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그런날이 - 15부

- 준하야~ 여기야 여기~



- 어.......어! 은미야!



- 왜그래?



- 좀.....못알아볼뻔했어...



- 푸흡....그런가? 호호





2학기 내내 준하의 자취방에서 보던 그녀가 아니었다.

그랬다. 정말 못알아볼뻔했다.

방학때 처음으로 대학로에서 약속을 잡고,

학교 밖에서 보는 은미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베이지색 빵모자 비슷한것을 약간 비스듬하게 쓴 아래로 긴 생머리가 찰랑거린다.

그녀의 계란형 얼굴을 매우 새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 안에 그녀의 길게 찢어진 눈은, 짙은 스모키 아이라인을,

그녀의 약간 크고 풍만한 입술에는 짙은 붉은 립스틱이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가죽 재킷을 걸쳐입은 아래로, 길고 펄럭거리는 대님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안에 타이즈를 받혀입고, 롱부츠를 신은 그녀의 다리가

트여진 옆선을 따라 보여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스모키 화장이나 짙은 화장도 별로 이상할건 없지만,

그때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학교 안에서의 다소 털털해 보이는 문학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잘 어울렸다. 예쁘기도 했다.

너무 세련되고, 도도하고, 섹시하고, 새침해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싸구려 같아 보이지 않는,

조금은 범접하기 어려운듯한 모습이기까지 했다.





* * *





그녀는 까만맥주, 빨간맥주, 투명한맥주, 등등...

맥주를 이것저것 시키고 들이키며 쉴새없이 조잘대고 있었지만,

사실 준하는 거의 대부분의 말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전면에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사방에도 여러개의 브라운관이 설치되어 있고,

뮤직비디오가 쉴새없이 들려나오는 대형 호프집에서,

사실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연신 고개만 끄덕끄덕 거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떠들어대던 은미도 지쳤는지,

둘은 맥주만 홀짝이며 음악감상을 하고 있었다.





- 준하야, 나가자~



- 응 그래...(끄덕 끄덕)





갑자기 던진말에 준하는 또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끄덕끄덕 하고 있는데,

은미는 자리에서 휑하니 일어난다.

준하도 엉겁결에 따라 일어섰다.

그녀는 이미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제사 몇번 대학로에 와본 준하는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그녀 주위에서 멀뚱거리며 따라 걸었다.





- 아...나 배고프다...밥사주라~



- 어 그래...뭐 먹을까?



- 곱창 먹으러 갈까?



- 캬~ 곱창 좋지~ 그래그래~





* * *





대낮부터 맥주를 홀짝이며 꽤 오랜시간을 호프집에서 있다가 나와서,

배고프다며 들어간 곱창집에서

둘이는 신나게 입속으로 곱창을 우겨넣었다.

게다가 소주도 별써 4병을 뚝딱 해치웠다.

어질어질 헤롱헤롱 거리려는 찰나,

신나게 먹어치운 곱창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포만감을 느끼며 배를 토닥거리던 둘은,

다시금 밖으로 나왔다.





- 준하야, 우리 락카페 가자~



- 응? 락카페?





락카페라면,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한창을 놀러다니던 곳이다.

학생이라 나이트 가기엔 돈도 없고 뭐하고,

술먹고 춤추고 놀고는 싶은데 갈데는 없고,

그러던 시절, 저렴한 술값에, 나이트처럼 춤도 출수 있고,

그래서 여기저기 생겨나며 유행하던 곳이다.



근데 웬 대학생씩이나 되어가지고,

음...그래봤자 락카페에서 놀던건 불과 1년전이다...ㅎㅎ...

여튼, 락카페 같은 곳을 가자고 할까?



대학로를 벗어나 성대 입구쪽 어느 한 골목길에 들어선뒤,

지하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며 내려간 은미를 따라 들어가던 준하는,

곧 그녀가 말한 락카페는 그곳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그녀가 좋아한다는 하드락이 뮤직비디오와 함께 울려퍼지고 있었다.

