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과 음악선생
2018.04.14 20:22
원래부터 공부에 취미가 없었던 나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험때만 되면 공부한답시고 부모님께 독서실을 가야 된다는 거짓말을 하고
돈을 타내서는 모든 잡념(?)을 떨쳐버릴수 있는
구름과자를 사서 먹곤 하였다.
어쩌다 마음이 내켜 공부라도 할라치면 그놈의 웬수같은 책은 처음 인쇄될때부터
그랬는지 모든 글자가 제맘대로 춤추고 있는가하면
여러겹으로 겹쳐 있기가 일쑤였고, 그럴때마다 나는 우리나라 참고서를 찍어내는
사장님들의 알량한 양심에대고 욕을 퍼붓곤 하다가
죄없는 책위에다 물자욱만 남기곤 했다.
그날도 나는 교육청에서 치는 시험으로 이번 기말고사를 대치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 - 물론 나랑은 별 상관은 없었지만 -
부모님께 공부하러 간답시고 돈을 타내설랑 내 가장 최고의 기호식품을 사다가 정말로
맛나게 피워대고 있었다.
"그놈 참 담배 한번 맛깔스레 피는구만 그래."
갑작스런 인기척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여느 불량학생들과는 달리
대로변에서 담배를 피는 일은 없었는데 그것은
그래도 내 양심에 학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가 아닌 처신을 할 때에는 최소한
자랑하듯 내놓고 하는 거만함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우리 학교 뒷편 경마장에 올라가 담배를 피곤 했는데,
그곳은 우리 학교 학생들 - 학생이라고 보기엔 그 처신이 그에 합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의 완벽한 비행장소 였다.
때문에 그곳에는 늘 담배꽁초와 소주병, 본드묻은 비닐봉지들이 즐비했다.
그런 우리만의 장소에 우리 또래라고 보기에는 세월의 깊이가 있는 목소리를 들었을때
내가 놀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이지?"
"네...."
어둠속에서다가오는 희미한 인영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도 한대 빌릴 수 있을까?"
"네..."
담배를 건네주며 산밑의 도로 가로등 불빛에 어슴프레 비치는 그 불청객의 모습을 난
그제서야 찬찬히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짙은 눈썹, 떡 벌어진 어깨,
그러나 웬지 이상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을때 내 눈에 비친 것은 바로 서로 다른
그의 다리였다. 그는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동시에 또한가지 내 머리를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은 그의 모습이 웬지 낯익다는
것이었고, 얼마후에 나는 그가 바로 우리학교앞
철가방 아저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아. 네...그저.. 공부가 잘 안되서.."
"그래? 공부는 잘 하남?"
"...."
"바람 쐬러 나왔나 보지? 그럼 내가 재미있는 야그 하나 해줄까?"
그날 내가 그로부터 들은 얘기는 당시만 해도 순진(?)했던 내겐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얘기였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에 관한 얘기였던 것이다.그것은 나에게 여자의 숨겨진 본능에 관해 첫눈을
뜨게 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철가방과 음악선생[2]
원래 우리학교 음악 선생님은 아줌마였다. 으례 남자란 노소를 무론하고 여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외모를 따지기 일쑤이다.
이럴때 늘상 범하게 되는 오류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모양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그러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 여자의 눈은 왜 좀 더 크지 않은 거지? 가슴볼륨이 너무 없군, 저 히프
처진 것 좀 봐~등등... 대개 이런 말을 즐겨 하는
놈(?)치고 제대로 생긴 놈은 하나도 없다.
난 적어도 이런 부류에는 들지 않으려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계기가 왔다.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을 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자신을 망각한 채 남의 평가에만
급급한 한 부류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문둥이의 눈썹보다 더 빠진 듯한 힘없는 눈썹, 하늘을 향한 생명의 두
통로,뻐드렁니에 불거진 입술,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듯한 두
눈알...
어느것 하나 조화의 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 마치 어렸을때 찰흙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다 잘못해서 홧김에 벽에다 던져버려
찌그러진 듯한 그러한 외모를 한 여인이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이었다.
우리들 중 누구 한 사람도 그녀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추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남편은 얼마나 불행할까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선생님 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배워야 하는 우리는 또 얼마나 불행한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불행은 얼마후 최고의 행운으로 바뀌어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철가방과 음악선생[3]
우리는 그 음악선생님을 조포자라 불렀는데 - 조물주가 포기한 여자 -바로 그
조포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그만 휴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후임 선생님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필요도 없이
단지조포자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에만
눈물겹게 감격하고 있었다.
얼마후 새로 오실 선생님에 대한 소문이 퍼졌는데 놀랍게도 그 소문의 진상에는 새로
오실 선생님은 이번에 갓 대학을 졸업하신
처녀 선생님이시고,더더욱 놀라운 것은 대단한 미인이시라는 것이었다. 그때의 감격을
우리는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선생님에 관해 나는 너무도 놀라운 충격적인 이야기를 바로 내 앞에서
담배를 물고 서 있는 이 철가방 아저씨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김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은 서울서 오셨으며 지방에는 아무
일가 친척이 없으셨고, 때문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계셨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에어콘 없이 여름을 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으나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견뎌야만 하셨다.
김선생님은 특히 냉면을 좋아하셨는데 우리의 철가방 아저씨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철가방과 음악선생[4]
찌는듯한 여름, 얼음 둥둥 띄운 냉면의 시원함이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날도 무척이나 더운 여름밤이었고, 우리의 음악선생님은 더위에 못이겨 냉면을
주문하셨다.
