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넘어 - 1부 3장
2018.10.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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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번째 : 두번째 신혼 여행 - 발리 소동. 6 ]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혜경은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가 정신을 차리자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출수 없었다. 정말로 사랑하고 정말로 믿은 진우의 그런 모습은 혜경에게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이었다.
정신이 들자 혜경은 눈물로 인해 뿌여진 시야로 보이는 진우와 외국인 여자의 모습에 잠시라도
그자리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혜경은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혜경은 얼굴을 감싼채 몸을 돌려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야... 오빠가 저럴리가 없어... 절대로 저런 짓을 할리가
그러니까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야... 어제도 아니 조금 전에도 나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맹세를 한 오빠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수가 있어... )
얼굴을 감싼채 끊임없이 솟구치는 눈물에도 아랑곳없이 달리는 혜경은 현실임을 똑똑히 인식하면서
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마음속으로 부인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부인하면 할수록 더욱 조금 전 본 광경이 사실임을 똑똑히 인식하는 혜경이었다.
그런 하늘이 부너지는 듯한 충격에 방향도 모른채 무작정 달려가는 혜경은 순간 자신을 잡는
손길을 느끼고는 얼굴에서 손을 떼며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 혜경아!... 오빠의 말 좀 들어봐... 제발 오빠에게 변명할 기회를... "
" .......... "
온통 눈물에 얼룩진 얼굴로 진우를 쳐다보는 혜경의 눈은 마치 생기가 빠져나간 듯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에게 필사적으로 애원하듯 말을 했다.
그러나 혜경은 여전히 아득한 눈길로 진우를 보는듯 아니면 먼곳을 보는듯 초점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눈길에 등골에 한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다급한 심정에 혜경을 부르며 혜경의 몸을 흔드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의 손길에 혜경의 몸은
허깨비 마냥 진우가 흔드는데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 혜경아!... 정신 좀 차려라... 오빠가 안보이니?... 혜경아!... "
" .......... "
진우는 그런 혜경을 흔들며 애타게 혜경을 불렀다. 자신의 바람기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듯 한
혜경의 모습에 진우는 미칠것 같았으며 그런 자신이 너무나 미워졌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혜경을 애타게 부르던 진우는 그런 혜경을 품속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진우는 믿지도 않는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요... 제발 혜경이에게 아무일도 없게
해주십시요... 만약 그렇게 만 해주신다면... 다시는...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겁니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않고 혜경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
" 아악~~~ 놔!... 이거 놔!... 싫어... 싫어... 오빠가 싫어... 미워... "
" 혜경아!... 정신이 드니?... 혜경아!... 날 알아보겠니?... "
" 미워!... 미워!... 죽이고싶도록 미워!... 너무 불결해... 이거 놔!... "
진우의 간절한 기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혜경은 진우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것은 너무나도 간절한지 발악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진우의 몸을 마구 때리며 악을 쓰는 혜경이었다.
진우는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밀며 때리고 할퀴는 혜경을 그대로 안은채 다만 혜경의 정신이 돌아
온 그것만 확인하며 속으로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혜경은 진우에게 안겨있는 자신을 확인하자 거의 넘어갈듯 악을 써대며 진우의 몸을 함부로 때리고
할퀴며 진우의 품속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했다.
쉴세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얼굴을 온통 적시고 있었고 솟구치는 화로 인해 얼굴은 잔뜩 찡그러져
있었다. 너무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혜경의 몸짓에 진우는 혹시라도 혜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발작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혜경을 풀어주었다.
혜경은 진우의 품에서 벗어나자 미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진우를 잠시 노려보았다.
복잡한 눈빛이었다. 미움과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의혹, 죽이고 싶은 듯한 살기, 아픔 그러면서
한구석에는 사랑의 감정까지 모두 포함된 그런 눈빛을 진우에게 보내는 혜경이었다.
" 오빠를... 오빠를 미워할거야... 죽을때까지 미워할거야... 흑흑흑... "
" 혜... 혜경아!... "
그렇게 잠시 진우를 노려보던 혜경은 쉴세없이 흐르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더니
소리쳤다. 이어 몸을 돌려 호텔로 달려가는 혜경이었다.
그런 혜경을 바라보며 진우는 혜경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런 진우의 목소리에는 전혀 힘이 들어
가지 못한채 목소리는 입가를 맴도는 듯했다.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의 혜경을 달랠수 없음을 느낀
진우는 얼굴을 가린채 호텔로 달려가는 혜경의 뒷모습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 내가 정신이 나갔던거야... 매력적인 혜경을 두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한건지...
뭔가에 홀리지 않고는 어떻게 그런짓을 할수가 있었을까?...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러나 저러나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하지?... 혜경이와 더욱 좋은 관계를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방법을 찾아야해... 방법을... 이대로 돌아가면 혜경이와는 끝이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혜경이의 화를 풀어줘야해... 그런데 방법이... )
진우는 그렇게 혜경을 달랠 방법을 생각하며 혜경이 이미 사라진 호텔 입구 쪽으로 멍한 시선을
던지고 그렇게 하염없이 서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진우지만 당장은
혜경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생각에 잠긴채 서 있던 진우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방법이 없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진우였다.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린 진우는 머리를 몇번 흔들고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쌍쌍이 어우러진 관광객들이 모두 다 즐거운듯 웃으면서 혹은 걷고 혹은 자리에 눕고 혹은 수영을
즐기는 등 보기에도 행복한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진우의 눈에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얼마전 만 해도 진우와 혜경의 모습이었다. 진우는 그것을 느끼자 다시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 이게 모두 그년 때문이야... 그년이 유혹하지만 않았어도... 나도 지금 혜경이와 저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그년은 악마야... 악마... 지옥에서 온 악마... 혜경이와 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지옥에서 온 악마... )
그런 생각이 들자 진우는 갑자기 금발의 그녀가 한없이 미워졌다.
