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 하ㄹ

사실 결혼 하고서, 첫날 밤, 남편과 초야를 치루고, 천장만 바라다 보면서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그 상황을 저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혼전 성교도 없었을 뿐더러, 중매 이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조신하게 교육받고, 커 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첫날밤을 치루고 나서, 그 이의 태도가 점점 과격하고 포악스럽게 변해 가는 것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걸레라는 욕부터 시작해서, 날이 갈수록 그 욕과 저에게 해대는 짓거리가 정도를 넘어서고는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쯔음 가다가 수그러 들겠지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제 성기의 형태가 원래 그런데다가, 너무나 열심히 내둘렀기에 생겨난, 후천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는 자기만의 예측과 상상을 해가면서 저를 들들 볶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후천적 요소는 없고, 오로지 선천적으로 그렇게 타고 나신 것 같은데…. 사실 아이를 출산한 경험도 없으시잖아요? 간혹 아이를 자연분만 하신 분들의 순조로운 분만을 돕기 위해 회음부를 절개 하는데, 별일 없을 거라면서 그냥 놔두었다가 미처 덜 마무리 되어 경구의 입구가 벌어진 채로 아무는 경우는 왕왕 있어 왔지요. 그래서 절개해 놓은 부분은 반드시 꿰매되, 본래보다 조금 바짝 조여서 꿰매게 되죠, 그래서요?’

 

 

 

‘이렇게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 뵌 것은, 진찰 당시에, 제가 신청한 이혼문제 때문 입니다. 남편은 그 이혼 청구 소송이 이유 없다고 맞서고 있고, 저는 물적 증거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선생님께 진찰을 받은 것이죠. 소견서로 제출하거나 아니면, 번거로우 시겠지만 선생님께서 합의 조정 위원들에게 저의 사정을 설명해 주십사 하고요.’

 

 

 

‘글쎄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그래도 그 상처의 내력에 대해 뭔가를 알아야, 저도 저 나름대로의 소견서를 작성할 수 있지 싶은데요. 그리고 소견서만 갖고서, 그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조정위원들인가 뭔가 하는 분들에게 김소은씨 스스로 납득 시키시기에 어려웁지 싶은데…..’

 

 

 

‘말씀 드릴께요.’

 

 

 

그녀는 말을 하려다, 시계를 내려다 보고는,

 

 

 

‘벌써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제가 저녁이라도 사면서 말씀 드리고 싶은데….’

 

 

 

‘그러시죠, 뭐….’

 

 

 

‘지금은 친정에 나와 있어요. 이게 제 핸폰 번호에요. 끝나실 시간 즈음에, 근처 카페에 와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그 환자는 예의 바르게도 내 일정을 망가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상담 시간을 조절하고서는 방을 나섰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데…..

 

 

 

‘따르릉….’

 

 

 

‘여보세요? 저 닥터 진석홉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곧 그리로 나가죠.’

 

 

 

나는 세미나 준비로 집에 가서 날밤을 까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약속을 뿌리치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포티한 차림의 쪽 붙는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반코트를 입은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병원에서 볼 때 보다도 서너 살은 젊어 보이고, 누가 보면 처녀라고 해도 좋을 스타일 이었는데……

 

 

 

‘이렇게 병원 뿐만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괴롭게 해드려서 송구스럽네요.’

 

 

 

‘아닙니다. 다 제 일인데요. 식사는 뭘로?’

 

 

 

‘전 양식이나 패스트 푸드는 별로라서…. 제가 잘 아는 한식집이 이 근처에 있어요. 가시죠. 제가 모실게요.’

 

 

 

그녀는 나를 데리고 근처에서 가까운 그 정통 한식집으로 향했다. 방으로 예약을 이미 해 놓았고, 코스로 된 한국 전통 궁중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상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거지반 요리가 나오고, 식사가 진행될 즈음에 그녀가 얘기를 시작했다.

 

 

 

‘병원에 들어서기 전에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진찰만 하고 돌아갈까? 아니면, 진단서를 끊으러 왔으니, 잘 살펴 달라고 아예 까 놓고 들이댈까? 암튼 무척 복잡한 심정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병원 문턱을 넘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러셨을 겁니다. 부군 되시는 분은 실례지만 연세가…..’

 

 

 

‘저보다 일곱 살이 연상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간혹 나이 차이로 인해 섹스 트러블이 생기는 수도 빈번하거든요. 그래서 여쭈어 본 겁니다. 다른 의도는 아니구요.’

