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eye(고양이눈) - 33부
2018.09.28 08:40
외전 은성의 과거 - 은성의 첫번째 노예...(상)
은성은 제대하자 마자 일을 시작했다. 제대한날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에게 (조선)전자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고 뜻밖에도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담담히 승낙했다.
그리고 은성은 (조선)전자를 경영하면서 동시에 현대의 상위 귀족다운 호화로운 삶은 누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까지만해도 하숙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그의 집은 (조선)전자의 34층짜리 본사 빌딩의 펜트하우스로 옮겨졌고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그들중에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지닌 교수, 장관들도 있었고 (조선)전자와의 관계를 위해 찾아온 외국 바이어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별볼일 없는 어중이 떠중이들도 존재했다. 모두 이번에 새로 (조선)전자의 사장이된 은성에게 잘보이기 위해, 혹은 친분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고등학교때까지 스캐쥴이란 단어와 무관하게 살았던 은성이었지만 의외로 그는 빡빡한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갔다. 불과 석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는 무난한 경영능력으로 (조선)의 뛰어난 인재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은성씨!"
막 자신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은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상대가 여자라는 점과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을 생각해 짐짓 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를 부른 것은 한명의 목소리였지만 그에게 다가온것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명의 미녀였다. 먼저 그를 부른 것으로 보이는 여성은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미니 스커트와 무릎까지 올라온 검붉은 가죽부츠가 그녀의 도도한 매력을 더해주는 여성은 국방부 장관의 외동딸인 이지나이라는 여성이었고, 그녀의 뒤에서 다소곳이 정숙한 숙녀인양 하얀 원피스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은 여성은 (혜성)그룹 회장의 장녀 신초연이었다.
"이제 오셧나봐요? 초연이랑 은성씨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무척 오래기다렸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투덜거리는 지나의 옆에서 초연은 그녀에게 눈치를 주며 은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실례는요.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초연이가 은성씨 보고 싶다고 해서 왔어요. 없으니까 그냥 가자고 해도 친구인 제말도 안듣는걸요?"
"얘, 얘!"
미쳐 자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은성에게 그녀의 본심을 말해버리는 지나를 책망하듯 초연은 당황하며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재미있다는듯 깔깔 웃으며 그녀를 놀리는 지나와 초연을 보던 은성은 마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녀들에게 말했다.
"바쁘시지 않다면 잠깐 차한잔하고 가시죠."
"어머?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초연씨도 같이 가실껀가요?"
"네? 네에.."
은성이 깔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초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들이 다시 닫혀진 엘리베이터 문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음날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다.
"후우~"
침대위에서 바지만을 입은 반나체로 몸을 기댄 은성은 끝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고 다시 내뱉었다. 어젯밤부터 두명의 여성을 상대로 질퍽한 섹스를 벌인탓에 나른함을 만끽하던 그는 문득 하얀 침대시트 위로 번저있는 핏자국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야.. 처녀였나? 후후."
처녀인 쪽은 옷차림부터 숙녀의 분위기를 풍기던 초연이었다. 잠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는 조금 예상 외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처녀를 뚫었다는 기쁨에 다시 침대위로 몸을 맡겼다.
뒷 조사로 인한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지나와 초연은 자신이 다녔던 화연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 대학은 서로 달랐지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던 그녀들은 정보에 의하면 BlackRose(검은장미)라는 여학생 불랑 써클에서 오공주라고 불리며 여학생들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녀들이었다.
특히 의외로 아직 성경험이 없는 듯 보였던 초연은 오공주들 중에서도 여왕, 즉 짱의 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런 그녀가 처녀라니...
"뭐 보고서에서도 초연의 경우는 남자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니... 당연한 건가?"
보고서에 의하면 초연의 경우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인 적이 없으며 그녀 또한 남자의 집으로 들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지나의 경우 클럽으로 가는 횟수와 러브호텔로 가는 숫자가 동일했다.
은성의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 마자 고급 양주를 마시기 시작하던 지나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잠이 들어버렸고 친구가 잠들어 얼쩔줄을 몰라하던 초연은 얼떨결에 은성에게 몸을 허락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한참 정사를 치르는 도중 갑자기 지나가 침실로 들어왔고 술에 취한듯 그녀는 초연과 섹스를 하고 있는 은성에게 달려들었다.
삐비빅..
CCTV를 통해 화가난듯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초연과 그녀를 뒤따르며 사과를 하는 지나의 모습을 감상하던 은성은 인터폰이 울리자 팔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무슨일이야?"
-사장님, 최성철이라는 남자분께서 연결해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연결해."
-알겠습니다.
"삑!"하는 소리와 함께 비서였던 여성의 목소리대신 시원한 남자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여어~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뭐야?"
-아, 오랜만에 연락드렸는데 정떨어지게 그러시지 마시죠. 큭큭.