진우는 두 눈에 살기를 담고 조금 전 자신을 유혹하던(?) 여인이 누워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소동에 놀랐는지 어느새 그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텅빈채 비치체어만 덩그라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우는 그녀가 모습을 보이면 당장이라도 요절을 낼 듯 거친 숨을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살기를 품으며 한편으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진우는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쨋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방으로 가야만 하는 진우의 처지였다.
객실 문앞에 도착한 진우는 초인종에 손을 대고는 한참 동안이나 갈등을 하고 있었다.
뭐라고 변명할 거리를 찾지 못한 진우인지라 혜경의 얼굴을 보기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고 있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한참 동안이나 주저하며 서 있던 진우는 이윽고 두눈을 질끈 감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방음이 잘되어 있는지라 안에서 들릴듯 말들 희미하게 들리는 초인종 소리는 마치
천동소리 마냥 진우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며 엄청난 소음처럼 귀를 울렸다.
" .......... "
" 혜경아!... 혜경아!... 문 좀 열어봐... 내가 잘못한거 다 알아... 그리고 반성하고 있어...
그런데 이런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잖아... 한번만 오빠의 말을 들어보고... 그러니 제발...
혜경아!... 문 좀 열고 말 좀 들어봐... 혜경아!... 혜경아!... "
" 쾅... 쾅... 쾅... "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린 진우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방안의 반응에 절로 얼굴을
지푸린 진우는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그렇게 몇번을 눌렀으나 혜경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진우는 절로 마음이 초조해져서 방문 앞을 왔다 갔다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한채 방문앞을 서성거리던 진우는 급기야 혜경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그렇게 방문을 두드리며 커다란 소리로 혜경을 부르자 그 소음에 놀란 듯 여기 저기서 방문이
열리며 관광객들이 얼굴을 내밀어 진우를 이상한 듯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상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진우는 멀쓱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 관광객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진우를 잠시 바라보던 사람들은 서로 쑥덕거리더니 다시 하나 둘씩 문을 닫는 것이었다.
이런 소동을 겪자 진우는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을 찾지못해 더욱 난감함을 느끼며 멍하니 굳게
닫혀있는 방문 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우는 별안간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급히 입을 열었다.
" 손님 저희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
" 아!... 마침 잘왔어요... 안그래도 프론트에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좀 난처한 일이 있어서
도움을 청하려던 참이었거던요... 저의 와이프가 몸이 불편해서 혼자 바다에 갔다오니 이렇게 문이
잠긴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네요... 몸이 많이 안좋았던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손 좀 써줄래요?... "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진우는 얼굴을 구기며 진정 걱정스런 말투로 호텔 직원 복장의 남자에게
말을 꺼냈다. 진우가 만든 소란에 관광객의 항의를 받고 급히 달려온 호텔직원은 그런 진우의 아래
위를 조금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가만히 훑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우의 말대로 금방 바다에서 온듯 수영팬츠만 걸친 진우의 모습에서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직원은 진우에게 체크인 할때의 사항들을 질문했다.
진우는 그런 직원의 물음에 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하나 하나 똑똑히 자신의 인적 사항을
이야기했다. 직원은 그런 진우의 말을 듣고는 무전기로 프론트에게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진우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몇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으나 진우가 그렇게 소란을 부려도 열리지 않던 문이 직원이 누른다고
단번에 열릴리가 없었다. 그런 직원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우는 다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지금 집 사람의 몸이 많이 안좋은 상태거든요... 혹시나 열로 인해 혼수 상태일지도 모르는데...
아까 좀 쉬다가 안되면 병원에 갈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건 아닌지?.... "
" ........... "
진우의 걱정을 가득 담은 말에 직원은 진우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어 진우의 말에 거짓을 읽어내지 못한 듯 다시 무전기로 프론트를 불러 마스터 키를 가져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직원이었다. 직원으로서는 만약 손님에게 불상사라도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전을 보낸 직원은 초조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진우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잠시 문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 때 다른 호텔 직원이 허겁지겁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마스터 키를 든채...
( 이걸로 됐어... 이제 혜경이만 설득하면 되는거야... )
마스터 키로 문이 열리자 진우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방안을 둘러보던 진우의 눈에 혜경이 침대에 업드린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진우였다. 그러나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진우였다.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하고 따라 들어온 호텔 직원들은 그런 방안의 풍경에 이상한 듯
혜경과 진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우의 해명을 요구하는 눈초리가 되었다.
" 아!... 미안... 사실은 집사람과 조금 다툼이 있어서... 문을 잠그고 안 열어줘서 할수 없이...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
" 이 나쁜 놈... 보기싫어 당장 나가... "
진우가 그렇게 호텔 직원들에게 변명하는 말을 들은 듯 혜경은 고개를 들어 그런 진우를 바라보더니
베게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혜경의 행동에 진우는 호텔 직원들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그것보라는 몸짓을 했다. 이런 일을 종종 겪는지 호텔 직원들의 얼굴에는 쓴 웃음이 떠올랐다.
이어 화가 잔뜩 난 듯 씩씩거리며 고함을 치는 혜경을 힐끔 바라본 뒤 진우에게 가벼운 목례를
보내고는 방을 빠져나가는 호텔 직원들이었다.
그렇게 직원들이 방을 나가자 진우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시키며 계속 고함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데로 던지는 혜경에게 다가갔다. 물론 맞아서 상처날 것은 슬쩍 피하고 별로 타격이 없는 듯
한 것은 적당히 맞으면서... 그렇게 적당히 맞고 적당히 피하면서 혜경의 곁으로 다가가는 진우는
그런 와중에서 혜경의 마음을 달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 혜경아!... 미안하다... 오빠가 다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화 좀 풀어라...
오빠가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어도 변명할 기회는 줘야하는거 아니니?... 그러니 제발...
오빠의 말 한마디만 들어보고... 그 다음에 니가 어떻게 하던지 좋으니까... 혜경아!... "
" 필요없어... 다 필요없어... 이제 끝이야... 오빠랑 나랑 이제 완전히 끝이야...
