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27부

제 6장 두려운 초대



놀라셨을 거에요.

이것이 우리 미스 앤 마스터의 진정한 능력이죠.

작은 클럽 정도 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클럽 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마치 마법이 걸려있는 궁전에 갇힌 공주처럼 화려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는 이곳의 전경을 넋을 잃고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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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업무 실적은 어느 회사의 직원들에게나 중요하다. 진급을 꿈꾸고 있는 임원들게는 이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하반 기 에 들어서면 일단 그간 나태하고 업무 능률 면에서 부진 했던 직원들이 가장 고달 프게 된다.

그들 이 평소 즐기던 빠찡코 나 그 외 의 취미생활 일 체가 금지 되게 된다.



회사에서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밀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바쁜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등이라는 목표가 없다.

안주하는 성향이 강한 인간들은 이렇게 나아갈 자리를 스스로 찾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도 하반기 에 들어서면 회사에서 그냥 월급을 주지 않는 다는 사실정도는 실감하게 된다.



툴툴대면서도 남들 퇴근 하는 시간에 퇴근 조차 못하고 잔업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보통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일년 중 막바지 때가 아니면 소위 말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정이 의 생일을 3일 앞둔 오늘 나도 그런 부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세상에.



꼴랑 열명도 안되는 직원을 두고 있을 뿐인데 다들 벌써부터 죽겠다고 난리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여자 직원들 몸매 의 수준에 따라 진급 여부가 결정 된다는 황 전무 가 나를 이곳에 배속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내 몸매가 딸린다는 것이 아니라 수 차례 있었던 그놈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쳤으니 경리과 팀장이 됐다고 좋아하던 내가 쓴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후회 는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부하 직원들이 나를 따라주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싶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황 전무는 일 량이 제일 많은 부서 의 리더 자리에 앉히면 내가 무지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지금 까지는 까딱없다.



조금 업무 성취정도가 떨어지면 나는 평소 보다 약간 표정을 험악하게 바꾸면 그뿐이다.

이후 일은 알아서 풀리니 지금까지 이러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이 자리에 붙어 있다.



황 전무 짜식 네 놈이 회사 여직원들의 몸뚱이를 얼마나 정복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너 따위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두라고!!



어쩌면 이 회사에서 황전무는 나를 정복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웃기지마 짜식아~!



우리 아버지 의 일을 돕기 위해 스파이크 씨의 회사에 들어가기만 했어도 너는 내 발 뒤꿈치도 핥을 위인이 못됐을 거란 말이다.



사실 스파이크 씨는 간혹 한국 관광 차로 들리는 때면 꼭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해결 했다.

근사한 호텔은 그에게 별로 였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들을 보고 오손 도손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좋아 보여 호텔 같이 외로운 곳 보다는 백번 낫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 아버지를 도와 자신의 일을 도와주지 않겠냐고 제의를 한 적도 있었다. 그때 갔었으면 이런 곳에서 힘들게 뻘 짓 할 일이 없었을 텐데... 아니다. 역시 나에게는 나 만의 프라이드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보란 듯이 이 자리에 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평소 보다 더욱 업무량에 시달려야 했다.



현정이도 나에게 말을 걸 수 없을 만큼 바쁜 중이다.

사실 회사 전체가 바쁘다고 해도 좋았다.



임원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좀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맡기고 영업부는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기 위해 각 대리점 들 의 사원에게 특별 지시를 하달한다.

이럴때 누군가 간섭을 하게 되면 정말 짜증이 솟구치게 된다.

특히 장난 전화나 일에 필요 없는 전화가 걸려오면 일의 패턴이 무너져서 다시 그 페이스를 되 찾기 힘들게 된다.



삐리리리..



“젠장! 생각하자마자 바로 전화네.”



어디서 온 전화 인지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나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삼정전자 경리과 팀장 김 유정입니다.”



“김 유정 씨?”



성량이 가는 것으로 보아 여자 인 듯 했다.

