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하던 여자 - 단편

그녀의 이름은 효진.



얼마전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했다.

힘들어 할 때마다 몇번 술을 마셨다.



꽤나 활달하고

당당한 그녀.



가끔은 너무 연약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



그녀가 어느날 결혼한다고.

그래서 회사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그날도 같이 술을 마셨다.

장난 겸

날 버리고 가다니 괘씸하다고도 했다.



오빠 미안해.

그치만, 오빠는 결혼도 했잖아.

그래도 오빠 좋아했어.



첨에 오빠 왔을 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결혼을 하니까

좀 섭섭하더라.

그치만 그게 사랑은 아니었으니까.



그 후로도 우린 회사 선후배

오빠 동생으로

배려해주는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다 몇년이 흘렀다.

한의사의 아내가 된 그녀.



그녀는 어느덧 아이 둘을 둔 유부녀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참으로 우연이었다.



후배들과 함께 간 나이트.

거기서 몸을 흔들다 시선이 멈췄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녈 본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왔으리라 생각되었다.



혼자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난 무대에서 살짝 빠져나와

그녀 곁으로 갔다.



그리고 장난이라도 치듯이

사모닙! 부킹하시죠!



고개를 돌리는 그녀!

시간의 흔적을 타고 그녀의 얼굴에서는 원숙미가 흘러 넘쳤다.

알콜에 상기된 뺨은 불그레 달아 올라 있었다.



오빠!

효진아, 맞지?



여긴 왠일이니?

친구 생일이잖아.

오랜만에 나이트 가재.

그래서, 이렇게 왔어.



이게 몇년 만이야.

오빤 하나도 안 변했다.

넌, 원숙해진 것 같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정말로.



오빠 좀 취했나 보다.



나도 일 좀 하려고.

화실을 하고 싶은데.

아직 돈이 없어서.

미술교사를 할까 하고 있어.

오빠네 회사에서 다시 디자인 하면 안될까?

누가 애엄마 받아주겠어. 물론 안되겠지?



난, 아무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친구가 나이트 같이 가면,

좋은데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온 건데.

오빠가 좋은 자리 소개 시켜줘라.



부자집 마나님이 무슨 소리?

정 일자리 필요하면 내 비서하면 안될까?



오빠가 무슨 돈이 있어서?

나 돈 많이 받아야 하는데.

오빠 월급 절반 떼어줄래?



아냐 됐어.

참, 나도 친구들이랑 왔는데

조금 있다 나갈건데

밖에서 한 잔 할래?

요 앞에 재즈바 있던데 거기서 기다릴께.

전화번호 좀 찍어줘.



효진이는 내 핸펀을 받아 들더니 피식 웃는다.

와!

골동품이다.



전번을 입력한다.

그리고, 발신을 누르고 ...

자기 핸펀에 전화를 걸어 저장하려고 ...



난, 자리로 와서 맥주를 한 잔 마셨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효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바탕 춤파티가 끝나고 친구들이 돌아 왔다.



나 먼저 갈란다.

좀 피곤하네.

오늘 물이 좀 않 좋은가보다.



그래, 우린 좀 더 놀다 가야겠다.

필 받기 시작했는데 가긴...



내일 회사에서 보자.



난, 나이트를 나와

바로 갔다.



바에 앉아, 코로나를 한 병 시켰다.



한병을 다 마셨다.



그리고 또 한병을 시켰다.

홀짝홀짝 또 다 마셨다.



그리고 또 한병을 마셨다.



효진이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시계는 자정을 넘어 한시를 달리고 있었다.



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핸펀을 꺼내, 메시지를 날렸다.

효진아! 나 먼저 간다.

술먹다 까 먹었구나.

좀 섭하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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