나가... 꼴도 보기싫어... 미워 미워... 오빠의 얼굴은 물론 목소리도 듣기싫어...
돌아가면 바로 이혼할거야... 이제는 안 살거야... "
" 혜경아!... 제발... "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또 한편으로 사정을 하며 일방적인 게임을 하듯 하는 두사람이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마구 물건을 집어던지며 고함을 치던 혜경은 더 이상 던질 것이 없어지자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몸부림을 쳤다. 그런 혜경의 모습에 진우는 측은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한 혜경에게 절로 미안한 마음이 이는 진우였다.
그런 생각에 차마 혜경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잠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혜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진우였다. 혜경은 얼굴을 온통 눈물로 적신채 몸부림을 치며 발악을 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혜경은 눈물 젖은 눈으로 진우를 쏘아보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이미 혜경의 주위에는 어떠한 물건도 남아있지않고 진우의 주위에는 혜경이 던진 온갖 물건들로
어지러워져 있었다. 혜경은 진우를 잠시 노려보더니 손을 뻗어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이어 진우를 노려보는 혜경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고여있었다.
진우는 혜경이 갑자기 전화기를 집어들자 갈등의 빛을 눈에 올렸다.
( 혜경이의 화는 일시간에 풀어줄수 없겠네... 한참의 냉각기를 가져야 할것 같군...
어쩐다... 이렇게 화가 나있으니 바로 귀국하겠다고 할건데... 그렇게 되면...
집에 가서 뭐라고 말을 한다?... 응?... 저걸 던지려고?... 흠!... 저걸 맞으며...
어쩌면 반전의 개기가 될수도... 그런데 제법 아플텐데... 하지만 아픈게 대수냐?...
저걸로 혜경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그걸로 엄청 이익인거지...
그래 두 눈 딱 감고 저걸 맞는거야... 그리고... )
말은 길었지만 순간적으로 진우의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진우는 혜경의 손이 전화기를 든채 머리 위로 올라가자 급히 마음을 정리했다.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전화기가 진우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진우는 두눈을 질끔 감고 그것을 그대로 맞기로 마음먹고는 약간 빗나가는 전화기 쪽으로 오히려
머리를 들이밀었다. 다음 순간 진우는 눈에 별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느끼며 결코 가볍지 않는
타격감을 머리로 느껴야만 했다.
" 탁...... "
" 어머!.... "
" .......... "
화가 잔뜩 치밀어 있는지라 그 마음을 담아 던지기는 했으나 설마 그대로 맞겠는가 하고 생각한
혜경인지라, 그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진우가 피할 생각도 않고 전화기를 맞자 놀란 눈으로 그런
진우를 바라보며 놀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침울한 눈으로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방안을 가득 메우며 흐르고 있었다.
제대로 맞은 것일까?... 잠시의 시차를 두고 진우의 이마에서 붉은 핏줄기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 오... 오빠!... 피... 피가... 어머 어떡해... 저 피 좀봐... 오빠!... "
" 괜찮아... 내 잘못에 비하면 이 정도는... "
" 으앙... 이걸 어째... 이 피... "
맞기는 정말 제대로 맞은 듯 했다. 진우는 욱신거리는 이마에서 시작하여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를
느끼며 가라앉은 눈으로 혜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저지르고도 놀랐는지 혜경은 진우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명처럼 소리를 쳤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침울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그러나 혜경은 그런 진우의 말이 귀에 안들어오는지 주위를 둘러보다 황급히 나뒹굴고 있는 티슈
박스를 집어 티슈를 한웅큼 빼들었다. 이어 진우에게 다가가 얼른 피가 흐르는 곳에 갖다 대는
혜경이었다. 어느새 혜경의 눈에는 눈물이 다시 흐르며 안타까운 빛이 흐르고 있었다.
" 흐흑... 피할수 있었잖아요?... 왜 안 피하고 그냥 맞았어요?... 이걸 어째... 바보같이... "
" 혜경아!...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단다... 오빠가 혜경이에게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혜경이의 마음을 풀어줄수만 있다면 오빠는 이것보다 몇배 더한것도 감수 할수 있어..
혜경이가 이 오빠를 용서해 주기만 한다면.... "
" .......... "
혜경은 약간 찢어진 진우의 상처를 살피며 안타까운듯 흐느끼며 피를 멎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 혜경의 행동에 속으로는 흐뭇한 마음이 드는 진우였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처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한참 흐느끼며 진우의 상처를 살피던 혜경은 그런 진우의 말에 놀란듯 손길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눈길이 중간에서 딱 마주쳤다. 혜경의 눈은 마음에 이는 갈등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우의 이마를 누르던
혜경의 손길이 떨어지자 다시 진우의 이마에서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혜경은 다시 놀란 듯 가벼운 탄성을 지르며 얼른 상처를 눌렀다.
" 이런다고 오빠를 용서하는건 절대 아니예요... 피가 나서 이러는것 뿐이예요...
그러니 오해하지 말아요... 혜경이는 오빠가 한 짓을 절대 용서 할수 없어요... "
" .......... "
혜경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꾸며 진우의 이마를 눌렀다. 그러면서 진우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돌리며 화난 음성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혜경의 목소리는 어느새 아까와는 달리
한풀 꺾여있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진우는 반은 해결됐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물론 혜경이 볼세라 얼른 표정을 바꾸기는 했지만....
다행히 많이 찟어지지는 않았는지라 병원에서 가벼운 치료만 받은 진우와 혜경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혜경의 봄날이 그리고 진우의 피 눈물 나는 봉사가 시작되었다.
화가 난듯 말도 안하는 혜경에게 진우는 온갖 아부를 떨면서 혜경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혜경은 그런 진우를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진우의 행동에 은근히 진우 몰래
미소를 짓는 혜경을 보면 속으로 그런 진우의 행동을 즐기는 것이 확실했다.