철가방 아저씨는 그때 내심 김선생님 집으로 배달 가는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험때만 되면 공부한답시고 부모님께 독서실을 가야 된다는 거짓말을 하고
돈을 타내서는 모든 잡념(?)을 떨쳐버릴수 있는
구름과자를 사서 먹곤 하였다.
어쩌다 마음이 내켜 공부라도 할라치면 그놈의 웬수같은 책은 처음 인쇄될때부터
그랬는지 모든 글자가 제맘대로 춤추고 있는가하면
여러겹으로 겹쳐 있기가 일쑤였고, 그럴때마다 나는 우리나라 참고서를 찍어내는
사장님들의 알량한 양심에대고 욕을 퍼붓곤 하다가
죄없는 책위에다 물자욱만 남기곤 했다.
그날도 나는 교육청에서 치는 시험으로 이번 기말고사를 대치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 - 물론 나랑은 별 상관은 없었지만 -
부모님께 공부하러 간답시고 돈을 타내설랑 내 가장 최고의 기호식품을 사다가 정말로
맛나게 피워대고 있었다.
"그놈 참 담배 한번 맛깔스레 피는구만 그래."
갑작스런 인기척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여느 불량학생들과는 달리
대로변에서 담배를 피는 일은 없었는데 그것은
그래도 내 양심에 학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가 아닌 처신을 할 때에는 최소한
자랑하듯 내놓고 하는 거만함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우리 학교 뒷편 경마장에 올라가 담배를 피곤 했는데,
그곳은 우리 학교 학생들 - 학생이라고 보기엔 그 처신이 그에 합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의 완벽한 비행장소 였다.
때문에 그곳에는 늘 담배꽁초와 소주병, 본드묻은 비닐봉지들이 즐비했다.
그런 우리만의 장소에 우리 또래라고 보기에는 세월의 깊이가 있는 목소리를 들었을때
내가 놀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이지?"
"네...."
어둠속에서다가오는 희미한 인영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도 한대 빌릴 수 있을까?"
"네..."
담배를 건네주며 산밑의 도로 가로등 불빛에 어슴프레 비치는 그 불청객의 모습을 난
그제서야 찬찬히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짙은 눈썹, 떡 벌어진 어깨,
그러나 웬지 이상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을때 내 눈에 비친 것은 바로 서로 다른
그의 다리였다. 그는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동시에 또한가지 내 머리를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은 그의 모습이 웬지 낯익다는
것이었고, 얼마후에 나는 그가 바로 우리학교앞
철가방 아저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아. 네...그저.. 공부가 잘 안되서.."
"그래? 공부는 잘 하남?"
"...."
"바람 쐬러 나왔나 보지? 그럼 내가 재미있는 야그 하나 해줄까?"
그날 내가 그로부터 들은 얘기는 당시만 해도 순진(?)했던 내겐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얘기였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에 관한 얘기였던 것이다.그것은 나에게 여자의 숨겨진 본능에 관해 첫눈을
뜨게 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철가방과 음악선생[2]
원래 우리학교 음악 선생님은 아줌마였다. 으례 남자란 노소를 무론하고 여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외모를 따지기 일쑤이다.
이럴때 늘상 범하게 되는 오류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모양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그러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 여자의 눈은 왜 좀 더 크지 않은 거지? 가슴볼륨이 너무 없군, 저 히프
처진 것 좀 봐~등등... 대개 이런 말을 즐겨 하는
놈(?)치고 제대로 생긴 놈은 하나도 없다.
난 적어도 이런 부류에는 들지 않으려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계기가 왔다.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을 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자신을 망각한 채 남의 평가에만
급급한 한 부류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문둥이의 눈썹보다 더 빠진 듯한 힘없는 눈썹, 하늘을 향한 생명의 두
통로,뻐드렁니에 불거진 입술,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듯한 두
눈알...
어느것 하나 조화의 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 마치 어렸을때 찰흙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다 잘못해서 홧김에 벽에다 던져버려
찌그러진 듯한 그러한 외모를 한 여인이 바로 우리 음악 선생님이었다.
우리들 중 누구 한 사람도 그녀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추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남편은 얼마나 불행할까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선생님 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배워야 하는 우리는 또 얼마나 불행한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불행은 얼마후 최고의 행운으로 바뀌어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철가방과 음악선생[3]
우리는 그 음악선생님을 조포자라 불렀는데 - 조물주가 포기한 여자 -바로 그
조포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그만 휴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후임 선생님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필요도 없이
단지조포자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에만
눈물겹게 감격하고 있었다.
얼마후 새로 오실 선생님에 대한 소문이 퍼졌는데 놀랍게도 그 소문의 진상에는 새로
오실 선생님은 이번에 갓 대학을 졸업하신
처녀 선생님이시고,더더욱 놀라운 것은 대단한 미인이시라는 것이었다. 그때의 감격을
우리는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선생님에 관해 나는 너무도 놀라운 충격적인 이야기를 바로 내 앞에서
담배를 물고 서 있는 이 철가방 아저씨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김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은 서울서 오셨으며 지방에는 아무
일가 친척이 없으셨고, 때문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계셨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에어콘 없이 여름을 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으나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견뎌야만 하셨다.
김선생님은 특히 냉면을 좋아하셨는데 우리의 철가방 아저씨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철가방과 음악선생[4]
찌는듯한 여름, 얼음 둥둥 띄운 냉면의 시원함이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날도 무척이나 더운 여름밤이었고, 우리의 음악선생님은 더위에 못이겨 냉면을
주문하셨다.
철가방 아저씨는 그때 내심 김선생님 집으로 배달 가는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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