 

 

 

‘저는 결혼 하기 전까지 부부간의 섹스가 그리도 중요한 삶의 과정인지 정말 몰랐어요. 남편의 나날이 부패되어 가는 편견을 대할 적마다,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저를 보란 듯이 키워 놓으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또 어쩌나, 참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셀 수 없이 했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저는 아직 미혼 입니다만, 부부간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하는 언어라는 것이 그것 이고, 나머지 하나가 말은 필요 없으되, 몸이 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발동하는 섹스가 나머지 것이라고요. 저야 뭐, 실감해 보지는 않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아무리 피곤해도 배설 해야 될 정액이 몸 안에 너무 오랜 동안 남아 있으면 괜시리 나날들이 짜증스러워 지는 것을 경험해 왔는데, 그게 그런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남편의 섹스는 좀 달랐어요. 그것은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일종의 보복 같은 분위기 였지요. 저란 사람을 끝끝내 개걸레로 몰아가는 그 파렴치한 궁극의 정점….아마 상상이 가지 않으실 거에요. 저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에는 집안의 물건들을 살펴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요.’

 

 

 

‘가사 업무가 고되신가 봐요?’

 

 

 

‘아니요. 그 반대에요. 제가 살피는 것들은 손아귀에 쥘만한 물건들을 말합니다. 남편은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제 보지에 그 찾아낸 물건들을 쑤셔 넣고 좋아합니다. 손아귀보다 작은 것은 않 박혀 본 것이 없어요. 라이타, 식칼 손잡이, TV 리모콘, 채소란 채소, 과일이란 과일 중에서 좇같이 생긴 것들은 안 쑤셔 넣어본 것이 없을 정도죠. 얼마전 부터는 외국에선 한가닥 외설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하면서, 팔뚝만한 딜도도 모자라는지, 그 놈의 피스팅 인가 뭔가를 한다고, 제 보지가 찢어져라 주먹을 쑤셔 넣는데, 정말 눈이 돌아갑디다.’

 

 

 

‘아니 손을 넣다뇨? 손가락도 아니고설랑….’

 

 

 

‘하긴 애는 낳아 보지도 않았지만… 남편은 그러대요. 애새끼 대가리가 빠져 나오는 보지구녕 인데, 이깟, 손이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발까지 집어 넣으려다가, 싸움이 크게 일어나 이지경이 된 겁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창피해서 말도 못하죠. 이혼 사유가 남편이 좇 같이 생긴 것은 종류를 안 가리고 쑤셔 넣는다 인데, 이걸 어찌, 극단적인 재판 과정이나 이혼 소송이 아니고서 발설할 수 있겠어요? 은밀하게 안방에서만 벌어지는 부부간의 섹스얘긴데 말이죠.’

 

 

 

남편이란 사람은 그녀의 음부가 남달리 황량할 정도로 크고 넓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평범한 좇대가리로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서, 그렇게도 흉측한 물건들을 찾아다가 그녀의 보지에 쑤셔 놓고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간혹 부부 상호간, 합의에 의해 즐겁자고 한다면 모를까, 이건 일방적이고도, 폐해가 지대한,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상습적 인신공격이었고, 정신적, 육체적 테러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상처는 아마 남편의 손톱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생긴 걸 겁니다. 맨 처음에는 순순히 손가락 한 개, 두개, 이렇게 시작하다가 닭 똥꾸녕 처럼 손끝을 모아서는 윤활유를 쳐 발라 쑥쑥 쑤셔대기 시작하죠. 저도 미친 년이지. 그렇게 하는 걸, 내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급기야, 가뜩이나 큰 제 보지 구녕 에다가 기름칠 까지 해댔으니 그 손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쑥 밀려 들어가고, 남편은 보지 안으로 손을 다 쑤셔 넣은 채로 오만 짓거리를 다하고 마는 것이죠. 보지가 찢어질 듯이, 아픈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아마 선생님은 모르실 거에요. 그런 상태에서 손 끝으로 자궁 입구를 주둥이 쥐고 흔들듯이, 쥐어 땡질 때의 그 괴로운 느낌을 말이죠…그게 그 상처의 전모에요. 아마 다른 이상한 것들을 쑤셔 넣어서 생긴 찰과상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행위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며, 그렇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상처를 깊게 만들어, 이를 테면 임신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라든가, 뭐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지탱해 나가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정 위원들에게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것 보다는 부군 되시는 분의 정신감정 의뢰가 더 중요한 증거가 되지 싶은데요…..’

