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원 공주 - 단편 7장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기러기아빠> 입니다.







## 이 글에는 <김춘수>님의 시 <꽃>이 나옵니다.



김춘수님은 매우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시는 순수시인으로 제가 기억합니다.



이 시를 아마도 연애시절에 한두번쯤은 주고 받으신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서

이 글에서 사용했는데 ......



만일 과거에 경험이 없으시다면 지금 당장 폰 꺼내서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아내에게 또 남편에게, 아들에게 또 딸에게 보내보세요.





제가 어제 저녁에 3 명 모두에게 보냈었는데 ....



** 상희에게서 온 답장 : 꽃?.... 이제 늙고 시들었쟈나?!! 곧 질꺼다 ㅋㅋㅋ

** 아롱이 에게서 온 답장 : 당신은 영원한 내 오빠야~!!ㅋㅋㅋ

** 다롱이 에게서 온 답장 : 빠삐씨~!! .... 이거 내가 존나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지? ㅋㅋㅋ



못믿겠으면 캡쳐해서 보내드릴꺼임 ... 폰번호 쪽지로 날리삼~!!





사랑은 가면 반드시 옴~!! ㅋㅋㅋㅋ

그치만 짝사랑은 가면 안올 수도 있음~!! ㅋㅋㅋㅋ







## 혹시 ....... <송창식>님 모르시는 분 안계시죠?



어제 오후에 KTX 를 타고 가면서 창 밖을 보니까

완전 가을이던데 .......



<송창식>님께서 부르신

<날이 갈수록>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던데요.



열차 안에서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다가 제 눈이 젖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이분 노래 동영상이 있었어요.



몇번을 듣고 또 들으면서 ..... 저 나름대로 보냈던

저의 대학시절이 생각나서 .....

또 훌쩍훌쩍~



지금 혹시 이 노래 기억나세요?



이따가 혜원이가 부를 때 흥얼흥얼 같이 불러보실래요 ?



내가 다녔던 그 캠퍼스 ..... 그 얼굴들 .......

.............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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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혜원이의 교통사고







연말연시에 4 주동안의 휴가가 끝나갈 무렵에

현철이는 편의점의 점주를 찾아갔다.



그는 점주에게 공부 때문에

더 이상은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그 동안 친절하게 대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매일 혜원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공부만 했다.





그런데 현철이에게 서희주에게서 톡이 왔다.

서희주는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던 여학생이다.







[희주톡] : 왜 일을 하지 않는 거야?

더 좋은 일자리를 구했나?







그는 답장을 할까 말까 하고 고민을 했다.



현철이는 희주가 일하면서라도 공부하려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애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두 학기 동안을

그는 희주가 와서 교대해주기를 애태우며 기다렸었다.



그는 답장을 하기로 했다.







[현철톡] : 그게 아니거든~

내 머리로는 공부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공부를 좀 더 하려고.





[희주톡] : 이번 주 화요일에 나 일할 때 편의점에 잠시만 들러 줄래?



[현철톡] : 알았어.







화요일에 그는 혜원이를 도서관 앞에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는 혜원이에게 도서관으로 혼자서 먼저 들어가라고 말했다.

자기에게는 일이 있으니까 끝내고 올라가겠다고 ....



혜원이와 그렇게 헤어진 그는 편의점으로 갔다.



희주가 그에게 음료수를 건네주면서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희주가 현철이에게 물었다.







희주 : 딱 하루만 내 파트너가 돼달라고 지난번에 내가 말했쟈나?



현철 : 그럼 먼저 혜원이 허락을 받으라니까~!! ㅋㅋㅋ



희주 : 야~!!! ... .그게 말이 되냐?

내가 이렇게 자존심을 구겨가면서 너한테 말할 때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건데 ....



현철 : 무슨 일인지 알면 안될까?



희주 : 그럼 혜원이를 내가 만나서 부탁을 해??







오랫만에 만난 그들은 공부, 일, 가족 그리고 미팅에 대한 얘기를 했다.

희주는 어떤 성과를 거둔 것은 없지만 그를 만나서 반가웠고

현철이도 한동안 못보다가 봐서 그런지 희주가 예뻐진 것 같았다.







희주 : 자주 쫌 보자~ ..



현철 : 예뻐진거야? ... 코를 쫌 올려 세웠냐? ㅋㅋ



희주 : 그런거 묻는 거는 실례야~!!







그는 희주와 헤어져서 혜원이가 있는 도서관으로 갔다.