나는 영업부 쪽의 전화가 아닌가 싶어 이렇게 말했다.



“경리과 는 지금 아무 문제 없이 잘 하고 있습니다. 그것 보다 각 대리점의 이번 달 판매량은 얼마나 되죠? 통계를 내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아! 바쁘신가 보네요.”



뭔가 이상했다. 아무래도 이 전화는 우리 회사의 일과 무관한 것인 듯 싶었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이런 중요한 때에 인포메이션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잡상인의 전화면 한 마디 해주고 끊으려고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여보세요? 어디 찾으시죠?”



“미스 앤 마스터입니다.”



아뿔싸!

엄청난 쇼크였다.

이 사람들 여기가 어디인줄 알고 이렇게 함부로 전화를 하는거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까 얼른 말했다.



“이봐요.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면 어떻게 해요?”



“걱정마세요. 이 전화 통화 만큼 은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죠?”



“그냥 유정씨 만 모르는 비밀이 우리 쪽에 있다고만 알아주세요.”



“착신 번호를 조사해보면 그쪽 의 번호가 나올텐데요?”



“그렇다면 함부로 회사로 했겠어요?”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요즘 전화기 들이 착신 번호를 추적하는 일 쯤은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가?

그러나 여자는 정말 개의치 않는 목소리였다.



뭔가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바쁜데 죄송하지만.. 이번에 저희 쪽에서 가을 분기 회원 모집을 조금 일찍 끝내게 되었어요. 그래서 연락 드린 겁니다.”



“가을 분기 회원 모집이요?”



나는 목소리를 작게 하며 물었다.



“네. 본래 의도 하고는 다르게 되었지만 어쨌든 김 유정 씨의 교육 일정이 10월 14일로 잡히게 되었음을 말씀 드립니다.‘



“10월 14일이요? 왜 그렇게 빨리?”



“저희 도 지금 회장님의 결정에 당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회장님요?”



괴상한 클럽에 회장씩이나 있다는 소리를 믿어야 하는지 몰랐다.

무슨 인터넷 카페처럼 클럽의 회장 직 이라는 것을 만들어 둔 걸까?



“너무 갑작스러운데.”



“저희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 일정이 늦어져 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 그냥 이참에 받으시는 게 어때요?”



한참이나 망설여 졌다.

현정이를 이해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니 괜한 일에 말려드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금 후회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이런 전화를 받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 하자는 결심이 있었던 이상 어떻게 든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좋아요. 14일이면..”



“정확히 다음주 금요일입니다.”



“그렇군요. 정확히 일주일 중의 업무가 끝나는 날이군요.”



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음성으로 준비물등과 약속 장소를 말해줬다.



“참가비 50만원이요?”



너무 과하다 싶은게 아닌가?

교육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참가비만 50만원 이라니?

나는 점점 이 클럽이라는 곳에 의심이 갔다.



“저희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실제로 참가비 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도저히 그녀에게 사기 아니냐는 말은 하지 못하고 나는 단지 참가비 가 비싸다고만 말했다.



“참가비 가 왜 비싼지는 교육을 받아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교육을 마치는 순간 당신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될 테니까요.”



뭐가 뭔지 헤깔리는 대답이었지만 워낙 이상한 곳이니 만큼 그러려니 했다.

일단 그녀를 믿어 보기로 하고 나는 그날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럼 그때 뵙죠. 수고 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자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다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것 봐. 결국 일의 페이스가 무너지게 되면 이런 꼴이 되잖아?

다시 일을 하는데 있어 수월해진 감이 있을 때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런 때 만큼은 꼬박 꼬박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이 귀찮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은가? 인간이라면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라도 먹어야 하니까.



배부르게 먹으면 두뇌회전이 느려지고 잠이 쏟아지게 마련이라 나는 간단히 커피 와 쿠키 정도만을 먹었다.

현정이는 역시 다른 직원들과 식사를 하겠다고 나만 쏙 빼놓았다.