 

 

 

‘그건 이미 남편이 누굴 통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전문의로 부터 지극히 정상이란 소견서를 확보해 놓고 있는 실정이라 들이댈 수가 없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선생님 뿐이라구요. 불쌍한 년 하나 구제해 주신다는 심정으로, 한번 나서 주시지 않겠어요? 제가 이렇게 머리 조아려 빌께요. 저, 그 인간이랑 다신 살기 싫어요. 다시 살아야 한다면 오히려 죽는 편이 나아요. 흑흑… 선생님 도와주세요…. 흑흑…..’

 

 

 

밥을 먹다 말고 내 앞에 엎드려 울고 있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나는 그 날, 식사를 마치고, 다음 주에는 세미나가 있어서 어려울 것 같으니 합의조정 심판 일을 그 다음주로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12월 31일이었다. 이 해의 마지막을 보지 싸움에서 이기려고 발벗고 나서야 한다니, 가슴 속이 찝찝하기는 했다. 나는 진찰실에서 보여준 CD와 함께 소견서, 그리고 노트북 PC를 소지하고, 약속한 그 곳으로 나갔다.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안에서 부르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나와 같이 복도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남편 측에게 소견서를 써 준 정신과 전문의라고 했다. 아마도 이번 합의조정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정신분석 자료 중에서 어떻게 해야 정상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 사전 코치를 한 후에 검사를 하였지 싶었다. 종종 그런 일이 있었기에....그 의사에 이어, 방에서 나오고 나자, 내 이름이 호명 되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조정 위원들의 기초적인 신상 질문을 받았고, 그녀와 같이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도 처음 대할 수 있었다.

 

 

 

‘제가 갖고 나온 자료는 김소은 환자에 대한 진찰 소견서와 그에 관련된 영상 자료 입니다. 그러니까 12월 00일 저희 병원을 방문해서 자궁경부 내시경을 검사 하던 도중, 녹화된 내용입니다. 녹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자, 보시는 것처럼, 저희 병원의 첨단 장비인, 경부 내시경이 천천히 환자의 경구를 타고 들어갑니다. 보이시죠? 불빛이 비쳐 보이는 저 동굴벽 처럼 보이는 것이 환자의 경도 입니다. 자 여기서 포우즈를 하면……제가 가리키고 있는 이 여러 곳의 환부가 보이시죠? 빛이 반사되어 맨질 맨질한 부위와 다르게, 입안이 까진 것처럼, 살갗이 부풀어 올라 찢어진 부위도 있고, 저 곳처럼 부어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부위는 단순히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였을 때는 생길 수 없는 상처들 입니다. 주먹은 물론이고, 과일, 채소, 리모콘, 식칼 자루 등등,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면, 어느 것이고 가리지 않고, 환자의 환부에 상처를 낸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거의 열상에 가까울 정도로 흠이 간 저 부위는 형사상 문제시 될 수 있는, 상해 치상의 범주를 훨씬 상회하는 상처인 것이죠. 만일 저렇게 긁히고, 상처 받은 부위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4주의 입원치료와 그에 더한 3주간의 통원치료, 도합 7주 정도의 치료기간을 요합니다.- 이건 내가 봐도 좀 뻥이긴 했다. 어찌 그런 상처를 가지고 7주가 넘도록 남의 여자 보지 벌려 놓고, 치료하는 척을 할 수나 있을까? – 게다가 환자가 저토록 변태적인 섹스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그 정신적인 피해상황은 아마도 검사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만일 저런 상황의 변태적이고, 폭력적인 섹스가 지속된다면, 균의 감염은 물론이고,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숭고한 권리이자,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진찰을 주관한 본인의 소견입니다.’

 

 

 

그녀가 옆에서 기쁨에 찬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둘러선 위원들은 나의 의견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저런 쳐죽일 쇄끼가 있냐 라는 눈초리로 변해서 남편을 노려 보았고, 내가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나올 때는 거의 성토의 분위기에 가까웠었다. 나는 방을 열고 나오면서 집에 돌아가려고, 가방을 챙기는 그 정신과 의사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메롱!’

 

 

 

내가 들어갔다가 나온 뒤로 한 시간도 채 못 되어서, 두 부부가 서로 다른 희비쌍곡선의 얼굴로 방을 나왔다. 나를 쳐다보며, 두고 보자는 얼굴로 씨벌덕 대며, 자신의 변호사와 사라지는 그 남편… - 다시 보자는 놈들 좇나 안 무섭더라! –

 

 

 

‘정말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 할런지…..’