"용건이나 빨리 말해. 이미경소위 찾았나?"
-그렇습죠. 큭큭. 그년 경력이 화려하더군요. 알고보니 제 밑에 애들중 한명도 그년한테 먹혔다지 뭡니까. 흐흐흐. 아무튼 그년 어떻게 할까요?
"잡아. 일끝나는데로 가지."
-흐흐. 알겠습니다. 그년 퇴근시간이 한 6시쯤되니 7시쯤에 오시죠.
"그러지."
은성은 다시 버튼을 눌러 연결을 끊었다. 잠시동안 침대에 몸을 기댄채 조금씩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은성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출근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즐거울것 같군."
6시 45분. 은성은 도시 외곽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자신이 애용하는 그들의 아지트는 도시에서 제법 벗어나 위치한 폐건물이다. 주변에 인가도 없어 웬만하면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었다.
지은지 10년은 넘어보이는 허름한 3층짜리 건물앞에 차를 세운 은성은 두명의 사내가 지키고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건물안은 난장판이었다. 20여명의 불량배들이 가득한 그곳은 약 5명의 여성들이 불량배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었다. 이미 걸친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체인 그녀들은 눈빛이 흐리멍텅한 것이 이미 모든것을 포기한 듯 보였다.
은성은 그들은 본채만체 곧바로 2층으로 올랐다.
"큭큭. 오셧습니까?"
2층으로 올라서자 한눈에 보기에도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듯 보이는 사내가 은성을 맞이했다. 잠시 무표정하게 그를 본 은성은 그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는 두명의 여성이 의자에 묶여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한 여인은 군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었고 다른 여인은 이제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미녀였다.
"안녕하십니까. 소위님."
은성을 본 군복을 입은 여인이 은성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떳다. 소위라는 직업에 맞게 상황판단이 빠른 그녀는 자신을 납치한 배후에 은성이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절망감, 그리고 은성의 군시절을 떠올리며 묘한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인 은성을 그녀 특유의 독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후후. 그렇게 노려보지 마시지요. 전 당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자지를 마음껏 제공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 뿐이니까요."
"이.. 이으어어어!!"
입에 물린 재갈로 인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미경의 뜻모를 외침이 은성을 향했지만 은성은 미경에게서 눈을 돌려 그녀의 뒤에 함께 묶여있는 여성을 보았다.
"저 여잔 누구지?"
은성이 이십대 중반의 미녀를 보며 묻자 은성을 안내해온 사내가 조금 곤란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저.. 그게 목격자입니다."
"목격자? 대충 알아서 처리해."
"실은... 저 녀석이 제 동생이라서 말이지요. 헤헤."
"뭐? 흐음..."
은성은 사내의 말에 의외라는 듯 다시한번 여인을 보았다. 턱선을 따라 비스듬히 잘린 검은 머리, 잔득 독기 어려있지만 오히려 도도해 보이는 매력적인 눈동자, 도도한 그녀의 콧대를 보여주듯 오똑하게 서있는 콧날 아래로 재갈을 물고 있는 붉은 입술이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로프에 묶인 바람에 흩으러졌지만 단정했음이 분명한 회색의 정장을 입은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상대하던 비지니스걸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어디를 보아도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비열한 외모의 사내와 닮은 점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다르군."
"큭.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은 저희 어머니가 물장사를 하시거든요. 흐흐. 어쩌면 저년과는 아버지가 다를지도 모르지요. 저와는 달리 저년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년이거든요. 덕분에 오빠알기를 개같이 아는 지랄같은 년이지요."
은성은 서슴없이 자신의 어머니와 눈앞의 여동생을 욕하는 사내를 보았다. 평소 최성철이라는 가명으로 연락을 하는 이 사내. 그가 원하는 것이 뻔히 눈에 보였다.
"얼마면 되겠나?"
"흐흐흐. 한 다섯 장만 주시지요."
은성은 잠시 의자에 묶인 두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같이 독기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두 여자.
"천을 주지. 대신 네가 저 여자를 잡아라."
"네? 어이쿠! 감사합니다. 헌데... 저 군바리년은..."
"자지에 미친년이니 아래로 내려가서 던져줘. 어떻게 하든 상관 없으니..."
"흐흐흐. 좋지요. 이봐! 저년은 끌고 내려가. 내 동생은 여기 두고... 사장님께서 접수하신단다. 흐흐."
"네! 형님!"
"으읍!!!!! 읍읍! 으으으으으!!!! 으으읍!!!"
방을 빙둘러 여인들을 감시하듯 서있던 4명의 사내가 성철의 명령에 이미경 소위를 끌고 내려갔다. 앞으로 닥칠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있는 미친듯 몸부름 치기 시작하는 그녀를 사내들은 거칠게 끌고 내려가고 있었다.