하긴 나랑 같이 어울려 봤자 팀장 측의 스파이라는 의심 밖에 사지 못할 것이다.



일개 직원이 상사 와 어울려 봤자 동료들간에 좋은 소리는 못들을 테니까.

나는 그녀를 이해하며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여보세요? 점심 시간인데 죄송해요. 경북 대리점 쪽의 하반기 실적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데이터가 늦어져 그 부분 만 빼 놓은 상태 인데요. 네? 오늘 중으로 들어온다고요? 그럼 퇴근 시간 전 까지 들어오는 거에요? 늦어지면 저도 몰라요.”



보통 대리점 들은 이렇게 침을 한방 쏴주지 않으면 한참이나 일을 느릿하게 한다.

솔직히 본사 나 지사처럼 위에서 그리 쪼을 사람도 없고 특히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판매점 이니 만큼 서류를 훑어보는 업무 는 뒷전이고 판매에만 급급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오늘도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판매성적을 올리는 대리점이 되기 위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 되는 돈이 제법 쏠쏠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어휴~ 몸이 두개 였으면 좋겠어.”



점심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사무실은 전쟁터로 변했다.

다들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나 또한 고양이 손에 펜을 쥐어주고 싶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럴 때면 가장 일처리가 늦는 직원들이 밉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빨리 빨리 서류를 넘겨줘야 내가 검토해 보고 임원들에게 올리는데 그 일이 늦어지게 되면 내가 아무리 일을 빨리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동현씨. 미애씨. 아직 멀었어?



“네 다 되가요!!”



하긴 저 사람들도 지금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속도를 높이면 그들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 쓰지 않던 기력까지 다 쥐어짜야 한다.



몇 시간이 흘렀을 까?



“흠.. 오늘은 그래도 이걸로 그럭저럭 일 단락 되었네?”



내 말을 듣고 사무실 은 금새 아수라장이 됐다.

함성들을 올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무사히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이다.

하지만 한 달 정도는 계속 이런 일상을 보내야 하니 앞 들이 캄캄 하기도 할 것이다.



이럴 땐 팀장의 권위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부하직원들을 돕는 길이다.



“모두들 오늘은 칼 퇴근 들 하세요. 아무 생각 말고 집에서 푹 쉬고 월요일날 다시 싸우는 거에요. 동현씨.를 비롯해서 남직원들은 술자리를 삼가고 제 말대로 집에 들어가 쉬세요. 월요일 날 봐서 업무 처리 속도가 제일 늦는 사람은 제 말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겠어요.”



남자들은 금새 쓴 약이라도 목에 걸린 듯한 표정들을 지었다.

일주일 중의 업무가 무사히 끝난 지금 생맥주 집에라도 가서 시원하게 한잔 꺽 고 싶은 마음들이 있을 거라는 것은 알지만 때가 때인 만큼 주의가 필요했다.



“그럼 휴일 잘 들 보내세요.”



사무실은 순식간에 썰렁해졌고 나와 현정이만 남았다.

직원들은 현정이가 제일 늦게 퇴근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이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 바탕 소동이 날 것이 뻔하다.



“언니 바빠요?”



“걱정 마 오늘은 현정이 하고 같이 들어갈 수 있어.”



“와~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인데요?”



나는 더 이상의 일을 중지하고 책상 위를 말끔히 정리했다.

모니터를 끄고 컴퓨터 전원을 끈 순간 현정이도 준비를 마쳤는지 자신의 책상 아래로 의자를 밀어 넣고 있었다.



“가요.”



“그래.”



자신을 위해 내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지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나는 이 아이에게 이것 만큼 의미가 되는 선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필시 좋아할 게 분명하다.



“이제 삼일 남았네?”



“뭐가요?”



“장난해?



“아!~~”



현정이는 머리를 크게 끄덕이며 잊었던 일을 어렵게 생각해 낸 것 같은 제스츄어를 보였다. 이것이 정말?



“역시 생각해 봤지만 모르겠는데요.”



