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 8부
2018.10.13 00:10
대충 샤워를 하고는 침실로 나오자 은희가 보더니 물 좀 달라고 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은희에게 주니 억지로 일어나 마셨다.
내가 침대에 눕자 은희는 온 몸을 밀착시키면서 안겨 왔다.
"오빠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별로...................."
"치...........그래 나는 가끔 만나 가랭이만 벌려 주면 되지?.................."
"허..........못 하는 소리가 없구만................"
"난 사람들이 싫어...............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역겨워..............."
"그래서 넌 내키는 대로 맘대로 사냐?...................."
"나도 내 자신이 싫어..................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은희는 생각에 잠긴 듯 혼자 하는 말투로 얘기를 했다.
은희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헤픈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어?.................."
"나.............첫 남자가 누군지 알어?............................"
"내가 무슨 점쟁이냐?..........그걸 알게.............."
"................아버지야..................날 낳아준 아버지라는 인간......................."
놀랐다.
은희에게서 느껴지는 퇴폐적인 느낌이 그런 이유에서 온다는 걸 그제야 느꼈다.
"시발.........................."
나도 몰래 욕이 흘러 나왔다.
"울었어.............울면서 빌고 빌었는데 가끔 인간이 미치면 그렇게 달라진다는 걸 아버지라는 인간을 보면서
느꼈어.............나중엔 포기를 했는데....................오빠라는 인간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그런 동생을 또 짖밟더라......................."
은희를 안고 있는 팔뚝이 서늘해지면서 은희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다른 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지만 은희의 눈에선 계속 해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둘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번갈아 올라 타더니 나중엔 친 오빠라는 인간이 칼을 들고 아버지를 위협해서
자기 혼자 나를 독차지 했어.............옆 방에 아버지가 있는 대도 지가 내키면 아무때나 벗기고 하는거야
...........그러면 아버지라는 인간은 훔쳐 보면서 침만 삼켰지..............말이 되?..............."
"........................................"
"그때부터 난 남자라는 족속들을 저주했어..............그렇게 더러워진 몸을 남자들한테 주면서 그렇게
복수를 했어....................그런데 슬픈거 있지.................흑흑................"
난 팔에 힘을 주어 은희를 강하게 안았다.
가슴이 내려 앉으면서 나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언제나 동경하고 그리워 하던 가족의 다른면을 듣게 되니 치가 떨렸다.
"난..........오빠 난..............사랑할 수가 없어..............어떻게 이런 몸으로 누구를 사랑해서
받아 들이겠어.............그런데.............오빠를 사랑해.................."
"은희야 나도 널 사랑해....................."
"그래서 경숙이한테 양보한거야.............도저히 그냥은 오빠를 혼자 사랑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랬어..........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왜?.............."
은희는 한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있어 보이던 은희에게 이런 아픔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리내어 울진 않치만 그 어떤 통곡보다 더 슬퍼 보였다.
들썩이는 은희의 작은 어깨를 안고는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품에 꼭 안고 욕정이 담긴 손길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써 쓰다듬어 주었다.
한 참 후에 잠이 든 은희의 얼굴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은희 생각에 새벽에 잠이 든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은희는 벌써 일어나 화장까지 다 하고 막 옷을 입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더 누워 있지..............뭘 그렇게 서둘러?..............."
"어?........오빠 깼어...........더 자...............난 나가 볼께............."
"왜?................"
"같이 가면 오빠 난처하잖아..............혹시라도 경숙이가 보면 아무래도 그렇지............."
젠장..........짜증이 났다.
저렇게 착한 여자를..............개~에 세끼들..............
"그런거 신경 쓰지말고 같이 가......................."
싫다는 은희를 강제로 앉히고는 나도 준비를 해서 같이 나왔다.
경숙이가 본다해도 어쩔 수 없고 애란이가 봐도 어쩔 수 없었다.
은희를 혼자 내 보내는 건 정말 잔인한 짓이였다.