작년 늦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현철이는 도서관 휴게실에서

그의 고등학교 동창인 강성식을 만났다.



성식이는 전부터 현철이에게

고등학교 동문모임에 나오라는 말을 몇 번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단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 날도 현철이는 성식으로부터 한소리 들었다.







성식 : 이번에도 안나오면 명부에서 삭제한다~!! ㅋㅋㅋㅋ

선배들도 나오는데 ......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니야?







이런 모임은 현철이에게는 술때문에 참으로 난처한 경우였다.

현철이는 성식이를 그날 저녁때 생맥주집에서 보기로 하고 그와 헤어졌다.





현철이가 자리로 돌아 와서 공부를 하는데

집중하려고 해도 공부가 머리로 들어오지를 않았다.



그는 혜원이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혜원이는 계속 공부하겠다고 하더니만

현철이의 눈치를 잠시 살피고 나서

혜원이도 그를 따라서 도서관을 나왔다.







현철 : 오늘은 공주가 얘기한 오솔길로 내려가보자.



혜원 : 자기 오늘 왜 그래? ..... 무슨 일 있어요?



현철 : 공주랑 산책하고 싶은 일? ..... 하하하~



혜원 : 히이잉 .....







현철이는 머리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겨울을 앞두고도 있지만

연말이 곧 오는 것도 의미하고

또 대학생들에게는 기말시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학금을 노리는 현철이에게는 가을이란

결코 낭만적인 시간만은 아니었다.









혜원 : 우리 ........... 지금부터 말하기하자~!!



현철 : 무슨 말?



혜원 : 눈에 보이는 것을 말로 하기~!!



현철 : 흠 ...... 내 눈에는 공주만 보인다~!! .... 하하~



혜원 : 흠 ... 내 눈에도 자기만 보인다. ... 호호~







혜원이의 팔이 현철이의 팔에 걸렸다.

혜원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멜로디는 흥겨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정문으로 나가는 길을 따라서 걸어서 내려왔다.



아침에 걸어올라간 길을 반대방향으로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다.

똑같은 길인데도 방향과 시간이 다르니까 마치 전혀 새로운 길 같다.



이 길을 해가 있는 오후에 걸어서 내려가보는 것도 오랫만인것 같았다.





텅 빈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다.

그들이 가는 길에도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하늘이 저만큼 더 높아진 것 같았다.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져있는 새털같은 구름이 무척 가벼워보인다.







현철 : 아까 그 노래 처음부터 다시 불러봐~!!



혜원 : 여기가 노래방인가?



현철 : 그 노래가 혜원이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싶어~!!





혜원 : 아이~ 참나~!!

자기가 듣고싶다니까 하기는 할껀데 .....

우리 ..... 같이 부르면 안될까?

<송창식>할아버지가 옛날 젊은 시절에 불렀다는 노래 .... <날이 갈수록>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가을 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위엔 또 다시 황금 물결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 얼굴들

루루루루~ 꽃이 지네~

루루루루~ 가을이 가네~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루~



하늘엔 조각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꽃잎이 떨어지니 젊음도 곧 가겠지



머물 수 없는 시절 시절 시절 시절들

루루루루~ 세월이 가네~

루루루루~ 젊음도 가네~











현철 : 그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지 ??



혜원 : 마치 곧 졸업할 4학년들이 부르는 것 같다~ ... 호호~



현철 : 4 학년들이 이 노래 부를 정신이 있겠나?



혜원 : 그니까 착한 우리 1 학년들이 대신 불러주쟈나 ? ....ㅋㅋㅋㅋ









현철이는 걸음을 멈추고 혜원이를 깊이 안았다.

현철이에게 안긴 혜원이는 머리를 현철이 어깨로 숙였다.







현철 : 사랑해.... 공주 ......



혜원 : 자기야 ....... 나도 사랑해~



현철 : 나도 우리 공주에게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되어야 할텐데 ....



혜원 :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에도 자기는 잊지 않을거야~ ㅋㅋㅋ







그들은 교정과 숲을 돌아다녔다.

가금씩 불어오는 바람은 이미 싸늘해져서 제법 겨울 흉내를 낸다.



현철이는 이 학교를 두 학기째를 다니고 있으면서도

혜원이와 이런 시간을 가져보기는 처음이다.



다란 애들은 CC커플이라고 하면서 학교를 누비고 다녔을텐데 .....



현철이의 마음에서는 혜원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혜원 : 자기야 .... 이제 우리 진짜로 <보이는 대로 말하기> 하자~!!