 

 

 

그녀가 울먹이며, 말을 잇질 못했다. 옆에 있던 여자 변호사도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무 감사 드립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너무 가슴 아팠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도와 주셔서, 단번에 이혼청구가 받아들여 졌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 변호사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몇 번 이고 조아렸다.

 

 

 

‘저야 뭐, 한 게 있습니까?,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증거겠죠…’

 

 

 

변호사는 다음 재판 일정 때문에 바빠서 자리를 떠야 한다고 그랬다. 아마도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도 급하고 일정도 빡씨게 짜여져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하실래요?’

 

 

 

‘식사는 제가 사야죠.’

 

 

 

그녀가 산다는 식사를, 나는 아니라며, 강권적으로 끌고서 그곳을 떠났다. 길거리는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선물을 배달하려는 차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가는 눈발이 거리를 덮기 시작했다. 나는 근처에 아는 중국집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좋다고 대답하고, 눈을 맞으며, 차를 주차장에 놔둔 체, 걸어가기 시작하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애를 써 주셨는데, 이렇게 점심까지 사신다는 건….’

 

 

 

‘괜찮습니다. 저도 긴히 드릴 말씀도 있구요….’

 

 

 

식사를 하는 도중,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고, 나의 이야기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층 구섞의 허름한 방도 두 사람을 가두어 놓은 채로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나는 써비스로 나온 군만두 까정, 날름 집어먹고 나서 배를 팅팅 뚜드렸다.

 

 

 

‘정말 놀라워요. 선생님, 그 말씀, 정말 사실이세요? 저는 도대체 뭐가 뭔지……’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게 오래 전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 직업이 아니고서야, 제가 미세스 김, 아니, 이제는 미스 김이라고 해야 겠네요. 김소은씨 같은 분을 찾기는 너무 어렵지 않았겠어요? 연애를 한다 한들, 제가 제게 맞는 짝을 찾으리라고는 절대 상상 할 수 없잖아요? 이게 다 하늘의 뜻인 거 같습니다. 저보고 결혼 하자고 덤비는 여자들을 허락했다가는 김소은씨와 반대되는 경우로 이혼을 강요 당했겠지요.’

 

 

 

‘그랬겠네요. 그럼…. 혹시…. 그 말씀 진짠지 볼 수 있어요? 그냥 한 번만….’

 

 

 

‘제가 말씀 드린 거 허락하시면요.’

 

 

 

그녀가 잠시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잊었다. 그러자, 고개를 들고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한 채로 말을 잇는다.

 

 

 

‘알았어요. 승낙할게요. 이게 인연이라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끌러 내의와 함께 주르륵 내려 버렸다.

 

 

 

‘허걱!’

 

 

 

그녀의 탄성과 비명….. 절친한 불알 친구 놈들과도 사우나를 같이 않 다녔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봐도, 무궁화의 꽃봉오리 에서 모냥새를 따왔다는 태극기 깃봉만한 굵기와 교통 경찰이 휘둘러 대는 지시봉 보다 더 길다란 내 좇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 좇을 감탄의 눈으로 올려다 보면서 강아지 머리 쓰다듬듯이 쓰다듬으며, 눈물이 촉촉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이게 인연이라면요….’

 

 

 

암, 인연이지, 인연이고 말구, 서로에게 맞춤으로 꼭 맞아 떨어지는 요런 속궁합의 환상적인 일치감…. 난 그래서 이혼 소송의 결말이 내 쪽으로 유리하게 된다면 바로 그녀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녀가 기뻐서 우는지, 아니면 이런 괴물 같은 좇대 랑만 살아야 하는 자기 자신의 신세가 서글픈 건지, 그건 잘 몰라도, 하여튼 간에, 웃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울다가 웃으면 똥꾸녕에 털 무작시리 나는데…..’

 

 

 

‘석호씨가 앞으로 저를 버리지만 않으시면요….’

 

 

 

‘버리긴요? 아니 이렇게 큰 트럭을 평생 어따 주차시킬 겁니까? 소은씨가 나에게 딱 맞는 영원한 주차장 이라니깐요!’

 

 

 

그녀가 웃으면서 그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내 좇에 감겨 혀를 휘감아 온다. 창밖에는 그 치아 처럼 하얀 눈이 두 사람을 축복해 주듯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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