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길들이기 - 4부

"...이 때 x를 미분하면 기울기가 드러나는데, 이걸 가지고 일단 그래프를 그려본다고, 그러면 말야..."



예지는 수업내용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안 사정상 과외는 고사하고 학원도 다니지 못하는 그녀는 항상 수업에 열심히 임하고, 필기는 물론 그때 그때 드는 의문점까지 기록하며 수업시간에 대단히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리 사이의 느낌 때문에 좀처럼 평소처럼 할 수가 없었다.



"내일부터는.... 갈아입을 팬티를 가지고 와야 할까."



원래 생리가 가까워지면 하나 정도는 예비로 가져오기도 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예지는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미쳤어. 내가 왜 그 자식을 위해 갈아입을 것까지 가져올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그런 짓을.... 못 하게 하면 되는데...."



아까 문예부실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상기하지 않으려고 해도 불현듯 떠오르는 걸 막을 수 없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신과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재혁.... 다가오던 얼굴. 그리고 그녀의 은밀한 부위에 와 닿은 촉촉한 혀 끝.....



"뭐하는 짓이야!"



다리를 확 오무리는 바람에, 재혁의 머리는 예지의 허벅지에 의해 단번에 조여지게 되었다. 재혁은 얼굴을 뒤로 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전에 들어보니까, 그런 재질의 천이 있다고 하던데."

"무슨 재질!!"

"수영복 같은 데 쓰이는 건데, 수분이 닿으면 숨겨진 무늬가 떠오르는 재질 말야. 혹시 알아? 니가 평범한 흰색 팬티가 아니라 물이 닿으면 곰돌이 무늬가 떠오르는 재질로 된 팬티를 입고 있을지?"



예지는 어이가 없었다.



"마...말도 안 돼! 누가 그런 팬티를 입어!"

"모르지. 맨날 곰돌이 팬티만 입고 다녔던 너라면 충분히...."

"아니거든!"

"그러니까, 지금 확인해 본다잖아."

"확인을 왜 그런 터무니 없는 방법으로...."



물을 닿으면 무늬가 떠오른다고 혀로 핥는다? 예지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재혁이 시큰둥하게 말한다.



"싫으면 그냥 가. 나도 집에 갈테니까."

"뭐어? 수업 아직 안 끝났어."

"이런 병신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학교에 오래 있으려니까 쪽팔려 죽을 것 같애. 니가 확인도 안 시켜주는데 나라고 뭐, 계약을 지킬 의무는 없는 거잖아? 그럼 그냥 가야지. 뭐."



삐진 것 같은 재혁의 말투에 예지는 조금 다급해졌다.



"야! 너, 이제 겨우 선생님들이 너한테 칭찬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가버리면..."

"그러면 확인시켜 주던가."



예지는 이 놈을 악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은 악마와 계약을 맺어버렸다. 허벅지에 저절로 힘이 빠졌다. 재혁의 머리를 조이고 있던 허벅지가 스르륵 좌우로 벌려진다.



"그럼, 확인한다?"

"니... 마음대로 해. 대신, 확인이 되면... 너 학교 끝날 때까지 얌전하게 있는 거야. 알았어?"

"그야 물론이지."



예지는 거듭 재혁의 확답을 요구했다. 재혁은 틀림없이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선언하고는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제는 녀석의 숨결이 와닿던 그녀의 팬티 표면으로, 이제는 녀석의 혀가 와 닿는다.



"흡....이....이상해."

"움찔거리지 좀 마. 그대로 가만 있어."



재혁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에 얹어진다. 바깥쪽을 향해 살짝 밀어낸다. 허벅지 속살에 와닿는 타인의 감촉이 생경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생경하기 짝이 없는, 기이하다고도 할 수 있는 감촉이 은밀한 부위에 전해지고 있다. 다리 사이에서부터 스멀스멀하게 피어오르는 어떤 낯선 감촉이 예지의 몸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츄릅- 츄릅- 츄릅-



처음에는 혀끝으로 조금씩 대어보던 재혁의 동작도, 이제는 점점 더 과감성을 더해가고 있었다. 팬티 전체를 핥아먹을 것처럼, 그렇게 혀 전체가 그녀의 둔덕 위를 농락한다. 재혁의 혀에서 묻어나는 침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가... 그녀의 팬티를 더 적시고 있었다. 스멀스멀.... 자신의 느낌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고 있다. 이대로 안쪽에서부터 녹아내릴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자꾸만 든다. 안 돼... 안 돼... 이러다가는 이상해질 것 같아. 그런 생각이 예지의 내면을 휘어잡으려고 한다. 예지는 눈을 크게 떴다.



"그...그만해! 이제 충분하잖아!!!"