현철 : 음 .........

군데군데 잔디들은 더이상 녹색이 아니고 이미 누런 색이다.



혜원 : 가면서 지나치는 길에 서 있는 저 나무들의 잎사귀들은 이제 완전한 갈색이다.



현철 : 길에는 낙엽들이 뒹굴고 있다.



혜원 : 더 이상 어디에도 여름의 흔적은 없다.



현철 : 저 앞 어디쯤엔가 와있을 겨울이 느껴진다.



혜원 : 여름에는 사람들이 그늘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은 따스한 햇볕을 아쉬워한다.









현철 : 공주는 ....... 왜 이런 걸 하자고 하는거야?







혜원 : 자기가 보는 것을 나도 보고

또 자기가 느끼는 것 나도 느끼고싶고 .....



내가 보는 것 자기도 보게하고

또 내가 느끼는 것 자기도 느끼게 하고싶고 .....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같은 것을 보고 또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는거쟈나?









현철 : 아휴~ ........ 가슴이 설레인다~!!



혜원 : 같이 있으면 이렇게 가슴설레이는 것이

우리에게 앞으로 얼마나 갈까?





현철 : 나는 무덤에 갈 때 까지~!!!



혜원 : 난 딱 오늘만 .... 메에렁~ ... 호호~









그날 저녁 때 그는 성식이와 약속한 생맥주집으로 갔다.



그 자리에는 성식이 말고도

다른 동창들과 그들의 여친들도 몇명 나와있었다.



그들은 모두 현철이나 혜원이보다는 술을 잘마시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노래방에 간다면서

현철이와 혜원이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혜원이는 그들을 따가가지 않으려는 현철이에게

같이 가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러나 현철이와 혜원이는 그들과 헤어져서 집으로 갔다.



그들은 가면서 현철이에게 내년 2월에 있는 동문 모임에 빠지면

오로지 죽음뿐이라고 협박을 했다.





혜원 : 거기에 나도 가도 돼요?

내가 가면 우리 자기는 자동으로 따라올껀데~ 호호~





성식 : 우리는 남고라서 여성출입금지야~



혜원 : 흠~ ..... 나중에 2차 가겠군~!!!



성식 : 2차도 남자끼리만 가거등~





혜원 : 갈 때야 그렇겠지~ .....

그치만 가서도 그럴까? .... 호호~



성식 : 그건 비밀인데 ...?? ㅋㅋㅋㅋ









집으로 돌아가면서 현철이는 성식이라는 동창과

자기 고등학교 동문들의 모임에 대해서 혜원이에게 얘기해주었다.







현철 : 나는 아직 이런 모임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



혜원 : 이런 모임에는 나도 나가거든~

안나가면 공부버러지라고 안좋은 소문만 나기 때문에

인맥관리가 안돼 ~!!



현철 : 가는 것은 괜찬은데 술판에서는 내가 술에 약해서~ ...









그 후 해가 바뀌어 2월 말의 금요일에

그는 도서관에서 성식이와 만났다.



저녁때 혜원이를 도서관에 남겨두고

그들은 동문회가 열리는 장소로 갔다.



여기저기서 한 잔씩 권해오는 술을 앞에 모아놓고

현철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시면 의식불명이 될 것 같고 ......

마시지 않으면 야유와 재촉이 들어올 것이고 .....



그는 밖으로 나와서 혜원이에게 톡을 보냈다.







[현철톡] : 나 술에 뻗으면 어떻게 해?



[혜원톡] : 택시 타고 올래?



[현철톡] : 음 .......



[혜원톡] : 내가 모시러 갈까요?



[현철톡] : 여기가 어디인지는 아니?



[혜원톡] : 혹시 사거리에 있는 치킨 집 아니야?

뭐 한다 하면 거기로 가던데 ...?









그날 끼리끼리 뭉쳐서 하는 얘기는

신학기가 되면 신입생들 환영회가 어떻고,

누가 언제 군에 입대하고, 언제 제대하고,

누가 취직하고, 대학원가고, 유학가고, ...

오늘 마치고 나서 당구장에 가자는 .......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도 술을 마시라고 재촉하거나 못마신다는 야유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는 술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실 수 있었다.



더군다나 혜원이가 데리러 온다는 말에

현철이는 안심하고 술을 마셨다.





안심하고 천천히 마셨어도 그래도 술은 술이었다.

그가 일어서려고 했으나 그는 휘청거렸다.



