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막대 - 현실과 환상 속에서 - 8부



2-5



당황한 사람을 지켜보는 건 재밌는 일이다. 이리저리 눈을 굴려보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당황한 사람이 아름다운 여자라면 가학적인 즐거움이 추가된다. 마치 보너스처럼. **는 우물쭈물하며 주변만 자꾸 살폈다. 좁은 틈새 길 양쪽 끝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휘파람을 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속옷의 포장을 뜯었다. 포장지는 내버리고 브라와 팬티를 과장되게 탈탈 털었다. 일그러지는 **의 얼굴. 금발 머리의 아가씨, 아가씨의 그 표정은 너무나 나를 자극해. 지금 당장이라도 범하고픈 욕구를 들게 만들어. 나는 속옷을 한손에 잡아 **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몸이 덜덜 떨렸다. 나는 그녀의 주먹진 손을 강제로 펴 속옷을 쥐어줬다.



“입어.”

말소리에 그녀가 움찔했다. 그녀가 반응하지 않았다. 좀 더 과격하게 나가야 되는 걸지도 모른다. 이제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녀의 내면은 분명 원하고 있다.



착!



나는 가능한 아프지 않게, 그러나 소리는 가능한 크게 날 수 있도록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보았다.



“다시 말하게 하지 마. 입어.”

그녀가 졸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호들갑스럽게 움직였다. 팬티를 입으려고 성급하게 다리를 들어 올리는 꼴에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낼 뻔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식의 수치를 줄 때가 아니다.



“멈춰. 속옷을 입으려면 모두 벗고선 입어야지.”



아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절망스러운 표정이다. 발로 짓밟고 싶다. 내 발가락 하나하나, 새끼발가락부터 엄지발가락까지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빨게 하고 싶다. **가 무엇이라 항의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뜨린다. 검은 블라우스의 단추 하나하나를 풀어나간다. 어딘가 화려하면서고 고급스러운 그녀의 옷차림과는 달리 소박한 브라가 드러난다. 블라우스가 바닥에 떨어진다. 브라의 고리가 떨어져나간다. 브라가 바닥에 떨어진다. 붉은 치마의 단추가 풀린다. 검은 블라우스가 떨어진다. 그녀의 몸뚱이가 어둠 속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그녀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녀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훌쩍인다. 그러나 나는 달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둠 속에 드러난 그녀의 실루엣을 감상한다. 적절한 굴곡의 가슴과 보기 좋게 불거진 쇄골의 실루엣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 나는 여인의 몸을 무참히 탐하는 자의 눈으로 그녀의 미려한 육신 구석구석을 훔쳤다. 나는 그녀가 옷을 입기를 기다렸다. 되감기를 하듯 그녀가 움직였다. 바뀐 것은 브라와 팬티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얼굴과 속옷에 자위하고 싶은 충동이 내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되어 머리카락 끝까지 전염되었다.



옷을 모두 입은 그녀는 여전히 훌쩍거린다. 울고 있는 그녀를 앞에 두니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꺼내.”



의아함에 그녀가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본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꺼내.”



그녀가 망설임을 머금은 채 훌쩍이며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얼굴에 자꾸 웃음이 번졌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셔 거리의 악취를 빨아들였다. 상쾌했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아, 그렇게 뜨악한 표정 짓지 말고 들어. 그리고 알아서 대화를 끌어. 무슨 대화를 하든 난 상관하지 않겠어. 애인사이에 전화하는 게 대수로운 일은 아니잖아. 어서 전화를 걸어. ……. 그래. 좋아. 잘했어.”



나는 **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단순한 통화음이 들리더니 곧 어딘가 병약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 나 **야.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 아냐. 아무것도. 그냥…,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대개 아픈 거 같아. 정말 괜찮은 거야? 응 난…, 괜찮아.



애인 간의 통화를 엿듣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통화 내용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아읏….”



응? 어디 아파? 아, 아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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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올리는데 신경을 못썼네요. 시간이 없어 얼마 못썼지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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