그날밤 혜경의 거부에 진우는 침대에도 올라가지 못한채 바닦에서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 이제 어느 정도 풀렸으니까... 돌아갈 때까지 혜경의 마음을 완전히 풀어야해...
만약 이 일이 어른들에게 알려지면... 특히 그 영감에게 알려지면... 나는 완전히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그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의미에서라도 혜경의 화를 푸는데 올인해야지...
게다가 만약 성미와 성은이 이 일을 안다면...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야... )
진우는 침대 옆 바닦에 누워 눈을 감은채 자신의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진우는 한기가
전신을 뒤덮는 것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일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진우였다.
영감의 그 무시무시한 삼복 변견 구타신공에 몸서리가 쳐졌으며 성미와 성은을 잃는다는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진우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혜경의 마음을 풀어야 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처음에 진우가 침대로 올라오려는 것을 거부하며 바닦에서 자기를 강요한 혜경은 갈수록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고소하던 마음은 시간이 가면서 불쌍한 마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등을 구부린채 자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진우의 모습을 훔쳐보던 혜경은
문득 진우의 몸이 부르르 떨리자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진우에게 올라오라는 말을 할뻔했다.
그런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혜경은 눈을 질끔 감았다.
( 안돼... 벌써 마음이 약해지면 안돼... 아까 오빠가 그 년과 하던 짓을 생각해라 혜경아!...
이렇게 쉽게 용서하면 절대로 안돼... 이번 기회에 오빠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해...
다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못돌리게 만들어야해... 그러니까 불쌍해도 손길을 줘서는
절대 안돼... 혜경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야... 그러니... )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지던 혜경은 눈을 꼭 감은채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나 마음이 약한 혜경의 긴 속눈썹은 그런 혜경의 약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좀 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두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든 혜경은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다 바로 코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을 보자 놀라 눈을 몇번 깜빡거렸다.
" 무슨 짓이예요?... 무슨 짓을 하려고 이래요?... "
" 아무짓도 안했다... 단지 혜경이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바라보고 있었던거야... "
" 빨리 저리가요... "
" 그래 알았어... 벌써 10시가 넘었다... 이제 일어나야지... 어서 샤워하고 밥먹으러 가자... "
혜경의 고함소리에 진우는 멋적은 눈빛을 하며 혜경에게 말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런 진우의 등을 보며 혜경은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것이었다.
이어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혜경은 옷을 갈아입고는 진우가 열어주는 문을 나섰다.
그때부터 혜경의 화려한 봄날은 시작되었다. 진우는 마치 여왕을 모시는 시종처럼 굴었다.
혜경을 위해서 문을 열어주는 건 기본이고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누르고 식당에서는 혜경의 의자를
빼내주는 등 오직 혜경을 위해서 사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의 행동에 혜경은 때때로 측은해서 그만 하라고 말을 할뻔 한적도 간간히 있었지만 은근히
그것이 싫지 않는지라 그만두기가 아쉬움에 그런 진우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진우는 혜경의 시중을 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혜경의 마음을 떠보기라도 하는 듯 말을 붙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혜경의 대답은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쌀쌀맞은 태도가 날이
갈수록 점점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날짜를 헤아렸다.
혜경은 몇칠 동안이나 침대옆 바닦에서 잠을 자는 진우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이면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진우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며 자신을 질책하는
혜경이었다. 그런 혜경의 머리 속에는 며칠 동안 진우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도 있었다.
혜경을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진우였다. 바닷가로 가면 먼저 자리에 비치타올을 깔아
자신을 편안하게 쉴수 있게 만들어주고 또 입을 열 필요도 없이 눈짓만 해도 알아서 척척 모든것을
처리하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가 오늘도 바닦에서 몸을 웅크린채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을 보자
혜경은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 오빠!... 자는거예요?... "
" 아니... 아직 안자... 왜!... 내일 집으로 돌아간다니 잠이 안와?... "
" 그것도 있지만... 음!... 오빠!... 불편하지?... 이리 올라와서 잘래요?... "
" ......... "
진우는 몇일 동안 머슴도 그런 상머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마치 혜경의 입속에 든 혀처럼 혜경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그런데 내일이면 돌아갈 날이지만 아직도 혜경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 하자 속으로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제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거의 옛날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그런것이 아닌지라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혜경이 그런 제의를 해오자 놀란 눈초리로 혜경을 바라보는 진우였다.
" 그렇다고 완전히 오빠를 용서한건 아니니까... 너무 좋아할건 없어요... 혜경이는 단지...
오빠가 몇일 동안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는것이 너무 불쌍해서... "
" 혜경아!... "
혜경은 진우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변명처럼 말을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는 진우는 마치 하늘을 날아갈듯한 기분이었다.
방금 전의 고민이 말끔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진우는 감격어린 표정으로 혜경을 불렀다.
이어 몸을 일으켜 혜경의 옆에 누우며 혜경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혜경은 다시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안아오는 진우의 품속을 파고 들었다.
" 다시는 그런짓 하면 안되요... 만약 다시 또 그런짓을 한다면 할아버지께 다 이를꺼예요... "
" 그래... 그래... 이렇게 예쁜 혜경이가 있는데... 그때는 내가 미쳤었나보다... 다시는 그런일
없을거다... 하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해... 사랑해... 혜경아!... "
그렇게 진우의 품속을 파고드는 혜경은 그래도 한마디 못을 박는 것을 잊지않았다.
그런 혜경의 말에 진우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맹세하듯 말을 했다.
부드럽게 혜경의 등을 쓰다듬던 진우의 손은 어느새 혜경의 턱을 받치고 있었다.
그런 진우의 손길에 혜경은 고개를 들어 진우의 눈을 쳐다봤다.
진우는 혜경의 눈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혜경에게 가져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몸을 어루만지는 두사람이었다. 몇일 만의
그러므로 미성년자가 보기에는 적절치 못한 내용입니다.
19세 미만인 사람은 절대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고: 이 작품은 **넷에서만 연재합니다.