그러는 그를 성식이가 부축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성식 :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요모양이냐? ....ㅋㅋㅋㅋ



현철 : 모르겠다. .... 나 지금 그냥 조용히 사라지게 해줘라~!!



성식 : 그게 .... 내 맘대로 되냐?







현철이는 혜원이에게 전화를 해서 혜원이가 오도록 했다.

둘이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이 우루루 나오기 시작했다.



성식이는 현철이에게 총무를 맡고 있는 선배에게 가서

사과하고 나서 빠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총무 선배는 .....







선배 A : 신입생 환영회때 딱 한번 나오고

일년 내내 코빼기도 안비치다가 오늘 나타나서는 ........

이게 말이 되냐 ?









그러고 있는데 혜원이의 흰 색 소나타가 이들 앞에 멈춰섰다.

그 차에서 문이 열리고는 혜원이가 내렸다.







혜원 : 자기야~!!!



선배 B : 야~!! ...... 오혜원~!!!!







현식이를 차에 태우려고 부축하던 혜원이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나는 곳을 바라본 혜원이는

정인규가 거기에 서있음을 알아차렸다.



정인규는 작년에 군에 간다면서

자기에게 몹쓸 짓을 한 바로 그였다.





그를 보는 혜원이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모르고 있는 현철이는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혜원이는 현철이에게 먼저 차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으나

그는 두리번 거리면서 성식이를 찾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여러 명의 남자들이 두 패로 나뉘더니



한 패는 정인규를 에워싸서는 뒤로 데리고 가버리고,



다른 한 패는 혜원이에게로 와서 사과하면서

혜원이에게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정인규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혜원이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혜원이는 자기 입술을 천천히지긋이 물었다.





그리고는 사과하는 남자들에게 악을 쓰는 소리로 쏘아붙였다.







혜원 : 내 남친이 술에 취해서 데리러 온 건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돌아가라는 거죠?

저 인간같지도 않은 개X발놈 한번 이리로 와보라고 하세요~!!





선배 C : 제가 대신해서 사과할테니까 오늘은 이만 여기서 ...







혜원 : 사과를 왜 댁이 하는데요?

저는 대신하는 건 사과도 배도 필요없어요~!!!



야~!! .... 정인규~!! ..... 너 이 개X끼~!!!!

할 말 있으면 당당히 이리 나와서 해~!!!







그러나 그 때는

어느 택시가 이미 정인규와 다른 남자들을 싣고 사라져버린 후였다.







혜원 : 비겁한 개새X .......







이제는 성식이가 나서서 현철이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혜원이를 달래면서 돌아가자고 부탁했다.



사실 혜원이도 화는 났지만 그가 이 자리에 없으므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혜원이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더니 차에 탔다.



핸들에 머리를 기댄 혜원이가 분을 삼키지 못해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차의 밖에는 성식이와 다른 남자들 몇이 서서

혜원이의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울던 혜원이가 다시 차에서 내려서

그 남자들에게 악을 쓰면서 말했다.







혜원 : 저 개새X 에게 내일 오후 3시까지 도서관으로 와서

나한테 사과하라고 전하세요.

안그러면 내가 저 새X 제대 못하게 만들어 버릴테니까요~!!







그리고나서 혜원이는 출발했다.





혜원이는 오피스텔 앞에서 차를 세운 후에 현철이를 부축해서

2층에 있는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혜원 : 자기야~!! .... 오늘 많이 놀랐지??? ...... 미안해~!!



현철 : 그게 정인규였어?



혜원 : 응~!! ...... 오늘은 걍 자고 내일 아침에 올께~!!







혜원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현철이는 씻고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성식이에게서 톡이 왔다.







[성식톡] : 내가 .... 미안하다.





[현철톡] :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네가 미안하냐?

혜원이가 지금 이를 갈고 있는데 .....

정인규선배 지금 어딨냐?





[성식톡] : 누구랑 가서 술푸고 있겠지.

일단 조용히 자고 내일 도서관에서 보자.









작년 신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혜원이에게 친구 민경이가 동아리에 들자고 졸랐다.



여행을 다니는 동아리인데 분위기도 좋고 하면서

민경이는 혜원이를 마구마구 꼬셔댔다.



그 바람에 혜원이는 민경이와 함께 딱 한번 그 동아리 모임에 갔었다.



과연 그 민경이의 말대로 사람들은 친절하고 또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그 자리에서 혜원이는 정인규가 특히 친절한 선배라는 이미지를 받았다.





