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섬 - 2부

미연은 요 몇일간 일어난 일들때문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었다. 온몸에는 공안 경찰들의 무지막지한 구타때문에 생긴 멍이 수도 없이 나있었다. 중국 경찰들은 인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혈한 들이었고 놀랄정도로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미연은 자신에 대한 태도가 다른 죄수들과는 먼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미연이 말려든 사건이 보통 사건이 아님에 틀림이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미연은 수갑을 찬채 취조실에 끌려와있었다. 눈앞에 앉아있는 취조관이 담배를 피우며 말없이 미연을 노려보았다. 미연은 이미 이 취조관에게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이 사람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조금만 반항적인 말투로 대답하면 바로 무자비한 구타가 내려지는 것이었다. 미연은 몸을 잔뜩 움츠리고 취조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싸인!!!!!"



그가 갑자기 왠 서류를 꺼내 들더니 손바닥으로 탁자를 쾅쾅 두드리며 거기에 싸인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서류는 모두 중국말로 적혀있어서 미연은 무슨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싸인!!!!!!!!!"



미연이 애처로운 눈빛만을 보낼뿐 싸인을 하지 않자 취조관은 매우 화가난 표정을 지으며 빨리 싸인하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미연은 내용을 알 수 없는 서류에 싸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미연이 계속 싸인을 하지 않자 취조관은 안되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연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미연은 눈물을 흘리며 피하지도 못하고 뺨을 얻어 맞았다. 그래도 미연이 싸인을 하지 않자 취조관은 본격적으로 미연을 고문하기 시작했다. 미연의 앞에 펼쳐진 고문들은 미연이 여태까지 받아온 고문과는 그 수준이 틀렸다. 어느정도 고문에 적응되었다고 생각했던 미연도 상상을 초월한 고통앞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 싸인을 하겠어요!! 제발... 그만.. 흐흐흑.... "



미연이 울부짖자 취조관은 비로소 고문을 멈추었다. 미연은 떨리는 손으로 수갑을 찬채 내용도 모르는 서류에 싸인을 했다. 싸인을 마치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알수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일이 있은후 미연은 독방게 갇힌채 멍하니 몇일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그동안 갔었던 취조실과는 분위기가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그 방에는 처음보는 남자가 단정한 양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고생이 많으셨군요. 저는 한국측 변호사 입니다."



미연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한국말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



"어쩌다 이런일에 연루 되셨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지만, 제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나 있어서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미연은 이 남자가 하는 말을 도무지 믿고 싶지가 않았다. 이대로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억울해요. 아무 일도 한게 없다구요. 그냥 중국에 여행을 온 것 뿐이라구요.. 흐흑..."



미연은 말을 다 잊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중국이라 중국법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자백서에 싸인도 하셨고..."



"말도 안돼요!! 그건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한 것 뿐이라고요!"



"하지만 이미 그 서류는 법원에 올라간 상태입니다. 지금에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까지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는 상태라서....."



증인?!!



미연의 머리속에 순간 자신이 잡혀가던 날 함께 잡혀가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남자야 말로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이 모든일에 끌어들인 원흉인 것이다.

미연은 앞에 앉아있는 변호사에게 그동안 분하고 원통했던 일들을 쏟아내듯 계속 하소연 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듣기만 할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전화통화만이라도 할 수 없느냐고 부탁했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 하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결국 미연도 지쳐서 더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미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한 미연을 뒤로 한채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저는 이제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죠?"



"그건 저도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채 변호사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미연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혼자 버려지고 만 것이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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