무 벗겨 먹지 마라.”
“엄살은........자자~ 나가자.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

난 그녀들을 이끌고 가까운 갈비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식사와 함께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2차로 학교 근처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우리 집은 남들이 말하는 소위 잘나가는 집안에 속하다 보니 돈에 구애받으며 살진 않았다. 군대가기 전에 나는 동아리에서 물주에 속했다. 오랜 만에 오는 나이트클럽이다. 선아는 여자후배들을 이끌고 무대로 나가서 신나게 춤을 추었다. 선아와 4명의 후배들이 뿜어내는 젊음의 열기는 차분한 나의 가슴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난 무대로 나가지 않았다. 여자들 틈에 끼어 춤추는 것도 내키지 않고 오랜만에 오는 나이트라 나가기도 껄끄럽다. 그때 선아나 걸어와 내 손을 잡는다.

“선배. 뭐하는 거야. 나와.”
“놀아라. 술 좀 더 마시고 나갈게.”
“빨리 나와”

선아는 다시 무대로 갔다. 그녀의 뒷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선아는 예쁘장한 얼굴과는 달리 옷차림이나 행동은 남자갔다. 그녀는 짧은 국방색 반바지에 군화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상의는 타이트한 티에 짧은 단발머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차림새에 변함이 없다.

그날 이후 나는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 실로 갔다. 그곳에 오는 멤버는 향상 정해져 있었다. 첫날 보았던 선아와 4명의 여자후배 들이다. 내가 동아리 실에 가는 이유는 그녀 때문이다. 그녀는 나와 같은 3학년으로 선아의 후배다. 그녀는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내가 동아리 실에 들어가도 고개를 까딱하고 책을 읽는데 열중한다. 3개월이 지나도록 그녀와 한마디 대화조차 없었다. 내가 계속 동아리 실에 출근(?)하자 선아는 나에게 동아리 실 열쇠를 별도로 만들어주었다.

9월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가까운 공원으로 갔다. 오랜만에 공원에 앉아 책이나 읽어볼 심산이었다. ‘연금술사’라는 제목도 요상한 철학책을 펴고 한가한 공원에 앉아 잘 이해되지도 않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한참을 읽다보니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둠에 젖어간다. 이제 너무 어두워져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낮에는 몰랐지만 내가 앉은 벤치는 공원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하여 인적이 드물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음침한 곳이었다. 나는 읽던 책을 접어 책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그때 귀에 요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남녀가 내뿜는 신음소리 같은데 자세히 들어오면 약간 이상한 느낌이다. 그냥 발길을 돌리려 하다가 호기심이 생겨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앉은 벤치보다 조금 더 안쪽에 두 명의 인영이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입맞춤을 하며 서로를 애무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쓰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막 발길을 돌리려하는데 또 다른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와는 반대편에 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 인영은 한쪽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훔쳐보는 취미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과 반대편 벤치에 앉은 인영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안쪽에서 한명이 상의를 벗었다. 탄탄하고 하얀 상체가 드려나는 것이 남자인 모양이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 옷을 벗기기 마련인데 여자가 더 다급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요상한 느낌이 들었다. 옷을 벗긴 여자가 남자의 상의를 애무하며 잠깐 얼굴이 보이는데........아무리 살펴봐도 여자 얼굴이 아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어가 있다. ‘호모’라는 단어다. 저들이 말로만 듣던 호모란 말인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처럼 그들을 훔쳐보는 인영을 주시했다. 인영은 한손을 사타구니 속에 넣고 한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기분이 묘하다. 구석에서 가슴을 애무하던 녀석의 머리가 상하로 흔들린다. 위에 있는 녀석은 밑에 있는 녀석의 몸을 쓸어주고 있었다. 반대편 벤치에 앉은 인영은 다리를 벌리고 있었고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간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더 지켜보다가는 나까지 이상해질 것 같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에 있던 책가방에 땅에 떨어졌다. 

“퍽” 