정인규는 수학과 2학년이었다.



그는 혜원이에게 자기네 동아리에서 여행 갔었던 곳을

앨범을 펴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하나씩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물리학 하려면 수학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면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면서 전화번호도 교환했다.



혜원이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몇번 그를 마주쳤으나

그에게 물을 정도로 어려운 수학은 그 때까지는 등장하지 않았었다.



또 간간이 등장하는 문제들은 박현철이와 해결했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정인규는 커피를 뽑아와서 혜원이랑 같이 마시고는 헤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에 정인규가 혜원이에게 영화보러 같이 가자면서 데리고 나갔다.

둘이는 영화를 보았고 저녁도 같이 먹고 헤여졌다.



정인규가 사귀자고 말했을 때에는 혜원이에게도 그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



그 뒤로 혜원이는 정인규를 몇번 더 만났다.

학교 5월 축제 때에는 쌍쌍파티에도 그와 같이 갔었다.







혜원이는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만나는

자기과에 같은 학년인 박현철을 알게되었다.



박현철은 공부버러지인 것 처럼

여학생인 자신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던 박현철이 수업에 늦게 오거나 결석을 하게 되면

혜원이가 필기한 노트를 빌려다가 복사했다.



다른 애들 글씨 보다는 혜원이 글씨가 알아보기 쉽다고 했다.

또 자기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 수업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신세를 지게 해달라고 박현철은 혜원이에게 부탁을 해왔다.



혜원이는 현철이에게 노트 정리한 것을 몇차례 빌려주면서

수업시간에 이해하지 못하던 부분을 그에게 몇번 물어봤는데,

그는 혜원이에게 설명을 열심히 해주었다.



그가 하는 설명은 혜원이에게 쉽고 이해하기에 딱 좋았다.



언젠가부터는 박현철이 일찍 와서는

혜원이를 위헤서 자리를 미리 잡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둘은 가까워졌다.





그러나 혜원이도 현철이도

같이 공부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현철는 시간도 없고 또 돈도 없어서

연애나 미팅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다고 했다.



현철이가 혜원이의 노트를 몇번 복사하고 나더니

고맙다면서 같이 저녁먹으러 가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그러나 혜원이는

현철이가 아르바이트 해서 버는 돈으로 사주는 저녁을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 때 돌아서는 현철이의 얼굴에서는 너무도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혜원이는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여행동아리에는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다.



또 혜원이는 그렇게 떼지어서 여행다니는 것은 자기 취미와 맞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인규선배는 동아리와 관계없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만났다.

혜원이가 볼 때 정인규는 항상 매너 좋고 믿음직스런 착한 남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정인규가 군에 입대한다면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혜원이는 현철이가 노트를 복사하자는 부탁도 다음 날로 미루고

정인규를 만나야만 했다.



정인규는 혜원이를 데리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혜원이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지만 주량도 작았다.

그는 막무가내로 혜원이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에 혜원이를 모텔로 데리고 갔다.



혜원이는 어지럽고, 속도 메스꺼웠고, 또 그는 평소에 매너남이었으므로

아무 말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모텔 방으로 따라서 들어갔다.



그는 그 방에서도 맥주를 주문해서 마시면서

편지를 하겠다는둥,

또 나중에 주소를 가르쳐주면 면회를 와달라는 둥 ......

뭐 그런 얘기들을 했다.



그가 권하는 맥주 몇 모금이 더 들어가자 혜원이는 구토를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변기를 잡고 씨름을 한바탕 하고 있었다.



그 때 친절한 정인규가 따라와서 등을 두드려주었다.

나중에 일어서는 혜원이에게 그는 치약을 바른 치솔을 건네주었다.



둘이서 양치질을 끝내고 욕실에서 나오자

정인규는 혜원이에게 달려들었다.



거부하고 반항하는 혜원이를 침대로 끌고가서는

자기만의 욕심을 채웠다.



그리고 나서 혜원이는 모텔에 따라온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사건은 일어난 후였다.





혜원이는 모텔 방을 빠져나와서 집에 가는 택시를 탔다.



그녀에게는 고민과 갈등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녀가 믿었던 그였지만

그와의 육체적 결합이 강압적으로 일어나버린 사실과,

사람이 변해도 그렇게 야수처럼 변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는 혜원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늘어놓았지만

혜원이에게 그것은 그냥 개가 짖는 소리였을 뿐이었다.











다음날 혜원이는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하여 한참 동안을 고민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현철이와 식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혜원이는 미친 개에게 한번 물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학교에 다녔다.



