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 상
2018.04.14 20:15
가정부 - 상
[상편]
난 45세의 남자로 자그마한 중소기업체를 운영 중이다.
아내와는 사별을 하였고 지금은 하나뿐인 외동딸 예림이와 단둘이 살고 있다. 죽은 아내는 평소에 몸이 늘 안 좋았는데 젊어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이젠 먹고 살만하니까 슬슬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5년 전 간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안타깝게도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일은 아내가 간암으로 죽고 나서 5년이 지나고 시작되었다.
아내와 사별 후 5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자니, 재혼이니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죽은 아내를 아직도 못 잊고 있었다. 어렵게 결혼을 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남달리 우린 부부의 정이 각별했었기에 한동안 심한 우울증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죽고 한동안은 그런 생각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또한 그동안 회사일도 너무 바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죽은 뒤로 여자를 한 번도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나에겐 소중한 외동딸이 하나 있었다. 예림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하나뿐인 딸 하나만을 애지중지 뒷바라지를 하며 키우고 있다.
그동안 집안 살림은 주로 가정부를 불러다가 했다.죽은 아내가 하늘에서 도왔던지 아님, 내가 복이 많아선지 그동안 들어온 가정부들은 모두 살림 솜씨가 하나같이 좋고 또한 마음씨 착한 여자들이었기에 그다지 불편한 것도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그동안 고등학생이었던 딸도 이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젠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할 정도로 커 버렸다. 요즘은 그런 딸이 부쩍 딸이 성숙 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동안 집안일을 도맡아 해오던 가정부가 자신의 집안일로 그동안 해오던 우리 집 일을 그만 두어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대신할 다른 사람을 소개 시켜주거나 구할 틈도 없었다.
그 후, 처음 며칠은 내가 간단한 청소나 정리를 해봤으나 그것은 잠시뿐 회사일이 바쁘다보니 집은 거의 돌 볼 수가 없었다. 아줌마가 가버리고 1주일 정도가 지나도 이번에는 웬일인지 살림을 맡아서 해 볼 사람이 도통 나서지를 않았다.
야근으로 밤늦게 퇴근을 했는데 현관문을 여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거의 난장판이라고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어지럽게 널린 가재도구들이며 아침에 갈아입고 나간 그대로 딸아이 옷, 헤어드라이어며 여러 가지가 소파와 바닥,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져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옷도 갈아입을 생각도 못하고 우선 어지럽게 널린 것들부터 대충 간단하게 정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 소파에 앉았는데 더운 여름이라 이내 나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틀자 이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땀을 겨우 식혀주었다.
‘ 얘는 집안 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뭐 하는 거야... 좀 정리라도 해놓고 있던가 하지 않고... ’
난 예림이가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하나뿐인 딸이라고 오냐오냐해서 그런지 너무도 철이 없었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텐데 나와 보지도 않는 예림이에게 살며시 화가 나고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는 생각이 들었다. 딸인 예림이에게 야단이라도 치려고 딸의 방, 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그런데 예림이는 침대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잠들어 있었다.
뭐하다가 잠이 들었는지 불도 끄지도 않아 환히 불이 켜진 상태였다. 처음엔 그냥 예림이가 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림이를 유심히 보던 나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예림이는 여름이라 더워서 인지 이불을 덮지도 않고 있었는데 옷은 양쪽 어깨가 드러나고 가슴이 많이 파인 민소매 티셔츠에 그리고 아래는 너무도 짧아서 팬티가 거의 드러날 정도의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렇게 예림이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그 모습에 조금 애처롭고 안쓰럽게만 보였다.
엄마라도 있었으면 그렇게 생각하지를 않았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며 이불이라도 덮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바로 해주려고 몸을 살짝 밀었다. 그런데 내 눈이 한순간 그만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림이가 더워서 그랬는지 노브라인 채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난 그대로 아침까지 자면 몸이 불편할까봐 일부러 몸을 바로 잡아 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예림이의 몸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물컹하게 닿아오는 예림이의 젖가슴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향수라기보다는 은은한 여자의 살 냄새 같은 것이 예림이의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흠, 예림이가 언제 이렇게 성숙해버렸지... 이젠 완연한 처녀티가 다 나네... ’
그런 생각에 나의 손에 닿은 예림이의 젖가슴에서 손을 떼지를 못하고 있었다. 한번 주물러 보고 싶었다. 마치 부드러운 살결이 나의 손안에서 녹아드는 것 같았다. 예림이의 몸이 날씬하게 빠져서 성숙한 몸매의 곡선이 나타나는 게 이제는 완연한 여자란 느낌이 물씬 났다. 그런 예림이의 모습을 훔쳐보던 나의 가슴이 웬일인지 두근두근 거렸다. 마치 침대에 누운 여자가 딸인 아닌 요염한 여자의 몸처럼 생각이 되었다.