작은 소리가 공원에 올린다. 나는 책가방을 들었다. 그때 반대편에 앉아 있던 인영도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원을 빠져나간다. 나도 공원을 빠져나가며 다시 한번 구석을 살펴본다. 두 명의 인영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진 건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빠져나갔다. 앞에 나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눈에 익숙하다. 짧은 단발머리에 국방색 반바지........내가 아는 선아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녀는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를 따라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집에 갈 것이냐. 그녀가 선아라는 보장도 없고 설사 선아라고 해도 나와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궁금하다. 그녀가 정말 선아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어차피 집에 가기 위해서도 학교로 가야한다. 차가 학교 주차장에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기에 그녀는 나의 존재를 눈치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동아리 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 예상대로 선아가 맞는 모양이다. 나는 왜 그녀를 따라온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건물 앞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난다. 선아도 한쪽 구석에서 벌어진 일을 보았으니 그들이 정상적인 남녀가 아니라.........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란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보고 흥분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흥분을 느낀다. 참 특이한 일이다. 난 그들을 일종의 호기심으로 지켜보았지 흥분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선아가 나와는 느낌이 다른 사람일 수 있겠지 싶다. 한대의 담배가 모두 타들어 갔다. 다시 한대의 담배를 물었다. 생각이 복잡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며 건물 앞에 있었다. 선아는 이 시간에 동아리 실에 무슨 일로 간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시간이 10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에 돌아간 시간이다. 그런데 선아는 이 시간에 동아리 실에 들어가더니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녀가 건물로 들어가지도 20분은 지난 것 같다. 호기심이 생긴다. 그녀는 이 시간에 동아리 실에서 뭘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건물로 들어섰다. 동아리 실은 지하 1층에 있었다. 복도가 어둡다. 늦은 시간이라 모두들 집에 돌아간 모양이다. 한쪽 구석에 있는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바로 우리 동아리 실이다. 그녀가 아직 동아리 실에 있는 모양이다. 난 살금살금 걸어가서 동아리 실까지 접근했다. 문고리를 잡아보았다. 불빛은 세어 나오는데 문이 잠겨있다. 문에 귀를 기울여보니 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주머니를 만져본다. 얼마 전에 선아에게 받았던 열쇠가 들어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열쇠를 열어본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야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는 도독고양이처럼 살며시 열쇠를 열고 문을 약간 열어보았다. 문이 열리며 신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온몸의 세포들이 바짝 긴장한다. 숨을 죽이고 눈틈으로 안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책을 읽던 책상위에 한 여인이 알몸으로 누워있고, 그녀위에 선아가 포개져 있었다. 선아도 알몸이다. 선아는 밑에 깔린 여인과 정열적인 키스를 하고 있고, 선아의 손은 밑에 깔린 여인의 다리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인의 다리가 좌우로 활짝 벌어지며 허리가 휘어진다. 훔쳐보던 내 눈에 누워있는 여인의 사타구니 사이로 보지가 드려났다. 그녀의 보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선아의 손은 젖어있는 보지를 왕복하고 있었다. 머리가 띵하다. 선아의 이런 모습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밑에 있는 여인은 누굴까? 강한 호기심에 흥분도 느끼지 못한다.

“하이..........하이........하이.......선아선배.........못 참겠어........아흑~”
“정화보지에 물이 철철 넘치네.........어때.......기분 좋아.”
“선배.......하흑~~~...........미칠 것 같아.........보지 속이 글질 거려.......하흑.......어떻게 좀.”

난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다. 선아는 밑에 있는 여인에게 ‘정화’라고 했다. 정화라면 바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조용하고 말이 없던 후배다. 나는 밑에 있는 여인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긴 생머리가 테이블 밑으로 흘러내린다. 그녀의 얼굴이 문 쪽을 향하면서 얼굴이 보인다. 약간 작고 오뚝한 코, 분홍색의 입술, 맑고 심연처럼 가라앉은 커다란 눈.......바로 정화라는 후배다. 그녀는 얼굴에 땀을 흘리며 희열에 흐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속이 뻥하니 뚫려버린 느낌이다. 군대생활 중에 헤어졌던 연희이후에 처음으로 가슴에 담은 여인이다. 그런 여인이 선아의 밑에 깔려 신음하고 있었다. 만일 다른 남자의 밑에 깔린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쓰게 웃어 버리고 포기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거 뭐란 말인가?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울분이 올라왔다. 정화와 선아에게 화가 난다. 둘 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여인들이다. 한명은 절친한 여자후배다........한명은 관심을 가졌던 여자후배다. 그런데 둘이서 레즈비언이라니........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녀들에게 화가 난다.

“헉.......헉........정화야. 나도 이제 못 참겠어.”

선아는 옆에 있던 가방에서 뭐가를 꺼낸다. 자세히 살펴보니 반투명한 긴 박대다. 선아는 그걸 정화의 보지 속에 집어넣었다. 정화의 보지가 막대를 먹기 시작하고 정화의 허리가 휘어진다. 

“하흑~ 선아선배........깊이........아흑~ 안으로.......깊이.......아음~”
“그래........나도 집어넣고.......”

선아는 반쯤 들어간 막대를 끝을 자기 보지로 가져가더니 박대를 보지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선아의 보지가 막대를 먹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막대는 선아와 정화의 보지 속에 깊숙이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선아는 박대의 중간을 잡고 움직이니 두 여자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더 이상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더 지켜보고 있으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정화와 선아를 덮칠 것만 같았다.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맛이 쓰다. 나는 건물 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30분 정도 흘렸을까? 건물에서 두 사람의 인영 걸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선아와 정화인 모양이다. 나는 얼른 몸을 숨겼고 그녀들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학교를 빠져나간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뒤를 쫒고 있었다. 그녀들은 지하철 역 앞에서 헤어진다. 나는 누구 뒤를 밟고 있었던 것일까? 발걸음이 멈추었다가 정화의 뒤를 따른다. 나는 선아가 아니라 정화의 뒤를 밟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화가 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접근해본다.

“어머~ 선배님 아니세요. 안녕하세요.”