소위가 끌려가고 문이 닫히자 은성은 성철과 그의 동생이라는 여인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 저 줄부터 풀어줘라."
"네? 흐흐. 알겠습니다."
성철은 은성의 명령에 재빨리 동생을 묶고 있던 로프를 풀기 시작했다. 평소 애용하던 나이프를 사용하자 순식간에 그녀를 묶고 있던 로프가 풀려졌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이 풀려나가자 그녀는 잔득 독기어린 눈빛으로 은성을 노려보았다.
"날.. 어쩔 셈이죠?"
그의 예상대로 도도함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은성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물론 섹스지. 강간이라고 할까?"
별것 아니라는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은성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노려보았다.
"이런짓을 하고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고소하고 말겠어! 쓰레기!!"
"뭐?? 이런 썅년이!"
짜악!
성철, 아니 김철수는 자신을 노려보며 소리치는 자신의 동생 혜진의 빰을 있는 힘껏 날려버렸다. 강한 힘에 의자에서 넘어져 쓰러지는 그녀였지만 비명조차 지르지 않은 그녀는 다시 매섭게 그녀의 오빠 철수를 노려보았다.
"썅년아, 눈깔어! 이게 어디서 오빠한테 눈을 부라리고 지랄이야! 썅!"
"그만."
다시 동생을 향해 발길질을 하려는 철수에게 명령하자 그는 은성을 보며 들었던 발을 내렸다. 그녀는 다시 눈을 돌려 차갑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은성을 노려보며 독기찬 어조로 곱씹듯 내뱉었다.
"내가 당할줄 알고? 절대 안당해. 할 수 있으면 해봐! 죽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독기어린 외침에도 은성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잠시 씩씩거리며 자신을 죽일듯 노려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은성은 철수에게 명령했다.
"일으켜세워."
"네? 네.. 야, 일어서."
철수가 말했어도 혜진은 일어설 생각은 하지 않고 은성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생각을 읽고자 했지만 차갑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가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그녀는 불안했다.
"일어서라니까 이 썅년아!"
다시한번 자신에게 소리치는 쓰레기 같은 오빠를 보던 그녀는 주춤거리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가 일어서자 은성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지?"
"아, 예. 혜진이라고 합니다. 저년 이름이 김혜진이지요. 헤헤."
은성은 여인대신 입을 열어 대답하는 그의 오빠 철수를 보며 잠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역시 그녀와 이 녀석은 닮은점히 하나도 없다. 은성은 다시 혜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혜진이라... 맞나?"
혜진은 잠시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어쩔 생각일까? 정말 자신을 강제로 범할 생각일까?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정말 자신을 범할 생각이라면 그 전에 혀를 깨물고 말것이다. 혜진은 그를 노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쿤... 너..."
순간 남자의 눈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복부에 와닿는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퍽!
"커헉!"
"너무 건방지다. 여자주제에..."
순식간에 혜진에게 다가간 은성이 그의 배에 주먹을 꽂은 것이다. 그의 엄청난 빠르기에 철수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저 경이로울 빠름은 도저히 당할 수 가 없었다.
혜진은 복부를 맞은 충격으로 인채 허리를 굽히고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사내의 팔이 없었다면 쓰러지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배에 주먹을 꽂은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없었다. 두눈을 뜨고 있음에도 눈앞이 캄캄하고 숨을 쉬고 싶은데 호흡이 어려줬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녀의 입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커헉... 컥.. 후우... 쿨럭.. 후우. 후우..."
은성에 의해 무언가 입에 물고 나서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바닥을 구르며 숨을 쉬기위해 애썼다. 간신히 호흡이 돌아올 무렵 그녀는 자신이 입에 무언가 동그란 공을 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우? 우우우!!!"
"이걸로 자살은 못하겠지."
혜진은 자신의 윗쪽에서 들려오는 웬지 잔인한 목소리에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이제껏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었던 사내가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위험하다!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본능적인 경고에 닭살이 돋아났다. 서둘러 자신의 입에 물고 있는 공을 빼보려 하지만 머리뒤로 돌려 묶여진 그것은 가죽 끝으로 어떻게 묶은 것인지 풀수가 없었다.
가죽끈을 풀기위해 노력하는 혜진을 내려다보며 은성은 철수에게 명령했다.
"잡아."
"흐흐."
"우우우우우!!!!!"
이미 방의 구석으로 몰린 혜진의 절망적인 눈동자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친오빠 철수의 짐승같은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
인적 없는 골목길에 무언가 불규칙적인 구두소리가 울렸다. 이미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 회색의 정장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흩으러져 있었다. 이리저리 뻗쳐 엉망인 머리와 입술이 터지고, 피가 마른 검붉은 딱지가 그녀의 입가에 가득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정신을 놓은듯 흐리멍텅했다. 불규칙적인 이상한 구두소리는 바로 그녀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정신병환자같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기억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공포영화를 본것 같기도 하고 끔찍한 악몽을 꾼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비틀거리며 걷는 그녀의 하얀 종아리에는 그 위의 허벅지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내린 핏자국과 말라 붙은 하얀 덩어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끼이...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얻은 원룸. 방의 가운데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흑!"