은희는 그렇게 말했지만 막상 같이 나오자 내 팔에 거의 매달려 나오면서 웃었다.
그렇게라도 은희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애란이는 또 혼자 출근을 했다.
미리 전화를 했지만 회사로 들어 오는 애란의 얼굴은 불편한게 티가 났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그런 애란의 표정이 신경 쓰여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였다.
걱정을 하면서 퇴근을 해 약속장소로 가니 다행히 애란이는 안 가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멋적게 웃어 주고는 집으로 걸어 가는데 애란은 입을 꾹 다물고는 말이 없었다.
내가 질문을 해도 형식적인 대답 외에는 아예 상대도 안해 주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지은 죄가 있던 나는 안절 부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집 앞까지 온 나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에 애란의 팔을 잡고 말을 했다.
"애란씨 말 좀해요.................내가 잘못한거 있어요?................"
"아니요...........철봉씨가 뭐 잘못한게 있겠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갈께요...................."
"애란씨..............."
애란은 매몰차게 돌아서 가 버렸다.
잡고 싶었지만 애란의 분위기가 하도 사나워 잡을 수가 없었다.
한 참 멍하니 서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집으로 갔다.
철봉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애란의 마음은 심란했다.
철봉이가 미워서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몰아 붙여서 철봉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애란은 이런 자신의 처지가 싫어 눈물이 날려 했다.
대충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누워 있는데 티비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쌀쌀맞게 하고는 가 버린 애란의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뉴스가 끝나고 잠자리에 막 들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철봉씨...........저 애란이예요.............."
"예......예예........어떻게...................."
"아까는 미안했어요...............철봉씨 때문이 아니예요...............짜증내서 미안해요......."
"아뇨..........괜찮습니다..................."
"고마워요..............그럼 내일 뵈요............."
"예.............아 저기................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난 미친놈이다.
늦은 시간인데다 남편과 애들이 있을텐데 불러 내다니...........
애란은 대답을 못 하고 한 참 가만히 있었다.
"애들이 아직 안자요............."
"예.............그럼........."
"삼십분후에 거기서 봐요.............."
"예!...예?.....알겠습니다........"
거기라 해봐야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한 군데 뿐이다.
출근 할 때 만나는 장소로 미리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삼십분이 조금 지나 애란이 나타났다.
"너무 늦었는데 .........괜찮겠어요............."
"예..............."
그녀가 웃었다. 예전처럼 환하게 웃어 주었다.
내 마음속의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했다.
"어디 갈까요?............."
"음~~~~..........맥주 한 잔 해요.................."
간단한 안주와 생맥주를 시키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
막상 마주 앉아 있었지만 왠지 서먹했다. 나도 애란이도 예전처럼 편해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서로가
상대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도를 넘어섰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몰라 겉 돌고 있었다.
"애들은 재웠어요?.................."
"예............."
"애란씨 닮았으면 이쁘겠네요.................."
"호호...........예 이뻐요................"
"참........애들하고 대공원 같다 왔어요?.................."
"일이 있어 못 갔어요?.........."
"그랬군요...............애란씨 남편분이 부러워지네요................"
"뭐가요?................"
"토끼같은 와이프에 여우같은 자식들이 있으니까...........부럽죠............."
"호호......호호호..............내가 토끼?.......호호"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갔다.
밤을 꼬박 새워도 아쉬울텐데 잠깐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호프집을 나와 그녀 집으로 걸으며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을 잡자 나를 돌아 보며 그녀가 웃는다.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 가면서 내 손을 맞 잡았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충분히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그녀의 어깨를 돌려 세우고는 입을 맞췄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피했지만 내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고 내 두툼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완전히 덮자 그녀의 입이 벌어지더니 내 입술을 받아 들였다.
그녀의 두 팔이 천천히 올라와 내 목을 감더니 점점 강하게 내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나는 두 팔을 그녀의 허리에 감고 강하게 안았다.
그녀의 가슴과 배가 그리고 아랫도리가 내 몸에 밀착됬다.
