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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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뜬금없는 칭찬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게 갑작스럽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체 말했지만, 내 귀에 들리는 그 목소리에선 나의 칭찬이 내심 좋은 듯 떨림이 느껴졌다.



처음 만남에 대한 긴장감이 조금씩 풀렸을까

내가 건네는 이야기에 그녀는 점점 호응을 보였고, 그녀도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조금씩 조금씩 해주었다.



요 근래 있었던 이슈가 된 이야기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우리는 그렇게 어떻게 보면 에셈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배 안고파요? 밥먹으러 갈까요?”



어느 정도의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때쯤 나는 그녀에게 식사제안을 했고, 그녀는 “네”라며 고개를끄덕였다.



배달음식과 회사구내식당밥. 그리고 간간히 손님이 방문했을 때 가봤던 회사근처의 식당들

일상에서의 나는 평범하고 평범했고, 그리고 너무나 평범해 재미가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우리는 거리로 나와 번화가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있었고, 각각의 즐거움을 안은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어떤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어떤이들은 서로 껴안은체 그렇게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그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마치 외딴섬처럼 서로 약간의 거리를 둔 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체 그냥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마치 조금 전 카페에서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없었던 것처럼 서먹서먹하게 말이다.



많은 식당이 있었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를 소란스럽게 나누는 것들이 보였다. 나는 저런 시끄러운 곳으로 가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않았다.



“그렇게 밥생각이 없다면 조금 조용한데로 가서 술한잔 가볍게 하면서 이야기 나눌까요?”



아무말 없이 내 옆에서 걷고 있던 그녀에게 나는 말을 꺼냈고, 그녀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와 함께 그냥 눈앞에 보이는 준코노래타운으로 들어갔고, 방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음악소리들이 약간 귀에 거슬렸지만,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단 둘만의 시간을 처음 가지게 된 것이다.



술과 적당한 안주를 시키고, 우리가 시킨 안주가 모두 세팅이 될 때까지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폈고, 그녀도 내게 조심스레 담배를 펴도 되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펴도 된다고 했다.



“뭐 노래부르고 신나게 놀자고 여기 온건 아니고 그냥 둘이서 이야기하기엔 여기가 편할거같아서 말이죠. 나는 딱히 밥생각도 안나고 해서”



“네. 저도 이렇게 둘만있으니 그래도 조금 편해요”



그녀는 미소를 띄며 내게 대답을 했고, 그 미소를 보는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이 설레였다.



조금씩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녀와 나의 대화도 일상에서 점차점차 에셈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두사람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 또한 오빠와 소현으로 바뀌어갔다.



“오빠는 디엣 몇 번해봤어요?”



“응? 나…6번…짧았던 경우도 있고, 길었던 경우도 있고…에셈하면서 나도 뭐 적당히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도 가져왔었는데 내가 감정을 주고 디엣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6명뿐이야”



“많네요. 전 뭐 그정도는 아닌데”



“많기는 뭐가 많아. 나보다 더 굉장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난 어쩌면 에셈을 흉내내고 있는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뭐 햇병아리겠네. 결혼하고 나서도 디엣했었어요?”

뭔가 조심스러운 질문이라고 여겼는지 그녀는 질문을 던진 뒤 소주를 한잔 들이켰고, 눈을 반쯤 감으며 날 유심히 쳐다봤다.



“응 2번…”



“어떤 사람들이었어요?”



“응? 그건 왜 물어. 그냥 지금 내 앞에 있는 너한테 집중하면 안될까?”



나는 소주 한잔을 마시며 날 쳐다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잠시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그녀는 다시 질문을 했다.



“슬쩍 대답 피하는 것 좀 봐. 됐어요.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마요”



술기운의 탓이었을까 아님 내가 조금은 익숙해진 것일까. 낯설어만 하고 부끄러워만 하던 그녀가 내게 조금씩 처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저런 모습의 진짜 그녀의 모습인걸까? 그녀의 진짜 모습은 어떤걸까. 나는 궁금하고 설레였다.



“그럼 이건 대답해줘요. 13년! 이나 에세머라고 살아왔다면서요. 에셈 왜해요? 거기다 기혼이면서?”



산 넘어 산.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고 해야되나?

더 더 곤란한 질문이 그녀의 입에서 내게로 왔다.



“햐…어려운 질문이다. 그럼 나 소주 한잔 더 마시고….음 긴 이야기가 될텐데…괜찮겠어?”



