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이야기... 어느 유부녀의 ... - 4부 1장

살면서 인정하기 힘든것들이 있다. 지금 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정을 가진 사람이 연애를 할때 오래 가면 1년 보통 6개월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가만히 날짜를 세보니 온달과 6개월이 막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이걸로 끝인걸까?" 현주는 허무해졌다. 물론 온달과 그가 두고 두고 가지는 않을꺼라 생각했다. 어짜피 오래 갈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데 없이 다가온 온달의 무반응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루에 몇차례나 오고 가던 온달과의 전화가 사라지자 맥이 빠졌다. 뭘해도 신이 나지 않았다. 그냥 맹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거야?" 오랫만에 찾아온 수연이가 현주의 이런 모습을 보자 놀라는 눈치였다. 현주는 수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수연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래 힘들꺼야 인정해.. 그렇다고 이렇게 넋을 놓고 살면 좋다고 할사람 누가 있니? 현주야 기지개 피고 힘내.. 몇달동안 그래도 애인 생겨서 좋았다고 생각하고... 웃어 응? 웃어" 현주는 베시시 웃어보였다. 그러나 힘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시간이 되가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번호는 온달의 그것이었다. "네.." 현주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내일 저녁에 만날수 없을까?" 온달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다. "왜?" 현주는 반갑지만 신경질이 났다. "이야기할께 있어 좀 길어 내일 저녁 6시에 거기서 보자" 온달은 전화를 끊었다. "이제 이렇게 끝나는 걸까? 누굴까 그 마음에서 나를 밀어낸 여자는" 현주는 화장실로 가서 하염없이 울었다.



다음날이 되길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 시간에 온달을 만났다. 온달 옆엔 어떤 여자가 하나 있었다. 온달은 자연 스럽게 소개를 했다. "인사해 장현주씨라고 나하고 아주 친한 동료였어." 그녀는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가면서 인사를 했다. 현주는 저 여자가 어떤 여잘까란 생각을 했다.



"현주씨 전에 이야기 했던 제 처에요. 그 동안 서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할려고 해요. 현주씨가 축복해주세요" 현주는 올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진정해가면서 말했다. "네 두분 행복하세요. 전 아이가 올시간이라" 현주는 울었다. 한참 울다가 차를 몰고 집에 갔다. 남편은 출장이었고 진석이는 숙제를 하다 잠이 들었다. 조용해지자 다시 마음이 허해졌다. 눈물이 흘렀다. 어디 조용히 울곳이 없을까 해서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다. 30분이 넘도록 눈물만 자꾸 흘러나왔다.



며칠후 남편이 돌아오고 주말에 현주는 남편을 꼬셔서 포장마차로 갔다. "여보 당신 나 말고 다른 여자 사귄적 있어?" 현주는 뜬금없이 물었다. "많았지... 근데 그냥 뭐 그때 사귀는게 다 그렇잖아 죽고는 못살꺼 같다가도 뒤도 안돌아보고... 당신이 진짜 사랑이었어" 남편은 자기가 최고란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신 그럼 그 여자들이랑 헤어지면 기분이 어땟어?" 남편은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냥 말해줘" 남편은 소주를 비운 다음 말을 열어갔다. "가슴 아프지.. 눈물나고 그래서 또 다른 사랑을 찾고... 그것의 연속이야... 근데 사랑은 사랑으로 치료가 되더라" 남편은 연거푸 두잔을 비우고 담배를 피워물었다.



현주는 술을 세잔이나 부어댔다. "그렇구나 그랬지" 현주는 술을 두어잔 마셨다. 흥분해서 그런가? 술이 금방 올랐다. 남편은 현주를 말없이 부축해서 데리고 갔다.



다음날 남편은 현주 해장용 북어국을 끓여왔다. 남편도 자취를 제법 해서 웬만한 음식은 할수 있었다. 어떤건 현주보다 더 나앗다. "어제 왜 그렇게 술을 마셨어?" 남편은 상을 차려주고 진석이와 함께 마루로 가서 같이 퍼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현주는 흐뭇했다.



현주는 또다시 수연의 방문을 받았다. 수연은 요즘 현주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시고 퇴근후 집에도 데려다 주려고 하고... 짜증날 정도였다. 그만큼 수연의 눈에는 현주가 불안해 보였다.

"부탁 하나 있는데 현주야. 김현진이란 남자한테 버림 받았다고 그 텅빈 가슴을 다른 애인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아라... 다 허무하더라" 현주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럴것이다.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다. 어쩌면 남편도 알것이다. 그러면서 가만히 기다려줄지도 모를일. 현주는 거기에 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우리 신랑이 알겠지?" 현주는 무신경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니 신랑이 바보냐?" 현주도 동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현주는 답답해왔다. "니네집 가니까 니가 그 와중에도 집안은 단정하게 관리 해놨더라 그냥 잘 해줘라 그렇게 잘 했어도 신랑이나 아들은 마음이 허할꺼다" 현주도 동감했다. 그렇지만 참 힘든 과제일 것이다.



현주는 수연의 차에서 내려서 천천히 집으로 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면서 과연 이 사실을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파트 열쇠를 열고 들어가자 훈훈한 공기가 현주를 영접했다. 아들이 테레비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갈곳은 이곳이구나 내가 있어야 할 곳도 이곳이고..." 아들은 현주를 보자 허겁지겁 텔레비전을 껐다. 현주는 오늘 만큼은 너그러워지고 싶었다. "숙제할때는 숙제만할때는 텔레비전을 볼때는 그것에만 집중하고 알았니?" 현주는 그냥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다는것 자체로 행복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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