혜진은 그만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버렸다. 이제껏 왜 터져나오지 않았는지 이유 모를 울음이 이제야 터져나왔다.
"으흐흐흐흑.."
"우움... 언..니.. 언니? 언니!! 무슨일이야!! 왜울어! 언니!"
소녀가 혜진의 울음에 잠이 깼는지 화들짝 놀라며 혜진에게 달려왔다.
"으흑.. 영아.. 혜영아.... 으흐흐흐흑...으흐흑.."
"언니! 무슨 일이야? 도데체 이게 뭐야! 응? 언니!"
"혜영아.. 혜영아아.. 흐흑.."
혜진은 자신의 여동생 혜영의 울음섞인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한채 혜영을 끌어안고 흐느끼기만 했다.
3일후 혜진은 28층의 높은 빌딩 앞에 멈추어섰다. 입술이 터진 상처가 아직 낳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잠시 빌딩을 노려보던 혜진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하나의 명함을 꺼내 들었다.
<찾아오도록>
마지막 한마디와 명함만을 남긴채 나가버린 남자. 몇번이고.. 몇시간이고 자신을 짓밟았던 그 남자의 명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조선)그룹의 사장이라니...
처음 이것을 보았을 때는 자신을 강간한 보복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또한번 절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조선)전자의 본사 빌딩에 들어섰다.
"왜 저에게 이런걸 준거죠?"
혜진은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은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또다시 생각나는 악몽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떨려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은성은 자신이 찾아왔음에도 당황하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찾아오길 기다렸다는 대답이었다.
"네게 필요했을 테니까."
은성의 대답에 혜진은 한동안 은성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전부터 느낀것이지만 대단한 남자였다. 그의 눈빛이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자신에게 필요했을 것이다?
이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고민해야했다. 그는 자신을 강간한 범인이다. 그런 강간범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것도 가짜가 아닌 진짜 명함까지 주면서...
신고 당해도 상관 없다는 것일까? 그럴것이다. (조선)전자의 사장이라면 자신을 강간한 사건쯤은 조용히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
혜진은 은성이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꼭 다물고 있었던 그녀의 붉은 입술을 열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으니 자신이 먼저 입을 열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줄거죠?"
"네가 원하는 만큼."
혜진의 눈이 떨렸다. 역시 이 남자는 이제껏 상대해왔던 남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남자이지만 마치 노련한 정치인을 상대로 협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제가 100억을 달라고 하면 줄껀가요?"
"달라고 하면 주겠다.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아."
"하아..."
혜진은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데체 이 남자는 생전 처음보는 자신을 어떻게 알고 저렇게 자신만만 한것일까? 자신을 강간한 죽여도 시원치 않을 재수 없는 놈이지만, 그녀는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제껏 그랬던것처럼 먼저 입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주저하던 그녀는 결국 눈을 감으며 재빨리 말했다.
"1억을 주세요. 그러면... 입을 다물겠어요."
말했다. 그녀는 결국 돈에 자신을 팔았다. 창녀가 된듯한 극심한 수치심에 몸이 떨리고 눈물이 흘렀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가렸다. 자신을 강간한 그에게 이런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지만... 이미 더럽혀진 자신보다도 자신의 여동생이 더욱 소중했다.
아직 은성은 대답하지 않은채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혜진을 보고 있었다. 잠시후 마음이 진정된 그녀가 고개를 들자 여전히 무표정한 은성이 입을 열었다.
"10억을 주지."
혜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10억이라니? 자신이 말한 금액의 10배가 되는 엄청난 돈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은성의 말에 혜진은 흠짓 몸을 굳혔다.
"10억으로 널 사겠다."
"다..당신!"
짜악!!
수치심과 모멸감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은성의 뺨을 있는 힘껏 쳐버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절망어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동안 은성의 따귀를 날린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노려보던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부탁이 있어요... 제 동생은 행복하게 살도록 해줘요."
"그뿐인가?"
"네..."
혜진의 절망과 체념어린 눈물이 고개를 숙인 그녀의 스커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
앞으루 잡설은 웬만하면 쓰지 않겠습니다..
괜히 제가 한말땜에 혼란만 가중하는것 같아서요.ㅋ
그리고.. 피의 맹약은 연재하지 안습니다.
이미 유조아에 올렸던 것두 지웠으니 피의 맹약은 기대하지 마세요..^^;;
혹시 나중에 쓸 맘이 들면 쓰겠지만.. 일단 피의 맹약은 없는걸로 아세요..ㅋ
*************
이번편은 상, 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월래 외전이 3편만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이번화가 좀 길어서 4화로 늘어날 것 같군요..
