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 3부 16장

박 차장 3-16





나이트클럽은 TGIF 를 즐기려는 관광객들과 괌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영업 3팀은 테이블을 배정 받고는 먼저 나이트클럽을 둘러 보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힐튼 호텔의 나이트클럽이라서 그런지 한국인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밴드의 음악소리에 엉덩이가 근질거리는지 정 대리가 장우의 손을 잡고는 스테이지로 나가자고 했지만, 장우는 손을 저었다.



“나 좀 느린 음악 나오면 나갈 테니까, 먼저들 나가라구.”



“정말 영감탱이 같다니깐… 알았어요. 안 대리 나가자.”



“좋지요. 정 대리님, 나가서 흔들어 보자구요. 이래뵈도 한 때는 우리나라의 나이트 킹이었는데.”



“그래? 나도 한때는 퀸이었어. 우히히, 가자.”



“고 대리님은 안나가요?”



“응? 으응, 나도 춤이 좀 서툴어서…먼저 나가. 곧 뒤 따라갈게.”



“흥. 할망구하고 할아방구하고 자리 꾹 지키고 있어요.”



정 대리와 안 대리가 일어나자 육 대리와 차미르도 일어나서는 함께 스테이지로 나갔다. 네 사람은 밴드의 음악에 맞춰 능숙하게 몸을 움직였다. 정 대리와 안 대리의 춤은 스테이지에서 단연 돋보였다. 폴리네시안 드레스를 입어서 그런지 정 대리의 몸은 더욱 섹시하게 보였다.



“참 젊고 예쁘죠? 차장님.”



“네?”



“정 대리도 그렇고 안 대리도 그렇고.”



“전 정 대리를 보면 너무 부러워요. 항상 밝고 생기가 넘치니까.”



“고 대리님도 정 대리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저요? 후훗… 차장님은 아시쟎아요. 제가 어떤 여자였는지.”



“그거야…사람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 수도 있는거지요. 그게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고 대리님은 잠시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의 시간을 지나온거에요.”



“사실, 저 차장님을 좋아했어요. **언더웨어에 지원한 것도 차장님 때문이었고. 우린 회사에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얼굴을 안 것은 꽤 오래 전이었쟎아요?”



“그랬었군요. 전 그건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까 기억이 새롭네요. 고 대리님을 처음 봤을 때, 참으로 예쁜 아가씨다라고 생각했었어요. 회사에서 최고 미인.”



“차장님도 여직원들 사이에 인기캡이었어요. 너무 빨리 결혼을 해서 그랬지.”



“그랬어요? 그런 거 알았으면 좀 늦게 갈걸…”



“호호호,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차장님, 정 대리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차장님도 정 대리가 차장님에 대한 감정이 있는거 아시죠?”



“정 대리…글쎄, 매력적인 여자죠. 하지만, 정 대리는 결혼한 사람인데…제가 생각하고 자시고가 있을까요?”



“정 대리가 결혼한 것 때문이라면…정 대리 이혼한지 거의 반년이 지났어요.”



“네? 정 대리가 이혼을? 아니 왜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그냥 싱글거리지만 속이 꽉 찻어요. 좋은 여자에요. 차장님도 너무 부하 직원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그만 스테이지로 나가야 겠어요.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외국에도 와보고, 제일 즐거운 시간인 것 같아요. 차장님께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네? 네… 저도 고 대리님한테 항상 고마워 하고 있어요.”



고 대리 마저 나가버린 테이블에 장우 혼자 앉아서 맥주를 홀짝 거렸다. 정 대리가 이혼을 했다니 뜻 밖이었다. 저렇게 매력적인 여자를 왜? 장우가 한참을 혼자 있을 동안, 음악이 디스코에서 블루스로 바뀌었다. 육 대리와 차미르가 곡이 바뀌자 마자 달라붙는게 보였고, 싫다는 고 대리를 안 대리가 강제적이다시피 안는게 보였다. 정 대리만이 머슥하게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몇몇 백인 남자들이 정 대리에게 춤을 신청했지만, 정 대리는 그들을 묵살하고는 장우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와서는 의자에 앉았다.



“…..”



“와~ 여기서 사람들 보면서 음악 듣는 것도 괜챦네요.”



“응. 그래, 아까 춤추고 있는거 계속 봤어. 잘 추더군.”



“그럼요. 제가 댄싱 퀸이었는데.”



“정 대리, 내가 댄싱 퀸한테 춤 추자고 신청해도 될까?”



“차장님…정말요? 흥! 안돼요. 퀸 한테 그렇게 멋 없게 춤을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장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 대리 앞에 섯다. 장우를 보는 정 대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장우는 그의 오른 손을 정 대리에게 내밀었다.



“Shall we dance?”



“Um…sure.”



정 대리가 내민 손을 잡고 장우와 정 대리는 스테이지로 나갔다. 장우의 왼 손이 정 대리의 오른 손을 살며시 잡고, 장우의 오른 손을 정 대리의 가는 허리를 잡았다. 정 대리의 손이 장우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천천히 음악에 몸을 실었다. 이상했다. 이 여자 앞에만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마도 이 여자의 눈이 자신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모양이었다. 장우는 정 대리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스듬히해서 자신의 얼굴과 정 대리의 얼굴이 서로 빗겨가게 만들었다. 얼굴을 안 보면 가슴 두근거림이 조금 덜 할 줄 알았는데, 이젠 얼굴이 다까이 있으니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에서 나는 정 대리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장우는 그 냄새를 더 맡기 위해 얼굴을 정 대리의 얼굴에 더욱 가까이 댔다. 드디어 장우의 볼과 정 대리의 볼이 닿았다. 정 대리의 가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정 대리는 잠시 장우로부터 몸을 멀리 떨어지게 하더니 장우가 잡고 있는 자신의 오늘 손을 자유롭게 한 다음에 두 팔로 장우의 목을 안았다. 자연스럽게 장우의 두 손이 정 대리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조용한 섹스폰 소리와 어두운 조명을 따라 두 사람을 서로의 이마를 마주 대며 천천히 스탭을 옮겼다.



“차장님,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온 세상을 다 갖은 것 같아요.”



“나도 정 대리랑 있어서 행복해.”



정 대리의 한 손이 장우의 가슴으로 왔다. 정 대리는 장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장우의 두근거리는 심장 울림이 그대로 정 대리의 볼에 전해졌다.



“저 두 사람, 보기 좋은데요. 고 대리님.”



“후훗, 그래. 잘 어울려.”



“고 대리님, 저도 고 대리님과 잘 어울리고 싶어요.”



“안 대리…난…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전 이 세상에서 고 대리님이 제일 좋아요.”



안 대리는 고 대리의 말을 듣기도 전에 두 손으로 고 대리의 허리를 휘어감더니 자기 쪽으로 고 대리의 몸을 끌어당겼다. 고 대리의 손이 안 대리의 어느 곳을 잡을지 몰라 잠시 허공에 있더니, 안 대리의 등을 껴 앉았다. 그리곤, 안 대리가 고 대리를 안은 것 보다 더욱 세게 안 대리를 끌어 안았다.



“아~ 고 대리님, 사랑해요.”



“아흑…안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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