그녀를 알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인사하는 그녀를 본다. 그녀는 내가 동아리 실에 들어가도 고개만 끄덕일 뿐 소리 내어 인사하는 법이 없었다. 목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좀 전에 들었던 희열이 들떠 있던 목소리가 아니다. 

“안녕. 늦었네. 집에 가는 거야.”
“예~ 학교에서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 잠깐만~ 선배님은 버스 안 타시잖아요.”
“응~ 그냥 지나가는 길에 정화 같아서 한번 와봤어. 시간이 늦었는데 내차로 바라다 줄까?”
“정말이요. 그럼 고맙죠.”
“그럼 주차장까지 같이 가자. 차가 학교 주차장에 있거든.”
“예~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정화는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았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평소 약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이 오늘은 밝게 빛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게 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끌고 나왔다. 그녀는 조수석에 탔다.

“와~ 좋은 차다. 선배 집 부자인가 봐요.”
“그냥 그렇지 뭐~. 이차는 아버지가 새 차를 사시면서 준거야. 집이 어디야.”
“봉천동인데.........봉천동에 도착하면 제가 안내할게요.”
“알았어. 안전벨트 메라.”

차가 출발했다. 내 운전은 거친 편이다. 거기에 속에서 알 수 없는 울분이 올라오니 차가 요동을 친다.

“선배..........무서워요. 살살 운전해요.”

내가 급차선 변경에 신호를 몇 개 무시하고 달리니 그녀는 손잡이를 잡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주었다.

“부우웅~” 

차가 광음을 내며 총알처럼 튀어간다. 그녀는 확확~ 밀려나는 가로수와 다른 차들에 겁을 먹은 건지 눈을 감아버린다. 나는 핸들을 꺾어 올림픽 대로로 접어들었다. 봉천동과는 다른 방향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차가 어디로 달려는지 모르고 있었다. 올림픽 대로로 접어들고 차에 가속을 붙인다. 그녀는 간간이 눈을 뜨지만 차가 계속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눈을 감는다. 속도계가 어느덧 160Km를 향하고 있다. 그때 네비게이션이 반짝인다. 감시카메라를 알려주는 신호다. 차가 급제동을 하니 “끼이익~”소리를 내며 타이어가 바닥에 끌리더니 차가 다시 튕기듯 앞으로 튀어나간다. 그녀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차가 어느덧 서울 시내를 벗어나 미사리 카페촌으로 들어선다. 나는 한적한 카페로 들어갔다. 차가 멈추자 그녀를 눈을 뜬다. 그녀를 주변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여기가 어디죠.”
“미사리에 있는 카페야. 미안해. 말도 없이 와서.”
“왜~ 이곳으로 온 거죠.”
“정화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괜찮다면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휴~ 이미 이곳까지 왔는데 거절해도 소용없죠. 들어가요.”

그녀와 나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는 조용한 통기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한쪽 구석으로 갔다. 그곳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카피를 가져온다.

“물어볼 말이 뭐죠.”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다. 버스정거장에서처럼 밝고 명랑한 어투가 아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조용히 잔을 내렸다.

“내가 왜~ 동아리 실에 가는지 알아.”
“글쎄요. 선배가 좋아서 아닌가요?”
“내가 좋아서!!!!............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니야. 난 널 보기 위해 동아리 실에 가.”
“예?.........저.........절을 보기 위해서요? 그게 무슨 뜻이죠.”
“널 좋아해.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
“지금 작업(?)하시는 건가요? 그런데 어쩌죠. 전 선배에게 관심 없어요.”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남자에게 관심이 없겠지.”

순간 정화의 눈빛이 흔들린다. 나는 다시 커피 잔을 들어 입술을 적신다. 정화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말에 속을 뜨끔했던 모양이다.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자. 언제부터 선아랑 그런 관계였지.”
“그........그게 무슨 말씀이죠?”
“아까 동아리 실에서 다 봤다. 좀 충격이 컸지. 한명은 아끼던 후배고 한명은 마음속에 담고 있던 여인인데 말이야. 쩝~ 기분이 이상하더라.”
“서.........설마.........모........모두 봤어요.”
“봤어.”
“.................휴~ 할말이 없네요. 보셨으니 알겠지만 전 남자에게 관심 없어요. 미안해요.”
“당당하네. 하긴 죄도 아니지. 성적 취향의 문제니까 말이야. 그런데 난 왜 화가 나지. 선아나 너나 나한테 아무 잘못도 없는데..........두 사람한테 화가 나.........웃기지만 배신감을 느낀다고 할까? 나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세요. 선배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대로 하라!!!.................두 사람관계를 학교에 소문이나 내 버릴까? 아니면 가족들한테 직접 말해버릴까?”
“그.........그런 치졸한..........선배 그런 사람이에요.”
“뭐~ 치졸한 인간???.........그래 나 치졸한 놈이다. 여자 약점이나 잡아서 어떻게 한번 해볼까하는 그런 놈이다.”
“이.........이런..........선배 그냥 비밀로 해주세요. 예~ 선배님.”
“싫어. 치졸한 인간이란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죄송해요. 제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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