한 참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빨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밀어 냈다.
그녀는 숨이 가쁜지 잠시 숨을 몰아 쉬었다.
"철봉씨..........그만 해요.............우리 이러면 안되잖아요.............."
"애란씨..........사랑합니다...........애란씨 맘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되요...........우리는........나는 그러면 안되요............."
"알지만..........나도 멈출 수가 없어요.............애란씨를 사랑합니다................"
애란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집으로 달려 갔다.
쫒아갔지만 순식간에 집안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나는 담벼락에 기대 한 참 동안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애란은 소파에 몸을 던지면서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의 입술이 덮치는 순간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그 사람품에 안겨든
자신이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과도 그런 느낌이 없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어서 주체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을까 봐 불안했다.
자신의 감정을 그 사람이 알까봐 두려웠다.
그 사람에게 사정없이 빠져 드는 자신이 너무 두려웠다.
다음 날 출근하는데 애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참을 기다리다 회사로 와보니 그녀는 이미 나와 있었다.
나와 마주치기 싫어 미리 나온 듯 했다. 그런 그녀가 야속했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했다.
퇴근을 해서 약속 장소로 갔을때도 그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갈등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내가 아는 그녀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좋다고 아무 남자한테 안길 여자가 아니였다.
아마 그런 여자였다면 난 그녀를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은 경숙이에게 연락이 와서 만났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은희 얘기를 했다. 경숙이도 많이 놀랐다.
은희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도 사실대로 다 말했다.
앞으로 은희와 계속 만날거라고 말해주었다. 대신 경숙이에게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숙이는 억지로 고개를 끄떡였지만 좋은 기분은 아닐것이다.
은희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은희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로 한것이다.
은희 스스로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겐 순결하게 보였다.
은희의 상처를 감싸주고 싶었다.
내 가슴엔 여러개의 방이 있는 듯 했다.
애란이를 진짜 사랑하지만 경숙이도 은희도 사랑한다.
그리고 사장에게 느끼는 감정도 분명 사랑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에겐 그 모든 여자가 사랑이였다.
다정 남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은희에게 주니 억지로 일어나 마셨다.
내가 침대에 눕자 은희는 온 몸을 밀착시키면서 안겨 왔다.
"오빠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별로...................."
"치...........그래 나는 가끔 만나 가랭이만 벌려 주면 되지?.................."
"허..........못 하는 소리가 없구만................"
"난 사람들이 싫어...............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역겨워..............."
"그래서 넌 내키는 대로 맘대로 사냐?...................."
"나도 내 자신이 싫어..................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은희는 생각에 잠긴 듯 혼자 하는 말투로 얘기를 했다.
은희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헤픈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어?.................."
"나.............첫 남자가 누군지 알어?............................"
"내가 무슨 점쟁이냐?..........그걸 알게.............."
"................아버지야..................날 낳아준 아버지라는 인간......................."
놀랐다.
은희에게서 느껴지는 퇴폐적인 느낌이 그런 이유에서 온다는 걸 그제야 느꼈다.
"시발.........................."
나도 몰래 욕이 흘러 나왔다.
"울었어.............울면서 빌고 빌었는데 가끔 인간이 미치면 그렇게 달라진다는 걸 아버지라는 인간을 보면서
느꼈어.............나중엔 포기를 했는데....................오빠라는 인간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그런 동생을 또 짖밟더라......................."
은희를 안고 있는 팔뚝이 서늘해지면서 은희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다른 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지만 은희의 눈에선 계속 해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둘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번갈아 올라 타더니 나중엔 친 오빠라는 인간이 칼을 들고 아버지를 위협해서
자기 혼자 나를 독차지 했어.............옆 방에 아버지가 있는 대도 지가 내키면 아무때나 벗기고 하는거야
...........그러면 아버지라는 인간은 훔쳐 보면서 침만 삼켰지..............말이 되?..............."
"........................................"