‘ 이런 미쳤어... ’
하지만 난 이내 정신을 차렸다. 딸이기에 난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예림이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왔다.
난 불이 꺼진 썰렁한 내방으로 들어왔다.
혼자 자리를 펴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를 않았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잠든 딸의 몸을 훔쳐본 탓이라 생각하며 피곤하지만 자위라도 하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 예림아 너 아빠랑 얘기 좀 하자... ”
“ 네.................. ”
다음날 난 일어나자마자 예림이를 불렀다. 이젠 너도 다 컸으니 간단한 일은 네 손으로 하라는 충고라도 해주고 싶었다.
“ 너 어젠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네... 어젯밤 내가 들어 온 것도 모르고... ”
“ 아빠 정말 죄송해요. 공부하다가 그만 잠들었나 봐요. ”
“ 응, 그랬어... 괜찮아... 그보다 지금은 아줌마도 안계시고... 너라도 시간이 나면 대충 정리도 좀하고 그래라... ”
“ 아빤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
“ 어쩌지 요번엔 우리 집 일하겠다는 사람이 쉽게 안 나서네... ”
“ 어쩌죠? 아빠... 참, 내 친구는 어때요? ”
“ 뭐어? ”
난 처음에 어린 예림이가 참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정부 아줌마를 찾는데 터무니없이 친구라니...
“ 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빠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빠가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말해 보렴... ”
“ 네, 제 친구 중에 집안 형편이 좀 어려운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걔네 집 형편이 말이 아닌가 봐요. 친구아빤 아프시고... 오빠는 군대에 있고... 지금은 걔랑 엄마가 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사는데...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고 해서... ”
“ 음, 진짜 안 돼 보이기는 하네... 아무리 그래도 학생이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이런 일 할 수가 있을까? ”
“ 그야 모르죠. 하지만 걔가 저랑 친해요. 잘 말해 볼게요. 둘이서 공부도 같이 하고... 그러면 저도 좋을 것 같아요. ”
“ ........................ ”
“ 네, 아빠.... 네에... 내가 잘 설득해 볼게요... ”
처음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젠 나에게 강요를 하는 것 같았다.
“ 후훗, 그럼 할 수 없구나... 일단 요번 일요일에 한번 데리고 와봐라. 그때 보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
“ 네, 아빠 너무 고마워요. ”
예림이는 이젠 됐다고 생각하는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일어나 애교로 나에게 뽀뽀를 한다.
“ 그래도 아직 OK 한 거 아니다... ”
“ 그래도요... 정말 고마워요. 아빠... 저도 이제 놀지만 않고 가끔 집안일도 도울게요. ”
예림이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좋아하니 나라고 별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허락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형편이 너무 딱해 보여 그래라라고 말 하고는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어떤 여자아이인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러던 일요일 소파에 앉아 TV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잠깐 나갔다가 온다던 예림이가 들어왔다.
“ 아빠 제 친구 데리고 왔어요. ”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보니 딸 예림이가 신발을 벗으며 서 있었고 그 뒤로 예림이와 거의 비슷한 키에 날씬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부끄러운 듯이 서있었다. 그런데 눈이 아주 크고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니 조금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 들어와 인사해 이분이 우리 아빠야... ”
“ 지혜라고 합니다. ”
“ 잘 왔어요. 일단 이리 와서 앉아요. ”
“ 예림아, 넌 가서 커피 석 잔만 타오거라... ”
“ 네........ ”
그러자 예림이가 주방으로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지혜란 지혜도 따라서 같이 엉덩이를 들었다.
“ 예림아 내가 도울게... 같이하자... ”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말을 사근사근하게 하는 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붙임성도 있어 보였다. 저만하면 성격도 착해 보이고 모든 게 너무도 귀여워 보였다. 친구아빠의 눈으로 보는 지혜는 예림이의 친구로서 어디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어디까지나 가정부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두 사람이 만들어 온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얘기를 했다.