모든 일을 잊기위해서라도 현철이와 같이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나 혜원이에게는 공부에 몰두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날의 악몽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결국 박현철은 혜원이가 방황하는 것을 눈치채버렸다.





박현철은 혜원이를 달래준다면서 생맥주 집에도 데리고 갔었다.

그러나 정인규와는 달리 박현철은 술을 매우 조금밖에는 마시지 않았다.

또 그 자리에서 박현철은 혜원이가 남친을 군에 보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혜원이는 정인규를 자기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리고 박현철에게도 이제는 그만 모든 것을 잊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현철이 강교수가 추천했다는 책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혜원이에게 공부에 더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혜원이는 짜증스러웠지만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혜원이는 이번 2학기 중간고사는 기대도 걸지 않고 포기상태였다.



그러나 강교수의 물리학개론 시험은

현철이가 공부 하라고 한 내용에서만 문제가 나왔다.





강교수가 현철이와 짜웅을 했나?

아니면 현철이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인가?





혜원이는 가면 갈수록 현철이에게 빠져들고 있었고

현철이가 자신을 보는 눈도 이제는 전과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혜원이는 현철이와 사귀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왔는데 ........



자기인생에서 지워졌어야 할 강인규가

오늘 저녁에 갑자기 다시 되살아난 것이었다.











그 일 때문에 현철이에게 어떤 상처가 갈까봐서

혜원이에게는 두려움이 생겼다.



혜원이도 씻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혜원이는 현철이에게 전화를 했다.







혜원 : 자기 .... 지금 자요?



현철 : 자려고 하는데 ....... 잠이 잘 안오네~



혜원 : 나 때문에 그런거지? .......

미안해~ .... 나 지금 자기한테 갈까?



현철 : 아니야~!! ... 피곤하기는 해~!

오늘은 그냥 자고 우리 공주는 내일 보자~!!





혜원 : 나도 잠이 안오는데 ......

나는 분하고, ..... 화나고, ..... 억울하고, .....

미칠 것 같고, ..... 소리지르고 싶고~





현철 : 어이구우~ ... 이러다가 공주 큰일 내겠네 .......

그럼 빨리 나한테 오세요~!!





혜원 : 자기 ... 고마워~!!! ... .흐흐흑~~~









처음에는 현철이가 자기를 거부하는 것 같이 들렸지만

나중에는 자기에게 <오라>고 말해준 것이

혜원이는 너무도 고마웠다.







혜원이는 차에 타고 출발했다.



아파트를 빠져나오자 혜원이는 가스페달을 밟았다.



혜원이는 저 앞에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만 했다.

신호등은 막 좌회전 신호인 초록색 화살표였다.

혜원이는 핸들을 돌리면서 사거리로 진입했다.



그 때 혜원이에게는 갑자기 엄청나게 밝아지는 느낌이 오더니

동시에 혜원이는 깊은 암흑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혜원이는 자기의 온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혜원이엄마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회사에 들렀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혜원이 방에 혜원이는 없었다.



아마도 현철이에게 갔겠지 하고

혜원이엄마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가 한참을 자고있는데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미국에 있는 남편이 전화한 것인줄로 알았다.



그녀는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 여보세요? ... 오혜원씨 보호자되세요?

여기는 XX병원인데요.

지금 오혜원씨가 교통사고로 저희 병원 응급실에 ........







혜원이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아침 8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통화가 끝나자 혜원이 엄마는 현철이에게 전화를 했다.







현철 : [잠에서 덜 깬 목소리] ..... 왜 안와?



혜원엄마 : 나다~!!



현철 : 네~!!! ...... 어머님~!!





혜원엄마 : 내가 20 분 후에 그리로 갈테니까

자네는 외출준비하고 밑에 내려와있어.

혜원이가 교통사고로 입원해있단다~!!







혜원이엄마는 잠시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혜원이가 사고를 냈는데 왜 현철이는 집에서 자고있는가?

그럼 혜원이가 혼자서 어디를 돌아다녔다는 말인가?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혜원이에게 교통사고라니 ........



혜원이는 운전할 때 유난히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혜원이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경우는 더더구나 없다.





그녀는 현철이라면 뭘 알아도 알겠지 하고 생각하고는

현철이에게로 차를 몰았다.



그녀가 오피스텔 앞에 도착하자 그가 앞자리에 올라탔다.









현철 : 혜원이가 교통사고를 내다뇨?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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