"그때부터 난 남자라는 족속들을 저주했어..............그렇게 더러워진 몸을 남자들한테 주면서 그렇게
복수를 했어....................그런데 슬픈거 있지.................흑흑................"
난 팔에 힘을 주어 은희를 강하게 안았다.
가슴이 내려 앉으면서 나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언제나 동경하고 그리워 하던 가족의 다른면을 듣게 되니 치가 떨렸다.
"난..........오빠 난..............사랑할 수가 없어..............어떻게 이런 몸으로 누구를 사랑해서
받아 들이겠어.............그런데.............오빠를 사랑해.................."
"은희야 나도 널 사랑해....................."
"그래서 경숙이한테 양보한거야.............도저히 그냥은 오빠를 혼자 사랑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랬어..........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왜?.............."
은희는 한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있어 보이던 은희에게 이런 아픔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리내어 울진 않치만 그 어떤 통곡보다 더 슬퍼 보였다.
들썩이는 은희의 작은 어깨를 안고는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품에 꼭 안고 욕정이 담긴 손길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써 쓰다듬어 주었다.
한 참 후에 잠이 든 은희의 얼굴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은희 생각에 새벽에 잠이 든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은희는 벌써 일어나 화장까지 다 하고 막 옷을 입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더 누워 있지..............뭘 그렇게 서둘러?..............."
"어?........오빠 깼어...........더 자...............난 나가 볼께............."
"왜?................"
"같이 가면 오빠 난처하잖아..............혹시라도 경숙이가 보면 아무래도 그렇지............."
젠장..........짜증이 났다.
저렇게 착한 여자를..............개~에 세끼들..............
"그런거 신경 쓰지말고 같이 가......................."
싫다는 은희를 강제로 앉히고는 나도 준비를 해서 같이 나왔다.
경숙이가 본다해도 어쩔 수 없고 애란이가 봐도 어쩔 수 없었다.
은희를 혼자 내 보내는 건 정말 잔인한 짓이였다.
은희는 그렇게 말했지만 막상 같이 나오자 내 팔에 거의 매달려 나오면서 웃었다.
그렇게라도 은희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애란이는 또 혼자 출근을 했다.
미리 전화를 했지만 회사로 들어 오는 애란의 얼굴은 불편한게 티가 났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그런 애란의 표정이 신경 쓰여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였다.
걱정을 하면서 퇴근을 해 약속장소로 가니 다행히 애란이는 안 가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멋적게 웃어 주고는 집으로 걸어 가는데 애란은 입을 꾹 다물고는 말이 없었다.
내가 질문을 해도 형식적인 대답 외에는 아예 상대도 안해 주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지은 죄가 있던 나는 안절 부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집 앞까지 온 나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에 애란의 팔을 잡고 말을 했다.
"애란씨 말 좀해요.................내가 잘못한거 있어요?................"
"아니요...........철봉씨가 뭐 잘못한게 있겠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갈께요...................."
"애란씨..............."
애란은 매몰차게 돌아서 가 버렸다.
잡고 싶었지만 애란의 분위기가 하도 사나워 잡을 수가 없었다.
한 참 멍하니 서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집으로 갔다.
철봉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애란의 마음은 심란했다.
철봉이가 미워서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몰아 붙여서 철봉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애란은 이런 자신의 처지가 싫어 눈물이 날려 했다.
대충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누워 있는데 티비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쌀쌀맞게 하고는 가 버린 애란의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뉴스가 끝나고 잠자리에 막 들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철봉씨...........저 애란이예요.............."
"예......예예........어떻게...................."
"아까는 미안했어요...............철봉씨 때문이 아니예요...............짜증내서 미안해요......."
"아뇨..........괜찮습니다..................."
"고마워요..............그럼 내일 뵈요............."
"예.............아 저기................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난 미친놈이다.
늦은 시간인데다 남편과 애들이 있을텐데 불러 내다니...........
애란은 대답을 못 하고 한 참 가만히 있었다.
"애들이 아직 안자요............."
"예.............그럼........."
"삼십분후에 거기서 봐요.............."