“ 그래, 예림이 친구라고 했지 집은 어디? ”
“ 전에 **동에 살았는데 지금은 어머니랑 **동 외갓집에 있어요. 아빤 병원에 계시고요. ”
“ 그렇구나... 힘들겠다... ”
그래서인지 지혜의 밝았던 얼굴에 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예림이랑 웃으며 들어올 땐 몰랐는데 얼굴색이 조금은 어두워 보여 맘에 걸렸다.
“ 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도 벌어야 되고... 그보다 솔직히 여기서 나가면 오늘 잘 곳도 없어요. 아저씨 부탁드릴게요. 여기 있게만 해주시면... 제가 뭐든지 다해 드릴게요. ”
“ 정말 다할 수 있어요? 밥이며 빨래, 청소도 해야 되는데... ”
“ 네에, 당근이죠. 뭐든 시켜만 주세요. ”
“ 아빠... 제발... 지혜랑 같이 있고 싶어요. ”
어느새 옆에 있던 예림이도 그런 친구가 너무도 안 되보이는지 나에게 매달리며 떼를 쓰고 있었다.
“ 휴... 그럼, 할 수 없구나... 사정이 딱해 보이니... ”
“ 와! 우리아빠 최고... 멋있어요. 고마워요, 아빠... ”
“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
그러면서 지혜가 일어나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예림이는 내 뺨에다가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예림이의 애교를 지켜보던 지혜의 얼굴아 조금 전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다. 아빠에게 매달려 애교를 부리는 예림이가 너무도 부러운 듯해 보였다. 우리 부녀가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에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지혜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되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혜가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처음엔 공부하느라 집안일은 대충대충 신경도 못 쓸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컸다보니 그렇겠지만 손이 보기보단 야무졌고 집 청소며 빨래며 모든 집안일에 너무도 깔끔하고 익숙할 정도로 척척해 나가며 빠른 적응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퇴근을 할 시간이면 언제나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기에 난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난 지혜에게 살림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왔을 텐데 그날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퇴근하였다.
“ 저녁은 드셨어요? ”
“ 아, 아니... 바빠서 그만... ”
지혜가 그런 날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도 묵묵히 밥을 챙겨 주려는 지혜가 고맙기까지 하였다. 윗도리를 벗어 소파에 걸쳐놓으며 저녁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걸어가는 지혜를 쳐다보았다.
[상편]
난 45세의 남자로 자그마한 중소기업체를 운영 중이다.
아내와는 사별을 하였고 지금은 하나뿐인 외동딸 예림이와 단둘이 살고 있다. 죽은 아내는 평소에 몸이 늘 안 좋았는데 젊어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이젠 먹고 살만하니까 슬슬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5년 전 간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안타깝게도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일은 아내가 간암으로 죽고 나서 5년이 지나고 시작되었다.
아내와 사별 후 5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자니, 재혼이니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죽은 아내를 아직도 못 잊고 있었다. 어렵게 결혼을 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남달리 우린 부부의 정이 각별했었기에 한동안 심한 우울증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죽고 한동안은 그런 생각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또한 그동안 회사일도 너무 바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죽은 뒤로 여자를 한 번도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나에겐 소중한 외동딸이 하나 있었다. 예림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하나뿐인 딸 하나만을 애지중지 뒷바라지를 하며 키우고 있다.
그동안 집안 살림은 주로 가정부를 불러다가 했다.죽은 아내가 하늘에서 도왔던지 아님, 내가 복이 많아선지 그동안 들어온 가정부들은 모두 살림 솜씨가 하나같이 좋고 또한 마음씨 착한 여자들이었기에 그다지 불편한 것도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그동안 고등학생이었던 딸도 이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젠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할 정도로 커 버렸다. 요즘은 그런 딸이 부쩍 딸이 성숙 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동안 집안일을 도맡아 해오던 가정부가 자신의 집안일로 그동안 해오던 우리 집 일을 그만 두어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대신할 다른 사람을 소개 시켜주거나 구할 틈도 없었다.
그 후, 처음 며칠은 내가 간단한 청소나 정리를 해봤으나 그것은 잠시뿐 회사일이 바쁘다보니 집은 거의 돌 볼 수가 없었다. 아줌마가 가버리고 1주일 정도가 지나도 이번에는 웬일인지 살림을 맡아서 해 볼 사람이 도통 나서지를 않았다.
