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 단편 3장

[3] .. 경철이의 야심찬 계획







현정이는 경철이에게 저녁에 보자는 내용을 카톡으로 보내놓고 오후 수업에 들어갔다.

그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저녁 9시라는 늦은 시간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수업이라는 것들은 이제는 현정이에게 하나같이 모두 어려운 내용들이다.

이제는 기말에 있을 시험이나 과제 때문에 강의 시간에 집중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점심시간 바로 다음에 있는 공업수학은 현정이는 항상 나른해져서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몽롱해진다.

애써서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보려고 머리도 흔들어보지만 소용없다.

이렇게 식곤증과 전쟁을 치루다가 보면 어느새 강의는 끝나간다.



이러다가 이번 시험을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고만스럽다.

그리고 나면 그 다음 수업시간에는 정신이 제법 말짱해진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서 현정이는 매점에 가서 군것질을 했다.

그리고 7시 부터는 스터디그룹의 미팅에 갔다.





오늘은 프레젠테이션 시나리오까지 모두 확인해야만 했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지막에는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남학생에게

현정이는 스케치 파일들이 들어있는 USB를 넘겨주었다.







이 모든 것들이 끝나고 나니까 이미 9시는 훌쩍 넘어버렸다.

현정이는 경철이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하고 그가 기다리고 있는 커피숍

<다가서기> 로 걸어서 내려갔다.





저녁이지만 춥다는 생각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름으로 한걸음씩 가까이 가고 있어서인가?

인구 1000만의 대도시인 서울은 여름이 엄청 덥다고 들었다.

바닷가에 있는 현정이네 동네도 여름에는 엄청 더웠는데 서울은 오죽할까?



방금 전에 미팅에서 한 도시의 시장님이 돌볼수 있는 시민의 숫자는 1000 명이

넘으면 안된다고 했다.

또 어느 한 지녁에서 3000명 이상이 모여서 살게 되면 좋은 작용보다는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1000만 인구는 뭐지?

기형이다.

이 정도면 도시가 아니라 국가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하긴 .. 이제 국가는 더 이상 도시의 상위개념인 것 만은 아니다.



물론 뉴욕이나 도키오처럼 인구 2000만인 도시도 있지만 ...

미국은 개척당시부터 원주민들과 혈전을 치뤄야 했으므로 큰 도시들이 많다고 한다.

유럽은 인구가 많은 도시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서울은 이제 더이상 한양이 아닌데도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모여서 바글바글하면서 살고싶어할까?









커피숍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니까 경철이는 혼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현정이는 경철이 앞자리에 앉으면서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넘겨다보았다.

그 책은 바로 바로 괴물같은 <공업수학> 책이었다.







현정 : 무슨 일 ??

경철 : 보고싶은 일

현정 : 피이~ .. 구라쟁이... 저녁은?

경철 : 너랑 같이 먹으려고









두 사람은 골목 안에 있는 밥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름도 모르는 푸른 색깔의 야채들도 같이 비벼진다.

야채들의 흰색과 푸른색 그리고 고추장의 붉은 색들이 한데 어울려서 맛을 낸다.

그런데 한그릇에 7000 원이면 현정이의 시급으로는 부족하다.







현정 : 얼큰하고 맛은 있는데 ....

경철 : 밥값은 걱정하지마.

현정 : 어라? .. 자존심 상하네.

경철 : 그런 것을 따지면 만나면 안되지.







식당을 나온 두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현정이네 동네로 갔다.

그들은 지난번 처럼 대학로를 걸었다.







현정 : 미안해.

경철 : 왜?

현정 : 만나기는했는데 .. 시간이 너무 빠듯하지?

경철 : 난 괜찮거든.



현정 : 왜 보자고 했어?

경철 : 아르바이트 하는 것 때문에.

현정 : 곧 시작할꺼라며?

경철 : 몇군데 가서 면접을 보기는 했는데 ...

현정 : 다 떨어졌니? ..ㅋㅋ





경철 : 최저임금도 안지키던데?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러나?



현정 : 최저임금? ... 그런게 어딨냐? .. 받아주면 고마운거지.

경철 : 최저임금은 정부에서 하라고 한건데 ..?



현정 :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워.

또 우리는 그 돈이 지금 당장 필요해.



경철 : 하긴 .. 우리나라에 지켜지지 않는 법들이 하나둘일까?

이런 법도 법이라고 만드는 그분들께 우리는 뭐라고 해야해?



현정 : 하루 8시간 일한다고 할 때 5000 곱하기 8 하면 4만원이야.

거기서 밥값이랑 교통비 빼면 얼마야?

그 정도의 돈을 벌겠다고 공부하는 학생이 하루 8시간이나 일하면 공부는 어떻게 해?



경철 :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이나 그들의 자식들은 이 돈을 받고 일 할까?

