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 3부 4장

박 차장 3-4



이른 아침부터 영업3팀의 사무실은 왁자지껄했다. 금요일 밤에 받은 주문서를 정리한 정 대리가 주문량을 팀원들에게 공개해서다.



“놀라지 마세요. 저희가 타이거스 클럽에서 받은 주문량이 650 세트, 매출 가격으로 치면 4억원에 육박하는 액수의 주문량 입니다.”



“우와…대단한데요…전 무대뽀로 영업해서 겨우 10세트 주문 받았는데…”



“육 대리님. 그거 모르셨죠? 구렁이 보다는 코끼리가 힘이 쎄다는거. 우히히히.”



안보영씨의 말뜻을 모르는 육 대리와 고 대리는 갑자기 코끼리가 나와서 의아해 했지만 옆에서 듣던 정 대리는 거의 허리가 뿌러질 정도로 웃어댔다.



“깔깔깔…차장님. 솟옷을 갈아입으셨어요?”



“아…고만하고, 육 대리도 수고 많았어.”

“주문서는 정 대리가 깔끔하게 액셀로 정리했으니까, 엑셀 파일을 고대리가 받도록 해요. 그리고 거기다가 육 대리 주문 받은 것도 집어넣고. 타이거스 클럽의 입금 가이드에는 빠삐용 계좌번호를 넣었고 육 대리는 ** 계좌번호를 넣었으니까. 오늘부터 입금 확인하고 확인되는데로 order 를 넣도록 하세요. 그리고, 배송은 고객한테 개인적으로 배송되는게 아니라 **로 오도록 합니다.



“왜 그러죠? 차장님…우리 일손이 별로 없는데…”



“우리가 힘들게 고객과 연줄이 이어졌습니다. 제품 하나하나를 고객에게 직접 우리가 건네주고 인사드릴 겁니다. 다른 고객 하나라도 더 연결이 될 수 있도록 배송 시에도 항상 주문서 제품 카탈로그, 그리고 샘플 지니고 가시는 것 잊지말고. 고 대리는 샘플도 더 주문하도록 하세요. 샘플은 이번에 고객들이 많이 선호한 디자인으로.”



“그리고…오늘 회식입니다. 제가 좋은데로 준비할께요.”



영업3팀은 그 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에 은행 구좌를 확인해 보니 주문량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입금이 확인된 것이다. 정 대리와 안보영씨는 아직 입금이 확인되지 않은 고객에게 연락을 하여 다시 한번 주문을 상기시켰다.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었다. 영업3팀은 보영과 정 대리의 차에 나눠타고 장우가 마련한 회식 장소로 향했다. 장우가 영업3팀을 데려간 곳은 지난 번 기석이 자신을 데려갔던 일식집이었다.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이 께름직했지만 장우는 식당의 현관을 들어섰다. 소박하지만 정갈했던 그 날의 음식 맛을 장우는 잊을 수가 없었다.



식당 현관을 들어서자, 종업원이 정중히 인사를 하며 예약 여부를 물어보았다. 장우가 예약 없이 왔다고 하니, 종업원이 얼굴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손님, 저희 예약이 모두 되어 있어 지금 식사하시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종업원이 장우 일행에게 정중히 거절 인사를 하는 도중에 일식집의 사장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다시 찾아주셨네요.”



“네…안녕하세요. 팀원들하고 회식이나 할까하고 왔습니다만, 제가 예약을 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다음 기회에 와서 먹어야겠네요.”



“어머…그러셨어요? 잠시만요.”



여사장은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묻고 듣더니 다시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잠시만 여기서 앉아게시겠어요? 저희 직원 말씀처럼 모든 자리가 예약이 끝났습니다. 괜챦으시면 안채에 자리를 마련해 드릴께요.”



“저야…여기 음식 먹으러 왔으니까.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지요. 그런데 제가 번거롭게 해드리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박 선생님 오시기 기다렸습니다.”



“네? 네이…”



여사장은 장우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종업원이 갔던 방향으로 바삐 갔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정 대리가 장우의 옆에 섰다.



“차장님. 여기 사장이랑 잘 알아요?”



“아니. 친구가 다니는 곳인데, 전에 친구 따라 한번 왔어.”