“그럼요”



“했던말 또하고 또 반복하고 그런버릇이 술이 들어가면 심하게 나오니깐 말이지. 적당히 알아서 걸러서 들어야돼”



“걱정마세요”



그녀는 똑부러지게 대답하고 양 손으로 턱을 괸 다음 맞은 편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봤다.



왜 그녀의 얼굴이 왜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나는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19살 여자친구와의 장난으로 시작한 놀이가 에셈이란 걸 알게 되고 빠지게 된 것.

어설픈 돔 노릇을 하면서 경력 많은 섭을 만나 하나하나 배워가며 차라리 내 섭할래? 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들

그리고 서툴지만 시작하게 됐던 디엣들의 시작.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몇몇 에피소드들로 계속 흘러나왔고, 그녀는 때론 웃으며 때론 인상을 찌푸리며 내 이야기를 처음과 똑 같은 자세로 들어주었다.



“뭐 이건 내가 그냥 에세머로 살아왔던 이야기인거고…질문은 이게 아니었잖아. 왜 에셈을 하느냐고 했지?”



“네”



“처음엔 육체적 쾌락. 단순한 고통을 주는 행위 그런 행위들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어느순간 깨달았지.”



“뭘요??”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며 내말에 귀 기울였다.



“난…사랑을 받고 싶어서 에셈을 하는구나 라는 걸 말야”



난 소주잔을 손에 쥐어 들었고, 한잔할래? 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고 자신의 소주잔을 내 잔과 가볍게 부딪힌뒤 입술로 술을 삼켜 마셨다.



나도 소주를 한잔 들이킨 뒤,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냥 내가 이렇게까지 해도 이렇게까지 해도 니가 날 사랑할 수 있어? 니가 말하는 복종과 존경을 내게 보여줄 수 있어? 날 계속 사랑해. 괴롭고 아프고 미쳐 버릴거 같아도 날 사랑해줄 수 있냐? 그렇다면 그 사랑을 내게 계속 그렇게 보여줘 난 그것을 원하니깐…뭐 이런 마음이라는 걸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 어떤 상황 그 어떤 괴로움이 있어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해서 참을 수 있고, 사랑해서 견딜 수 있어요. 왜냐면 당신을 사랑하니깐요. 제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걸 에셈을 통해서 더 절실하게 느끼고 싶었던거같아.”



“기혼? 기혼이 어때서. 아프고 괴롭고 불륜이지. 그래 그러니깐 그런 고통도 감수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도 당신을 사랑하니 버틸 수 있어요…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지않겠어?”



“뭐 물론 플도 지독하게 하드하게 할 때도 있지만 말야”



“난 그랬어. 내가 에셈을 하는건 상대가 얼마나 괴롭든 날 사랑하고 있다는걸 확인하고 싶어서 인가봐.”



나는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었고, 모든 말을 내뱉은 뒤 그냥 소주를 한잔 다시 마셨다.



아니 다시 한잔 한잔 연거푸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그녀였지만, 마음에 들었고, 그렇다면 나는 뭔가 그녀를 꼬시기 위한 작업을 하던 돔 혹은 마스터로써의 듬직함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했었어야 하는게 맞는데 오히려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치부를 드러내버린 느낌이었다.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었겠지만, 아마 그렇게 안될 거같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고, 나는 술을 계속 따라 마셨다. 그녀 역시 내 말을 들은 이후 아무런 말도 없었다.



다시 빈 잔을 놓고 술을 채우려 술병을 잡았을 때 그녀의 손이 술병을 잡은 내 손을 잡았다.



“제가 줄게요”



그녀의 말에 나는 놓은 술병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술이 약하다. 몇 잔의 술이 연이어 들어가 버린 탓에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표정이 흐릿하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술잔에 먼저 술을 채웠고, 일어서서 내 옆에 앉은 다음 내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그녀가 채워준 내 술잔을 잡기 위해 손을 뻗기도 전에, 그녀가 내 술잔을 먼저 잡은 후 내 입에 술을 천천히 먹여주었다.



“저도 먹여주세요”



내 옆에 앉은 그녀가 말했고,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그녀를 껴안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고, 아직 삼키지않고 내 입안에 있던 술을 그녀에게 넘겨주며 그녀의 입술을 느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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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야설의 기운이 사라지고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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