저렇게 아르바이트하고 돈을 모아서 등록금을 낸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현정 : 아르바이트해서 돈벌어서 돈모은다 .. 어느나라 얘기야?

이 임금을 직업으로 하게되면 죽지말고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라는 것이 아닐까?

즉, 삶의 목적은 아르바이트가 되는거지. .. 막노동을 위한 삶



경철 : 국가와 가업이 국민을 그렇게 대우해도 되는 거야?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야 끝없이 많을 것이고.

그들이 이렇게 절약한 인건비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게 비자금으로 나갈거고.



현정 : 대한민국이 왜이래? .. 그래서 답답해.

경철 : 맞아. ..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금 당장 돈이 급하니까.

현정 : 이것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쟈나.





현정 : 아르바이트하는 것하고 공부하는 것, 이 두가지는 시소게임이야.

경철 : 둘 중에 하나만 하라고?

현정 : 두개 다 가능한 범위는 한도가 있다고.

경철 : 두개가 다 가능하다는 것이 뭐야? ..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



현정 : 그것이 현실에서 말이 되냐?

대학공부가 그렇게 만만해? ...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해도 되는 거야?

우리가 무슨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냐?



경철 :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둘다 잃어야 해?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돈도 제대로 못벌고가 솔직한 현실이야?



현정 : 나는 그렇더라고 .. 다른 애들은 모르겠고.



경철 : 그래서 말인데 ....

현정 : 뭐를??

경철 :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보면?



현정 : 사업하자고?

경철 : 아직 구상중인데 .. 모르겠어.



현정 : 궁금하게할래? ... 참나~

경철 : 일단 기말 시험 끝나고 다시 얘기해보자.

현정 : 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시험 망치는데?

경철 : 아직은 더 알아봐야 하거든.

현정 : 시험 전에 말해줘야해.

경철 : 그 때 까지는 수경이나 진우한테 비밀로 해줘.







그날 경철이는 현정이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지하철을 타고 가버렸다.

현정이도 궁금하게 생각은 했지만 혼자서 집으로 왔다.



경철이의 표정에는 확실한 그의 의지라고나 할끼?

마치 그는 열정을 다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입을 열지 않는 바람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는

현정이로서는 도대체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설마 편의점을 오픈하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고.



보고싶다며 만나자고 하더니 ....

어이없다.

하긴 ..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 기말고사 준비로 현정이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바쁘고 힘들어도 이번 시험이 끝나면 방학이라는 착한 괴물덩어리가 있으니까

현정이는 참을 만 했다.







이번 시험이 끝나면 현정이네 스터디그룹에서는 방학 동안에 건물 탐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건물의 디자인, 실용성, 심미성, 주변 환경, 특이한 점 등으로 전국에 있는

건물 몇 개를 선택하여 그 건물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정이 눈에는 건물을 찾아다니는 여행으로보였다.

그렇지만 현정이는 이 프로젝트에 같이 낄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저 여행비용은 어떻게 하지?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는 정수가 방학때에는 시골 집에 내려가기 때문에

일하는 날짜가 늘어날 것이라고 점주가 말했다.



만일 현정이가 못하겠다고 하면 점주는 학생 한명을 더 구하게 된다.

그러면 정수는 짤릴 확률이 높다.



현정이는 정수가 교대를 항상 늦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정수가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수는 현정이가 못하는 밤일을 전문으로 한다.

밤일이라고 해서 시급이 높은 것도 아닌데.







5월 축제도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축제에 가보지도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현정이는 많이 아쉬워 했다.

그렇지만 사실 다가오는 시험이 더 큰 고민이었다.



그 악마같은 수학과 일반물리학을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정말 막막했다.

현정이는 경철이에게 손을 내밀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학에 다느는 것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현정이가 이 돈을 스스로 벌어보려고 덤벼들기는 하는데,

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공부를 덜 하고 많이 노는 학생들에게는 노는 시간에 일하면 된다.

현정이는 이런 부류의 학생들에게는 관심 조차 없다.



대학에 가서 노는 학생들보다 도서관에 쳐박혀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그 학생들이

현정이가 관심을 갖는 애들이다.

얘네들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으라고 하면

그것은 그 학생들에게는 말이 안된다.





기업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아르바이트라는 노동의 형태를 시행하고있다.

국가는 이것을 인정한다.

이 말은?

대한만국에서 국가나 기업은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공부안하고 노는 애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대한만국에 나처럼 대학생이 존재하는 이유?

대학생들 중에서 소수를 제외한 다수는 학업이나 졸업 후 취업과는 관계가 없다.

나 또한 이들 다수에 속한다.



이들 다수의 역할은 소수가 공부하도록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시키고

돈을 내주는 둘러리인걸 ....



