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느날.. - 7부

" 여보세요? "



" .......... "



" 여보세요? 야!! "



" 여보세요. "



혜진이 목소리가 아니었다... 혜진이 어머니였다



" 아..네.... "



" 김정인이 핸드폰이죠? "



" 네...전데요.. "



" 나 누군지 알겠니? "



" 네.. "



" 지금 바쁘니? "



" 아뇨..왜요? "



" 응 내가 너랑 얘기좀 해야겠는데..? "



" 네.. "



" 지금 시간되면 좀 볼까? "



" 네.."



" 어디서 볼래? "



" 아무데나 괜찮은데요.. "



" ................. "



갑자기 대화가 끊어졌다.. 혜진이 어머니는 나름대로 장소를 생각중인 모양이었다..



" 음..마땅하게 만날만한 곳이 없네...그럼 우리집으로 올래? "



" 집에요? "



" 좋은 얘기도 아닌데..밖에서 사람있는데서 하기도 좀 그러네..조용히 얘기할 만한데가...오기 싫으니? "



내가 팅기고 말고 할 위치가 아니었다..



" 네..언제요? "



" 내가 내일 오전에 시간이 되는데..오전에 올 수 있어? "



" 네..몇시........? "



" 10시 쯤..어떠니? "



" 네.... "



" 그래,.그럼 낼 보자.. "



" 네.."



내 대답과 동시에 전화는 끊어졌다. 순간 내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일꺼고...어떤 야단을 듣고...뻔했지만...답은 내머리속에 그려지지가 않았다



오후내내..저녁내내...밥도 먹지 못하고..내일 벌어질 상황만 머리속에 꽉찼다







새벽늦게 잠이든 난 놀란듯 잠을깨서 시계부터 보았다



9시 25분을 막지난 시간이었다..



불에 덴듯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여전히 머리속은 복잡했다



" 에라이..모르겠다...가보면 답이 나오겠지...씨팔.. "



포기해 버렸다.. 될데로 되라는 심정이었다..정말...



머리를 감으며 시간 계산을 했다..



씻는데 15분...버스타고 혜진이 집까지 15-20분..조금 빡빡하겠다 싶었다..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괜시리 약속까지 늦어 안그래도 찍힌곳에 말뚝까지 박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서두른 보람은 있어..혜진이 집 아파트 입구에 5분전에 도착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집 층수를 눌렀다..



초고속 엘레베이터인지 21층을 순식간에 올라서 문을 열었다..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집....



닫혀 있는 철문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집 벨을 눌렀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벨을 두번째 누르자...문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 딸깍..



문이 열렸다... 퍼머를 웨이브지게한 긴머리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어머니가 문을 밀어 열어주셨다



" ..안..녕..하세요.. "



" 응..들어와라.. "



난 쭈뼛거리며 들어가시는 어머니뒤를 따랐다...



혜진이의 신발은 보이질 않았다..



" 거기 앉아라...뭐 마실래? "



" 아뇨...괜찮은데요.. "



내 말엔 아랑곳없이 그녀 어머니는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꺼내셨고...이내 쟁반에 빈컵 두개랑 들고 다가오셨다..



몇일전 소파에 앉아서 그녀 어머니를 쳐다보게된 내 모습이 생각나 앉지를 못하고 서서 어머니가 다가오기전까지 쭈뼛거렸다..



" 앉아라.. "



" ..... "



소파에 앉기는 머해서 그냥 바닥에 앉았다..



흰색 남방을 입고..무릎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를 입은 혜진이 어머니는 내가 바닥에 앉자 내쪽으로 다시 다가와서 앉으셨다..



앉으시며 쟁반을 그녀와 나 사이에 놓았다...쟁반을 들고 온 그녀의 손목이 참 희다고 느꼈다..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가늘디 가는 팔찌가 그녀의 하얀 피부에 의해 더욱 빛나고 있었다...



40대라고 알고 있는데...그녀의 어깨..허리...전체적 맵시는 30대 날씬한 분 못지 않았다..



" 혜진이는 몇일 친척집에 좀 보내놨다... "



" 아..네... "



" 연락있었니? "



" 아뇨... "



그녀는 아무말 없이 음료를 부어서 내 앞에 내 밀었다..



" 마셔라.. "



그녀의 말에 순종하는게 좋을듯 싶었다...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 네가 몇살이니? "



" .............. "



" 어떻게 너네들이..난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



" 죄송합니다..."

" 언제부터 그랬니? "



" ......한...달.. "



" 휴...... "



" 다른 애들도 그러니? "



" .............. "



친구들이나 또래애들조차 물귀신처럼 물고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 그냥..호기심에 장난만 한거니..아님 진짜로 했니? "



막막했다.. 어머니가 아시면서 묻는건지 진짜 모르시고 묻는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렇다고 혜진이가 솔직히 말했는지 둘러댔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괜시리 둘러대다가 말이 서로 달라 돌아올 파장이 더 클지도 몰랐다..



" ....진...짜... "



혜진이 어머니는 잔을 들어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켰다...



" 이게 거짓말 했네... "



아차..혜진이는 대충 둘러댄 모양이었다..문제가 더 커질 분위기였다..



" 너네 부모님도 아시니? "



" .............. "



" 혜진이 아빠는 몰라..알면 난리가 날테고..기집애 다리 몽둥이 부러질테고... "



" 죄송..합니다.. "



" 지금은..우리 세명만 알지만...너네 부모님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



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너무 참담했다..



" 죄송합니다..다신 안 그럴께요.. "



" .................. "



" 저기...느네들..피임은 했니? "



" ..............."



" 안했어? "



" 저는 잘... "



그녀의 어머니는 큰 한숨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안방쪽으로 가셨다...



죽을맛이었다...아무것도 눈앞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내 나오시는 그녀의 어머니의 손에는 양주병이 들려져 있었다..



" 도대체..기가 막혀서..음료수로는 해소가 안된다.. "



그녀의 어머니는 앉자 마자 음료수잔에다 양주를 반쯤 부었다..



그리고는 두어모금을 급하게 마셨다...



" 너두 한잔 할래? "



" ...... "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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