이 작품은 본인의 창작품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으로 옮겨가는 행위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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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번째 : 두번째 신혼 여행 - 발리 소동. 6 ]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혜경은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가 정신을 차리자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출수 없었다. 정말로 사랑하고 정말로 믿은 진우의 그런 모습은 혜경에게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이었다.
정신이 들자 혜경은 눈물로 인해 뿌여진 시야로 보이는 진우와 외국인 여자의 모습에 잠시라도
그자리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혜경은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혜경은 얼굴을 감싼채 몸을 돌려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야... 오빠가 저럴리가 없어... 절대로 저런 짓을 할리가
그러니까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야... 어제도 아니 조금 전에도 나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맹세를 한 오빠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수가 있어... )
얼굴을 감싼채 끊임없이 솟구치는 눈물에도 아랑곳없이 달리는 혜경은 현실임을 똑똑히 인식하면서
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마음속으로 부인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부인하면 할수록 더욱 조금 전 본 광경이 사실임을 똑똑히 인식하는 혜경이었다.
그런 하늘이 부너지는 듯한 충격에 방향도 모른채 무작정 달려가는 혜경은 순간 자신을 잡는
손길을 느끼고는 얼굴에서 손을 떼며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 혜경아!... 오빠의 말 좀 들어봐... 제발 오빠에게 변명할 기회를... "
" .......... "
온통 눈물에 얼룩진 얼굴로 진우를 쳐다보는 혜경의 눈은 마치 생기가 빠져나간 듯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에게 필사적으로 애원하듯 말을 했다.
그러나 혜경은 여전히 아득한 눈길로 진우를 보는듯 아니면 먼곳을 보는듯 초점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눈길에 등골에 한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다급한 심정에 혜경을 부르며 혜경의 몸을 흔드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의 손길에 혜경의 몸은
허깨비 마냥 진우가 흔드는데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 혜경아!... 정신 좀 차려라... 오빠가 안보이니?... 혜경아!... "
" .......... "
진우는 그런 혜경을 흔들며 애타게 혜경을 불렀다. 자신의 바람기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듯 한
혜경의 모습에 진우는 미칠것 같았으며 그런 자신이 너무나 미워졌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혜경을 애타게 부르던 진우는 그런 혜경을 품속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진우는 믿지도 않는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요... 제발 혜경이에게 아무일도 없게
해주십시요... 만약 그렇게 만 해주신다면... 다시는...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겁니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않고 혜경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
" 아악~~~ 놔!... 이거 놔!... 싫어... 싫어... 오빠가 싫어... 미워... "
" 혜경아!... 정신이 드니?... 혜경아!... 날 알아보겠니?... "
" 미워!... 미워!... 죽이고싶도록 미워!... 너무 불결해... 이거 놔!... "
진우의 간절한 기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혜경은 진우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것은 너무나도 간절한지 발악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진우의 몸을 마구 때리며 악을 쓰는 혜경이었다.
진우는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밀며 때리고 할퀴는 혜경을 그대로 안은채 다만 혜경의 정신이 돌아
온 그것만 확인하며 속으로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혜경은 진우에게 안겨있는 자신을 확인하자 거의 넘어갈듯 악을 써대며 진우의 몸을 함부로 때리고
할퀴며 진우의 품속에서 벗어나려고 발악을 했다.
쉴세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얼굴을 온통 적시고 있었고 솟구치는 화로 인해 얼굴은 잔뜩 찡그러져
있었다. 너무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혜경의 몸짓에 진우는 혹시라도 혜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발작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혜경을 풀어주었다.
혜경은 진우의 품에서 벗어나자 미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진우를 잠시 노려보았다.
복잡한 눈빛이었다. 미움과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의혹, 죽이고 싶은 듯한 살기, 아픔 그러면서
한구석에는 사랑의 감정까지 모두 포함된 그런 눈빛을 진우에게 보내는 혜경이었다.
" 오빠를... 오빠를 미워할거야... 죽을때까지 미워할거야... 흑흑흑... "
" 혜... 혜경아!... "
그렇게 잠시 진우를 노려보던 혜경은 쉴세없이 흐르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더니
소리쳤다. 이어 몸을 돌려 호텔로 달려가는 혜경이었다.
그런 혜경을 바라보며 진우는 혜경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런 진우의 목소리에는 전혀 힘이 들어
가지 못한채 목소리는 입가를 맴도는 듯했다.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의 혜경을 달랠수 없음을 느낀
진우는 얼굴을 가린채 호텔로 달려가는 혜경의 뒷모습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 내가 정신이 나갔던거야... 매력적인 혜경을 두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한건지...
뭔가에 홀리지 않고는 어떻게 그런짓을 할수가 있었을까?...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러나 저러나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하지?... 혜경이와 더욱 좋은 관계를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방법을 찾아야해... 방법을... 이대로 돌아가면 혜경이와는 끝이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혜경이의 화를 풀어줘야해... 그런데 방법이... )
진우는 그렇게 혜경을 달랠 방법을 생각하며 혜경이 이미 사라진 호텔 입구 쪽으로 멍한 시선을
던지고 그렇게 하염없이 서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진우지만 당장은
혜경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생각에 잠긴채 서 있던 진우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방법이 없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진우였다.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린 진우는 머리를 몇번 흔들고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쌍쌍이 어우러진 관광객들이 모두 다 즐거운듯 웃으면서 혹은 걷고 혹은 자리에 눕고 혹은 수영을
즐기는 등 보기에도 행복한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진우의 눈에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얼마전 만 해도 진우와 혜경의 모습이었다. 진우는 그것을 느끼자 다시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 이게 모두 그년 때문이야... 그년이 유혹하지만 않았어도... 나도 지금 혜경이와 저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그년은 악마야... 악마... 지옥에서 온 악마... 혜경이와 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지옥에서 온 악마... )
그런 생각이 들자 진우는 갑자기 금발의 그녀가 한없이 미워졌다.