빼곡하게 차려진 조그만 테이블에서는,

그저 여러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웬지 좀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시끄러운 하드락을 감상하면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감상한다니...



은미와 준하도 곧 한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유자차 한잔씩을,

웨이터의 귓가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주문한뒤,

여유롭게 홀짝이며 음악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 * *





벌써 3시간째 자리에 앉아,

차 한잔을 더 주문하고 난뒤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커다란 물병 하나를 집어들어와서,

죽치고 앉아 스크린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던 둘이었다.



하지만 준하는 싫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하드락을 듣는것도 좋았고,

그저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여유부리는 것도 좋았다.

카페 분위기도 그럭저럭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오늘 첫눈에 알아보지도 못하게 꾸미고 나온

은미의 옆모습을 쳐다보는 일이 좋았다.



스크린에는 어딘가 낯익은 멜로디가,

조금은 서정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아, 그녀가 내게 처음 들려줬던 그 음악이구나.



은미가 준하에게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준하의 귓가에 가져다대고 소리친다.





- 준하야, 이노래 알아?



- 어, 당연하지. 너가 처음 들려준 노랜데.



- 후흡....기억하네?



- 내가 바보냐? 하하





서로 귓가에 대고, 소리를 쳐가며 대화를 나눈다.

은미가 준하의 귀에 대고 소리칠때,

준하의 귀에는 다른 소리는 모두 사라지고

은미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그나저나...저 보컬...

진짜로 겁나게 잘생기긴 했다.....흡....



은미를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하며,

잠시간 음악을 감상하던 둘은 이윽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 * *





- 자 이거 받아~



- 어머...이거 뭐야?



- 선물이야...하하...별거 아니니까 기대하지 마라...



- 풉.....여튼 고마워





준하의 한손에 들려있던, 꽤 커다랗지만 가벼운 쇼핑백.

은미에게 줄려고 가지고 나온 선물을,

언제 어떻게 건네야 할까 고민하던 준하는,

락카페에서 나오고 이미 시간이 한창이나 되어서,

네온사인 불빛만 어지럽던 대학로의 한 거리에서

은미에게 건넸다.



안에 들어있는건 종이학 천마리였다.

사실 은미 주려고 접은건 아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심심찮이 접어오던 것이 마리수가 꽤 되어 있던 차에,

왜인지 은미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어서,

짬짬이 나머지 백여마리를 접어서 천마리를 완성했다.



은미와의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모르게 은미에게 마음이 기우는 준하였다.

은미의 첫 경험을 하게 해준 주인공이 자신이라서?

뭐 그것도 한 이유일지도 몰랐다.

여튼 준하는,

은미와 같이 밤새워 술마시는것도,

좁은 자취방에 켜놓은 촛불도,

시를 나누며 얘기하는것도,

시간가는줄 모르며 감상하는 음악도,

그리고 특별할것은 없었지만, 그녀의 육체를 탐닉하는것도 좋았다.



웬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섹스를 하러 모텔에 들어가서 선물을 건네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만나자마자 대뜸 선물을 건네기도 싫었다.

그냥, 그녀에게 뭐랄까...

크지는 않아도 의미가 될 만한 선물을 주고 싶었고,

의미가 될 만한 시점에서 주고 싶었다.



그래놓고는 결국,

이렇게 길에서 덤덤하게 선물을 건네게 되는구나.

그녀 역시, 커다란 쇼핑백이 이상하리만치 가벼운 느낌에 살짝 의아애하는 눈빛이기는 했지만,

별다른 리액션도 없이 담담하게 선물을 건네받고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시점에 선물을 건넨것이 잘된것이라 생각하는 준하였다.

준하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집에 들어가봐야 한다며,

곧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준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

그녀는 더이상 준하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





- 준하야, 너 은미랑 무슨일 있었길래 그래?



