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2부

(2) 이혼



기어이 갈라섰다.

더 추해지기 전에, 서로 상처가 더 깊기 전에 갈라서기로 한 거다.

산소호스로 연명한 그 긴 세월에 비해 결별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인생의 긴 세월로 보면 두부 모 자르듯 싹둑 촌음에 지나지 않은 거다.

이혼사유는 성격 차이!

남편의 여자와 그간 외도 일지와 나에 대한 박해 기록은 첨부 않기로 했다.

그쯤에서 서로의 인격을 봉합하기로 한 거다.

아이는 아이의 소원에 따라 내가 부양키로 했다.

그 아이가 중2 때 벌어진 일이었다.

그 동안 둘이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보여 그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른다.



우린 25평 아파트를 하나 샀다.

오빠가 관리해오던 아버지의 유산 중 내 몫을 처분하여 마련한 거다.

그 돈의 또 일부는 내 가게를 얻는 데 썼다.

아이 학비야 걔 아빠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옷 장사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문직을 갖지 못한 나로선 마땅한 게 없었다.

첫 몇 달은 그런대로 되는 듯 했다.

아는 사람들이 사준 덕이었겠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IMF라는 대 환란마저 터지자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경험 없는 장사... 꼬박꼬박 나가야하는 재 세금들이 마냥 무서울 뿐이었다.

다행이랄 수 있는 건 아이가 별 요동 없이 잘 견디어준다는 것이었다.

만약 아이마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면 팽 돌아버렸을 거다.

그거마저 말썽이라 받아들이지 아니한 건 다행이라 해야할까?



커 가는 아이에겐 어떠한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의......



25평 아파트라면 대략 감이 잡히겠지만 방이 둘이 있다.

우리에겐 그 이상도 귀찮을 거다. 이제 집이나 관리하고 있을 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 방 하나는 내가 하나는 아들이 쓴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몰라도 서로의 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관심을 끄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었다.

철저한 프라이버시 존중이라 해야할까... 자기의 방은 자기가 치우고 닦고, 공동 구역인 거실과 주방은 먼저 온 사람이 치우는... 나름대로 상호 존중과 역할 분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나로선 착한 아들이라 치켜세울 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영역을 넘어온 아들을 발견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키워 내보낸 수컷 새끼가 어미를 찾을 때는 한 목적뿐이다.

내 아들도 그랬을까?

내 영역 표시가 뚜렷한 곳에서 기웃대는 눈동자!

그걸 알아챈 건 거의 동물적인 육감에서였다.

잠결에 스친 타인의 냄새! 그러나 익숙한 냄새!

꿈인 듯 눈을 떴다.

살짝 열린 문 사이의 두 개의 눈동자, 분명히 아들이었다.

아들은 아직 날 눈치 못 챈 듯 했다.

동공의 눈빛이 새나가지 않게 조리개를 한껏 줄이고 그를 살폈다.

예감한... 아니 거의 직감한 그 짓이었다.

잠옷바지 사이로 꺼낸 남근을 쥐어흔들고 있었다.

파리한 동공 빛이 물결 위에 비친 등불처럼 젖어 있었다.

그리고 물결을 따라 출렁거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가여워 보이고, 어찌 보면 귀여워 보이고...

징그럽게 여겨야 할 그 짓을 귀엽다고 느낀 난 확실히 그의 엄마임이 분명했다.

거의 정점에 다다랐는지 손놀림이 빨라지고 턱까지 차 오른 숨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오는 거 같았다.

속으로 난 "도와줄 수 없어! 엄마는 정말 도와줄 수가 없단다!"를 되뇌며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오줌을 기다리는 엄마처럼...

그러나 그게 어디 오줌 정도의 기분으로 그칠 일이던가?

아이의 몸이 흔들리는 거 같았다.

마지막 흔들림과 함께 허공을 향해 날았을 물줄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문에 기대어 한동안 숨을 가누던 그가 손에 쥔 무언가로 앞을 닦고 바닥을 닦고 이윽고 스르르 문이 닫혔다.

그리고 제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숨죽여 있던 내 욕망이 술렁이기 시작한 건 그 후였다.

아이가 "오줌 누는 정도의 기분으로 그칠 수 없는 그 목격"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갑작스럽고, 또 천천히... 그리고 작은 파열음이 점점 커져서 파문이 일어 큰 너울을 일으키는 태풍처럼 거친 회오리로 변모해 가는 거였다.

회오리 속으로 점차 빨려 들어간 나는 결국 늪에 발을 뺏긴 모습으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당분간은 그 언저리조차 싫었던 행위를 상상하고 있었다.

지난 십 수년간 가장 가혹한 진저리의 대상이었다고 여긴 그곳을 슬금슬금 더듬고 있었다.

그것도 내게 가장 순수의 대상이었고, 가장 진실의 대상이었고,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이상이기도 했던 아들의 일탈을 목격하고서 난잡한 그 감정에 젖다니...