진우는 두 눈에 살기를 담고 조금 전 자신을 유혹하던(?) 여인이 누워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소동에 놀랐는지 어느새 그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텅빈채 비치체어만 덩그라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우는 그녀가 모습을 보이면 당장이라도 요절을 낼 듯 거친 숨을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살기를 품으며 한편으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진우는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쨋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방으로 가야만 하는 진우의 처지였다.
객실 문앞에 도착한 진우는 초인종에 손을 대고는 한참 동안이나 갈등을 하고 있었다.
뭐라고 변명할 거리를 찾지 못한 진우인지라 혜경의 얼굴을 보기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고 있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한참 동안이나 주저하며 서 있던 진우는 이윽고 두눈을 질끈 감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방음이 잘되어 있는지라 안에서 들릴듯 말들 희미하게 들리는 초인종 소리는 마치
천동소리 마냥 진우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며 엄청난 소음처럼 귀를 울렸다.
" .......... "
" 혜경아!... 혜경아!... 문 좀 열어봐... 내가 잘못한거 다 알아... 그리고 반성하고 있어...
그런데 이런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잖아... 한번만 오빠의 말을 들어보고... 그러니 제발...
혜경아!... 문 좀 열고 말 좀 들어봐... 혜경아!... 혜경아!... "
" 쾅... 쾅... 쾅... "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린 진우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방안의 반응에 절로 얼굴을
지푸린 진우는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그렇게 몇번을 눌렀으나 혜경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진우는 절로 마음이 초조해져서 방문 앞을 왔다 갔다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한채 방문앞을 서성거리던 진우는 급기야 혜경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그렇게 방문을 두드리며 커다란 소리로 혜경을 부르자 그 소음에 놀란 듯 여기 저기서 방문이
열리며 관광객들이 얼굴을 내밀어 진우를 이상한 듯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상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진우는 멀쓱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 관광객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진우를 잠시 바라보던 사람들은 서로 쑥덕거리더니 다시 하나 둘씩 문을 닫는 것이었다.
이런 소동을 겪자 진우는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을 찾지못해 더욱 난감함을 느끼며 멍하니 굳게
닫혀있는 방문 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우는 별안간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급히 입을 열었다.
" 손님 저희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
" 아!... 마침 잘왔어요... 안그래도 프론트에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좀 난처한 일이 있어서
도움을 청하려던 참이었거던요... 저의 와이프가 몸이 불편해서 혼자 바다에 갔다오니 이렇게 문이
잠긴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네요... 몸이 많이 안좋았던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손 좀 써줄래요?... "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진우는 얼굴을 구기며 진정 걱정스런 말투로 호텔 직원 복장의 남자에게
말을 꺼냈다. 진우가 만든 소란에 관광객의 항의를 받고 급히 달려온 호텔직원은 그런 진우의 아래
위를 조금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가만히 훑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우의 말대로 금방 바다에서 온듯 수영팬츠만 걸친 진우의 모습에서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직원은 진우에게 체크인 할때의 사항들을 질문했다.
진우는 그런 직원의 물음에 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하나 하나 똑똑히 자신의 인적 사항을
이야기했다. 직원은 그런 진우의 말을 듣고는 무전기로 프론트에게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진우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몇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으나 진우가 그렇게 소란을 부려도 열리지 않던 문이 직원이 누른다고
단번에 열릴리가 없었다. 그런 직원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우는 다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지금 집 사람의 몸이 많이 안좋은 상태거든요... 혹시나 열로 인해 혼수 상태일지도 모르는데...
아까 좀 쉬다가 안되면 병원에 갈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건 아닌지?.... "
" ........... "
진우의 걱정을 가득 담은 말에 직원은 진우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어 진우의 말에 거짓을 읽어내지 못한 듯 다시 무전기로 프론트를 불러 마스터 키를 가져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직원이었다. 직원으로서는 만약 손님에게 불상사라도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전을 보낸 직원은 초조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진우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잠시 문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 때 다른 호텔 직원이 허겁지겁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마스터 키를 든채...
( 이걸로 됐어... 이제 혜경이만 설득하면 되는거야... )
마스터 키로 문이 열리자 진우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방안을 둘러보던 진우의 눈에 혜경이 침대에 업드린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진우였다. 그러나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진우였다.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하고 따라 들어온 호텔 직원들은 그런 방안의 풍경에 이상한 듯
혜경과 진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우의 해명을 요구하는 눈초리가 되었다.
" 아!... 미안... 사실은 집사람과 조금 다툼이 있어서... 문을 잠그고 안 열어줘서 할수 없이...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
" 이 나쁜 놈... 보기싫어 당장 나가... "
진우가 그렇게 호텔 직원들에게 변명하는 말을 들은 듯 혜경은 고개를 들어 그런 진우를 바라보더니
베게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혜경의 행동에 진우는 호텔 직원들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그것보라는 몸짓을 했다. 이런 일을 종종 겪는지 호텔 직원들의 얼굴에는 쓴 웃음이 떠올랐다.
이어 화가 잔뜩 난 듯 씩씩거리며 고함을 치는 혜경을 힐끔 바라본 뒤 진우에게 가벼운 목례를
보내고는 방을 빠져나가는 호텔 직원들이었다.
그렇게 직원들이 방을 나가자 진우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시키며 계속 고함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데로 던지는 혜경에게 다가갔다. 물론 맞아서 상처날 것은 슬쩍 피하고 별로 타격이 없는 듯
한 것은 적당히 맞으면서... 그렇게 적당히 맞고 적당히 피하면서 혜경의 곁으로 다가가는 진우는
그런 와중에서 혜경의 마음을 달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 혜경아!... 미안하다... 오빠가 다 잘못했다... 그러니 제발 화 좀 풀어라...
오빠가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어도 변명할 기회는 줘야하는거 아니니?... 그러니 제발...