“근데, 한번 온 손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지 않나, 오기를 기다렸다고 하질 않나, 예약이 다 차서 손님을 받지 못하는데도 굳이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나…뭔가 스토리가 껄적지근하지 않아요? 거기다가 손님한테 주는 눈길이 뭐 그래요? 마치, 오랫동안 사랑했던 님 맞는 사람 같은데…”



“거참…정 대리님 왜 그러세요? 그냥 사주는 밥 맛있게 먹으면 되는거지. 정 대리님도 오바하는거 알아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 대리님이 차장님 싸모님이라도 되는 것 같다고요.”



“안보영, 너 죽을래? 상관의 생활을 건전하게 유지시키는게 아랫것들의 도리거늘.”



“이것 보세요. 정 대리님. 제가 보기에도 예민하신 것 같네요.”



“육 대리도…우씨…제가 정말 이상해 보여요? 고 대리님…?”



“글쎄, 조금은…그런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세요?”



“고 대리까지 왜 이럽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깐.”



장우와 일행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여사장이 다시 일행에게 닥아왔다.



“안내하겠습니다. 방이 좀 누추하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일행은 여사장이 안내하는데로 홀을 가로질러 식당과 그 뒷 공간을 격리하는 문을 통해 들어갔다. 일행이 들어간 곳은 식당이라기 보다는 일본식 가정집과 흡사했다.



“좀…이상하죠?”

“사실은 제가 사는 곳이에요. 누추하지만 응접실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응접실에는 6인용 앉은뱅이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의자가 역시 6개가 놓여 있었다. 주인의 취향을 말해주듯이 책과 몇 개의 그림들만이 응접실을 소박하지만 고급스럽게 장식하고 있었다.



“이거…저희가 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저희 식당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앉으세요. 차장님이 이쪽 편 가운데 앉으시고요. 출입구가 가까운 차장님 옆 자리는 제가 앉겠습니다. 주방하고 거리가 있어서 큰 그릇으로 요리를 가져오면 제가 서빙하도록 하겠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정 대리는 여사장이 앉으려던 자리에 앉으려다 여사장의 말을 듣고는 냉큼 장우의 다른 편 자리에 앉았다. 오우! 질투의 화신 정 대리여…



영업3팀은 맥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하고 순서에 맞춰 들어오는 요리를 먹었다. 전복 전채, 일본식 소스가 곁들인 샐러드, 초밥, 튀김이 나오고 음식이 들어올 때 마다 여사장이 정성껏 음식을 팀원들에게 나누었다.



“햐…저도 입맛하면 한 입맛 하는데…역시 차장님 입맛을 못 따라가겠는데요. 정말 따봉 요리입니다.”



“부잣집 아들이 이런 소리하면 정말 인가봐요. 차장님. 저도 정말 맛있는데요. 제 가운데가 막 꿈틀거려요.”



장우는 팀원들이 저 마다 음식을 맛있다고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죽을 맛이었다. 장우의 옆에서 음식 시중을 들 때 마다 보여지는 여사장의 기모노 타입의 옷 사이로 보이는 하얀 허벅지가 눈에 들어오고 그 때 마다 장우의 가운데가 힘을 받는 것 같았다. 여사장의 하얀 허벅지를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거기엔 또 다시 눈부시게 아름다은 정 대리의 발이 보였다.



“이 사람들이 날 죽이려 작정했나? 정말 죽갔구만…”



“차장님…어디 편챦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아! 고 대리…괜챦아요. 수고 많이 했는데 어서 드세요.”



얼굴이 벌개져서 젖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장우를 위해 고 대리가 생선찜 요리를 발라서는 장우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환장하겠구만…고 대리까지…빨랑 나가야지.”



“오늘의 마지막 요리입니다. 나베전골 입니다.”



일본식 화로가 나오는가 싶더니 주물로 만들어진 예쁜 냄비에 전골이 나왔다. 전골이 끓자 여사장이 무릎을 꿇은 모양새를 바꿔서 한 쪽 다리를 들어서 앉았다. 아마도 뜨거운 음식을 안전하게 담고자하는 자세겠지만, 장우에겐 여사장의 허벅지 안쪽살이 그대로 보여지는 위태스러운 모습이었다. 장우의 가운데가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고 장우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이번엔 정 대리와 눈이 마주쳤다. 정 대리는 화가난 듯 입술을 뾰루퉁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아고… 정 대리가 또 봤구나…”



앞으로 고개를 푹 숙인 장우의 허벅지 바깥 쪽을 살며시 쓸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푹 숙인 소개를 약간 돌려서 보니 정 대리가 발을 가지고 자신의 허벅지 바깥쪽을 터치하는게 보였다.