나는 그녀의 등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손바닥으로 때렸다.

얇은 원피스 만 입고 있어서 그랬는지 살에 달라 붙는 듯한 느낌이 왔다.



“아아아아악~!”



“미안해. 많이 아파?”



“그럼 언니도 맞아 보세욧!!”



미쳤냐? 정말 아팠을 것 같은데 그러게 이런 가을 날 왜 그렇게 얇은 옷을 입어?



현정이는 금세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정말 죽고 싶은 것이더냐?



“니 생일 삼일 남았다는 소리를 그렇게 듣고 싶은 거냐?!”



결국 나는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 그거요? 그러면 생일이 삼일 남았다고 말하면 됐잖아요?”



“저기 말 야. 텍사스 연쇄 살인 사건 애기 들어 봤니? 그 사람의 심정을 왜 지금 순간 이해하게 되는 걸까?”



현정이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갑자기 아침처럼 냅다 도망쳤다.

거기 안서 이것아.



나도 죽기 살기로 그녀를 쫒아갔다.



“너 잡히면 정말 죽어!!”



하이힐을 신고 저렇게 잘 달리는 애는 난생 처음 보았다.

나는 얼마가지 않아 발목을 겹질릴 뻔 하고 쫒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생각 같아서는 맨발로라도 쫒고 싶었지만 지적인 내가 참아야지 머



집 앞에 도착 하자 나도 현정이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중국 음식을 시켜 배를 채웠다.

요즘 들어 통 헬스 장에 못 갔는데 정말 그녀의 말처럼 살이 찔까 두렵다.

난 몸매 관리를 생명처럼 생각하는데?



“생일 날 선물 뭐 해 줄까?”



“그런 건 주는 사람이 알아서 해야죠.”



“그래도 힌트를 줘야 원하던 선물을 받을 수 있잖아?”



“차.”



“우롱차? 녹차? 아니면 둥굴레 차?”



“스포츠카.”



“스포츠 차 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 차는 향이 생명인데 그 차는 어떻대?”



“진짜.”



그녀가 새치름하게 눈을 흘겨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코! 왜 머리를 때리고 그래요?”



“내가 차 소리는 하지도 말랬지? 차가 애들 이름 이냐?”



“그럼 그냥 쵸코 파이에 양초나 꼽아 줘요.”



현정이는 무슨 녹음기처럼 며칠 전 말을 반복해 하고 있었다.

쵸코파이로 얼굴을 문대줄까 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선물이라면 뭐가 있을까?”



“의미 있는 선물?”



나는 그녀가 어느 정도 감을 잡기 바라면서 슬쩍 운을 떼봤다.



“뭐 의미 있는 선물이 있다고 해도 언니는 못해줄걸?”



왜?



내가 네 속을 모를 줄 알아?

이미 다 준비 되어 있는데. 이제 네가 크게 놀랄 일만 남았다.



“한 가지 가 있기는 한데.”



현정이는 검지를 입술 아래에 대며 약간 고개를 돌린 체로 혼잣말 하듯이 말했다.



“뭔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뜸들이지 마라 잉!

뭐 본인은 말하기 힘든 문제겠지만.



“에이~~ 역시 안되겠어.”



“뭐냐니까?”



“아니야. 됐어요. 언니. 그냥 화장품 셋트 같은 걸로 해줘요. 왜 요즘 좋은 거 많던데.”



그녀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

많이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자신에게 변태의 성향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현정이는 언뜻 자신의 이상한 성향이라는 것을 말 한 적이 있었지만 다시 말하고자 하니 안 되겠는지 많이 망설였다.



“언니가 주는 선물은 뭐든지 의미가 있을 거에요.”



끝까지 말을 돌리는 현정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정말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렇다니까요!“



원하는 것을 말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하는 현정이가 안스러워서라도 나는 이번 일에 약간의 희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스 앤 마스터 의 교육이라는 것을 선뜻 받겠다면 현정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28 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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