야근으로 밤늦게 퇴근을 했는데 현관문을 여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거의 난장판이라고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어지럽게 널린 가재도구들이며 아침에 갈아입고 나간 그대로 딸아이 옷, 헤어드라이어며 여러 가지가 소파와 바닥,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져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옷도 갈아입을 생각도 못하고 우선 어지럽게 널린 것들부터 대충 간단하게 정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 소파에 앉았는데 더운 여름이라 이내 나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틀자 이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땀을 겨우 식혀주었다.
‘ 얘는 집안 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뭐 하는 거야... 좀 정리라도 해놓고 있던가 하지 않고... ’
난 예림이가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하나뿐인 딸이라고 오냐오냐해서 그런지 너무도 철이 없었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텐데 나와 보지도 않는 예림이에게 살며시 화가 나고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는 생각이 들었다. 딸인 예림이에게 야단이라도 치려고 딸의 방, 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그런데 예림이는 침대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잠들어 있었다.
뭐하다가 잠이 들었는지 불도 끄지도 않아 환히 불이 켜진 상태였다. 처음엔 그냥 예림이가 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림이를 유심히 보던 나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예림이는 여름이라 더워서 인지 이불을 덮지도 않고 있었는데 옷은 양쪽 어깨가 드러나고 가슴이 많이 파인 민소매 티셔츠에 그리고 아래는 너무도 짧아서 팬티가 거의 드러날 정도의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렇게 예림이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그 모습에 조금 애처롭고 안쓰럽게만 보였다.
엄마라도 있었으면 그렇게 생각하지를 않았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며 이불이라도 덮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바로 해주려고 몸을 살짝 밀었다. 그런데 내 눈이 한순간 그만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림이가 더워서 그랬는지 노브라인 채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난 그대로 아침까지 자면 몸이 불편할까봐 일부러 몸을 바로 잡아 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예림이의 몸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물컹하게 닿아오는 예림이의 젖가슴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향수라기보다는 은은한 여자의 살 냄새 같은 것이 예림이의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흠, 예림이가 언제 이렇게 성숙해버렸지... 이젠 완연한 처녀티가 다 나네... ’
그런 생각에 나의 손에 닿은 예림이의 젖가슴에서 손을 떼지를 못하고 있었다. 한번 주물러 보고 싶었다. 마치 부드러운 살결이 나의 손안에서 녹아드는 것 같았다. 예림이의 몸이 날씬하게 빠져서 성숙한 몸매의 곡선이 나타나는 게 이제는 완연한 여자란 느낌이 물씬 났다. 그런 예림이의 모습을 훔쳐보던 나의 가슴이 웬일인지 두근두근 거렸다. 마치 침대에 누운 여자가 딸인 아닌 요염한 여자의 몸처럼 생각이 되었다.
‘ 이런 미쳤어... ’
하지만 난 이내 정신을 차렸다. 딸이기에 난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예림이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왔다.
난 불이 꺼진 썰렁한 내방으로 들어왔다.
혼자 자리를 펴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를 않았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잠든 딸의 몸을 훔쳐본 탓이라 생각하며 피곤하지만 자위라도 하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 예림아 너 아빠랑 얘기 좀 하자... ”
“ 네.................. ”
다음날 난 일어나자마자 예림이를 불렀다. 이젠 너도 다 컸으니 간단한 일은 네 손으로 하라는 충고라도 해주고 싶었다.
“ 너 어젠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네... 어젯밤 내가 들어 온 것도 모르고... ”
“ 아빠 정말 죄송해요. 공부하다가 그만 잠들었나 봐요. ”
“ 응, 그랬어... 괜찮아... 그보다 지금은 아줌마도 안계시고... 너라도 시간이 나면 대충 정리도 좀하고 그래라... ”
“ 아빤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
“ 어쩌지 요번엔 우리 집 일하겠다는 사람이 쉽게 안 나서네... ”
“ 어쩌죠? 아빠... 참, 내 친구는 어때요? ”
“ 뭐어? ”
난 처음에 어린 예림이가 참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정부 아줌마를 찾는데 터무니없이 친구라니...
“ 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빠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빠가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말해 보렴... ”
“ 네, 제 친구 중에 집안 형편이 좀 어려운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걔네 집 형편이 말이 아닌가 봐요. 친구아빤 아프시고... 오빠는 군대에 있고... 지금은 걔랑 엄마가 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사는데...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고 해서... ”
“ 음, 진짜 안 돼 보이기는 하네... 아무리 그래도 학생이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이런 일 할 수가 있을까? ”
“ 그야 모르죠. 하지만 걔가 저랑 친해요. 잘 말해 볼게요. 둘이서 공부도 같이 하고... 그러면 저도 좋을 것 같아요. ”
“ ........................ ”
“ 네, 아빠.... 네에... 내가 잘 설득해 볼게요... ”
처음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젠 나에게 강요를 하는 것 같았다.