“우욱…안돼. 더 이상 있다가는 폭발할 것 같아.”

“나…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장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화장실을 간다며 황급히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우씨…이거 세워진 거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완전 날 변태 취급할텐데…”



장우는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자지를 어렵사리 팬티에서 꺼낼 수 있었다. 사그러들어야지 오줌을 눌 수 있는데…



장우가 다시 응접실로 들어온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차장님, 큰 거 봤어요? 저흰 다 먹었어요.”



“으응…갑자기 너무 많이 먹었나봐. 난 그만 먹을게.”



“근데, 차장님 저 한 가지 여쭤봐도 돼요?”



“고 대리, 물어보세요. 너무 아프게 말고!”



“우~ 썰렁. 썰렁. 썰렁.”



“후훗…다름이 아니고 이번 타이거스 클럽 주문 건이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주문을 딸 수 있었는지. 안보영씨도 정 대리도 웃기만 할 뿐 말을 안해줘서요.”



“그거…그냥 우리 팀웍이지요. 뭐…”



“팀웍은 몬 팀웍? 차장님이 다 하셨쟎아요. 거기서 영화도 한 편 찍었어요.”



“정 대리!!!”



“저…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아…사장님, 무슨 말씀인지…”



“저…제 이름은 지영이에요. 백지영. 사장님, 사장님 하니까 이상하네요. 그냥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리고, 그 날 차장님 참 멋졌어요.”



다음부턴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 여사장이 얼굴을 붉히며 장우가 그 날 참 멋있었다고 말했다. 장우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처럼 할 말을 잃었다.



“그럼…사장님…아니…지영씨도…”



“네. 저도 타이거스 클럽 회원이거든요. 그 자리에 저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차장님인가 의심스러웠지만…호호호. 그래서 저도 언더웨어 주문서를 냈는걸요.”



장우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우…여기에 자신의 자지를 본 여자만 3명, 거기다가 발기한 자신의 자지를 본 여자만 2명…



“그리고, 차장님…”



“으…네?”



“그날 밤은 참 어두웠죠? 구름 속에 갇힌 달이 빠져나올 줄을 모르더라구요….”



“웁! 네? 네! 그날…아…전 맥주 한 잔 마시고는 뻗어버려서 잘 기억도 안 남니다만.”



“네…그러셨을거에요. 그날 긴장 많이 하셨을테니까요.”



그렇게 말 하면서 지영의 볼이 붉어진다. 과일을 깍는 그녀의 손이 약간씩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니야. 그건 꿈이었을 뿐이야. 난 그날 꿈을 꾼거라구…”



장우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이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 우리 집에 초대할게…아…우리 집이 아니고 내 집이지. 이태원 해밀턴 호텔 건너편에 있어. 1층에는 편의점이 있고, 2층에는 노래방이 있는 건물인데. 하긴 퇴근하고 같이 가면 되겠군.”



“내 집이요? 왜 우리 집이 아니고 내 집이에요? 그리고 차장님 집은 강남인데…”



“응…나 독립했어.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이혼했어.”

“이혼하고 퇴직금 가지고 몸만 나왔거든. 퇴직금 일부는 빠삐용에 투자하고 남은 돈으로 전세를 얻었지. 옥탑이야. 밤에는 뒤로 남산 타워가 보여. 삼겹살하고 소주하고 곁들여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저흰 그것도 몰랐어요. 차장님. 근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집들인데 필요하신 것 말씀해보세요.”



“아니야. 그 동안 많이 꾸며놨어. 필요한 건 없어.”



“그럼 저희가 알아서 살께요.”



“저 차장님..”



“네…사장님…아니, 지영씨.”



“저 괜챦으시면 저도 그날 끼워주시면 안될까요?”



“네? 사장님 여기 영업은 어떻하시고…?”



“제가 하루 없다고 별 일 있겠어요? 여기 손님들은 저희 주방장 보고 오는 손님이에요.”



“삼겹살이 괜찮으시다면 오세요. 환영입니다.”



“고맙습니다. 그 대신, 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삽겹살을 아주 많이 먹을거 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왁자지껄한 사이에 정 대리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자신도 이혼한 사실을 이제 팀원들에게 알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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