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5부

회식 이 끝나고 사람들은 삼삼 오오 짝을 이뤄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런데 나는 갈 수 없었다.



왜 일까?



그녀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부하 직원들을 먼저 보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오늘 좋았어요?”



“네. 팀장 님 의 비밀을 알게 되서 좋았어요.”



난 깜짝 놀랐다.

그녀가 갑자기 내 가슴 께 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런걸 물은 게 아니었어요. 현정씨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거죠?”



정말 창피했다.

그녀는 회식 자리가 어땠냐고 물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멍청한 대답을 하다니.



“회식이 어땠냐고 물었는데 왜 엉뚱한 소리를 하죠?”



“죄송해요. 말의 의미를 잘못 해석 했던 것 같아요.”



“했어요!!”



“네?”



“어중간하게 같네요 는 뭐 에요? 그랬다는 거 에요? 아니었다는 거 에요?”



“그랬어요!!”



나는 바짝 긴장해서 크게 소리쳐 버리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정말 창피하게. 따라와요.”



어?



무슨 일이지?



그녀는 그만 나를 돌려보내야 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따라오라는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했다. 어디를?

나는 무작정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가까이 붙어 걸어요. 말을 걸 수 없잖아요?”



“네.”



나는 조금 더 그녀에게 다가갔다.



“담배 피울 줄 알아요?”



내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녀는 백에서 말보로 한 갑을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진 가늘고 흰 손가락들이 담배 갑에 닿아있는 광경이 묘하게 어색해보였다.



“보통 때 도 묻는 말에 그렇게 늦게 답해요?”



“아니요..”



“그럼 나를 무시하는 건가요?”



“무슨 말씀을.. 절대 아니에요!”



“답답하고 맹하네..”



피유~~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뭉게구름 같은 담배연기가 나오며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희석 되어 퍼졌다.

나는 담배연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것만 은 싫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죠?”



“별로 요.”



“혼자 살아요?”



“사실 자취를 하고 있어요.”



“보기보다 용감하네?”



“네?”



<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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