"예!...예?.....알겠습니다........"
거기라 해봐야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한 군데 뿐이다.
출근 할 때 만나는 장소로 미리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삼십분이 조금 지나 애란이 나타났다.
"너무 늦었는데 .........괜찮겠어요............."
"예..............."
그녀가 웃었다. 예전처럼 환하게 웃어 주었다.
내 마음속의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했다.
"어디 갈까요?............."
"음~~~~..........맥주 한 잔 해요.................."
간단한 안주와 생맥주를 시키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
막상 마주 앉아 있었지만 왠지 서먹했다. 나도 애란이도 예전처럼 편해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서로가
상대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도를 넘어섰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몰라 겉 돌고 있었다.
"애들은 재웠어요?.................."
"예............."
"애란씨 닮았으면 이쁘겠네요.................."
"호호...........예 이뻐요................"
"참........애들하고 대공원 같다 왔어요?.................."
"일이 있어 못 갔어요?.........."
"그랬군요...............애란씨 남편분이 부러워지네요................"
"뭐가요?................"
"토끼같은 와이프에 여우같은 자식들이 있으니까...........부럽죠............."
"호호......호호호..............내가 토끼?.......호호"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갔다.
밤을 꼬박 새워도 아쉬울텐데 잠깐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호프집을 나와 그녀 집으로 걸으며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을 잡자 나를 돌아 보며 그녀가 웃는다.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 가면서 내 손을 맞 잡았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충분히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그녀의 어깨를 돌려 세우고는 입을 맞췄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피했지만 내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고 내 두툼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완전히 덮자 그녀의 입이 벌어지더니 내 입술을 받아 들였다.
그녀의 두 팔이 천천히 올라와 내 목을 감더니 점점 강하게 내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나는 두 팔을 그녀의 허리에 감고 강하게 안았다.
그녀의 가슴과 배가 그리고 아랫도리가 내 몸에 밀착됬다.
한 참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빨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밀어 냈다.
그녀는 숨이 가쁜지 잠시 숨을 몰아 쉬었다.
"철봉씨..........그만 해요.............우리 이러면 안되잖아요.............."
"애란씨..........사랑합니다...........애란씨 맘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되요...........우리는........나는 그러면 안되요............."
"알지만..........나도 멈출 수가 없어요.............애란씨를 사랑합니다................"
애란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집으로 달려 갔다.
쫒아갔지만 순식간에 집안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나는 담벼락에 기대 한 참 동안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애란은 소파에 몸을 던지면서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의 입술이 덮치는 순간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그 사람품에 안겨든
자신이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과도 그런 느낌이 없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어서 주체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을까 봐 불안했다.
자신의 감정을 그 사람이 알까봐 두려웠다.
그 사람에게 사정없이 빠져 드는 자신이 너무 두려웠다.
다음 날 출근하는데 애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참을 기다리다 회사로 와보니 그녀는 이미 나와 있었다.
나와 마주치기 싫어 미리 나온 듯 했다. 그런 그녀가 야속했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했다.
퇴근을 해서 약속 장소로 갔을때도 그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갈등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내가 아는 그녀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좋다고 아무 남자한테 안길 여자가 아니였다.
아마 그런 여자였다면 난 그녀를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은 경숙이에게 연락이 와서 만났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은희 얘기를 했다. 경숙이도 많이 놀랐다.
은희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도 사실대로 다 말했다.
앞으로 은희와 계속 만날거라고 말해주었다. 대신 경숙이에게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숙이는 억지로 고개를 끄떡였지만 좋은 기분은 아닐것이다.
은희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은희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로 한것이다.
은희 스스로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겐 순결하게 보였다.
은희의 상처를 감싸주고 싶었다.
내 가슴엔 여러개의 방이 있는 듯 했다.
애란이를 진짜 사랑하지만 경숙이도 은희도 사랑한다.
그리고 사장에게 느끼는 감정도 분명 사랑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에겐 그 모든 여자가 사랑이였다.
다정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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