즐독하세요..^^
은성은 제대하자 마자 일을 시작했다. 제대한날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에게 (조선)전자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고 뜻밖에도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담담히 승낙했다.
그리고 은성은 (조선)전자를 경영하면서 동시에 현대의 상위 귀족다운 호화로운 삶은 누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까지만해도 하숙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그의 집은 (조선)전자의 34층짜리 본사 빌딩의 펜트하우스로 옮겨졌고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그들중에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지닌 교수, 장관들도 있었고 (조선)전자와의 관계를 위해 찾아온 외국 바이어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별볼일 없는 어중이 떠중이들도 존재했다. 모두 이번에 새로 (조선)전자의 사장이된 은성에게 잘보이기 위해, 혹은 친분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고등학교때까지 스캐쥴이란 단어와 무관하게 살았던 은성이었지만 의외로 그는 빡빡한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갔다. 불과 석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는 무난한 경영능력으로 (조선)의 뛰어난 인재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은성씨!"
막 자신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은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상대가 여자라는 점과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을 생각해 짐짓 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를 부른 것은 한명의 목소리였지만 그에게 다가온것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명의 미녀였다. 먼저 그를 부른 것으로 보이는 여성은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미니 스커트와 무릎까지 올라온 검붉은 가죽부츠가 그녀의 도도한 매력을 더해주는 여성은 국방부 장관의 외동딸인 이지나이라는 여성이었고, 그녀의 뒤에서 다소곳이 정숙한 숙녀인양 하얀 원피스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은 여성은 (혜성)그룹 회장의 장녀 신초연이었다.
"이제 오셧나봐요? 초연이랑 은성씨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무척 오래기다렸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투덜거리는 지나의 옆에서 초연은 그녀에게 눈치를 주며 은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실례는요.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초연이가 은성씨 보고 싶다고 해서 왔어요. 없으니까 그냥 가자고 해도 친구인 제말도 안듣는걸요?"
"얘, 얘!"
미쳐 자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은성에게 그녀의 본심을 말해버리는 지나를 책망하듯 초연은 당황하며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재미있다는듯 깔깔 웃으며 그녀를 놀리는 지나와 초연을 보던 은성은 마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녀들에게 말했다.
"바쁘시지 않다면 잠깐 차한잔하고 가시죠."
"어머?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초연씨도 같이 가실껀가요?"
"네? 네에.."
은성이 깔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초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들이 다시 닫혀진 엘리베이터 문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음날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다.
"후우~"
침대위에서 바지만을 입은 반나체로 몸을 기댄 은성은 끝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고 다시 내뱉었다. 어젯밤부터 두명의 여성을 상대로 질퍽한 섹스를 벌인탓에 나른함을 만끽하던 그는 문득 하얀 침대시트 위로 번저있는 핏자국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야.. 처녀였나? 후후."
처녀인 쪽은 옷차림부터 숙녀의 분위기를 풍기던 초연이었다. 잠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는 조금 예상 외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처녀를 뚫었다는 기쁨에 다시 침대위로 몸을 맡겼다.
뒷 조사로 인한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지나와 초연은 자신이 다녔던 화연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 대학은 서로 달랐지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던 그녀들은 정보에 의하면 BlackRose(검은장미)라는 여학생 불랑 써클에서 오공주라고 불리며 여학생들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녀들이었다.
특히 의외로 아직 성경험이 없는 듯 보였던 초연은 오공주들 중에서도 여왕, 즉 짱의 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런 그녀가 처녀라니...
"뭐 보고서에서도 초연의 경우는 남자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니... 당연한 건가?"
보고서에 의하면 초연의 경우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인 적이 없으며 그녀 또한 남자의 집으로 들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지나의 경우 클럽으로 가는 횟수와 러브호텔로 가는 숫자가 동일했다.
은성의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 마자 고급 양주를 마시기 시작하던 지나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잠이 들어버렸고 친구가 잠들어 얼쩔줄을 몰라하던 초연은 얼떨결에 은성에게 몸을 허락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한참 정사를 치르는 도중 갑자기 지나가 침실로 들어왔고 술에 취한듯 그녀는 초연과 섹스를 하고 있는 은성에게 달려들었다.
삐비빅..
CCTV를 통해 화가난듯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초연과 그녀를 뒤따르며 사과를 하는 지나의 모습을 감상하던 은성은 인터폰이 울리자 팔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무슨일이야?"
-사장님, 최성철이라는 남자분께서 연결해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연결해."
-알겠습니다.
"삑!"하는 소리와 함께 비서였던 여성의 목소리대신 시원한 남자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여어~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뭐야?"
-아, 오랜만에 연락드렸는데 정떨어지게 그러시지 마시죠. 큭큭.
"용건이나 빨리 말해. 이미경소위 찾았나?"