오빠의 말 한마디만 들어보고... 그 다음에 니가 어떻게 하던지 좋으니까... 혜경아!... "
" 필요없어... 다 필요없어... 이제 끝이야... 오빠랑 나랑 이제 완전히 끝이야...
나가... 꼴도 보기싫어... 미워 미워... 오빠의 얼굴은 물론 목소리도 듣기싫어...
돌아가면 바로 이혼할거야... 이제는 안 살거야... "
" 혜경아!... 제발... "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또 한편으로 사정을 하며 일방적인 게임을 하듯 하는 두사람이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마구 물건을 집어던지며 고함을 치던 혜경은 더 이상 던질 것이 없어지자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몸부림을 쳤다. 그런 혜경의 모습에 진우는 측은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한 혜경에게 절로 미안한 마음이 이는 진우였다.
그런 생각에 차마 혜경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잠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혜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진우였다. 혜경은 얼굴을 온통 눈물로 적신채 몸부림을 치며 발악을 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혜경은 눈물 젖은 눈으로 진우를 쏘아보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이미 혜경의 주위에는 어떠한 물건도 남아있지않고 진우의 주위에는 혜경이 던진 온갖 물건들로
어지러워져 있었다. 혜경은 진우를 잠시 노려보더니 손을 뻗어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이어 진우를 노려보는 혜경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고여있었다.
진우는 혜경이 갑자기 전화기를 집어들자 갈등의 빛을 눈에 올렸다.
( 혜경이의 화는 일시간에 풀어줄수 없겠네... 한참의 냉각기를 가져야 할것 같군...
어쩐다... 이렇게 화가 나있으니 바로 귀국하겠다고 할건데... 그렇게 되면...
집에 가서 뭐라고 말을 한다?... 응?... 저걸 던지려고?... 흠!... 저걸 맞으며...
어쩌면 반전의 개기가 될수도... 그런데 제법 아플텐데... 하지만 아픈게 대수냐?...
저걸로 혜경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그걸로 엄청 이익인거지...
그래 두 눈 딱 감고 저걸 맞는거야... 그리고... )
말은 길었지만 순간적으로 진우의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진우는 혜경의 손이 전화기를 든채 머리 위로 올라가자 급히 마음을 정리했다.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전화기가 진우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진우는 두눈을 질끔 감고 그것을 그대로 맞기로 마음먹고는 약간 빗나가는 전화기 쪽으로 오히려
머리를 들이밀었다. 다음 순간 진우는 눈에 별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느끼며 결코 가볍지 않는
타격감을 머리로 느껴야만 했다.
" 탁...... "
" 어머!.... "
" .......... "
화가 잔뜩 치밀어 있는지라 그 마음을 담아 던지기는 했으나 설마 그대로 맞겠는가 하고 생각한
혜경인지라, 그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진우가 피할 생각도 않고 전화기를 맞자 놀란 눈으로 그런
진우를 바라보며 놀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침울한 눈으로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방안을 가득 메우며 흐르고 있었다.
제대로 맞은 것일까?... 잠시의 시차를 두고 진우의 이마에서 붉은 핏줄기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 오... 오빠!... 피... 피가... 어머 어떡해... 저 피 좀봐... 오빠!... "
" 괜찮아... 내 잘못에 비하면 이 정도는... "
" 으앙... 이걸 어째... 이 피... "
맞기는 정말 제대로 맞은 듯 했다. 진우는 욱신거리는 이마에서 시작하여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를
느끼며 가라앉은 눈으로 혜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저지르고도 놀랐는지 혜경은 진우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명처럼 소리를 쳤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침울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그러나 혜경은 그런 진우의 말이 귀에 안들어오는지 주위를 둘러보다 황급히 나뒹굴고 있는 티슈
박스를 집어 티슈를 한웅큼 빼들었다. 이어 진우에게 다가가 얼른 피가 흐르는 곳에 갖다 대는
혜경이었다. 어느새 혜경의 눈에는 눈물이 다시 흐르며 안타까운 빛이 흐르고 있었다.
" 흐흑... 피할수 있었잖아요?... 왜 안 피하고 그냥 맞았어요?... 이걸 어째... 바보같이... "
" 혜경아!...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단다... 오빠가 혜경이에게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혜경이의 마음을 풀어줄수만 있다면 오빠는 이것보다 몇배 더한것도 감수 할수 있어..
혜경이가 이 오빠를 용서해 주기만 한다면.... "
" .......... "
혜경은 약간 찢어진 진우의 상처를 살피며 안타까운듯 흐느끼며 피를 멎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 혜경의 행동에 속으로는 흐뭇한 마음이 드는 진우였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처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한참 흐느끼며 진우의 상처를 살피던 혜경은 그런 진우의 말에 놀란듯 손길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눈길이 중간에서 딱 마주쳤다. 혜경의 눈은 마음에 이는 갈등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우의 이마를 누르던
혜경의 손길이 떨어지자 다시 진우의 이마에서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혜경은 다시 놀란 듯 가벼운 탄성을 지르며 얼른 상처를 눌렀다.
" 이런다고 오빠를 용서하는건 절대 아니예요... 피가 나서 이러는것 뿐이예요...
그러니 오해하지 말아요... 혜경이는 오빠가 한 짓을 절대 용서 할수 없어요... "
" .......... "
혜경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꾸며 진우의 이마를 눌렀다. 그러면서 진우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돌리며 화난 음성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혜경의 목소리는 어느새 아까와는 달리
한풀 꺾여있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진우는 반은 해결됐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물론 혜경이 볼세라 얼른 표정을 바꾸기는 했지만....
다행히 많이 찟어지지는 않았는지라 병원에서 가벼운 치료만 받은 진우와 혜경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혜경의 봄날이 그리고 진우의 피 눈물 나는 봉사가 시작되었다.
화가 난듯 말도 안하는 혜경에게 진우는 온갖 아부를 떨면서 혜경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혜경은 그런 진우를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진우의 행동에 은근히 진우 몰래
미소를 짓는 혜경을 보면 속으로 그런 진우의 행동을 즐기는 것이 확실했다.