간신히 재혁의 어깨를 잡고 밀어낸다. 예지는 숨을 헐떡이며 재혁을 쳐다보았다. 재혁은 입가를 훔치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두 시선이 그렇게 한참을 마주하고 있었다. 예비종이 울렸다. 두 사람은 황급히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로 돌아오는 동안, 둘 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예지는 수업이 시작되고도 한참동안이나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눌러야 했다. 축축해진 팬티의 느낌이 어쩐지 묘했다. 아직도 재혁의 혀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핥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자, 이럴 때는 말이지.... 어디, 반장이 대답해볼래?"

"네?!"



수학 선생이 예지를 보고 있었다. 딴 생각을 하던 예지는 반응이 더딜 수 밖에 없었다. 반 전체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나중에야 알아차린 예지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수학 선생이 다시 묻는다.



"방금 선생님이 써놓은 식을 미분하면 어떤 그래프가 나오지?"

"저....그게.... 그러니까....."



질문에 답을 못 하다니. 예지가 학교에 들어온 이후 처음 직면한 사태가 틀림없다. 수학 선생은 반농담조로 말했다.



"이게 바로 너희가 물리시간에 배우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하는 거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지. 지금 너희 반의 에너지도 아주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구나. 최고 문제아가 멀쩡해지니까 최고 우등생이 수업시간에 딴 생각을 하는군. 음, 역시. 우주의 법칙이야. 딴 짓의 정도가 아주 일정해."



아이들의 폭소가 터져나왔다. 웃음거리의 대상이 된 예지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푹 숙였지만 또 다른 대상자인 재혁은 그냥 웃고 넘기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날 저녁, 예지는 같은 재단의 대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축제 전까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는 공부할 곳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교복을 입고 도서관에 들어올 때 수위가 한 마디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막지는 않는다. 자리에 앉아 책과 문제집을 펼쳤지만 글자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후 수업에 당한 창피가 아직도 머리 속에서 마구마구 떠오른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연습장에 대고 거칠게 선을 죽죽 긋다가 결론을 내렸다.



"다시는 재혁이랑 얽히지 않을거야!"



사실 아까부터 주머니에서 진동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문자가 계속 왔기 때문이다.



[어디갔어? 나랑 어디 좀 가자.ㅋㅋ]

[애들한테 물어봤더니너 대학교에서 공부한다며? 거길 왜 갘ㅋㅋㅋㅋ]

[나와라. 나 앞에 있닼ㅋㅋㅋ]

[빨맄ㅋㅋㅋㅋ]



누가 보냈는지 안봐도 훤했다. 예지는 애써 무시했다. 전화도 왔지만 받지 않았다. 계속 진동이 울리는 것도 신경이 쓰여서 아예 배터리를 빼버리고 공부에만 집중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는 녀석이라 얼마 지니지 않아 평소의 리듬을 되찾았다. 주변은 신경도 쓰지 않고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벌써 이렇게 됐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평상시에는 열한시 정도까지만 공부를 하곤 했는데 벌써 열두시가 넘어갔다. 예지는 가방을 챙겨 귀가를 서둘렀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정리했다. 옷을 갈아 입을 때, 팬티에 손을 대다가 재혁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팬티를 벗다가 생각이 나다니, 최악이야."



예지는 투덜거리면서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배터리를 연결하고 켠다.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뜨자 거기에는 그녀가 받지 않은 통화와 확인하지 않은 문자 수가 표시되었다.



"부재 중 전화 3개,

읽지 않은 문자 24개."



"세상에나."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한다. 문자 몇 개를 읽어보던 예지는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전화를 건 사람과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문자를 하나하나 읽어본다.



[야, 여기 좋다. 여대생들 몸매 죽이넼ㅋㅋㅋ]

[너 열람실 어디야. 못 찾겠닼ㅋㅋ]

[추워디지겠네. 초여름인데왜케추엌ㅋㅋㅋ]

[정문에서기다리니까일루나와. 딴데로 가지말고]

[씨발 니진짜안나오면나내일학교짼다? 구라아님]

[야, 나배터리오링이야.ㅋㅋㅋ 빨랑와.]



그런 식의 문자가 잔뜩 쌓여 있었다. 문자의 흐름을 보아 재혁은 도서관 앞에서 그녀를 죽 기다린 모양이었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흘러나왔다. 예지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도서관 정문으로 갔다. 급히 뛰어오느라 몹시 숨이 찼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억누르며 주변을 살핀다. 야심한 시각이라 사람의 왕래가 뜸했다.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서관 근처에서 한 얼굴을 찾아 헤맨다.



"야! 이재혁!"



정문에서 조금 비껴난 곳에 있는 계단, 거기 맨 아래에 누군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푸른 빛의 가로등 아래에 드러난 그 모습을, 예지는 단번에 알아보고 이름을 불렀다. 벽에 기대어 있던 머리가 스르륵 바로 선다.



"어... 왔냐?"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화라도 낼 줄 알았는데 그러질 않는다. 예지는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더 세게 말한다.



"왔냐가 뭐야, 왔냐는. 여기서 뭐해."

"뭐하긴. 너 기다리잖아."

"누가 기다리래?"

