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 상ㄹ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나는 언제나 어떤 얘기라도 좋으니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진땀을 빼기 일 쑤다. 대개 산부인과 의사라고 하면 주구장창 여자 보지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들 하지만 사실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었다. 대개 나의 일과는 분만, 상담, 검진, 그리고 불임 클리닉에 속해 있는 환자들의 관리로 나눌 수 있었다. 모두가 여자의 국부와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자의 성기에 다른 이들 보다 집착이 심해서 이 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그 이유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의사가문의 혈통을 어떻게 내 대에서 끊을 수 있겠느냐는 열망에 부응 코져 발을 담갔을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석호야, 맨날 새로운 보지, 까보니 너는 얼마나 좋으냐?’

 

 

 

‘야, 말도 마라. 어디 은행원이 하루 종일 돈 세알린다고 그게 지 돈 되는 거 봤냐? 업무상 그냥 만져보고 지나가는 서류 같은 건데, 그게 무신 지 거라도 될 것인 양, 어떻게 얘기할 수 있다든?’

 

 

 

‘그래도, 넌 임마, 내진 하면서 손가락으로 환자 보지 쑤실 때, 아무런 감이 없다는 게야? 속일 걸 속여야지. 아무리 직업이기로 서니 눈 앞에 벌거이 응댕이 까놓고, 보지 쩍 하니 벌리고 있는데 그냥 무심하게 진찰만 한다뀨우? 니가 무신 부처님이나 되냐?’

 

 

 

솔직히 얘기하면 좀 그런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규정상, 내진 시에는 언제나 간호사가 보조로 돕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처럼 환자의 보지에 내 손가락 인양, 바지를 까 내리고 좇대가리를 쑤욱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허튼 수작은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다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이야, 옆에 둘러선 간호사가 알 턱이 없었다. 사실 가지런히 보지 털을 밀고, 누군가 정리해 주었을 것 같은 모습으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환자들을 대할 때는 앙큼한 상상이 들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나도 인간인데…..누가 밀어 주었을까? 보지 털을 밀면서 빨기도 했을까? 남편 일까? 남친 일까?.... 온갖 상상을 해보지만,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눈치에 걸릴까 이내 생각을 접곤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맨 처음에는 환자의 얼굴과 보지의 모습에 대한 뇌 속의 연결고리가 시원찮아서 누가 누구 였는지 구분이 가질 않았지만, 이제는 제법 보지의 모냥새만 대해도 누구의 것인지 금방 감이 오곤 한다. 이걸 가르켜 투철한 직업의식이라고 말하는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응큼한 상상 보다는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환자가 느끼고 있는 수치심을 줄여 주면서, 내진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두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도 영락 없는 의사가 천직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나는 여자들이 검진대에 올라가 두 다리를 버쩍 들어, 벌리고, 다리를 거치한 상태에서, 복부 위로 가림 커튼이 쳐지기는 해도 의사가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지독한 수치심을 느낀 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환자들은 되도록이면, 내진 시에는 조용하게, 그리고, 질문은 나중에, 라는 공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말은 입 밖으로 안 해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일탈적 상상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 이기도 했고…검사 시에 가장 수줍어 하는 부류는 역시, 임신 여부를 검사 받기 위해 생전 처음 가랭이를 벌리는 임산부들 이었다. 나는 특히나 임산부들을 검진 할 때에는 심성을 가다듬고서 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아이를 잉태해서 숭고하게 키워갈, 또는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이들 이었기 때문이다. 설혹 내가 품는 흑심이나 못된 상상이 그 숭고함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 조심하는 것…그런데도 사람들은, 친구들은 의사로서가 아닌, 남자로서의 못된 상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라는 예측을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류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들 이었다. 대개 이런 부류의 표본은 진찰을 받으러 오면서도, 자신은 임신한 사람이 아니걸랑요 라는 듯한 차림새로 온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환자들은 내진 시에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까봐, 꽉 끼는 바지나 스타킹을 꼭 신어야 하는 타이트 스커트나 양장을 절대 입는 법이 없었지만, 그네들은 달랐다. 지금의 이 몸매와 분위기의 지속적인 유지에 선생도 동참해 주셔 라는 듯한 그네들의 뻔뻔스러움이 나는 제일로 싫었다.

 

 

 

‘들어 오세요…’

 

 

 

누군가 똑똑하면서 진찰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앉으세요. 어떻게…’

 

 

 

나는 환자의 얼굴을 되도록이면 뚫어지게 쳐다보질 않는다. 어떤 환자가 나에게 얘기한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환자를 정성껏 보살핀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살갑게 시선을 고정했었는데, 그 환자의 얘기는 달랐다. 그 시선 속에서 내가 환자의 은밀한 부위에 대한 연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혼란스럽고, 창피 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앞에 앉은 여자는 나이가 서른이 채 안된 것 같은 얼굴 이었고, 애띄고, 자그마한 두상의 여자였다.

 

 

 

‘김소은씨, 어디가 불편하신지?’

 

 

 

‘자꾸 피가 비치고, 아파서….’

 

 

 

‘아, 그래요? 그럼 진찰대로 가시죠, 내진을 해야 될 것 같네요. 멘스는 언제 하셨죠?’

 

 

 

‘바로 그저께 끝났습니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간호사가 그 여인이 옷을 벗는 것을 도와 주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검진대로 올라갔다. 지금쯤이면 가리개 커튼이 쳐져 있고, 환자와 나와는 커튼 하나로 분리된 채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진찰대 옆의 커튼을 제치고 들어가, 내진용 장갑을 끼고, 엷게 윤활제를 발랐다. 의자에 앉아서, 벌려진 환자의 부위를 보는 순간, 내 눈알이 본의 아니게 왕방울 만큼 커져 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으흠…..’

 

 

 

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개 많은 여성들의 음부를 보아왔지만, 이런 스타일은 생전 처음 이었다. 친구들이 농 삼아 백마 타 봤느냐, 나는 출장 가서 한번 해 봤는데, 완죤히 라면그릇에 젓가락 휘돌리기 더라는 둥, 갖은 구라 들을 풀어 댔지만, 이번 경우는 좀 틀린 것 같았다. 외부로 돌출된 음순은 그다지 늘어지지도, 색도 검지 않았지만, 그 경구의 초입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기에 그랬다. 애널과 둔덕 사이의 기본적인 한국 여자의 치골구조와 비율을 상회하는 그 환자의 음구의 크기는 과히 연구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총각이었고, 차일피일, 선보라는 가족들의 성화도 뒤로 미루고 있는 나였지만, 도대체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가, 이런 환자라도 만난다면 어찌될까 하는 상상이 앞서기 까질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의 음순을 양쪽으로 조금 벌려 보았다. 끔쩍 놀라는 그녀의 반사적인 경련이, 둔부의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항문의 주름을 깊게 패이게 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회음부와 경구 사이가 그것도 여러 차례 찢어진 흔적이 보이고 있었고, 음순의 좌우에도 피부가 약간 헐어 있었다. 이런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감기약 이라든가 항생제가 함유된 약을 먹었을 경우에, 음구 주변이 벌겋게 부어 오르는, 특이성 알러지 증상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증세와 유사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표피의 상태로 보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발라진 윤활제를 경구 주변에 바르려고 했는데,

 

 

 

‘아얏…..음…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너무 쓰라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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