-그렇습죠. 큭큭. 그년 경력이 화려하더군요. 알고보니 제 밑에 애들중 한명도 그년한테 먹혔다지 뭡니까. 흐흐흐. 아무튼 그년 어떻게 할까요?
"잡아. 일끝나는데로 가지."
-흐흐. 알겠습니다. 그년 퇴근시간이 한 6시쯤되니 7시쯤에 오시죠.
"그러지."
은성은 다시 버튼을 눌러 연결을 끊었다. 잠시동안 침대에 몸을 기댄채 조금씩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은성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출근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즐거울것 같군."
6시 45분. 은성은 도시 외곽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자신이 애용하는 그들의 아지트는 도시에서 제법 벗어나 위치한 폐건물이다. 주변에 인가도 없어 웬만하면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었다.
지은지 10년은 넘어보이는 허름한 3층짜리 건물앞에 차를 세운 은성은 두명의 사내가 지키고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건물안은 난장판이었다. 20여명의 불량배들이 가득한 그곳은 약 5명의 여성들이 불량배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었다. 이미 걸친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체인 그녀들은 눈빛이 흐리멍텅한 것이 이미 모든것을 포기한 듯 보였다.
은성은 그들은 본채만체 곧바로 2층으로 올랐다.
"큭큭. 오셧습니까?"
2층으로 올라서자 한눈에 보기에도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듯 보이는 사내가 은성을 맞이했다. 잠시 무표정하게 그를 본 은성은 그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는 두명의 여성이 의자에 묶여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한 여인은 군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었고 다른 여인은 이제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미녀였다.
"안녕하십니까. 소위님."
은성을 본 군복을 입은 여인이 은성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떳다. 소위라는 직업에 맞게 상황판단이 빠른 그녀는 자신을 납치한 배후에 은성이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절망감, 그리고 은성의 군시절을 떠올리며 묘한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인 은성을 그녀 특유의 독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후후. 그렇게 노려보지 마시지요. 전 당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자지를 마음껏 제공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 뿐이니까요."
"이.. 이으어어어!!"
입에 물린 재갈로 인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미경의 뜻모를 외침이 은성을 향했지만 은성은 미경에게서 눈을 돌려 그녀의 뒤에 함께 묶여있는 여성을 보았다.
"저 여잔 누구지?"
은성이 이십대 중반의 미녀를 보며 묻자 은성을 안내해온 사내가 조금 곤란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저.. 그게 목격자입니다."
"목격자? 대충 알아서 처리해."
"실은... 저 녀석이 제 동생이라서 말이지요. 헤헤."
"뭐? 흐음..."
은성은 사내의 말에 의외라는 듯 다시한번 여인을 보았다. 턱선을 따라 비스듬히 잘린 검은 머리, 잔득 독기 어려있지만 오히려 도도해 보이는 매력적인 눈동자, 도도한 그녀의 콧대를 보여주듯 오똑하게 서있는 콧날 아래로 재갈을 물고 있는 붉은 입술이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로프에 묶인 바람에 흩으러졌지만 단정했음이 분명한 회색의 정장을 입은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상대하던 비지니스걸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어디를 보아도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비열한 외모의 사내와 닮은 점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다르군."
"큭.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은 저희 어머니가 물장사를 하시거든요. 흐흐. 어쩌면 저년과는 아버지가 다를지도 모르지요. 저와는 달리 저년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년이거든요. 덕분에 오빠알기를 개같이 아는 지랄같은 년이지요."
은성은 서슴없이 자신의 어머니와 눈앞의 여동생을 욕하는 사내를 보았다. 평소 최성철이라는 가명으로 연락을 하는 이 사내. 그가 원하는 것이 뻔히 눈에 보였다.
"얼마면 되겠나?"
"흐흐흐. 한 다섯 장만 주시지요."
은성은 잠시 의자에 묶인 두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같이 독기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두 여자.
"천을 주지. 대신 네가 저 여자를 잡아라."
"네? 어이쿠! 감사합니다. 헌데... 저 군바리년은..."
"자지에 미친년이니 아래로 내려가서 던져줘. 어떻게 하든 상관 없으니..."
"흐흐흐. 좋지요. 이봐! 저년은 끌고 내려가. 내 동생은 여기 두고... 사장님께서 접수하신단다. 흐흐."
"네! 형님!"
"으읍!!!!! 읍읍! 으으으으으!!!! 으으읍!!!"
방을 빙둘러 여인들을 감시하듯 서있던 4명의 사내가 성철의 명령에 이미경 소위를 끌고 내려갔다. 앞으로 닥칠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있는 미친듯 몸부름 치기 시작하는 그녀를 사내들은 거칠게 끌고 내려가고 있었다.
소위가 끌려가고 문이 닫히자 은성은 성철과 그의 동생이라는 여인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 저 줄부터 풀어줘라."