- 일? 일은 무슨일?



- 은미가 그러는데...준하 너가 자꾸 부담되서 못만나겠다고 그러던데...



- ......





그랬다. 방학내내, 준하는 은미에게 연락했지만,

은미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번번이 그녀의 삐삐에 사서함을 남겼지만,

대학로에서의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준하에게 연락이 온적이 없었다.

이미 2학년이 시작되어 새학기를 시작했지만,

학교에서도 은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은미가 그러던데...준하 너가 자기한테 너무 부담되게 한다고.



- 부담? 부담...부담이라.....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하긴, 방학때 한번 보고나서, 그 이후로 연락도 안되더라.

내가 부담되서 일부러 피했다는 건가?



- 은미가 그런얘기 하더라. 그리고 은미 휴학했어.



- 뭐라고? 휴학? 왜?



- 다른 학교로 편입할꺼래. 같이 출판작업하던 교수가 어르고 벼르고 했는데도, 딱 잘라서 말하는거 보니까.

나름대로는 결심한거 같더라구.



- 허.....거 참.....



- ......은미가 그러던데... 너가 자꾸 너무 이성으로 다가오는거 같다고...

너.....은미 건드렸니?



- 응.........응? 뭐?



- 은미 건드렸어?



- ...무슨..소리야.......그런거 아냐...



- 그럼 뭐야? 은미가, 준하 너 참 말도 잘 통하고 되게 재미있게 잘 지냈는데,

너가 자꾸 이성적으로 다가온다고, 자기는 그게 싫다고 나한테 그러던데...



- .............





약간 혼란스럽고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은미는 첫경험을 나한테 줬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섹스는 계속했다.

그러나 그건 그거였고,

무엇보다 은미랑 준하는 서로 마음이 잘 통하고,

술과 음악, 시를 즐기고,

많은 얘기, 특히 공통된 주제점에 대해,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이기도 했다.



당연히 준하는 은미랑 사귄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그리 이상한 수순도 아니었다.

그런데, 첫경험을 바친 남자와 계속 지내며 섹스도 같이 나누던 사이인데,

너무 이성적으로 다가오는것 같다고?

그렇담 은미에게 섹스는 뭐였지?

은미가 말했던대로, 그저 언젠가는 깨야할 짐스러운 처녀란 것을,

별 거리낌 없이 주고싶은 사람한테 줘버린것...그것 이상은 아니었던 건가?

자신의 작가적 기인 생활에 많은 부분 동화되어 지내던 친구, 그것도 쿨하게 섹스를 나누는, 그런 것이었나?

이젠 준하가 당연히 자기랑 사귀고, 연인처럼 발전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건 부담스럽다는 건가?



그래, 종이학 때문이구나...

은미는 아마도 준하가 자신을 위해 종이학 천마리를 접었다고 생각했겠고,

생각외로 이런 꼼꼼하고 집요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을꺼고,

자연스레 어울려 지내던 준하가 갑자기 징그럽고 딴 사람 같이 느껴졌을래나...

그저 아주 오래전부터 접어왔던 종이학을 선물한것 뿐인데...

선물한것 뿐인데...

.

.

.

젠장, 그딴건 시간이 오래 지나 관계가 깊어진 다음에 주는거잖아.

아냐 은미랑은 이미 깊어진 관계 아니었나?

아직까지는 연인보다 친구의 감정이 앞서 있었나?

빌어먹을 종이학.

내가 왜 그런걸 은미한테 줄 생각을 한거지?



보연이 누나는 한바탕 질펀한 섹스가 끝난뒤에도,

이미 작아져 버린 준하의 자지를 놓지 않고 계속 주물러대며 얘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준하는, 자신의 자지를 주물럭대는 보연 누나의 손길에 짜증이 확 솟구쳐 올랐다.

뭐냐 이건...준하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은미에게 가있던 마음.