"내 마음이지."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어쩌긴. 니 핑계 대고 내일 하루 학교 째는 거지. 크큭."



여름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한밤중의 바람은 꽤 싸늘했다. 반팔차림의 재혁은 몹시 추워보였다. 예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너 정말!!"

"알았어, 알았다구. 앞으로는 니 연락 없으면 나도 따로 연락 안하마. 그럼 됐지?"

"되긴 뭐가 돼."



재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엉덩이를 털었다. 그리고 예지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근데 이 시간에 기집애가 막 돌아다니고.. 그래도 되는 거야?"

"뭐? 기집애?"

"집에서 뭐라 안 하셔? 늦게 다닌다고?"



예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대답하기 조금 곤란했다. 재혁도 뭔가 눈치챘는지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자."

"어딜?"

"어디긴. 넌 집에 안 가?"

"가야지... 근데 니가 왜 따라와?"

"기집애 혼자 가게 둘 순 없잖아."



예지는 데려다주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또 재혁이가 놀리기 시작할까봐 말을 아꼈다. 별다른 이야기없이 계속 걷던 두 사람은 예지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예지가 도착했다고 이야기하자 재혁은 낡은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기야?"

"응."

"....전에는 여기가 아니었잖아."

"몇 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런가...."



재혁이 기억하는 예지의 집은 임대아파트가 아니었다. 예지의 집을 자기 집과 같이 마당이 딸린 양옥으로 기억하고 있던 그로서는 조금 의외였다. 그는 자신이 놀란 기색을 감추기 위해 예지에게 일부러 짖궃게 말을 건넸다.



"내일도 곰돌이 안 입을 거지?"

"아, 진짜. 그런 팬... 암튼, 그런 무늬, 이제는 안 입는다고 몇 번을 말해."

"그야 네 팬티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

"뭐라고?"



확인이라는 말에 예지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버렸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다행히도 밤의 어둠이 그런 그녀의 표정을 감추어주었다.



"또...또 하겠다고, 그런 일을?"

"그야, 뭐. 당연한 거 아니었어?"



기가 막힌 예지가 무어라 외치기도 전에 재혁은 몸을 돌렸다. 손을 한번 들어보이고는 그대로 자기 집으로 향했다. 예지는 자기 할 말을 못 한게 좀 분하기는 했지만 재혁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어쩐지 화가 누그라들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결석?"

"네...."



3교시가 끝나고, 예지는 교무실에서 담일을 만났다. 재혁이 결석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담임이 예지를 불렀기 때문이다.



"하루... 얌전하게 지내는 게 고작이었나. 거참, 녀석."

"죄송...해요."

"반장, 니가 왜 죄송해? 니가 나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그야...."



예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도서관에서 나오라는 재혁의 메시지를 계속 무시한 건 그녀였다. 물론 일방적인 메시지이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게 마음에 몹시 걸렸다.



"전화기는 꺼있고, 집에서는 아무도 안 받고...."

"혹시 부모님한테 안 해보셨어요?"

"부모님?"



담임은 예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예지는 왜 그렇게 쳐다보나 궁금했다. 담임은 조금 주저하다가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는데 말야. 걔네 어머니가 계시다는 미국은 지금 한밤중일테고, 아버지한테는 뭐, 연락해봤자 별수 있겠어? 서울에서 여기로 내려오지도 않을텐데 말야."

"미국이요? 그리고 서울이라니....?"

"어? 너 몰랐어? 재혁이 어머니 미국에 가 계신 거? 그리고 아버지도 같이 안 살고..."



예지는 고개를 저었다. 담임은 손가락으로 자기 책상을 몇 번 두드리다가 예지에게 말했다.



"음.. 너도 잘 몰랐구나. 뭐, 그 녀석이 결석하는 거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어제는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여줘서 말야. 너의 역할에 한 50% 정도는 기대를 했었거든. 그래서 혹시 아는 게 있나 싶어서 불러보았어. 됐다. 교실로 돌아가봐. 별 일이야 있겠니."



예지는 고개를 꾸벅하고 교무실을 나섰다. 미국과 서울이라. 하나같이 가깝지 않은 동네다. 그나마 서울이야 여기서 기차를 타고 서너시간이면 도착할 곳이라고는 하나 미국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다들 거기에 있다고? 그렇다면 왜 재혁은 일찌감치 전학을 가지 않은 거지? 게다가 재혁의 아버지는 이 지역의 국회의원 아니었던가? 하나같이 그녀로서는 이해 안 가는 것 투성이다. 어제와는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여전히 수업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행여 또 보여지게 될까봐 신경써서 차려입고 온 팬티까지 그녀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했다.



"다시는 재혁이랑 얽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예지의 발걸음은 머리 속 생각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학교가 끝나고, 예지는 재혁의 집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제발로 여길 오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지만, 스스로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인터폰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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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를 좀 빼야 되는데.. 애들이 영 순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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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몹시도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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