"네? 흐흐. 알겠습니다."
성철은 은성의 명령에 재빨리 동생을 묶고 있던 로프를 풀기 시작했다. 평소 애용하던 나이프를 사용하자 순식간에 그녀를 묶고 있던 로프가 풀려졌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이 풀려나가자 그녀는 잔득 독기어린 눈빛으로 은성을 노려보았다.
"날.. 어쩔 셈이죠?"
그의 예상대로 도도함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은성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물론 섹스지. 강간이라고 할까?"
별것 아니라는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은성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노려보았다.
"이런짓을 하고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고소하고 말겠어! 쓰레기!!"
"뭐?? 이런 썅년이!"
짜악!
성철, 아니 김철수는 자신을 노려보며 소리치는 자신의 동생 혜진의 빰을 있는 힘껏 날려버렸다. 강한 힘에 의자에서 넘어져 쓰러지는 그녀였지만 비명조차 지르지 않은 그녀는 다시 매섭게 그녀의 오빠 철수를 노려보았다.
"썅년아, 눈깔어! 이게 어디서 오빠한테 눈을 부라리고 지랄이야! 썅!"
"그만."
다시 동생을 향해 발길질을 하려는 철수에게 명령하자 그는 은성을 보며 들었던 발을 내렸다. 그녀는 다시 눈을 돌려 차갑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은성을 노려보며 독기찬 어조로 곱씹듯 내뱉었다.
"내가 당할줄 알고? 절대 안당해. 할 수 있으면 해봐! 죽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독기어린 외침에도 은성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잠시 씩씩거리며 자신을 죽일듯 노려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은성은 철수에게 명령했다.
"일으켜세워."
"네? 네.. 야, 일어서."
철수가 말했어도 혜진은 일어설 생각은 하지 않고 은성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생각을 읽고자 했지만 차갑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가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그녀는 불안했다.
"일어서라니까 이 썅년아!"
다시한번 자신에게 소리치는 쓰레기 같은 오빠를 보던 그녀는 주춤거리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가 일어서자 은성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지?"
"아, 예. 혜진이라고 합니다. 저년 이름이 김혜진이지요. 헤헤."
은성은 여인대신 입을 열어 대답하는 그의 오빠 철수를 보며 잠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역시 그녀와 이 녀석은 닮은점히 하나도 없다. 은성은 다시 혜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혜진이라... 맞나?"
혜진은 잠시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어쩔 생각일까? 정말 자신을 강제로 범할 생각일까?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정말 자신을 범할 생각이라면 그 전에 혀를 깨물고 말것이다. 혜진은 그를 노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쿤... 너..."
순간 남자의 눈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복부에 와닿는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퍽!
"커헉!"
"너무 건방지다. 여자주제에..."
순식간에 혜진에게 다가간 은성이 그의 배에 주먹을 꽂은 것이다. 그의 엄청난 빠르기에 철수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저 경이로울 빠름은 도저히 당할 수 가 없었다.
혜진은 복부를 맞은 충격으로 인채 허리를 굽히고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사내의 팔이 없었다면 쓰러지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배에 주먹을 꽂은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없었다. 두눈을 뜨고 있음에도 눈앞이 캄캄하고 숨을 쉬고 싶은데 호흡이 어려줬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녀의 입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커헉... 컥.. 후우... 쿨럭.. 후우. 후우..."
은성에 의해 무언가 입에 물고 나서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바닥을 구르며 숨을 쉬기위해 애썼다. 간신히 호흡이 돌아올 무렵 그녀는 자신이 입에 무언가 동그란 공을 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우? 우우우!!!"
"이걸로 자살은 못하겠지."
혜진은 자신의 윗쪽에서 들려오는 웬지 잔인한 목소리에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이제껏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었던 사내가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위험하다!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본능적인 경고에 닭살이 돋아났다. 서둘러 자신의 입에 물고 있는 공을 빼보려 하지만 머리뒤로 돌려 묶여진 그것은 가죽 끝으로 어떻게 묶은 것인지 풀수가 없었다.
가죽끈을 풀기위해 노력하는 혜진을 내려다보며 은성은 철수에게 명령했다.
"잡아."
"흐흐."
"우우우우우!!!!!"
이미 방의 구석으로 몰린 혜진의 절망적인 눈동자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친오빠 철수의 짐승같은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
인적 없는 골목길에 무언가 불규칙적인 구두소리가 울렸다. 이미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 회색의 정장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흩으러져 있었다. 이리저리 뻗쳐 엉망인 머리와 입술이 터지고, 피가 마른 검붉은 딱지가 그녀의 입가에 가득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정신을 놓은듯 흐리멍텅했다. 불규칙적인 이상한 구두소리는 바로 그녀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정신병환자같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기억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공포영화를 본것 같기도 하고 끔찍한 악몽을 꾼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비틀거리며 걷는 그녀의 하얀 종아리에는 그 위의 허벅지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내린 핏자국과 말라 붙은 하얀 덩어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끼이...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얻은 원룸. 방의 가운데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흑!"
