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의 서 - 2부

#2 여자와 남자



첫 강간의 경험.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신청하고 당하는 거라 진짜 강간과는 차이가 많았겠지만,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따먹을 수 있는 내가 되었다는 짜릿함과 만족감이 나를 들뜨게 했다. 자랑스럽고 뭔가 뿌듯했다. 자신감이 생겨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기다릴 때의 초조함. 밀려 침대 위로 넘어질 때의 공포감.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누르던 위압감. 정액이 내 몸에 뿌려질 때 느꼈던 모멸감. 남자의 정액이 묻은 얼굴로 찢어진 블라우스를 입은 채 지하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던 수치심. 손목의 멍은 이 모든 것의 흔적이다.



정액을 뒤집어 쓴 내 사진을 보며 긴장해서 다리가 떨리던 내 모습을 좀 더 또렸하게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더럽혀진 여자. 이젠 누구나 원하면 따먹을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Free Rape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낯선 남자가 내 보지에 자지를 박아대고 있지만 엎드린 채 박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따먹히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나는 그저 하나의 물체, 하나의 대상에 불과하다. 남자의 자지에 박히고 박히고 또 박히고. 남자의 자지가 박히고 있는 내 보지에 온 신경을 모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가 하는 대로 내 몸을 맡겨 두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다.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날 수 있었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기분 좋은 고통이다.



샤워기에서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몸이 덜덜 떨린다. 보지로 손을 가져가자 금방 달아오른다. 내 몸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 같다.



다시 한 번 더 그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고 싶다. 이 기분 좋은 고통도 유지하고 싶다. 나는 게시판에 또 글을 올렸다.



···



일주일 쯤은 거의 매일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결국 몸살이 나서 며칠 누워있어야 했다. 1 주일에 한 번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았다. 사흘 정도면 몸도 회복이 되고 거기서 사흘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욕구도 극대화 된다. 그쯤이면 긴장감도 다시 돌아온다. 당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된다.



경험이 쌓이면서 몇 가지 원칙도 생겼다.



우선 모텔은 무조건 피한다. 모텔은 내 집처럼 편해서 긴장감이 없다.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서싫다. 멀티방은 그래도 좀 낫다. 화장실이나 골목처럼 강간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그냥 관심 없이 지나치던 곳인데 이젠 나도 모르게 여기서 강간당하면 좋겠다라며 장소를 찜해둔다. 남자들이 끌고 가는 데로 가는 게 좋지만 헤맬 때는 가끔 미리 봐둔 장소를 일러주기도 한다. 만약을 대비해서 약속 장소 주변에 한 두 곳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지 절대 상상하지 않는 것이다. 기대하고 상상하면 실망하게 된다. 상대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불쌍해서 한 번 대준다. 뭐 이런 기분으로 해주면 아무런 긴장감도 느낄 수가 없다. 내가 할 일은 처음 말 걸어주는 무조건 따라가서 따먹히는 것 뿐이다. 기다리면서 반복해서 생각하고 다짐해야하는 건 그것 뿐이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것도 안 된다. 잘 생긴 사람이 그냥 지나가면 실망하고, 못 생긴 사람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아니길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강간해 줄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어줄 때까지 바닥만 보고 있으면 된다. 당신이 누구든지 반항하지 않고 강간 당하겠습니다란 다짐만 무한 반복할 뿐이다.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경외해야 나를 굴복시키는 힘을 인정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나에게 말을 거는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해야 한다. 그 첫 말에 굴복해야 한다.



그리고 옷은 원피스가 좋다. 그냥 확 걷어 올리면 끝.



성격이 좀 이상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을 무시하고 기분 나쁘게 하는 부류와 쿨하지 못하게 자꾸 엉겨붙는 사람이 제일 싫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딱 따먹고 헤어지면 얼마나 좋아.



이런 사람들에게도 다 따먹히기는 했는데 정말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



고개를 들어보니 어려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일단 남자를 따라나서긴 했는데 어려도 너무 어려보였다.



"저,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제가 좀 많이 어린데."

"몇 살이에요?"

"17살인데요."

"정말? 너무 어리다. 어떻게 하지? 너 섹스는 해봤어?"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 아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도덕적이었다고. 그리고 강간 당하려고 나온 거잖아. 고등학생이라고 강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쟤 인생을 내가 왜 걱정해. 누구라도 상관없어. 무조건 따먹히는 거야. 나는 선택하지 않는다.나는 강간 당하려고 나온 것이다. 좋은 말로 타일러 보내겠다는 생각은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좋아.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대신 자신 있게 해야 돼? 아니 돼요. 그리고 저한테는 편하게 반말하시면 돼요. 말이 뭐가 필요해요 그냥 팍. 알죠?"

내 농담 같은 진담에 녀석의 표정이 좀 풀렸다.



그 애는 나를 끌고 화장실로 갔지만 경험이 없다보니 자세도 잘 잡지 못하고 당황해서 발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멀티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입으로 자지를 빨아서 세워주고 엎드려서 박혔다. 서툴지만 거친 맛이 있었다.

어려서 그런지 지치지 않았다. 후배위, 정상위, 승마위, 페라까지. 2시간 동안 그 얜 정말 살뜰하게 나를 따먹었다.



강간 보다는 성교육에 가까웠지만 누구에게든지 따먹힌다는 원칙을 지킨 것에 나는 만족했다. 게다가 금기 하나를 깨뜨린 것도 좋았다. 옳고 그름 따위 따지지 않고 그냥 여자와 남자로 돌아가 원초적 욕망에만 충실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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