“ 후훗, 그럼 할 수 없구나... 일단 요번 일요일에 한번 데리고 와봐라. 그때 보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
“ 네, 아빠 너무 고마워요. ”
예림이는 이젠 됐다고 생각하는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일어나 애교로 나에게 뽀뽀를 한다.
“ 그래도 아직 OK 한 거 아니다... ”
“ 그래도요... 정말 고마워요. 아빠... 저도 이제 놀지만 않고 가끔 집안일도 도울게요. ”
예림이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좋아하니 나라고 별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허락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형편이 너무 딱해 보여 그래라라고 말 하고는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어떤 여자아이인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러던 일요일 소파에 앉아 TV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잠깐 나갔다가 온다던 예림이가 들어왔다.
“ 아빠 제 친구 데리고 왔어요. ”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보니 딸 예림이가 신발을 벗으며 서 있었고 그 뒤로 예림이와 거의 비슷한 키에 날씬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부끄러운 듯이 서있었다. 그런데 눈이 아주 크고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니 조금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 들어와 인사해 이분이 우리 아빠야... ”
“ 지혜라고 합니다. ”
“ 잘 왔어요. 일단 이리 와서 앉아요. ”
“ 예림아, 넌 가서 커피 석 잔만 타오거라... ”
“ 네........ ”
그러자 예림이가 주방으로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지혜란 지혜도 따라서 같이 엉덩이를 들었다.
“ 예림아 내가 도울게... 같이하자... ”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말을 사근사근하게 하는 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붙임성도 있어 보였다. 저만하면 성격도 착해 보이고 모든 게 너무도 귀여워 보였다. 친구아빠의 눈으로 보는 지혜는 예림이의 친구로서 어디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어디까지나 가정부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두 사람이 만들어 온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얘기를 했다.
“ 그래, 예림이 친구라고 했지 집은 어디? ”
“ 전에 **동에 살았는데 지금은 어머니랑 **동 외갓집에 있어요. 아빤 병원에 계시고요. ”
“ 그렇구나... 힘들겠다... ”
그래서인지 지혜의 밝았던 얼굴에 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예림이랑 웃으며 들어올 땐 몰랐는데 얼굴색이 조금은 어두워 보여 맘에 걸렸다.
“ 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도 벌어야 되고... 그보다 솔직히 여기서 나가면 오늘 잘 곳도 없어요. 아저씨 부탁드릴게요. 여기 있게만 해주시면... 제가 뭐든지 다해 드릴게요. ”
“ 정말 다할 수 있어요? 밥이며 빨래, 청소도 해야 되는데... ”
“ 네에, 당근이죠. 뭐든 시켜만 주세요. ”
“ 아빠... 제발... 지혜랑 같이 있고 싶어요. ”
어느새 옆에 있던 예림이도 그런 친구가 너무도 안 되보이는지 나에게 매달리며 떼를 쓰고 있었다.
“ 휴... 그럼, 할 수 없구나... 사정이 딱해 보이니... ”
“ 와! 우리아빠 최고... 멋있어요. 고마워요, 아빠... ”
“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
그러면서 지혜가 일어나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예림이는 내 뺨에다가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예림이의 애교를 지켜보던 지혜의 얼굴아 조금 전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다. 아빠에게 매달려 애교를 부리는 예림이가 너무도 부러운 듯해 보였다. 우리 부녀가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에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지혜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되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혜가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처음엔 공부하느라 집안일은 대충대충 신경도 못 쓸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컸다보니 그렇겠지만 손이 보기보단 야무졌고 집 청소며 빨래며 모든 집안일에 너무도 깔끔하고 익숙할 정도로 척척해 나가며 빠른 적응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퇴근을 할 시간이면 언제나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기에 난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난 지혜에게 살림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왔을 텐데 그날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퇴근하였다.
“ 저녁은 드셨어요? ”
“ 아, 아니... 바빠서 그만... ”
지혜가 그런 날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도 묵묵히 밥을 챙겨 주려는 지혜가 고맙기까지 하였다. 윗도리를 벗어 소파에 걸쳐놓으며 저녁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걸어가는 지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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