현정이는 다수에서 소수로 옮겨가보려고 바둥거려보지만

지방에서 유학온 그녀로서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이들 다수는 주유소, 편의점, 맥도널드에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대학 졸업해도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30 % 도 안된다고 하니까 ...

대한민국의 노동부장관은 아르바이트부장관으로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현정이는 자신이 바로 이 경계지점에서 양쪽을 오가고 있고 생각한다.

공부와 아르바이트 ....

자찻하면 두개를 다 잃든가.

아니면 둘중에 하나만 얻지만, 그것마저도 상처받은 하나일 것이다.



현정이가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항상 돈이 가장 먼저이다.

이건 ...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으니까.









현정이는 경철이에게 카톡으로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경철이는 몇가지 더 알아본 후에 말해주겠다면서 말을 피했다.



그래도 현정이의 고집 대로 시험 전에 한번 더 만났다.







경철 : 집에 가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았던 적이 있어.

현정 : 엄청 아팠겠다. ㅋㅋ



경철 : 아프기도 하고 또 정신도 번쩍 들고 ..ㅋㅋ

그런데 열받아서 전봇대를 쳐다보니까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야.



현정 : 광고 전단지??

경철 : 맞아. .. 지금까지 나는 그것을 보지도 않고 지나쳤었거든.



현정 : 그걸 왜 본대?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이거기에 붙어있겠어?





경철 : 그러니까 내 생각은 나도 붙이자 이거야.

현정 : 뭘 붙여? . .전단지를? .. 전단지 붙이는 일을 하자고?



경철 : 그게 아니라 .. 영어 수학 과외를 한다고 써서 붙이면 ..??

현정 : 애들을 가르친다고?



경철 : 나는 수학은 할 것 같은데 ... 너는 영어 안되겠니?

현정 : 수학은 당장 내가 배워야 해. ㅋㅋ

경철 : 그니까 너는 영어나 국어 !!



현정 : 그런데 .. 과외샘을 누가 전봇대에서 구한대?

경철 : 그런 소리 할래? .. 과외 전단지도 많던데?



현정 : 과외는 직업보도실에 없나?

나는 전봇대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경철 :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많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걸리는 것이 없어서 하는거야?

내가 주욱 봐오는데 우리 학교 직업보도소에 과외는 없어.

우리 학교가 스카이대학도 아니고 ...



현정 : 그래서 몇천장이나 되는 전단지를 직접 붙이자고?

확률상으로는 몇만장이 될지도 모를껄요?



경철 : 아파트 입구에 돈내고 붙이는 것도 있고.

아무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 가능성이 없을까?



현정 :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은 마음에 드는데 ...



경철 : 나도 낙관적인 것 만은 아냐.

계란으로 바위깨기 아니면 물방울로 바위 쪼개기.







현정이에게 이야기하는 경철이의 모습에서는 뭔지 모를 자신감이 보인다.

그러나 현정이가 보기에 그가 하려는 것은 약간은 무모하다고나 할까?

도무지 성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경철이는 자기 동생에게 수학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물론 현정이에게도 그런 적은 있다.

엄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서 동생 공부하는 것을 봐주려고 덤벼들었다가

둘이서 싸움만 하고 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성공이나 실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샤논의 인포메이션 이론에 의하면 이 경우에 확률은 똑같아서 50% 이다.

이럴 때에는 부디쳐봐야 한다.

그러면 성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즉, 대부분은 실패하고 극소수만 성공할 것이다.

그러면 또 성공한 이 극소수들은 영웅이 된다.





한달 한달 살기게 급급해하는 현정이에게는 경철이가 그런 생각을 갖는 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무엇인가를 시도하기 위해서 일을 쉬고 또 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여력이

그녀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경철이가 하는 말에 자꾸만 관심이 가는 이유가 뭘까?



쉽게 더 많은 돈을 벌자는 욕심일까?

고용주에게 예속되기 싫어하는 반항심리일까?









<기러기아빠> 드림





다음 이야기는 제 4 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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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저녁 무렵에 제가 친구와 헤어져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엄청 젊은 여자 두명이서 전단지를 전봇대에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상당한 미모때문인지 저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녀들에게 물어봤어요.

내가 커피 한잔 살테니까 삼십분 정도만 시간을 내 주겟느냐고.



이 젊은 여인들은 XX여대 3 학년이었고,

알바로 과외할꺼라면서 이 글에 있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커피숍에서 그녀들은 30분이 아니라 1시간동안을

이 내용보다 훨씬 격렬한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그녀들에게 저녁을 사주면서 격려해주고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이 글이 여러분들께 그 여대생들의 심정을 전하는 내용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녀들의 생각이 과연 그녀들만의 생각이기만 할까요?







지난 2 회에서 댓글을 주신 #인샬라님, 예전흥황님, 보아남님, forcus님 그리고 싱글산타님

감사드립니다.

#인샬라님은 1등을 드디어 해내셨네요. ..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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