혜진은 그만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버렸다. 이제껏 왜 터져나오지 않았는지 이유 모를 울음이 이제야 터져나왔다.
"으흐흐흐흑.."
"우움... 언..니.. 언니? 언니!! 무슨일이야!! 왜울어! 언니!"
소녀가 혜진의 울음에 잠이 깼는지 화들짝 놀라며 혜진에게 달려왔다.
"으흑.. 영아.. 혜영아.... 으흐흐흐흑...으흐흑.."
"언니! 무슨 일이야? 도데체 이게 뭐야! 응? 언니!"
"혜영아.. 혜영아아.. 흐흑.."
혜진은 자신의 여동생 혜영의 울음섞인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한채 혜영을 끌어안고 흐느끼기만 했다.
3일후 혜진은 28층의 높은 빌딩 앞에 멈추어섰다. 입술이 터진 상처가 아직 낳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잠시 빌딩을 노려보던 혜진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하나의 명함을 꺼내 들었다.
<찾아오도록>
마지막 한마디와 명함만을 남긴채 나가버린 남자. 몇번이고.. 몇시간이고 자신을 짓밟았던 그 남자의 명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조선)그룹의 사장이라니...
처음 이것을 보았을 때는 자신을 강간한 보복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또한번 절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조선)전자의 본사 빌딩에 들어섰다.
"왜 저에게 이런걸 준거죠?"
혜진은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은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또다시 생각나는 악몽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떨려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은성은 자신이 찾아왔음에도 당황하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찾아오길 기다렸다는 대답이었다.
"네게 필요했을 테니까."
은성의 대답에 혜진은 한동안 은성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전부터 느낀것이지만 대단한 남자였다. 그의 눈빛이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자신에게 필요했을 것이다?
이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고민해야했다. 그는 자신을 강간한 범인이다. 그런 강간범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것도 가짜가 아닌 진짜 명함까지 주면서...
신고 당해도 상관 없다는 것일까? 그럴것이다. (조선)전자의 사장이라면 자신을 강간한 사건쯤은 조용히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
혜진은 은성이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꼭 다물고 있었던 그녀의 붉은 입술을 열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으니 자신이 먼저 입을 열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줄거죠?"
"네가 원하는 만큼."
혜진의 눈이 떨렸다. 역시 이 남자는 이제껏 상대해왔던 남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남자이지만 마치 노련한 정치인을 상대로 협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제가 100억을 달라고 하면 줄껀가요?"
"달라고 하면 주겠다.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아."
"하아..."
혜진은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데체 이 남자는 생전 처음보는 자신을 어떻게 알고 저렇게 자신만만 한것일까? 자신을 강간한 죽여도 시원치 않을 재수 없는 놈이지만, 그녀는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제껏 그랬던것처럼 먼저 입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주저하던 그녀는 결국 눈을 감으며 재빨리 말했다.
"1억을 주세요. 그러면... 입을 다물겠어요."
말했다. 그녀는 결국 돈에 자신을 팔았다. 창녀가 된듯한 극심한 수치심에 몸이 떨리고 눈물이 흘렀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가렸다. 자신을 강간한 그에게 이런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지만... 이미 더럽혀진 자신보다도 자신의 여동생이 더욱 소중했다.
아직 은성은 대답하지 않은채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혜진을 보고 있었다. 잠시후 마음이 진정된 그녀가 고개를 들자 여전히 무표정한 은성이 입을 열었다.
"10억을 주지."
혜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10억이라니? 자신이 말한 금액의 10배가 되는 엄청난 돈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은성의 말에 혜진은 흠짓 몸을 굳혔다.
"10억으로 널 사겠다."
"다..당신!"
짜악!!
수치심과 모멸감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은성의 뺨을 있는 힘껏 쳐버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절망어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동안 은성의 따귀를 날린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노려보던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부탁이 있어요... 제 동생은 행복하게 살도록 해줘요."
"그뿐인가?"
"네..."
혜진의 절망과 체념어린 눈물이 고개를 숙인 그녀의 스커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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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루 잡설은 웬만하면 쓰지 않겠습니다..
괜히 제가 한말땜에 혼란만 가중하는것 같아서요.ㅋ
그리고.. 피의 맹약은 연재하지 안습니다.
이미 유조아에 올렸던 것두 지웠으니 피의 맹약은 기대하지 마세요..^^;;
혹시 나중에 쓸 맘이 들면 쓰겠지만.. 일단 피의 맹약은 없는걸로 아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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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상, 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월래 외전이 3편만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이번화가 좀 길어서 4화로 늘어날 것 같군요..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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