처음 은미를 가졌던 날, 이후로 탐했던 서로의 육체.

서로 나누던 술과 음악과 시와 많은 얘기들.

의미는 있지만 대수롭지는 않게 여겼던 선물.

개강하고 나서도 보연 누나와 섹스를 나누는 자신.

은미 얘기를 듣자 알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마음.





- 누나.....나 가볼께...



- ......





보연 누나의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준하는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널려있던 자신의 옷가지를 빠른속도로 되는데로 몸에 꿰어입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 문을 휑하니 열고 방 밖으로 나섰다.





* * *





어떻게든 은미와 연락을 한번 해보고자 했으나,

은미는 단 한번도 준하와 연락을 해오지는 않았다.

보연 누나가 좀 얄밉기도 했다.

좋은 여친 소개시켜 준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그저 은미 얘기만 듣고, 간간이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은미는 이미 방학때부터 준비했던건지, 다른 대학교에 편입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란게 그런거다.

준하는 새학기가 시작하고 한두달여간동안,

나름 마음을 나누던 은미의 생각에 보연 누나와의 관계도 피해가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자,

다시금 활기찬 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보연 누나와도 뜨거운 섹스를 나누곤 했다.



아주 나중에서야, 뒤돌아 볼때,

자신의 마음을 주었던 첫사랑이 은미였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대학로에서 봤었던, 단 한번뿐이었던 은미의 모습은 아직도 준하의 머릿속에 남아 있기는 했다.





* * *



* * *





- 누나~ 쾅~! 어...어엇~!



- ......!





중간고사가 끝났다.

1학년때 이미 학고를 한번 먹었던 준하는,

나름대로 공부에도 조금씩 신경을 썼고,

덕분에 이번 2학년 첫 중간고사는 꽤 괜찮은 기분으로 치룰수 있었다.

거기다, 여전히 당구장 알바는 쉬는 날짜가 수요일이었고,

이번 학기도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짜가 수요일이었다.

거기에 보연 누나도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짜가 수요일이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오늘 또 보연누나랑 뭐하고 놀까 생각하며 큭큭거리던 준하는,

들어오자마자 걸치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버릴 기세로 보연 누나의 방문을 열어제꼈는데,

안에 있는 사람은 보연 누나가 아니었다.





- 저....저기....보연 누나는요?



- 아...그...잠깐...





멀뚱하게 방문을 부여잡고 있던 준하가, 어색하게 말을 건네자,

이불을 덮어쓰고 엎드려 책을 보고 있던 그녀도 어색하게 말을 대꾸한다.

안그래도 커다란 눈동자가 놀래서인지 거의 쏟아져 나올듯 하다.

드러난 어깨와 팔을 보건데 그녀는 매우 마른 몸매의 소유자인듯 하다.

엎드려 마주본 가슴께도 납작한 모양이었다. 엎드렸는데도 저정도라면 뭐 거의...으..으음??!!

얼굴에도 살이 별로 없어 날렵한 모습이었는데, 큰 특징은 눈이었다.

얼굴살이 없이 날렵한 라인에 커다란 눈은, 오히려 조금 부조화스러운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아니다...지금은 놀래서 눈을 더 똥그랗게 크게 뜨고 있어서 그런걸까?

여튼 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커서 마치 인형 눈을 보는듯 했다.





- 어, 준하왔어? 어, 혜란이도 왔네~



- 어...어 누나...



- 들어와~





곧 모습을 나타낸 보연 누나는,

음료수며 과자부스러기가 든 봉투를 준하에게 건네고 방을 들어서며 애기한다.

봉투를 받아들고 방안으로 따라 들어서는 준하.





- 아, 이쪽은 영문과 혜란이. 준하랑 동기야~



- 반갑다~ 나 최혜란이라고해.



- 어, 반갑다. 나 장준하.



- 후흐흡...그나저나 아까 깜짝 놀랬잖아. 여자혼자 사는 방 방문을 그렇게 벌컥 열어제끼는 사람이 어딨니?