앞서 못한 이야기가 있다.

이혼을 결심하고 그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멘스가 지연됨을 깨달았다.

산부인과에 들러 확인했더니 임신이었다.

한때 그렇게도 안 되던 임신이 이제야 되다니... 나는 고민 끝에 중절을 결심했다.

중절 후 얼마 안 지나 이혼 절차도 끝이 났다.

뒤늦게 생긴 아이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이에게 마음이 떠난 지 이미 오래 전이고, 그 혼란 중에 생길 아이가 온전할 리도 만무하다는 판단도 그 중 하나였다.

때문에 한동안 나는 나의 성기를 비롯한 性 관련 전반에 대한 멸시가 심했다.

왜 그런 게 달려 있어서 내 인생을 이 모양으로 만든 거야!

그거만 없었다면, 그 짓만 안 했다면 내 인생은 전혀 달랐을 거다!



혼전 임신...

그로 인해 서둘러 한 결혼...

강간에 인한 강제적 성 관계였다는 말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당시 여자가 "싫다!"는 말은 "좋다!"의 반어가 아닌 "싫다!"의 반어로 통하던 시절이니까.

"안 돼요!"는 안 된다는 말로 통하지 않았던 때다.

사실 당시 나는 야릇한 그 기분을 즐겼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 다음 날부터 내가 먼저 그이 곁을 서성거렸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결혼할 때까지... 아니, 결혼 후에도...

혹시 하루라도 거르는 날이면 내 손으로라도 해결해야 잠을 이루던 나였다.

그런 과정을 거친 나여서 아들의 자위행위에 대해 이해가 빠른 지도 모른다.



내가 깬 줄도 모르고 내 앞에서 자위를 해대던 아들은 제 방으로 돌아갔지만

돌아갔다고 하여 아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대로 내 앞에 있다.

나는 아들을 보고... 아들은 나를 보고...

벌린 다리 사이로 깊숙이 들어갔던 손가락을 급히 뽑아냈다.

이건 아냐! 아무래도 아냐!

침대맡에 있는 물 컵을 집어들었다.

벌컥 벌컥... 그걸로도 차지 않았다. 주전자 채로 집어들고 들이부었다.

속이 그렇게 괸다고 해야할까, 끓는다고 해야할까?

한계를 넘어선 물이 턱을 거쳐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옷을 여미고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갔다.

아들의 방은 적막 그 자체다. 잠이 든 모양이다.

혹시나 하여 그 앞에 귀를 대고 서 있었지만 역시 적막이다.

아들처럼 문을 열고 들여다볼까?

그래도 난 어른이야!

아니, 어른이니까 가능한 거 아냐? 보호자니까...

그러나 나는 조용히 돌아섰다.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 콕을 틀고 옷을 벗고 그 아래 섰다,

불필요한 살덩이가 뱃살만이 아니다.

출렁거리는 건 모조리다.

찢어진 것도 모조리다.

깊은 건 깊은 대로... 얕은 건 앝은 대로... 그 쓸모가 정지되어 구차스럽기만 하다.



이 쓸모 없는 걸 무슨 대단한 업적을 쌓을 듯이 징그럽게도 뚫던 그...

송곳처럼 쓰리기만 하던 빌어먹을 그 살덩이...

날 학대하는 게 사랑하는 거라는 논리로 매일 밤 일삼던 일방적 성 몰이...

진저리나는 그 머저리가... 그 머저리의 몽둥이가 왜 그리운 걸까?

물을 토하던 샤워 콕을 끄집어내려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었다.

다리를 약간 들어야 하는 한때 익숙했던 짓...

당시 내게 가장 유사한 쾌감을 안기던 대용품인데... 아직도 유효한가?

이런 날 나는 울고 싶다.

내 삶이... 내 인생이... 내 열망이...

가랑이 아래 너덜너덜 떨어져 수채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물줄기처럼 달아나기만 할뿐 스스로 다가와 내게 감기지 않는 내 삶이... 내 인생이... 내 열망이... 밉다. 서럽다.

그래서 펑펑 울고 싶은데...



아랫배에 자극이 너무 심했던 걸까, 갑자기 치오르는 구토를 느끼고 변기통 속에 속을 게워냈다.

아직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타고 내리는 물줄기...

내 인생의 하혈을 본다. 볼수록 끔찍한... 볼수록 쓰라린... 볼수록 서러운...

나는 이러다... 이러다 죽을 것이다.

보충되지 않는, 보충할 수 없는 내 인생의 하혈로 인해 죽을 것이다.

가랑이 속의 지친 물줄기를 빼냈다.

옷을 껴입고 방으로 돌아와 수면제 두 알을 먹었다.

때론 수면제가 가장 완벽한 흥분제이다. 그러니

돌아가 잠든 줄 알았던 아들이 초롱한 눈망울로 내 방을 기웃거리다 아장아장 다가와 내 손을 끌며 "엄마 숨바꼭질 하-자!" 그런 소통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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