그날밤 혜경의 거부에 진우는 침대에도 올라가지 못한채 바닦에서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 이제 어느 정도 풀렸으니까... 돌아갈 때까지 혜경의 마음을 완전히 풀어야해...
만약 이 일이 어른들에게 알려지면... 특히 그 영감에게 알려지면... 나는 완전히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그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의미에서라도 혜경의 화를 푸는데 올인해야지...
게다가 만약 성미와 성은이 이 일을 안다면...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야... )
진우는 침대 옆 바닦에 누워 눈을 감은채 자신의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진우는 한기가
전신을 뒤덮는 것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일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진우였다.
영감의 그 무시무시한 삼복 변견 구타신공에 몸서리가 쳐졌으며 성미와 성은을 잃는다는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진우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혜경의 마음을 풀어야 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처음에 진우가 침대로 올라오려는 것을 거부하며 바닦에서 자기를 강요한 혜경은 갈수록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고소하던 마음은 시간이 가면서 불쌍한 마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등을 구부린채 자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진우의 모습을 훔쳐보던 혜경은
문득 진우의 몸이 부르르 떨리자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진우에게 올라오라는 말을 할뻔했다.
그런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혜경은 눈을 질끔 감았다.
( 안돼... 벌써 마음이 약해지면 안돼... 아까 오빠가 그 년과 하던 짓을 생각해라 혜경아!...
이렇게 쉽게 용서하면 절대로 안돼... 이번 기회에 오빠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해...
다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못돌리게 만들어야해... 그러니까 불쌍해도 손길을 줘서는
절대 안돼... 혜경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야... 그러니... )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지던 혜경은 눈을 꼭 감은채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나 마음이 약한 혜경의 긴 속눈썹은 그런 혜경의 약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좀 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두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든 혜경은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다 바로 코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을 보자 놀라 눈을 몇번 깜빡거렸다.
" 무슨 짓이예요?... 무슨 짓을 하려고 이래요?... "
" 아무짓도 안했다... 단지 혜경이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바라보고 있었던거야... "
" 빨리 저리가요... "
" 그래 알았어... 벌써 10시가 넘었다... 이제 일어나야지... 어서 샤워하고 밥먹으러 가자... "
혜경의 고함소리에 진우는 멋적은 눈빛을 하며 혜경에게 말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런 진우의 등을 보며 혜경은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것이었다.
이어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혜경은 옷을 갈아입고는 진우가 열어주는 문을 나섰다.
그때부터 혜경의 화려한 봄날은 시작되었다. 진우는 마치 여왕을 모시는 시종처럼 굴었다.
혜경을 위해서 문을 열어주는 건 기본이고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누르고 식당에서는 혜경의 의자를
빼내주는 등 오직 혜경을 위해서 사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의 행동에 혜경은 때때로 측은해서 그만 하라고 말을 할뻔 한적도 간간히 있었지만 은근히
그것이 싫지 않는지라 그만두기가 아쉬움에 그런 진우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진우는 혜경의 시중을 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혜경의 마음을 떠보기라도 하는 듯 말을 붙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혜경의 대답은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쌀쌀맞은 태도가 날이
갈수록 점점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날짜를 헤아렸다.
혜경은 몇칠 동안이나 침대옆 바닦에서 잠을 자는 진우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이면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진우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며 자신을 질책하는
혜경이었다. 그런 혜경의 머리 속에는 며칠 동안 진우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도 있었다.
혜경을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진우였다. 바닷가로 가면 먼저 자리에 비치타올을 깔아
자신을 편안하게 쉴수 있게 만들어주고 또 입을 열 필요도 없이 눈짓만 해도 알아서 척척 모든것을
처리하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가 오늘도 바닦에서 몸을 웅크린채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을 보자
혜경은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 오빠!... 자는거예요?... "
" 아니... 아직 안자... 왜!... 내일 집으로 돌아간다니 잠이 안와?... "
" 그것도 있지만... 음!... 오빠!... 불편하지?... 이리 올라와서 잘래요?... "
" ......... "
진우는 몇일 동안 머슴도 그런 상머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마치 혜경의 입속에 든 혀처럼 혜경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그런데 내일이면 돌아갈 날이지만 아직도 혜경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 하자 속으로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제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거의 옛날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그런것이 아닌지라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혜경이 그런 제의를 해오자 놀란 눈초리로 혜경을 바라보는 진우였다.
" 그렇다고 완전히 오빠를 용서한건 아니니까... 너무 좋아할건 없어요... 혜경이는 단지...
오빠가 몇일 동안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는것이 너무 불쌍해서... "
" 혜경아!... "
혜경은 진우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변명처럼 말을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는 진우는 마치 하늘을 날아갈듯한 기분이었다.
방금 전의 고민이 말끔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진우는 감격어린 표정으로 혜경을 불렀다.
이어 몸을 일으켜 혜경의 옆에 누우며 혜경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혜경은 다시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안아오는 진우의 품속을 파고 들었다.
" 다시는 그런짓 하면 안되요... 만약 다시 또 그런짓을 한다면 할아버지께 다 이를꺼예요... "
" 그래... 그래... 이렇게 예쁜 혜경이가 있는데... 그때는 내가 미쳤었나보다... 다시는 그런일
없을거다... 하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해... 사랑해... 혜경아!... "
그렇게 진우의 품속을 파고드는 혜경은 그래도 한마디 못을 박는 것을 잊지않았다.
그런 혜경의 말에 진우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맹세하듯 말을 했다.
부드럽게 혜경의 등을 쓰다듬던 진우의 손은 어느새 혜경의 턱을 받치고 있었다.
그런 진우의 손길에 혜경은 고개를 들어 진우의 눈을 쳐다봤다.
진우는 혜경의 눈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혜경에게 가져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몸을 어루만지는 두사람이었다. 몇일 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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