- 그...그랬나? 하하...





바람이 쉭쉭 새나오는듯 후흡거리는 웃음소리를 하는 혜란이,

이제사 눈이 조금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그 커다란 눈망울은 여전했다.

잘못하면 빠져들겠군...하하...





- 선배, 얘기했던 세미나 팀 일원이예요?



- 응. 나머지 두명도 곧 올꺼야.



- 세미나 팀요? 보연누나, 혜란이도 팀에 추가되는거예요?



- 응. 나 영문과야.



- 응 준하야. 영문과 한명 포함해서 늘어난거야.



- 아, 네네...





곧이어 같은 세미나 팀원인 지혜와 보희가 도착했다.

이런 이런... 오늘 시험도 끝나고 보연 누나랑 잼나게 놀려고 했더만, 이건 무슨 상황이여...

보연 누나......이런 면이 있을줄은 몰랐네...



하지만, 곧 방안에 모인 다섯명은

지성의 요람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답게,,,, 쩝.....

새로 합류한 혜란이와 함께 세미나 계획을 세우고, 커리큘럼을 다시 짜는 등,

팀 정비작업을 한창이나 했다.



그리고 또 한창이나 팀 정비를 한 이유도 있었다.

이미 한학기 이상 세미나를 진행하며 친해진

보연 누나와 보희와 지혜, 그리고 준하는,

이 와중에도 서로 시시때때 장난과 농담을 건네는 탓에,

사실 제대로 된 계획을 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것도 이유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얘기했었던가...

오늘 준하...자리 잘못잡았다.

지혜 옆자리에 앉은 것이다.

지혜 이애.... 웃을때면 오른쪽에 앉은 사람 허벅지며 등짝이며 팔을 소리나게 찰싹 찰싹 때리며 웃는 버릇이 있었는데,

손이 꽤 매웠다.

덕분에 장시간 계속된 팀 정비 작업이 끝나고 나자,

준하의 허벅지에는 이미 몇개의 새빨간 손자국이 새겨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 계획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왜 보연누나의 연보지 구경도 못하고선, 허벅지에 손자국이나 남기는거냐 말이다.

그러나 결국 그날은, 그렇게 손자국만 남기고선 끝내야 했던 준하였다.





* * *





- 준하야 이거...나 갈께



- 응? 응...응 그래...잘가.





아주 오랜만에 집에 올라갈 일이 있어,

토요일날 전철을 타고 집에 올라오는 길이었다.

이번주는 집에 올라가봐야 겠다며, 알바때문에 토요일에 올라간다고 얘기했었나보다.

보통때 같으면 금요일날 집에 올라갔을 혜란이가

굳이 토요일날 올라가야 한다며, 그것도 준하가 올라가는 시간에 맞춰서

같이 전철을 타고 올라오더니,

자신이 먼저 내릴역에서 준하에게 뭔가를 쥐어주고 내렸다.



혜란이가 온 뒤로, 세미나팀은 이제 정말 공부하는 세미나 팀 다워졌다.

사실 혜란이는 영문과여서, 세미나팀에서 같이 공부한다기 보다는,

세미나 팀에서 지도교수 역할을 한다고 보는게 더 어울린달까.

여튼, 그렇게 합류한 혜란이는 빠르게 세미나 팀에 적응해 나갔고,

역시나 준하의 세미나팀원들과 마찬가지로 급속도로 서로 친해져 가고 있었다.



전해준것을 펴보자

한통의 편지와 함께 라이터 하나가 나왔다.

편지 내용은 이래저래 알쏭달쏭한 얘기가 많이 적혀 있었다.

준하는 안그래도 집에 올라가느라 머리가 복잡한터에,

알쏭달쏭한 얘기가 적혀있는 편지를 보자, 잠시 편지를 눈에서 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곤 집에 도착하는 역까지 침을 흘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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